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1/11 『이보디보』 4. 아기 만들기

작성자
bomi
작성일
2022-01-11 12:05
조회
1125
생명 세미나 ∥ 2022년 1월 11일 화요일 ∥ 손보미
텍스트: 『이보디보』 션B. 캐럴 지음, 김명남 옮김, 지호 pp. 119~149


4장 아기 만들기: 부품은 유전자 2만 5천 개, 약간의 조립 필요함

앞 장에서는 생물학자들이 돌연변이를 파고듦으로써 마스터 유전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살펴보았다면, 이 장에서는 방향을 거꾸로 돌려 어떻게 유전자로부터 동물이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 달리 말해, 개별 동물의 구조가 조립되는 과정의 이야기. (이는 동일한 유전자들로부터 다양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지도들을 살펴볼 것. 지도는 하나의 단순한 수정란이 툴킷 유전자들의 도움을 받아 차차 복잡한 동물로 구성되어 가는 과정을, 그 순서와 논리를 드러내는 지도이다.


<최초의 지도들>

배아의 잠재력은 어떻게 실현되는 것일까? 배아 발생의 어느 단계쯤에서 한 세포의 운명이 정해지는 걸까? (127)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이 동원되었다. 그 중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화학 염료로 세포를 염색한 뒤 세포와 드 딸세포들이 어디로 가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초기 배아의 지도가 만들어졌다. 이른바 운명 지도. 어떤 위치의 세포들이 어떤 구조를 낳을지 표기한 그림이다.
지구본에 경도와 위도가 있듯, 발생 운명 지도에서도 배아에 좌표를 부여한다. 좌표에 따라 미래의 조직들, 기관들, 부속지들의 상대적 위치가 정해진다. (128 그림)

{질문} 지도와 설계도의 차이는? (개념적, 활용적 측면에서)


<배아의 지리학>

배아의 발생을 지리학에 비유하면, 세포와 조직과 기관들은 배아라는 지구본 위에서 특정 위도, 경도, 고도로 지정되는 저마다의 위치가 있으며, 신경세포, 간세포 등등의 ‘국가적’ 정체성도 가진 셈이다.
*배아 지리학의 일반 논리 (131 그림)
극을 결정한다. → 중심축들을 잘게 세분한다. → 각 구획이 일련의 무듈이 되도록 다듬는다. → 서로 다른 모듈들에 각각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 특정 경도 및 위도의 좌표에 세상 내부의 새로운 ‘세상들’을 형성한다. → 모듈 내부가 더 세세하게 꾸며지고, 조각되고, 착색된다.

{질문} ‘국가적’ 정체성이란?


<앞으로 생겨날 것들의 형상: 툴킷 유전자들과 띠무늬, 줄무늬, 선, 점, 동그라미, 곡선무늬들>

툴킷 유전자가 발현하는 장소마다 생겨나는 무늬들은 동물의 복잡한 구조가 기하학적으로 단순한 형태로부터 점차적으로 건설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현상.
개개 유전자가 배아를 지리적으로 구획해가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복잡한 과정이라도 단순한 개별 작업들이 무수히 모여 나온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파리 만들기> _ 초파리의 지리학

배아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자를 품고 있지만 툴킷 유전자들은 발생의 특정 시기에 배아의 일부분에서만 활동한다.

1) 경도, 동서 축
-화보4a→4b→4c→4d-
단계마다 다른 종류, 즉 총 4종류의 툴킷 유전자가 활성화.
-화보4b- 쌍 지배 (툴킷) 유전자. 줄무늬 사이 간격은 미래에 한 쌍의 체절을 갖게 되는 영역.
-화보4d- 혹스 유전자. 동서 축을 따라 서로 다른 경도에 놓인 모듈들에 서로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는 역할.

2) 위도, 남북 축
-화보 4e-
동서 축이 세분되는 동시에 남북축도 조밀하게 위도선들로 나뉘기 시작.
위도선은 반복 모듈을 구획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물의 미래 조직층들의 윤곽을 얼핏 잡아주기는 한다.

3) 세상 속의 세상들, 미래의 기관과 부속지 지점들을 찍어나가는 툴킷 유전자
경도와 위도가 정의되고 다듬어진 다음 단계.
배아 위 각 지점을 서로 다르게 규정하는 정보가 활용될 차례. 각 지점에서 기관 형성을 담당하는 마스터 유전자들이 활동을 개시. 건축 예정지를 표시하는 좌표점들이 할당되는 셈.
-화보4d- 부속지 형성을 담당하는 디스탈리스 (마스터) 유전자의 활성화를 혹스 유전자가 총괄적으로 통제.
-화보4g,4h-구조 각각은 또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각 기관 내부에 존재하는 좌표계에 의존해 조직. 좌표계는 신체 부속이 생겨날 때 이미 정해진 상태로 구조가 자람에 따라 세분화.

