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6/8 『생동하는 물질』 2장

작성자
solsol
작성일
2021-06-08 18:18
조회
536
다지원 생명세미나_2021년 6월 8일_발제자 나현영
2장 배치들의 행위성


- 사물-권력 용어의 단점
a. 물질성에 대한 고정된 안정성이나 사물성을 과장하는 경향. 이 책의 목적은 실체, 물질, 연장extension뿐 아니라 힘, 에너지, 강도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물질성을 이론화하는 것이다.
→ 여기서 외-부라는 용어가 더 적절할 수 있다(“다른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기묘한 차원, 외-부”(38).
b. ‘사물’이라는 용어가 행위성에 대해 집합적이 아닌 원자론적 이해를 하게 만들 위험.
행위소는 절대 홀로 작용하지 않으며 언제나 수많은 신체와 힘의 상호작용적 간섭, 협력, 공동 작용에 의존한다.
- 2003년 북아메리카에서 50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 정전 사태의 분석을 통해 분산된 행위성에 대한 이론을 전개. 이 분석을 통해
a. 배치의 행위성을 인간의 의지나 의도 또는 상호주관성이나 (인간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이고 담론적인 구조를 중심에 두는 이론들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b. 인간과 비인간 요소의 연합으로 행위성을 이해하는 일은 도덕적 책무와 정치적 책임에 관한 기존의 개념을 어떻게 전환시키는가?

• 정동적 신체들

- 스피노자의 의욕적conative 신체는 연합적인 신체 또는 사회적 신체다.
- 다른 신체들을 변용시키는to affect 신체의 권력은 그 스스로도 변용하고to be affected “[다른 신체들에] 대응하며 분리되지 않는” 역량을 포함한다. 행위하는 힘과 행위를 견뎌내는 힘은 서로에게 반대로 작용하지만, 그 합은 일정한 동시에 끊임없이 유효하다(들뢰즈).
- 스피노자의 의욕적이고 서로 조우하는 경향을 지닌 신체 개념에서 모든 사물은 동일한 ‘실체’의 ‘양태들’이다. 모든 구체적인 사물과 그것의 생기를 논하는 인간 화자는 주체도 객체도 아닌 스피노자가 신 또는 자연이라 말한 것의 한 양태다.
- 모든 양태는 많은 단일한 신체들의 모자이크 조직 또는 배치. 이때 내적 다양성의 정도는 사물이 소유한 권력의 정도와 연결된다(루크레티우스).
- 단일한 신체, 단일한 신체들이 형성하는 복합적이고 모자이크형인 양태들은 모두 의욕적이다. 양태의 지속은 동일한 것의 반복이 아닌 지속적인 창조다. 모든 양태는 지속되기 위해 자신들의 겪는 변호와 변용을 창조적으로 상쇄하기 위한 새로운 마주침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 ‘양태’란 연합들을 형성하고 배치들에 진입하는 것을 뜻하며, 어떤 양태도 위계적 의미를 지닌 행위자가 아니라 모든 마주침에 내재하는 우연성에 종속되어 있다.
- 한 신체가 연합할 수 있는 다른 신체들의 종류는 많을수록 좋다. “외부의 신체들로부터 많은 방식으로 자극받아 변화하는 데 유능하면 할수록 정신은 사유하는 데 더욱더 유능해지기 때문”이다.
- 신체들은 이질적인 배치로서, 이질적인 배치 내에서 자신의 권력을 향상시킨다. 효능이나 효과가 오직 인간만이 아닌 존재론적으로 이질적인 장에 분배되었음을 의미.
- 베넷이 이 책을 쓰는데 관여한 행위소: 기억, 의도, 견해, 장내 세균, 안경, 혈당, 플라스틱 컴퓨터 키보드, 열린 창에서 들여오는 새의 지저귐, 방의 공기와 미립자로부터 창발: 지속하는 권력을 지닌 동물-식물-무기물-목소리가 이루는 집단, 즉 ‘배치’.


• 배치란 무엇인가?

