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4부 발제문

작성자
chu
작성일
2023-05-03 18:06
조회
224
4장. 생명권력과 새로운 국제 재생산 노동 분업(펭 치아)

스피박의 푸코 비판. 푸코는 사회적 정치적 관계들의 재생산을 이해하는 데 이데올로기 개념 자체가 과연 유용한 설명력을 갖고 있는지를 묻는다. 스피박은 푸코의 바로 이 대목이야말로 그 자체로 그의 이론이 국제 노동 분업에서 지배하는 쪽(즉 서구)의 사회화된 자본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징후라고 주장한다. 스피박은 정치 운동에서 재현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 노동 분업이 갖는 기간구조적(infrastructural) 지위와 복합적인 함의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펭 치아는 스피박을 따라 푸코의 생명권력(biopower) 분석을 읽기 위해 스피박의 푸코 비판을 재개하고, 그녀의 에세이에 담긴 도발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국제 노동 분업에서 생명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히려 한다. 스피박은 제3세계 주체의 형성에서 이데올로기가 갖는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녀는 푸코의 권력 이론이 맑스주의 이데올로기 개념에 대한 논쟁적 거부에 의해 활성화되는 한, 식민자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는 가치 있는 것으로 남겠지만 피식민자 또는 새로운 피식민자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펭 치아는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푸코의 권력 분석과 맑스주의 이데올로기 개념의 관계는 무엇인가? 둘째, 우리가 푸코에게는 국제 노동 분업에 대한 ‘인가된 무지’가 있다는 비판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생명권력은 국제 노동 분업의 맞은편 주체들을 만들어 내는 데서 스피박이 허용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 펭 치아는 동남아시아의 가사노동에서 일어나는 초국적 거래를 고찰함으로써 이를 검토한다.

생명권력, 이데올로기, 이해관계
스피박의 푸코 비판에는 주요한 두 줄기가 있다.
첫째, 이데올로기 개념에 대한 푸코의 거부는 맑즈주의 전통에서 이 개념이 갖는 복합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해에 근거한다. 결과적으로, 푸코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론을 갖지 못하며, 실증주의적 경험주의와 이어지는 일종의 재현주의적 리얼리즘에 동의하는 셈인데, 이는 피억압자의 구체적 경험에 대한 순진한 가치 부여로 귀착된다.
둘째, 사회화된 자본 안에서는 충분히 문제적인 푸코의 권력 이론이 지구적 프레임 안에 자리매김될 때는 선진 자본주의의 신식민주의를 견고히 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 지구적 자본주의의 착취는 제3세계 주체 또는 포스트식민적 남반구 주체의 정교한 이데올로기적 구축에 의해 견고해진다. 푸코는 이데올로기 개념을 기각하고, 피억압자는 자신들이 당하는 착취의 본성을 알 수 있으며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때문에 푸코는 제3세계 주체의 지속적인 이데올로기적 건설과 공모하며, 따라서 그가 제3세계 주체의 현행 형태들 안에서 제국주의 기획을 반복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이 맥락에서 스피박은 서발턴의 문제틀을 꺼낸다. 스피박의 견해로는, 유럽 스스로를 견고하게 해주는 타자로 구축된 제3세계 주체는 탈식민화된/포스트식민적인 공간의 진정한 이질성을, 즉 지구적 자본주의 아래에서의 초과 착취를 모호하게 한다. 그녀의 견해로는 권력에 대한 푸코의 설명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발턴의 침묵을 조장한다. 그 이유는, 푸코가 이데올로기의 기능을 무시함으로써, 서발턴을 지우는 대리인들과 다툼을 벌일 대항력, 지구적 자본주의에서 근본적 권력에 저항할 가능성을 폐제하기 때문이다. 