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6/9 『숲은 생각한다』, 1부 열린전체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6-09 14:02
조회
439
다지원 기획세미나, 인류학 세미나. ∥2020년 6월 9일∥보미
『숲은 생각한다』 에두아르도 콘, 차은정 옮김, 사월의 책, 2013.


[창발하는 실재]

<질문> 상징적인 것 너머의 이 세계는 어떤 종류의 세계인가? 우리가 "실재"라는 말을 통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1) 퍼스의 실재론

ⓐ 퍼스의 실재론은 인간적, 비인간적 세계에서 실제로 현존하는 것이 자연발생성, 성장, 기호들의 삶과 맺는 관계를 설명해주는 더 넓은 틀을 통하여 현존하는 것을 포괄하는 실재론이다. 퍼스의 철학적 틀은 살아있는 살아있지 않은 물질을 포괄하여 그것으로부터 살아있는 정신이 창발하는 수많은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 준다. (107)

ⓑ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실재의 세 가지 측면 (107~109)

일차성> 반드시 실현되는 것은 아닌, 단순한 가능성. 그 자체의 본질 속에서 자연발생성, 성질, 가능성 등의 특수한 실재성을 포함. 예) 향기를 느끼는 찰나적 경험.

이차성> 다름, 변화, 사건, 저항, 사실을 나타냄. 우리에게 충격을 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우리를 밀어붙이는 실재성. 예) 쓰러진 야자나무

삼차성> 일반적인 것. 습관, 규칙성, 패턴, 관계성, 미래의 가능성, 목적. 습관을 획득하는 만물의 일반적 경향. 이 경향은 세계를 잠재적으로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또한 기호 과정으로서의 생명, 즉 궁극적으로 추론에서 비롯되는 생명을 가능하게 만든다. 기호는 습관(물질이 자기-조직적 과정에서 보이는 규칙성의 증가)에 대한 습관(예측, 추론, 표상)이다.

모든 기호 과정은 삼차성을 나타낸다. 그런데 모든 기호가 삼차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삼차 요소가 기호인 것은 아니다. 삼차성(일반성)이 세계 속에 있으면서 기호작용의 조건이 되는 것이지 그 반대, 즉 기호작용이 삼차성을 세계로 "가져오는"것은 아니다.

ⓒ 모든 기호는 삼원적이다. 즉 일차성, 이차성, 삼차성을 나타낸다.

아이콘은 기호이므로 당연히 삼차 요소인데 대상 자체의 성질을 통해 매개한다는 점에서 인덱스, 상징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는 일차 요소이다.

인덱스도 물론 삼차 요소이지만 대상에게서 영향을 받아 매개하므로 상대적으로는 이차 요소이다.

상징은 삼차 요소이며 상대적으로도 삼차 요소이다. 즉 상징적인 것은 다른 습관들을 야기하는 습관에 관한 습관, 인간 특유의 습관이다. (110)

>> 따라서 새-깔따구 에피소드에서의 '트랙터 소리'를 포함하여 우리의 삶에서 발견되는 모든 기호와 기호작용은 삼원적이다. 예) 어제의 트랙터 소리와 오늘의 트랙터 소리의 유사성 : 아이콘(일차성) / 맛있는 먹이(깔따구)를 가리키는 트랙터 소리: 인덱스(이차성) / 트랙터 소리와 함께 웅덩이로 가서 깔따구를 먹는 행위의 총체가 패턴화, 습관화, 규칙화 된다: 습관(삼차성)

>> 인간은 이렇게 만들어진 삼차성인 습관들에 관해 한 번 더 인간 특유의 삼차성이자 습관인 언어(상징)체계를 만들어냈다. 인간-깔따구는 트랙터 소리(매개)로 만들어진 습관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드드드드, 소리가 들리면 물웅덩이로 가서 깔따구를 먹을거야(먹어라)." 그리고 매뉴얼화 할 수도 있다. [소리를 듣는다 > 물웅덩이로 간다 > 깔따구를 먹는다. ] 물론 이 매뉴얼은 얼마든지 구체화 될 수 있고,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이는 시로도 소설의 한 장면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고 영상으로 제작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간은 잘 만들어진 작품 속에서 (인간이 구축한 상징체계 속에서) 가상의 깔다구 맛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 그 후에는 어떨게 될까? (1) '나'는 또 다른 깔다구 먹방을 찾아 볼 수도 있고 혹은 (2) 진짜 깔다구를 잡으러 갈 계획을 세울수도 있다. 때로는 (3) 지금 당장 박차고 일어나 깔다구가 있는 곳으로 뛰쳐나갈 수도 있다.