- 여러 종류의 생동하는 물질들을 일시적으로 묶은 것.
a. 배치는 중심적인 지휘자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배치를 통해 생성되는 효과는 하나하나의 물질성이 지닌 생기적인 힘의 합을 초과하는 창발된 성질을 지닌다.
b. 배치의 행위성에서 배치의 힘의 진동은 배치를 이루는 각각의 구성-행위소가 지닌 힘의 진동과 ‘살짝’ 어긋난다. 따라서 배치는 둔감하고 안정적인 덩어리가 될 수 없으며, 언제나 개방되어 있고 집단적인 ‘통일할 수 없는 합’이다. 배치에는 형성의 역사가 있고 수명은 유한하다.

• 정전 사태

- 배치의 사례: 전기 송전선망: 2003년 8월 14일 미국-캐나다 동부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사태
- 전력망의 행위소: 석탄, 습기, 자기장, 컴퓨터 프로그램, 전자류, 이윤 동기, 열, 생활양식, 핵연료, 플라스틱, 숙련이라는 환상, 정전기, 법률, 수분, 경제 이론, 전선, 나무
- 정전 사태를 가져온 배치 내의 의욕적 신체들: 전기, 발전 장치, 송전선, 소규모 화재, 퍼스트에너지, 소비자,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85-87).
- 배치의 의욕적 신체 중 하나인 비인간 전기에서 무효전력 고갈의 문제(87-89)
대륙 규모의 에너지 시장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무효전력 고갈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 즉 “행위에 의한 약간의 놀라움”을 겪게 됨(브뤼노 라투르). 행동이 실제로 이루어질 때만 나타나는 이런 효과는 행위소의 모든 목적, 경향, 특징에 독립적으로 나타난다. “객체도 주체도 없다. (...) 오직 사건들만이 있다. 나는 절대 행위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내가 한 것에 의해 약간 놀란다.”
- 전기는 때로는 인간의 의도에 따라 흘러가지만 때로는 자신이 만나게 되는 신체들과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나아갈 길을 스스로 선택한다.

• 자발적 주체와 상호주관적 장

- 정전 사태의 배후에 한 명의 행위자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행위소들의 연합을 특정해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 인간중심적 행위성 개념에서는 행위성을 도덕 법칙에 복종하는 인간의 자율적 의지로 정의한다(칸트). 그러나 이때 인간 안에는 인간의 힘으로 절멸시킬 수 없는 악에 대한 성벽이 내재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유롭게 행위하는 존재이기에 악에 대한 성벽은 극복 가능하다.
→ 자유로운 인간의 행위성/수동적이고 결정론적인 물질의 이분법으로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시도
- 도덕적 의지보다 고의성, 즉 목표를 세우고 규정할 수 있는 권력으로 행위성을 설명하는 시도(신칸트주의). 이때 구조 역시 행위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가?
→ 구조는 인간의 행위성을 제약하거나(부정적) 행위성의 배경 또는 맥락으로 작용하기에(수동적) 생동하는 물질이라 할 수 없다.
-메를로퐁티의 행위성에 대한 현상학적 이론: 운동지향성motor intentionality(95 각주)
다이애나 쿨: 독립적 행위자와 그러한 개념에 ‘잔존하는 개인주의’를, a) 개별적 인간 내 b) 인간의 생리적 과정/운동지향성 c) 인간의 사회적 구조/‘상호세계’ 에 거주하는 ‘행위적 능력들’의 ‘스펙트럼’으로 대체.
→ 그러나 쿨은 이 스펙트럼을 인간과 관련해서만 한정. 쿨이 주목한 정치적 행위성은 오직 인간 문제에 한정되었기 때문. 쿨의 인민demos에 비인간을 포함시키고, 인간의 신체와 상호주관적 장을 넘어 생기적 물질성과 인간-비인간의 배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더욱 급진적인 의도. (예컨대 미래의 정전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회가 이윤만을 생각하는 전력회사와 싸우는 동시에 무효전력 역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 인간은 의도를 스스로 정립한 존재이며 행위로부터 떨어져 반성할 수 있는 존재라고 여겨지지만, 이것 역시 인간과 비인간 힘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도구, 석기의 물질성이 반성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만들어낸다).