푸코의 권력 분석이 주변부 공간의 주체 구성을 이해하는 데는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구적 자본주의에는 국가 형성체와 정치경제 체계라는 거시적 형태의 두 권력이 내포되어 있다. 이것들은 지구적 무대에서 구성되며 상호작용한다. 두 권력은 주권적이며 억압적이다. 스피박은 모세관 권력에 대한 해명만으로는 지구적 차원에서 집요하게 재생산되는 자본주의 착취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구적 자본과 국제적 지리정치라는 거시논리적 형성들은 이데올로기적인 주체 형성을 통해 권력의 예견할 수 없는 미시논리적 기능 작동을 장악해 낸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는 권력의 거시논리적 형태와 미시논리적 형태 사이를 매개하고 양자를 연결하는 제3양태의 권력이다. 이데올로기적인 구체 구성은 개별 신체들의 힘들을 모아서, 이 힘들이 구사되고 전개되어 지배와 착취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구조들의 기능 작동이 더 부드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스피박의 견해로는, 지구적 자본주의의 기능 작동에 내포되는 두 형태의 이데올로기의 주체 구성이 있다. 중심부 국민-국가 이데올로기들 내부에 있는 노동자와 실업자의 주체-생산과, 헤게모니를 갖는 서구 즉 북반구 스스로를 견고하게 해주는 타자로서의 제3세계 민족 주체 또는 포스트식민적 민족 주체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푸코에게 산업 자본주의의 성장이란 이데올로기적이지도 않고 억압적이지도 않은 새로운 형태의 권력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종속이 폭력 또는 이데올로기의 도구들에 의해서 확보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종속은 계산되고 조직되고 기술적으로 사유될 수도 있으며, 무기도 공포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물리적인 질서를 구축할 수 있다.” 푸코, 『감시와 처벌: 감옥의 역사』, 오생근 옮김, 나남, 2003, 56-57.


이러한 유형의 지식은 이데올로기적이지 않다. 그것은 권력에 접해 있으며, 신체들의 물리적 층위에서 작동한다. 이 권력 양식이 사회 관계들을 유지하는 것은 강제 또는 위장, 즉 국가의 정치적 상부구조와 법적 도구들이나 이데올로기를 통해서가 아니다. 이 권력 양식은 그것들의 필수불가결한 구성적 힘으로서의 경제적 과정들의 영역과 사회적 신체 안에서 작동한다. 푸코의 견해로는, 인간의 노동 능력은 맑스가 부여한 일차적인 또는 선험적인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기간구조적인 권력의 생산물-효과인데, 푸코는 이 권력을 아래-권력infrapower이라고 부른다.

“자본주의는 훨씬 더 깊이 우리의 실존 속으로 침투한다. 자본주의 체계가 19세기에 확립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일단의 정치적 테크닉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 권력 테크닉들에 의해 인간은 노동과 같은 어떤 것과 엮이게 되었고, 이 일단의 테크닉에 의해 인민의 신체와 시간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어 초과 이윤으로 변형될 수 있게끔 노동력이 되고 노동 시간이 되어 갔다. 그런데 초과 이윤이 있으려면 아래-권력이라는 것이 있어야 했다. 미시적이고 모세관적인 정치 권력의 망이 인간의 실존 자체의 층위에서 확립되어야 했고, 이 망이 인간을 생산 장치에 부착시키면서, 인간을 생산의 행위자로, 노동자로 만들었다. 이렇게 인간을 노동에 묶는 것은 인공적인 것이었고 정치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권력에 의해 야기된 하나의 연계였다. 아래-권력 없이는 초과 이윤도 없다. .... 내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국가 장치 또는 집권 계급이 아니라, 최하 수준에 있는 소소한 권력들, 소소한 제도들 전반이다.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이 아래-권력을 초과 이윤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Foucault, “Truth and Juridical Forms”, The Essential Works of Michel Foucault, Vol.3, pp. 86-87.


