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제3장 고대의 법과 경제에서 증여 원칙들의 잔재

작성자
vanillaice61
작성일
2020-05-11 23:06
조회
503
제 3장 고대의 법과 경제에서 증여 원칙들의 잔재

3장에서 모스는 태평양 연안의 사회들을 넘어 로마, 인도, 게르마니아 사회의 오래된 증여 교환 관습을 살펴보면서 ‘현대 사회' 이전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이 사회들에서도 사람과 물건의 경계가 지금처럼 명확하지 않고 서로 혼합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에 관한 법과 물건에 관한 법

아주 오래 전의 로마법
위블랭에 따르면 넥숨(법적인 구속)은 게르만법의 바디움 또는 ‘보충적인 담보’와 비교되어 설명되는데, 주로 사람에게 모종의 힘을 행사하는 주술적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모스는 넥숨이 “담보물의 교환 그 이상”(198)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보충적인 담보 그리고 바디움은 현대 사회에서의 우리가 간주하는 대로 영혼 없는 하나의 물(物)이 아니라 생명(生命)이다. 물건은 처음 소유자의 영혼을 공유(또는 영혼의 연장선)하며, 그 물건을 교환하는 행위는 영혼이 오고가는 신성한 의식에 가까워 보인다. (“고대로마의 시민법에서는 재산의 인도가 결코 보통의 비종교적인 간단한 방식으로 행해진 적이 없었다. 인도는 늘 엄숙하며 상호적이다.”(201)) 로마의 가족(familia)에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물건(res)도 포함된다(가족의 음식물과 생계수단 등). 물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파밀리아, 페쿠니아), 레스가 집/가족에 멀리 떨어진 페쿠니아가 아닌 그 집 안에 속하는 물건을 뜻하는 파밀리아의 일부라는 사실은 중요해 보인다. 레스는 원 소유자가 아닌 다른 가족이 가져가더라도 제대로 된 인도행위(교환의 정식 절차)가 없이는 그 가족의 소유물이 아닌 원 소유자의 일부로 간주된다. “물건은 여전히 처음 소유자의 가족에게 구속받고 있으며, 또한 그 물건은 현재의 소유자가 계약의 이행을 통해서 … 해방될 때까지 그를 구속하는 것이다.”(205))

계약 당사자(reus)는 원 소유자에게 레스를 받은 사람이며, 그 물건의 영혼에 의해서 그 사람에게 구속받는 자가 된다(208). 모스는 레스를 오로지 ‘소송’과 관련되어 번역하는 원래의 일반적인 방식으로부터 벗어나 해석의 여지를 더욱 확장한다. 수령자는 ‘죄인’이라는 의미 이전에 “물건에 의해서 소유된 자”이다. 이 어원이 나중에는 “물건의 인도에 의해서 야기된 소송에 연루된 자”로, 나아가서는 “죄인 및 책임이 있는 자”로 이행된다(210). 수령자는 죄인이기 이전에 물건의 영혼에 구속된 자다. 레스의 이동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수령자는 인도인의 영혼에 의해 구속된 자이며, 그 영혼에 종속된 “불안정한 상태”(211)에 놓인다. 고대 로마인들에게 죄인은 자신의 영혼을 타인의 영혼에 잠식당한 자로 보았던 것은 아닐까?

고전 힌두법

증여의 이론
고전 힌두 사회에서 증여된 물건은 끊임없이 재생된다. 이 세상에서 증여된 선물은 증여자에게 똑같은 것으로 다시 주어지고, 저 세상에서는 “더 늘어난 똑같은 것”으로 되돌아온다(223). 로마 사회에서 레스가 사람들과 같이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면, 힌두 사회에서의 증여품 또한 인격을 가진 무엇인 듯 하다. 그것은 “사람과 대화하고 계약에도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간의 일에 개입한다(또는 일부가 된다?). 물건, 특히 음식물은 나누어지는 것을 그 본질로 하며 그렇게 되지 않을 때에는 독이 되어 소유자를 파괴한다. 물건을 계속 쌓아두고 축적하려는 욕망, 즉 ‘탐욕’은 영원한 재생, 공덕, 음식물의 순환을 차단한다(228). 힌두 사회에서 우주의 원리는 계속되는 순환인 듯 하다. 탐욕은 그 흐름을 봉쇄하기 때문에 죽음을 부른다.