2) 창발하는 실재

ⓐ 새로운 습관을 창출하려는 상징적 사고의 능력으로 우리는 기존에 뿌리내리고 있는 습관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져나온 '나'가 새로운 습관의 창출, 즉 창발하는 실재로 이어지지 못할 때 이 '나'는 고독해지고 불안해진다. 공황 상태에 빠진다.

ⓑ 사고가 '나' 안에만 자리할 때 정신은 죽는다. 하지만 성장하고 살아있는 사고는 새로운 습관으로 나아간다. 즉 다수의 신체들에 퍼져있는 하나의 창발적 자기를 구성하며 '우리', 일반적인 것에 참여한다. (111)

ⓒ 공황상태는 '나'를 만들어내고 '나'의 죽은 정신은 이 공황상태를 더 깊어지게 만든다. 모나드가 만들어진다. 한 인간이 공황상태 속에서 세계와 단절되는 모나드적인 '일차 요소'가 되어 삼차성(즉 기호능력)을 잃어버리게 되면 이제 그에게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능력밖에 남지 않게 된다. (112)

ⓓ 모든 것을 의심하는 유아론적 '나'는 새로운 습관, 창발하는 실재, 일반적인 것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홀로 분리된 채 증폭하는 망상 속에 고립되어 있다가 머잖아 자살한다. (스스로 멈춘다.) 혹은 흡혈귀가 되어 죽은 채(멈춘 채) 살아간다. (114)


[성장]

1) 살아있음 - 생명의 흐름 속에 있음 - 은 우리 자신을 점점 더 늘어나는 창발적인 습관들의 배열에 정렬시키는 활동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다른 (기존의) 습관을 선택적으로 폐기하는 습관은 한층 더 고차원적인 습관의 창발을 낳는다. (115)

2) 열대림 속에서 살아가고 또 살아남기 위해서는 숲이 지닌 수많은 습관의 층위들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빌딩림 속에서 살아가고 또 살아남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116)


[부분에 앞서는 전체]

1) "그런대로 적합한" 자동화가 습관화될수록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된다. (120) 그리고 급기야 이미 구축된 '일반적인 것' 혹은 '우리'에 고착되면 사회체라는 수준에서 작동하는 모나드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를 지칭하는 용어는 파시즘이다. 모나드가 된 사회체의 작동방식은 모나드가 된 '나'와 다르지 않다. 뿐만 아니라 모나드 사회체는 모든 구성원을 모나드로 포획하면서 유지된다.

2) 우리의 길을 가로막는 그루터기(2차성), 즉 예기치 않은 사건은 세계의 모습에 대한 우리의 가정을 붕괴시킬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붕괴, 즉 낡은 습관의 와해와 새로운 습관의 재구축이야말로 세계 속에서 생생히 살아있다는 우리의 느낌을 구성하는 것이다. 낡은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세계는 우리에게 드러난다. 바로 이 순간이 우리 또한 기여하는 창발적인 실재의 반짝임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20)


[열린 전체]

1) 나의 희망은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이 때마침 만나게 되는 이제 막 출현한 새롭고 예기치 못한 습관에 스스로를 열어두는 것이다. (124)

2)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은 일차성과 이차성의 인류학이기도 하다. 일차, 이차성이 함께 작동할 때 새로운 습관을 구축하는 삼차성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적 수준의 삼차 요소인 상징으로 구축된 습관 안에서만 작동하는 기호는 엄밀히 말하면 기호작용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즉 살아있다고 볼 수 없다. 의미는 곧 고갈되고 사고는 죽는다. (그런데 이는 기호작용의 종적 특징에 한에서 뿐만이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그러하다. 즉 이미 구축된 기존의 습관에 고착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사고는, 기호는, 생명은 죽는다.)

3) 살아있는 인류학은 세계 속의 잡다하게 뒤섞인 거주자들이 모두 서로에게 관여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그 모든 방식의 창발적인 산물임을 기록하고자 하며, 또 동시에 이 뒤죽박죽의 세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그러한 자연발생성의 효과들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기록하고자 한다.

4)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은 살아있는 인류학이고 이는 곧 일반적인 것의 인류학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인류학의 목표는 개별적인 신체들과 종들, 심지어 구체적인 현존의 한계를 초과하는 우리가 현재 너머로 확장될 수 있는 기회들을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상하고 깨닫도록 우리에게 손짓하는 희망찬 우리. 이 우리가 바로 열린 전체다.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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