맑스주의 이론에서 인간의 필요는, 소비에서 직접 유래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생산 과정에서 유래하는 기본적인 사회적 필요이다. 맑스주의 이론은 항상 이해관계와 필요를 구별하는데, 이 필요는 근본적이고 기본적이자 사회 전체와 관련되는 것으로, 필요의 발전은 사회 혁명의 토대 구실을 한다. 이와 상반되게, 푸코는 필요과 이해관계를 권력의 지형 안에 둔다. 생명권력의 제2기둥인 통치에 포함되는 것은 인구의 생명 조절인데, 여기서 인구란 생물학적 특성들(번식, 출생과 사망, 건강 수준과 기대 수명 같은 것들)을 지닌 산 존재들의 체계라 이해되며, 종별적인 과학 지식들과 합리적인 테크놀로지들을 통해서 알 수 있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의 인구는 국가의 경제적 자원과 힘을 증대시키려는 정책 개입을 통해 변경되고 관리될 수 있다. 이제 권력이 생산적인 이유는 그것이 투자와 가치화를 통해 개별 신체들의 능력과 적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며, 효율적인 경제적 자원으로서의 인구의 자질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이 기본적인 인간적 필요의 주체도 생산하는지는 덜 분명하다. 산업 사회에서는 개인의 인간적 필요들을 충족시켜 줄 임금과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교환되는 상품으로서의 노동력의 저장소가 개인의 신체라고 가정된다. 복지 정책이 출생률과 건강과 분재에 작용을 가해 인구를 만들어 내는 한, 통치 테크놀로지들은 철저하게 인간 생명에 집중하며 그것의 기본적인 필요를 만들어 낸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푸코가 인구의 이해관계를 놓고 이해관계와 필요를 맑스주의식으로 구별하지 않고 말한다는 점이다. 대신에 그는 필요 그 자체가 언제나 이미 통치 테크놀로지들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뜻하는 바는, 이해관계를 통한 주체들의 조작이 일차적으로 사회경제적인 계급의 층위에서,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통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작과 계산은 필요 그 자체를 주조하는 물리적 층위에서 이미 발생한다. 그러므로 권력에 대한 푸코의 지도 작성법은 스피박에 의해 개관된 맑스주의 모델과는 상이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국제 재생산 노동 분업
현대 국제 노동 분업에서 기간구조적인 권력을 어떻게 작동하는가? 생명권력의 테크놀로지들은 얼마나 지구화되었으며, 유연한 지구적 자본주의 축적이 현재 베푸는 시혜 안에서 국가 경제의 발전 기획을 어떻게 지속시키는가?
지구적 자본주의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가사 노동에 종사하는 외국인 여성의 거래를 통한 국제 재생산 노동 분업의 확립이다. 여기서는 농촌 주변부 출신의 가난한 여성이 임시 이주 노동자로 국제 노동분업에 통합된다. 이러한 통합은 필요의 주체로서 그녀들이 갖는 이해관계를 생명 정치적으로 공들여 만듦으로써 이루어지고, 그녀들의 목소리를 이데올로기적 주체 형성을 통해 모호하게 하기보다는 그녀들의 필요를 지구적 자본주의의 천으로 짬으로써 이루어진다.
-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예.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전문 직종 참여를 늘려서 인적 자본을 육성한다는 전략은 미숙련 이주 노동자의 수입을 요구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탈산업적인 과대 발전을 부분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은 상이하면서도 구성적으로 상호 의존적인 두 주체의 생산이다. 여기서 두 주체란 자유주의적인 중간 계급 전문직 여성과 유순한 외국인 가사 노동자이다.

외국인 가사 노동자들의 생명정치
펭 치아는 외국인 가사 노동자들이 서발턴인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확실히 그들 중 일부, 특히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에서 온 이들은 가난한 농촌 지역 출신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금을 모아 항공 요금과 고용 허가와 다른 진행 비용과 중개인의 강탈적인 수수료에 드는 경비를 충당했으니 국제 노동 분업에 병합되는 도상에 있는 셈이다.
