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 『원더풀 라이프』 4장 '월콧의 관점과 역사의 본질' 도입부

작성자
bomi
작성일
2022-04-12 17:54
조회
358
생명 세미나 ∥ 2022년 4월 12일 화요일 ∥ 손보미
텍스트: 『원더풀 라이프』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관 옮김, 궁리 pp. 365~390


4장 월콧의 관점과 역사의 본질

월콧이 다양성의 원뿔에 충성을 바친 이유

<전기적 노트>

월콧은 미국에서 가장 비범하고 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과학자인데 그의 영향력은 매우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자신의 생명관과 윤리관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가 월콧이 버제스의 구둣주걱에 그토록 헌신했던 복잡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면, 과학적 혁신을 막는 사회적, 개념적인 구속에 대해 얼마간의 일반적인 통찰도 얻을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행정업무를 몹시 싫어하지만, 제도 없이 과학이 존재할 수는 없다. 월콧은 뛰어난 행정가 학자였다.
70세 무렵 월콧의 직책: 스미소니언 연구소장,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장, 국립연구회의 부의장, 워싱턴 카네기 연구소 이사장, 미국항공학자문위원회 위원장...

1850년, 간신히 먹고사는 뉴욕의 한 가정에서 태어난 월콧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시골 농장에서 일하면서 삼엽충 화석을 수집해 그 표본을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자연사학자인 루이스 아가시에게 파는 일을 했다. 월콧은 고생물학을 정식으로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가시가 세상을 떠나며 지질학자 제임스 홀의 조수로, 가장 낮은 직급의 지질조사원으로 과학자의 경력을 시작했다. 후에 그는 이곳의 소장이 되어 예산 면에서 최악의 시기에 연구소를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복구했고 그 동안에도 캄브리아의 지층에 관한 논문집필을 활발히 해 나갔다. 그는 삼엽충 화석과 캄브리아기 지질할 분야의 최고 전문가였다.

<월콧이 잘못을 범한 일상적인 이유>

월콧은 잘 정식화된 자신의 생명관을 버제스 화석에 부과했고 그 때문에 화석들은 그에게 혁신적이거나 독립된 관점을 이야기해주지 못했다. 그의 구둣주걱은 역원뿔형 다양성 증대라는 전통적인 도상과 그 도상에 내재한 예측가능한 의식의 진화와 진보라는 개념적 장치를 보존하기 위한 상투적인 수단이었다. (371)

실제로 실행된 무엇으로서의 과학은 자료와 선입관 사이의 복잡한 대화이다. 그러나 월콧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대화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화석은 연구자에게 말을 하지만, 버제스 동물들은 월콧에게 거의 아무런 이야기도 건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그의 선입관은 무척 강한 것이었고, 그의 사회적 가치관의 중심과 그의 기질이 핵심에 뿌리를 내리고 있덨다. 둘째, 월콧에게는 화석과 대화를 나눌 만한 시간이 없었다. 행정적인 부담이 결국 현역 과학자로서의 월콧을 망친 것이다. (372)

<월콧의 구둣주걱에 담긴 보다 깊은 이유>

월콧은 버제스 화석을 자세히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저항이 약한 해석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그 화석들은 그가 이전부터 품고 있던 선입관을 투영했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의 표본의 기이한 해부학적 특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제약에서 자유로웠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익숙한 생명관의 견지에서 버제스 혈암을 해석한 것이다.

월콧의 구둣주걱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그의 전통주의를 점차 구체성이 높아지는 세 단계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1) 그의 정치적, 사회적인 신념의 일반적인 경향
2) 생물과 그 역사에 대한 그의 태도
3) 캄브리아기라는 특정한 문제에 대한 그의 접근방식

<월콧의 개인적 면모>

시골출신의 순수한 앵글로-색슨 혈통을 가진 ‘구 미국인’ 월콧은 주로 전력회사에 현명한 투자를 한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 그는 신앙에서는 보수였고, 정치적으로는 공화당원, 그리고 일요일 아침의 교회예배를 결코 거르지 않는 독실한 장로교 신자였다.
아들과 딸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고, 검약과 책임에 관한 사고방식 등을 지닌 보수적 인물인 월콧이 남긴 문헌들은 미국의 세속적 힘과 도덕적 우월성을 확신하던 최후의 위대한 시대를 살았던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보수적인 사상가의 태도를 생생히 전한다. (385)

정치적 측면에서 월콧은 보수주의의 양 극단 (호전적 애국주의와 개인의 자유로운 기회를 존중하는 자유주의)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자유주의자로서의 그는 생물학적으로 열등한 인종이나 사회적 계급이라는 분류를 거부하고 사회에 흩어져 있는 천재들이 표면으로 부상 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옹호했다. (387)
호전적 애국주의자로서의 그는 독일인을 비하하는 야만인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으며, <네이션>에 ‘스파이스로서의 과학자’라는 제목의 서한을 게재해 미국 과학계의 비리를 고발한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에게 분개해 그의 스미소니언 연구소 명예직을 독단적으로 박탈하고, 보수적인 인사들의 매카시적 광란을 부추겨 보아스를 미국 과학계에서 제거하는 데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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