• 효능, 궤적, 인과성

- 행위성 개념의 주변을 선회하는 용어
a. 효능: 행위성의 창조성, 무언가 새로 나타나거나 발생하게 만드는 능력
분산된 행위성 이론에서 행위성의 근본 원인은 도덕적 주체의 의욕/의도가 아니라 작동하는 한 무리의 생기성이다. 이때 인간의 의도는 호수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다른 수많은 것들과 경쟁/연합 관계를 맺는다.
→ 의도를 부정한다기보다 상대적으로 덜 결정적인 요인으로 바라보는 견해.
b. 궤적: 어딘가에서 벗어나는 방향성 또는 움직임. 도덕 철학에서 궤적이 목적성, 목표-지향성이라면 데리다는 이를 언제나 열려 있고 약속되어 있는 ‘메시아성’으로 바라봄. 살아 있다는 것은 “결정된 모든 기대를 초월하고 놀라게 하는 (...)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발생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c. 인과성: 결과를 낳는 유일한 자극을 선별할 수 있는가? W. 부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원인인가? 오사마 빈 라덴은? 
→ 인과성은 작용적이기보다 창발적이고, 선형적이기보다 프랙털적이다. 창발하는 인과성은 과정 그 자체를 행위소로 간주한다. 행위자agent라는 일상 언어는 결과를 낳는 유일한 인간 주체(‘도덕적 행위자’)와 수동적 대리자(‘작가 대리인’)를 동시에 의미함으로써 원인과 결과를 용해시키는 창발하는 인과성의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원인’과 ‘기원’을 구별. 원인이 결과를 낳는 단일하고, 안정적이고, 능숙한 창시자라면, 기원은 복잡하고, 유동적이고, 균일하지 않은 힘을 요구하는 자. 전체주의의 기원을 따르면 우리는 ‘원인’을 이해할 수 없다. 사건은 자신의 과거를 비추지만, 절대 그 과거로부터 연역되지 않는다. 사건을 발생하게 만드는 것은 여러 요소를 하나로 합치는 우연성이다.
→ 그러나 아렌트는 인간의 의도를 사건의 핵심으로 간주하며 분산된 행위성 개념에서 전통적인 주체-중심적 개념으로 후퇴한다.

• 기세

- 물질적 행위성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예외주의에 대한 강력한 저항. 우리는 인간의 행위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지 못하기에,인간 행위성의 작동 과정과 비인간의 작용 과정이 질적으로 다르다고 확신할 수 없다.
- 기세shi: 사물들의 특정한 배열에 내재한 양식, 에너지, 성향, 궤적, 활력. 훌륭한 장군은 무기의 배열이 지닌 기세를 읽고 그것의 흐름을 올라탄다는 군사 전략 용어에서 유래.
흡착adsorbsion: 각각의 요소의 행위적 충동을 보존하면서 연합체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여러 요소를 모으는 것(들뢰즈). 자기-변질 과정에 놓인 구성요소-행위소의 구성원들은 집단적 신체로 완전히 용해되지 않고, 기세와 조화되지 않은 채 잠재적으로 에너지를 보존한다.

• 정치적 책임과 배치의 행위성

- 정전 사태를 통해 전력망은 공공기반시설의 열악한 조건, 뉴욕 거주자들의 준법의식, 북아메리카 사람들이 촉발한 에너지 소비의 불균형 및 가속화, 서로 교차하고 공명하는 요소들로 구성된 예측 불가능한 배치의 요소들에 대해 말했다(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
인간-비인간의 배치 속에서 정치적 책임의 장소를 찾기: 생동하는 물질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예컨대 퍼스트에너지의 책임자들) 결과에 대한 전체 책임을 질 수 없는 존재. 자율적 개인을 상정하고 이들에게 강하고 징벌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불의’다.
→ 그러나 이것이 아렌트가 말한 해로운 결과의 근원을 찾는 기획의 폐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탐색 범위를 확장해 살펴야 한다.
- 투모스thumos, 전투 중 타오르는 용기와 분노(플라톤)가 요구되는 때도 있으나, 도덕적 비난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거나 행위적 능력의 망을 정교하게 식별하지 않는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단일한 행위자에게 복수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도덕주의 정치는 비윤리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도덕주의와 윤리를 분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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