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6/16 숲은 생각한다 145~162쪽

작성자
rara
작성일
2020-06-16 12:23
조회
623
인류학 세미나: 2020년 6월 16일 / 발제자 : 김선미
마르셀 모스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차은경 옮김, 사월의책, 145~162쪽


기호적 농밀함

열대림의 “사고들(자기들)”은 세계를 상대적으로 더 세밀한 부분까지 표상하게 된다.
예) 열대 수종은 백사(白砂-영양분이 부족한 흰모래)의 토양에서만 자라도록 특화되어 진화해 왔다. 이런 식물은 (초식동물에 대비한) 특화된 독성화합물이나 초식동물에 대한 다른 방어수단을 발달시키도록 엄청난 선택압을 받는다.
이러한 사실은 토양의 조건 그 자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또 다른 생명-형식들, 즉 식물을 먹는 유기체라는 초식동물과 같은 또 다른 조건과의 관계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열대의 식물은, 토양조건의 차이를 증폭시켜 식물에서 이 차이를 중요하게 만드는 초식동물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토양 환경을 표상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이 다른 생명-형식들이 없다면, 토양 형태의 차이가 식물에게서 차이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또 이러한 작용은 식물에 그치지 않고 자기들의 생태학에 걸쳐서 계속해서 확산한다.
예) 타닌은-아마존에서 빈영양貧榮養 토양의 많은 식물이 초식동물에 대항하여 발달시킨 화학적 방어수단이다. 이 타닌은 낙엽더미를 미생물이 쉽게 분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강에 녹아드는데, 이것은 물고기를 비롯해서 많은 유기체에게 독성으로 작용, 결과적으로 광대한 백사 토양으로 흘러가는 강과 연합한 생태계는 많은 동물들의 삶을 길러낼 수 없고,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관계성

자기들은 사고들이며, 그러한 자기들이 상호 관계하는 양식들은 자기들이 구성적으로 기호적인 본성과 그에 수반되는 특정한 연합의 논리들에 기인한다.

하나의 언어를 구성하는 관습적인 관계적 배치 속에 놓여 있는 단어들처럼, 문화 혹은 사회를 구성하는 관계항들(관념이든 역할이든 제도이든)은 하나의 체계 속에서 그것들이 맺는 상호 구성적인 관계성에 앞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소,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네트워크, 해러웨이의 구성적인 내적-행위와 같이 탈인간적인 관계적 개념조차도 인간의 언어에서 발견되는 특수한 종류의 관계적 속성들에 기인하는 관계성에 대한 전제에 의거한다.

표상에 관한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언어에 의해 식민화되어왔는가를 고려하면 표상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적인 관계성을 비인간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인 인간적인 것 너머에 놓여 있는 것에 대해서 자기도취적으로 인간적인 것을 투사하는 것이다.

진드기의 단순성
윅스퀼 및 연구자들에 의하면 진드기는 많은 개체들을 구별하지 못한다. 진드기의 경험세계는 닫혀 있으며 “빈곤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이 단순화의 생산적인 힘을 강조하고 싶다.(아이콘적)
이러한 단순화는 살아있는 사고들에게 핵심적이며 그 산물인 자기들 사이에서 창발하는 관계들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진드기는 기생충의 매개동물이기도 하다. 포유동물들을 구별하지 못하고 무차별적으로 흡혈하기 때문에 기생충은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이동할 수 있고, 이러한 무차별성은 혼동의 한 형식이다.

범주화는 사회문화적으로 특수할 수 있고 범주화되는 것들의 독특성을 소거한다는 점에서 개념적인 폭력의 한 형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예) 언어-자연이라는 일반 명사가 세부사항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파괴한다는 것, 또 곤충이다! 라고 말할 때 우리는 존재 그 자체를 보지 못하고 범주만을 보게 된다.


알지 못한 채 알아가기

아메리가, 델리아, 루이사는 개들이 생각했던 것을 어떻게 추측할 수 있었을까?
데리다의 말처럼 우리와 그들 사이를 갈라놓는 “심연의 균열”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같은 것이 아닐까?(“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토마스 네이글은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결코 알 수 없다.

아메리가, 델리아, 루이사는 개들이 짖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절대로 확실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몇 가지 괜찮은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존재에 대한 어떤 확고한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들이 했을 추측에 대한 그녀들의 잠정적인 추측에서 출발하는 관계하기의 이론이란 대체 무엇일까?
절대적 타자성, 환원 불가능한 차이, 통약불가능성. 이것들은 관계하기에 관한 우리의 이론이 뛰어넘도록 노력해야 하는 허들로 간주된다.

“살아있는 사고”를 생각해보면 유사성과 차이는 해석적 위치에 있다.
퍼스는 “모든 사고와 지식은 기호에 의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즉 생각하는 것과 아는 것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매개되어 있다.
이것은 관계하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다양한 부류의 자기들이 관계함으로써 형성되는 살아있는 사고들의 연합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들은 살아있는 사고들의 처소(경유지)이기 때문에 단일한 자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성찰과 상호주관성은 기호적으로 매개된다. 우리는 기호들의 매개를 통해서만 우리 자신과 타자를 알 수 있다.(퍼스의 맹인의 빨간색 이론-어떤 감각을 공유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는 주장) 왜냐하면 하나의 기호가 새로운 기호에 의해 해석되는 그러한 기호적 과정을 통해서 사고와 정신 그리고 자기로서 우리의 존재 자체가 창발하기 때문이다.

맹인이 경험한 빨강색은 어떤 것일까?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개들은 반격당하기 직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에 대해 우리는 아무리 매개적이고 잠정적이며 오해하기 쉽고 그 근거가 희박하다 해도 무언가를 알 수 있다. 자기들은 사고들이 관계하는 방식으로 관계한다, 우리는 살아있고 성장하는 사고들이다.

예) 루나족의 허수아비
인간의 관점에서 맹금류를 사실적으로 표상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잉꼬의 관점에서 맹금류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상상하려는 시도다. 허수아비는 아이콘이다. 허수아비는 맹금류와 닮아 보이기 때문에 맹금류를 대신할 수 있다. 줄무늬 모양, 큰 눈, 진짜 깃털로 인해 허수아비는 잉꼬가 보기에 맹금류와 닮은 무언가를 포착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아닌 잉꼬가 허수아비와 맹금류를 혼동하는 이유다. 우리는 잉꼬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잉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추측이 잉꼬에 미칠 수 있는 효과를 통해 잉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주술화

우리가 점차 기계론적으로 세계를 보게 되면서 우리는 한때 세계 속에서 인식되던 목적성, 유의미성, 수단-목표 관계에 관한 시야를 잃고 말았다. 이제 세계속에서 더 이상 목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계는 탈주술화되었다. 세계는 문자 그대로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목적은 세계 외부의 어딘가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 끊임없이 번성한다. 그것은 생명의 영역에서 본래적인 것이다. 살아있는 사고는 미래를 추측하고 그에 따라 미래를 향해 스스로를 형상화하면서 미래를 창출한다.

나의 관심은 총칭적인 비인간들-즉 객체, 인공물, 생명 등을 등가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비인간 존재들을 자기들로 만드는 그 특유의 특성화의 관점에서 그러한 존재들과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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