외국에 나가 일하겠다는 이 의지의 생산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특징 지을 수 있을까? 이것은 계급 이데올로기를 통한 주체-형성subject-formation 형태인가 아니면 생명권력을 통한 주체화subjectification 형태인가?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임시 이주를 추동하는 것은 자신들을 좋은 아내와 딸과 엄마와 누이로 구성하는 이데올로기만은 아니다. 물론 이것이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더 결정적으로는, 생명권력에 의해 필요의 주체로서의 그들의 이해관계들이 공들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입하기 위한 기반도, 역시 비슷한 통치 테크놀로지에 의해 그 노동자들의 고용주들이 공들여 준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국제 노동 분업은 이데올로기를 통해 피억압자의 목소리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가 아니라, 피억압자의 바로 그 필요를 지구적 자본주의의 직물 안으로 병합함으로써 견고해진다. 그녀들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강고한 욕망을 갖고 움직인다.
그런데 그것이 명백히 비인간적인 결과들을 초래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생명권력은 인구를 비오스bios로, 즉 구성원 각자의 공헌이 꼭 화폐적인 것만은 아닌 수익과 상으로 보상을 받게 되는 수단과 목적의 체계로 조직함으로써 국가의 자원이 최대화될 수 있게 한다. 그렇지만 이 개념을 정식화해서 유럽 산업 자본주의의 등장을 설명할 때, 푸코는 북대서양 바깥에서 포스트산업적인 과대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그것이 재생산 노동에 종사하는 인간 신체의 대대적인 전개를 요청하게 되리라는 점과, 문제가 되는 노동력인 임시 노동 회전 풀은 영주 인구의 일부가 되는 것이 강하게 막혀 있는 외국인 신체들로 이루어지리라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다. 싱가포르 국가가 모아들여서 영주 정착민으로 보유하고 싶어 한 금융과 하이테크 같은 고부가가치 부문의 국외 거주 전문직들과 달리, 외국인 가사 노동자는 사회적 삶과 시민 생활 유지에 결정적인데도 ‘외국인 인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들은 이 도시 국가의 사회적 직물 속으로 통합되기보다는 쓰고 나면 버릴 ‘외국인 노동자’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형태의 노동에는 규율과 규제가 내포되지만, 합의된 훈련을 통해 그들의 신체적 힘을 증진/향상시키는 일도 없고 그 어떤 주체화도 없다. 결코 싱가포르 시민이 되기를 바랄 수도 없고 비오스의 일부도 아닌 외국인 가사 노동자는 수단으로 활용될 준주체 quasi subject로 구성된다. 그들을 싱가포르의 경제 기계에 부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주체적 인센티브는 재정적인 보상뿐이다.
이러한 생명정치적 형성이 외국인 가사 노동자를 학대하는 구조적 기반인데,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를 예를 들고 있다.
<옷핀으로 도우미를 고문한 여인>
<학대받은 도우미가 말하다: 내가 보낸 공포의 7개월>

도구성의 장 안에서 인간의 자유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도구화와 관련해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페미니즘의 국제적 연대에서 그것이 갖는 함의이다. 싱가포르에서 중간 계급의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공고히 한 것의 전제는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착취라는 점을 이미 주목했다. 이것이 페미니즘의 국제 연대에 뜻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포스트식민적 아시아 내에서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인간성은 1995년 제 4차 세계여성대회의 행동강령과 같은 초국적인 페미니즘 연대에 근거한 인간화의 힘을 통해 천명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그 강령이 전제하고 의지하는 생명정치적 테크놀로지들은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탈인간화로 귀착되었던 테크놀로지들과 동일하다.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시나리오-화이트칼라 노동에 여성이 진입하는 것-는 발전된 국가 또는 과대 발전 중인 국가 안에서 여성이 상향 이동하는 서사이다.
