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차이와반복 2장 16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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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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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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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 반복: 무엇인가 변하고 있다.

반복은 대상 안에서, 사물들의 상태 AB 안에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반면 응시하는 정신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 정신 안에서 어떤 차이, 새로운 어떤 것이 발생하는 것이다, 응시하는 정신 안에 차이나 변화를 끌어들이는 것은 반복이다.[170]
하지만 오로지 정신이 반복에서 훔쳐내는 어떤 차이를 통해서만 반복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변화[차이]의 본성은 어디에 있는가? 흄의 설명에 따르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독립적인 경우들은 상상력을 통해 용해된다. 여기서 상상력은 수축의 능력으로 정의된다.…[수축은] 기억에 의한 것도, 하물며 지성의 작용에 의한 것도 아니다. 수축은 반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수축은 시간의 종합을 이루어낸다.[170]

시간은 오로지 어떤 근원적 종합 안에서만 구성된다. 순간들의 반복을 대상으로 하는 이 종합은 독립적이면서 계속 이어지는 순간들을 서로의 안으로 수축한다. 이런 종합을 통해 체험적 현재, 살아 있는 현재가 구성된다. 그리고 시간은 이런 현재 안에서 펼쳐진다. 과거와 미래도 모두 이런 현재에 속한다. 즉 선행하는 순간들이 수축을 통해 유지되는 한에서 과거는 현재에 속한다. 기대는 그런 똑같은 수축 안에서 성립하는 예상이므로 미래는 현재에 속한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라고 가정된 순간과 구분되는 어떤 순간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순간들을 수축하는 현재 그 자체의 차원들을 지칭할 뿐이다.[171]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이 종합은 수동적 종합이라 불러야 한다. 이 종합은 구성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능동적인 것은 아니다. 이 종합은 정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모든 기억과 모든 반성에 앞서 응시하는 정신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171]

시간의 첫 번째 종합: 살아있는 현재

반복의 이념적 차원은 그 두 한계 [반복을 대상 안에서 고찰하는 경우와 주체 안에서 고찰하는 경우]사이에서 직물처럼 짜여나간다. 이때 흄은 상상력에 의해 수축되거나 용해되는 경우들이 기억이나 지성 안에서 여전히 구별되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172]
기억은 자신에게 고유한 '시간의 공간' 안에 특수한 경우들을 보존하고, 그런 가운데 이 경우들을 구별되는 경우들로 재구성한다. 그래서 과거는 더 이상 파지(把持)에 의한 직접적 과거가 아니다. 다만 재현에 의한 반성적 과거, 반성되고 재생된 특수성일 뿐이다. 이에 상응하여 미래도 역시 예지에 의한 직접적 미래로 남아 있을 수 없다. 다만 예견에 의한 반성적 미래, 지성에 의해 반성된 일반성이 되는 것이다.
이는 기억과 지성의 능동적 종합이 상상력의 수동적 종합과 중첩되고, 또 그 능동적 종합이 수동적 종합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반복의 구성에는 이미 세 가지 층위가 함축되어 있다. 먼저 즉자(卽白)의 층위가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는 반복은 사유 불가능하게 된다. 혹은 생성되고 있는 반복은 이 층위를 통해서는 단지 와해될 뿐이다. 그 다음 수동적 종합에 따르는 대자(對自)의 층위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층위에 기초한 반성적 재현의 층위가 있다. 이는 '우리에 대하여'라는 형식의 반성적 재현이며, 이 재현은 능동적 종합 안에서 성립한다.[173]
[가령 시계가 네 시를 알린다고 하자.…각각의 타종, 각각의 진동이나 자극은 순간적 정신 인 다른 타종이나 진동에 대해 논리적으로 독립적인 관계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들을 어떤 내적이고 질적인 인상 안으로 수축한다. 이 수축은 모든 회상이나 분명한 계산의 바깥에서 성립한다. 그 수축은 살아 있는 현재 안에서, 지속으로서의 이 수동적 종합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후에 우리는 그 타종들을 어떤 보조적인 공간과 파생적인 시간 안에 다시 위치시킨다. 여기서 우리는 그것들을 재생할 수 있고 반성할 수 있으며 얼마든지 양화 가능한 외부적 인상들인 것처럼 계산할 수 있다.] [173]

