발제문 올립니다

작성자
영대
작성일
2020-04-28 18:04
조회
380
<증여론> 발제문

○ P.154(각주162) : “‘음식물을 주다’, ‘음식물에 답례하다’, ‘복수하다’를 뜻하는 말들의 의미 사이에는 명확한 구분이 없다.”
→ 포틀래치가 부족 내부의 축적(=반-순환성, 부나 재산, 특성, 감정, 명예 등의 축적)에 저항하고 외부의 강제적 개입(=순환)을 확보하는 방법이라는 가설을 유지하자. 그렇다면 ‘복수’ 또한 포틀래치의 일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원주민들의 복수가 우리의 의미와 동일하게 ‘해코지를 <돌려준다>’는 의미라면, 감정을 되돌려줌으로서, 감정의 축적을 방지한다. 슬픔이나 분노가 외부로 표출되거나 해소되지 못하면, 쌓이고 축적되어서 강해진다. 자책이나 억울함, 한, 울병 등으로 이어진다. 부나 재산이 축적되면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감정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를 반드시 외부로 표출시키고, 순환시켜야 한다. 축적에 맞선다는 의미에서, 복수도 충분히 반-축적적일 수 있다. 순환이 반드시 감정의 ‘승화’일 필요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 승화야말로 효과적인 순환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복수하는 것’이야말로 실제로 건강함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마도 복수가 감정-증여의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한편, 복수를 금지하는 규율(기독교 혹은 이타적 도덕주의)은 축적의 규율일지도 모른다. “오른쪽 뺨도 대어주라.” 빚(=죄의식)이 있지만, 이는 원죄로서 신이나 예수에게 저지른 죄이기에, 갚을 수 없다. 즉 청산할 수 없는, 되돌려줄 수 없는 빚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 축적의 경제학은 어떠한 것인가?

○ 156쪽 (각주 172) : “틀링깃족은 주목할 만한 표현을 갖고 있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떠다닌다’고 여겨지고, 그들의 카누는 ‘바다에 떠돌며’, 그들이 가지고 오는 토템 기둥은 표류하고 있다. 그것들을 멈추게 하는 것이 포틀래치와 초대이다. 콰키우틀족 추장의 매우 통속적인 칭호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노를 저어가는 자’, ‘사람들이 오는 장소’이다.”
→ 초대 받은 사람들과 초대하는 이(추장)의 관계가 잘 나타난다. 증여와 순환이 잘 일어나기 위해서는 두 극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초대 받아서 참석하는 사람들은, ‘떠다니다’나 ‘떠돌며’ 다닌다. 즉 이동하거나 혹은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에 귀속되지 않는 유동적 힘이다. 반면 추장은 이들을 자신의 부족이나 집으로 초대함으로써, 유동적 힘을 포착하고 정박시킨다. 유동적인 힘을 특정한 장소에 고정시키고 기능하도록 만든다. 액체로서의 흐름과 고체로서의 고정. 손님과 주인은 이러한 상호관계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
초대받은 이는 잔치가 끝난 후, 머물지 않고 떠나간다. 흐름을 고정시키고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구심력)으로 흡수되지 않고(=전부 환원되지 않고), 바깥으로 달아난다. 원심력의 힘으로 중심에서 벗어난다. 그러므로 구심력과 원심력의 놀이가 계속 될 수 있다. 게다가 손님은 주인이 차려준(=그동안 축적한) 거나한 음식과 선물들을 소비하거나 챙겨서 떠난다. 즉 축적된 양을 모조리 소진시키는 것이다. 축적하는 힘이자 구심력은 권력과 명예, 부, 여자와 아이 등을 끌어들여 쌓게 되는데, 동시에 그 힘은 손님이자 원심력까지 끌어당긴다. 그래서 이 원심력(=반-축적적/소진시키는 힘)이 구심력이 축적한 것들을 다시 흩어놓는다. 이 두 양상의 힘이 서로 관계를 맺고, 보완적이면서고 긴장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축적한 양을 잃어버린다고 해서, 축적하는 힘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축적은 계속해서 축적할 수 있다. 구심력이 계속 작용할 수 있다.
원심력의 쪽에서 보면, 잔치나 포틀래치는 유동적 힘이 파괴적으로 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잔치에 초대하는 경우가 없다면, 떠돌아다니는 유동적 힘들도 유동화시킬 재료(=부, 사람, 자원)를 모든 소진시킨다. 유동적 힘은 말 그대로 계속 벗어나고 움직이고자 하므로, 유동을 멈추는 쪽보다 더 많은 것을 유동화시키고 원래의 자리에서 이탈(=변화, 파괴)시키고자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이탈/변화/파괴가 체계 안에서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이 흐름은 체계 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커지고 체계 전체를 파괴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모습(=정체성/동일성)을 바꿔가면서 끊임없이 흐를 수 있도록, 체계 안에 그러한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구심력과 원심력의 놀이가 계속될 수 있는 조건이다. (cf. 조선 중기, 정부/관청/중앙군 vs 장길산/유민/화전민/남사당패)

○ 157쪽 ‘새끼수달’ 이야기.
→ 포틀래치(잔치)로 인해 ‘인정/승인’이 생겨난다. 즉 사회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구축하고 이름을 축적할 수 있다. 즉 외부로 향한 흐름, 유동적 힘, 변모(형태변화) 등을 고정시키고 특정 장소에 정박시키고 특정한 형태로 틀 지울 때,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어떤 이름을 갖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 동참하지 않은 외부의 흐름, 제어하지 못한 유동적 힘이 자신의 먹이(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 정체성/존재를 파괴한다. 그렇게 한 존재는 다른 것으로 변해간다.

○ 161쪽 “사람들은 선물을 ‘짊어지는 귀찮은 것’으로 받았다. 사람들은 어떤 물건이나 환대에서 이득을 얻는 것 그 이상의 것을 한다. 즉 도전을 받아들인 것이다. 어떤 물건이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 대해서 답례할 확신이 있으며, 아울러 자기도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 선물은 ‘강제로 들어온 외부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짊어기지가 힘들과 귀찮은 것이다. 외부의 유동적 힘이 부여한, 변화할 수밖에 없는 강제된 차이화다. 이는 개인이든 사회 조직이든, 모두 외적 흐름이나 유동성을 바탕으로 해서 구성되므로, 외부적 흐름이나 요소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구성해야하는 ‘도전’이다. 답례는 그 존재를 건 도전이 성공했고, 다른 존재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이 도전에서 실패한 자는 “노예가 되는 것”이며, 자신의 “지위와 심지어는 자유인으로서의 신분도 잃어버린다.”(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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