생명권력에 관한 푸코의 생각에 도움을 받아 내가 초벌로 제시한, 지구적 자본주의 권력에 대한 이러한 지도 작성법에서 가능한 저항의 장들은 무엇인가? 외국인 가사 노동자는 어떻게 인간화가 될 수 있을까? 그녀의 인간성이 지구적 자본주의 안에서 어떻게 다시 긍정될 수 있을까?
싱가포르 안에 출현하고 있는 페미니즘적인 시민사회 요소들이 시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인간화 시도 예.(폴로르 콘템플라시온 사건으로 촉발된 ‘행동과 조사를 위한 여성 연합(AWARE)’-TWC2 광범위한 동맹 결성)
그러나 이 단체의 다른 두 가지 논지-도우미들은 위약한 상태라는 논지와 이들이 싱가포르 경제에 기여한다는 논지-는 이 노동자의 노동에서 혜택을 누렸기 때문에 처하게 되는 특수주의적인 이해관계와 상황에 근거하는 공리주의적 논지들이다. 그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경제적 기여에 대한 보상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싱가포르의 국제적인 이미지가 손상되고 이로 말미암아 대외 사업과 무역에 지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윤리적 행동에 대한 이 모든 계산에서, 외국인 가사 노동자는 기술적인 관계 또는 목적-수단 관계의 사슬에 여전히 매여 있다. 그녀는 일반화된 도구성의 장 안에서 하나의 도구 또는 수단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 국가는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점차 TWC2의 인간화하는 어휘를 전유했다. 예컨대 ‘가정부’라는 용어를 존중의 뉘앙스가 좀더 담긴 ‘가사 노동자’로 대체했다.
실제로 외국인 가사 노동자 편에 선 시민사회의 많은 주장에는 애초에 위계적인 함의들이 들어 있다. 외국인 가사 노동자들은 결코 싱가포르 비오스의 일부가 될 수 없는 이들이고, 그런 노동자들은 시민사회에 속하는 동등한 참여자가 아니다. 기껏해야 그들은 시혜의 대상이거나, 시민사회의 선의를 받아들이는 자들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인간적 존엄을 제대로 온당하게 존중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일한 해법은 고용주들이 외국인 가사 노동자 채용을 그만두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완전 폐기는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재생산 노동, 덜 편리한 라이프스타일, 저하되는 경제적 생산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싱가포르 페미니스트 개인의 사적 선의와 무관하게 우리가 국제 노동 분업의 착취적인 위계적 구조에, 그리고 이것을 지속시키는 재생산 노동 분업에 얽혀 들지 않을 수 없음을, 또 그 이유는 이 분업 구조들이 싱가포르의 경제적 성공에 결정적이라는 데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진정한 위기가 온다. 경쟁적인 포스트식민적 발전 안에서 이루어진 중간 계급 여성의 해방이 필연적으로 오염되어 있다면, 외국인 가사 노동자를 구제하고 보호하려는 페미니즘적 시도는 페미니즘에 혜택을 주었던 바로 그 발전 형태의 문제적인 특징에 대한 끈질긴 질문에 의해 보충되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러한 페미니즘적 시도는 모두 자유주의적 주체가 그녀 스스로를 괜찮은 고용주라고 자축하는 자기 만족적으로 진정된 양심으로 퇴화하고 만다.
인간관계의 도구화가 지구적 자본주의 내부의 경제 발전의 본성 그 자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만큼 해법이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적어도 도구적 관계의 세 유형을 구별하는 것이다. 첫째로 가정 안에서 고용주와 외국인 노동자의 수단-목적 관계, 둘째로 국제 노동 분업의 위계 안에서 값싼 노동의 지구적 착취라는 보다 일반적인 관계, 셋째로 노동을 보내고 받는 국가들과 다른 행위자들이 생명권력의 테크닉을 통해 인적 자본을 구성하고 전개하고 규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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