게르만법: 담보와 증여

게르만 사회 또한 증여형태의 교환체계가 매우 선명하게 존재했다. 게르만 사회에서 존속해왔던 가벤이라는 제도는 다음과 같다. 각종 의식 - 세례식, 성찬식, 약혼식, 결혼식 등 - 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그 의식에 치르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가격의 선물을 증여한다. 대부 또는 대모가 대자 내지 대녀의 생애 전반에 걸쳐 주는 다양한 증여 또한 매우 중요하다(239). 두 번째 제도는 모든 종류의 계약에 강제하는 담보다. 담보물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계약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241). 담보는 의무와 구속을 지우는 동시에 그것을 맡기는 자의 명예, 권위, ‘마나’를 좌우한다. 계약을 수행하기 전까지 담보를 맡긴 자는 “내기에 진 자, 경쟁에서 2등을 한” 패배자다(242). 또한 담보를 받는 데에는 위험이 따른다. 담보를 맡기는 자뿐만 아니라 그것을 받는 자 역시 구속되기 때문이다.
전체 0

전체 39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새책공지] 스피노자, 『에티카』 ― 3월 5일 시작!
영대 | 2024.02.15 | 추천 0 | 조회 644
영대 2024.02.15 0 644
공지사항
세미나 홍보 요청 양식
다중지성의정원 | 2022.01.11 | 추천 0 | 조회 2494
다중지성의정원 2022.01.11 0 2494
공지사항
다중지성 연구정원 세미나 회원님들께 요청드립니다.
다중지성의정원 | 2019.11.03 | 추천 0 | 조회 4383
다중지성의정원 2019.11.03 0 4383
공지사항
[꼭 읽어주세요!] 강의실/세미나실에서 식음료를 드시는 경우
ludante | 2019.02.10 | 추천 0 | 조회 4873
ludante 2019.02.10 0 4873
공지사항
세미나를 순연하실 경우 게시판에 공지를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ludante | 2019.01.27 | 추천 0 | 조회 4969
ludante 2019.01.27 0 4969
공지사항
비밀글 인류학 세미나 참가자 명단 - 2019년 12월
다중지성의정원 | 2018.02.26 | 추천 0 | 조회 42
다중지성의정원 2018.02.26 0 42
393
<에티카> 다음 세미나(3/26) 공지입니다
영대 | 2024.03.23 | 추천 0 | 조회 29
영대 2024.03.23 0 29
392
<에티카> 다음 세미나(3/19) 공지입니다
영대 | 2024.03.15 | 추천 0 | 조회 27
영대 2024.03.15 0 27
391
<에티카> 다음 세미나(3/12) 공지입니다
영대 | 2024.03.09 | 추천 0 | 조회 58
영대 2024.03.09 0 58
390
다음 세미나(2/6) 공지입니다
영대 | 2024.02.04 | 추천 0 | 조회 275
영대 2024.02.04 0 275
389
다음 세미나(1/30) 공지입니다
영대 | 2024.01.29 | 추천 1 | 조회 236
영대 2024.01.29 1 236
388
다음 세미나(1/23) 공지입니다.
영대 | 2024.01.18 | 추천 0 | 조회 276
영대 2024.01.18 0 276
387
다음 세미나(1/16) 공지입니다.
영대 | 2024.01.11 | 추천 0 | 조회 231
영대 2024.01.11 0 231
386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첫 날(1/9) 공지입니다
영대 | 2024.01.04 | 추천 0 | 조회 313
영대 2024.01.04 0 313
385
[새책공지] 매튜 스튜어트,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 1월 9일 시작!
영대 | 2023.12.29 | 추천 0 | 조회 1367
영대 2023.12.29 0 1367
384
<롤랑의 노래> 첫 날(12/5) 공지입니다
영대 | 2023.11.25 | 추천 0 | 조회 413
영대 2023.11.25 0 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