습관, 수동적 종합, 수축, 응시

구성적 수동성의 질서 안에서 지각적 종합들의 배후에는 어떤 유기체적 종합들이 자리한다. 이는 마치 감관들의 감성이 우리의 존재에 해당하는 어떤 원초적 감성에 의존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수축된 물, 흙, 빛, 공기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식별하거나 표상하기 전에, 심지어 그것들을 느끼기 전에 이미 수축된 물, 흙, 빛, 공기이다.
모든 유기체는 수축, 파지, 기대들이 어우러진 어떤 총합이다. 수용적이고 지각적인 요소들 안에서, 그리고 또한 내장(內臟)들 안에서 볼 때 유기체는 수축, 파지, 기대 안에 놓여 있다. 생명이 숨쉬는 이 원초적 감성의 수준에 주목해보라. 여기서는 체험된 현재가 이미 시간 안에서 어떤 과거와 미래를 구성하고 있다. 이 미래는 욕구 안에서 나타나며, 이 욕구는 기대의 유기체적 형식에 해당한다. 반면 파지의 과거는 세포의 유전에서 나타난다. 게다가 이런 유기체적 종합들은 자신을 발판으로 하는 지각적 종합들과 조합되며, 그런 가운데 스스로 심리-유기체적 기억과 지성의 능동적 종합안에서 다시 자신을 펼쳐간다(본능과 학습).
따라서 수동적 종합과 관련하여 우리는 단지 반복의 형식들을 구별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아야 한다. 수동적 종합들의 수준들, 이 수준들 사이의 조합들, 그리고 이 수준들과 능동적 종합들의 조합들을 구별하는 데까지 나아가야만 한다.[176]

우리가 유기체에까지 확장시켜야 했던 이 모든 영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흄은 그것이 정확히 습관의 문제임을 말했다.…습관은 반복에서 새로운 어떤 것, 곧 차이를 훔쳐낸다. 습관의 본질은 수축에 있다.[176]

그러나 수축은 또한 응시하는 영혼 안에서 계속 이어지는 틱-탁들의 융합을 가리킨다. 이것이 수동적 종합이다. 이 수동적 종합은 우리의 삶의 습관을 구성한다. 다시 말해서 그것이 구성하는 것은 '이것'이 계속되리라는 우리의 기대이며, 두 요소 중의 하나가 다른 요소 이후에 뒤따라올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이다. 이때 우리의 경우가 영속하리라는 확신이 생긴다. 그러므로 습관이 수축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반복의 한 요소를 형성하기 위해 다른 순간적 행위와 합쳐지는 순간적 행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응시하는 정신 안에서 일어나는 이런 반복의 융합이다[178]

우리가 습관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는 우리가 수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수축하게 되는 것은 응시를 통해서이다. 이 둘은 동시적 사태이다. 우리는 어떤 응시들이고, 우리는 어떤 상상들이다. 우리는 어떤 일반성들이고, 우리는 어떤 경쟁적 지망들이며, 우리는 어떤 만족들이다. 왜냐하면 지망의 현상은 수축하는 응시 이외의 다른 어떤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수축하는 응시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수축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리의 권리와 기대를 천명한다. 그리고 우리가 응시하는 한에서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만족을 천명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스스로 응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오로지 응시하기 때문에 비로소 실존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수축하기 때문에 비로소 존재한다. 우리는 우리가 있기 위해 먼저 있는 것을 응시하고 수축하며, 그런 가운데 실존한다.[178]

[왜 반복은 대자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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