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의 형이상학> 1부를 마쳤습니다.

낯설고 어려운 개념들이 많아서 어렵긴 하네요.
하지만 그만큼 밀도가 높은 책이니,
풍성한 수확이 기대되는 씨앗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아메리카 원주민이 되어 생각해보기'라는 걸 하고 있는데요,
이를테면, 우리가 배운 대로,
모든 존재자가 스스로를 인격(인간)으로 여긴다고 가설을 세워 적용하고 있습니다. ㅎㅎ

가령 길에서 산책하는 강아지 끼리 만나면 유달리 크게 짖잖아요?
아메리카 원주민의 퍼스펙티브로 보면,
강아지들이 "드디어 인격체를 만났다"는 의미가 아닐런지요.
그게 반갑다는 뜻이든, 화를 내고 있다는 뜻이든,
어쨌든 동등한 인격체를 만난 거지요.(화도 인격체에게 낼 수 있는 것이니까요)

거꾸로 보면,
개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개나 다른 동물처럼 여겨지겠지요. (물론 신이라는 형태도 가능합니다)
즉 개가 하는 모든 일이 나름대로(=내재적으로) 인간이나 인격체가 하는 일로 간주할 수 있는 거지요.
아마도 실제로,
강아지를 키우시는 분들은, 혹은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게 되는 분들은
이 퍼스펙티브의 전환이 잘 될 것 같네요. 일종의 샤먼으로서요.
그게 잘 키운다, 함께 지낸다의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공상(?)도 책을 읽는 방법 중에 하나니까,
책의 관점이나, 원주민의 관점을 취한 뒤, 보이는 풍경을 그려내는 것도 좋겠네요.
그럴 때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것, 전혀 다른 사물이 새롭게 등장할 테니까요.
(동일한 사물의 다른 측면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물이 있다는 '다자연주의'적 의미에서)

다음 주에는 2부로 들어갑니다.
5장과 6장을 읽어오시면 됩니다.

들뢰즈를 잘 모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싶네요.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