4)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모듈들 서로 다르게 만들기
-화보4i- 인접한 두 체절, 즉 다른 경도에서 각기 발달하는 날개드을 서로 다르게 만들어주는 요인은 울트라바이소락스 (혹스) 유전자. 이 유전자는 뒷날개 세포들에서만 활성화.


<척추동물 만들기> _ 척추동물의 지리학

모든 척추동물 배아들인 어느 정도 비슷해 보이는 발생 단계가 있다. 이 단계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1단계) 축 형성과 조직층 생성
개구리와 쥐. 그들의 축과 조직층을 형성하는 툴킷 유전자 종류는 거의 비슷.
척추동물 배아의 축 및 조직 층이 형성되는 과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들이 벌어지는 하나의 고리와 같다. 한 가지 분자가 생산되면 그것이 다른 분자들을 유도하는 식으로 줄줄이 후속 반응이 유발된다. -화보 4k, 4l-

2단계) 뇌 영역 분할
미래에 뇌와 척수를 낳는 신경관은 배아에서 처음으로 눈에 띄게 자라나는 영역.
툴킷 유전자들은 신경관의 특정 영역에 미래에 뇌의 하부 부위(전뇌, 중뇌, 후뇌)가 될 자리들을 미리 맡아놓는다. 전, 중, 후뇌의 경계가 표시된 후에는 또 다른 툴킷 유전자들이 발현하여 후뇌의 하부구조의 미래 위치와 경계를 줄무늬로 그린다. 다음으로 혹수 유전자들이 서로 엇갈려 발현함으로써 후뇌 모듈들에 차이를 부여한다. -화보 4n-

3단계) 한 번에 아나씩, 척추동물 배아의 체절화
척추동물 몸을 이루는 기본 재료인 원체절은 척추, 갈비뼈, 근육 집단이라는 모듈식 부속들을 만들어낸다. 쌍을 지은 체절들이 늘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동에서 서로) 한 번에 하나씩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생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도 여러 툴킷 유전자들이 미리 발현하여 예고한 것이다. -화보 4o-
처음엔 다 똑같이 생겼던 원체절들이 위치에 따라 차이를 보이며 각기 다른 조직으로 발달해 가는데 이는 중심충(동서축)을 따라 다르게 발현하는 혹스 유전자들에 의한 것이다. -화보 4p-

4단계) 사지의 형성: 다리뼈가 연결된 곳은....
1) 매우 초기부터 하나의 툴킷 유전자가 발현하여 막 형성되기 시작할 자그만 사지 조직 동어리들의 위치를 지정. -화보 4q-
2) 삼차원 구조로 세 개의 축을 지닌다. 위-아래, 앞-뒤, 근점-원점. -화보 4r, 4s-
3) 또 다른 툴킷 유전자들이 발현, 성숙한 사지에서 형성될 하부 부속들(손발가락, 손발목, 관절들, 근율들, 힘줄들 등)을 예고. -화보 4t, 4u, 4v-
아름다운 사지 형성 과정에는 세포들의 죽음도 한몫한다. 일정 부분의 조직이 사멸하며 갈라진 손가락이 생긴다. 세포예정사를 일으키도록 알려주는 툴킷 유전자들이 발현한 것.
동물의 사지는 뼈, 힘줄, 근육 등 동일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지마다 구성요소의 크기와 모양과 수가 다른 것은 몇몇 혹스 유전자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5) 마무리 붓질: 미시적 수준의 질서
● 외측억제기법
특정 종류의 구조로 자라야 하는 세포들이 채택할 일반적인 원칙은 자기 주변에 억제 영역을 구축하는 것.그 안에 위치한 다른 세포들은 동일한 구조로 자랄 수 없다. 그 결과 규칙적인 무늬가 만들어진다. 동물의 털이나 비늘의 무늬 등 아름다운 패턴들은 세포들의 국지적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모든 영역에 좌표를 할당해서 규정된 게 아니다. -화보 4x-

{참고} 상향식 설계도 (ft. 리처드 도킨스)


<단순한 것에서 생겨난 복잡성: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눈에 보이는 복잡한 무언가를 눈에 보이지 않는 단순한 무언가로 설명하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단순한 무언가’를 눈에 보이게 만들기.
툴킷 유전자의 활약을 시각화할 수 있다면 그 역할을 이해하기가 무척 쉬워진다.
물론, 동물 전체를 만드는 과정은 몹시 복잡한데, 수많은 툴킷 유전자들이 동시에(병렬로), 또는 순차적으로 작동함으로써 복잡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참고} 질 들뢰즈, <감각의 논리>_ 8장 힘을 그리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회화도, 즉 예술에서도 형을 발명하거나 재생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힘을 포착하는 것이 문제이다. 바로 그 때문에 그 어느 예술도 구상적이지 않다. “보이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한다.”라는 클레의 유명한 공식이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회화의 임무는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도록 하는 시도로 정의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음악도 보이지 않는 힘을 들리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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