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 『차이와 반복』 3장 4절 1,2

작성자
bomi
작성일
2022-06-26 11:35
조회
266
들뢰즈와의 마주침 세미나 ∥ 2022년6월 26일 일요일 ∥ 손보미
텍스트: 『차이와 반복』질 들뢰즈, 김상환 옮김, 민음사


4절

다섯 번째 공준: 부정적인 것으로서의 오류

분열증은 독단적 이미지를 폐기할 때만 드러날 수 있는 사유의 가능성이다.
독단적 이미지는 단지 오류만을 사유의 재난으로 인정하고 모든 재난을 오류의 형태로 환원한다. 그런데 오류는 그 자체가 어떤 공통감의 형식을 증언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의 인식 능력만으로는 결코 실수라는 것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수는 곧 한 인식 능력의 어떤 대상이 다른 인식 능력의 어떤 다른 대상과 혼동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즉 오류는 언제나 어떤 잘못된 재인이다. 오류는 그 스스로는 어떠한 형상도 지니지 않으면서도 거짓에 참의 형상을 부여하고 그러면서 진리의 충성을 서약한다. 오류는 자기 자신 안에 어떤 초월성을 함축하고 있다.
테아이테토스는 공통감, 재인, 재현 그리고 이것들의 상관항에 해당하는 오류를 한 대 아우르는 최초의 거대이론이다. 하지만 차이의 아포리아는 처음부터 이 이론의 실패를 가리키고 또 전혀 다른 방향에서 사유 이론을 탐색해야 할 필요성을 가리키고 있다. 그렇지만 (테아이테토스의 모델에서) 오류는 보편적인 본성의 사유라는 가설 안에서 자연스럽게 개진되는 부정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독단적 이미지는 사유에는 오류 이외의 다른 재난들, 유달리 개봉하기 어려운 어떤 부정적인 것들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게다가 독단적 이미지는 광기, 어리석음, 짖궂음이 오류로 환원되지 않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같음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 무시무시한 삼위일체의 힘들이 사유에 미치는 효과만이 오류와 같은 것이 되고 이 오류는 사실상의 외적 인과성들에서 비롯되는 효과들을 권리상 모두 수용한다고 간주된다. 이로부터 무미 건조한 오류 개념의 잡종적 특성이 도출된다. 따라서 우리는 독단적 사유의 권리상의 이미지에 맞서기 위해 권리적 차원에서 논의를 끌고 가야 하고 그런 가운데 초월론적, 선험적인 것과 경험적인 것에 대해 독단적 이미지가 행사하는 분배의 정당성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오류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사유의 유희가 사변적이기를 그치고 일종의 라디오 퀴즈가 될 때 뿐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아야 한다. 즉 오류는 초월론적 차원으로 임의로 확대 적용되고 임의로 투사된 어떤 사실이다. 사유의 참된 초월론적 구조들과 이 구조들을 감싸는 부정적인 것에 대해 말하자면 이것들은 아마 다른 곳에서, 오류의 형태들과는 다른 형태들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어리석음의 문제

철학자들은 오류의 개념을 어떤 다른 성격의 규정들을 통해 윤색해야 할 필요를 의식했다. 루크레티우스, 스피노자, 퐁트넬은 미신 개념을 말하는데 미신의 부조리는 오류로 환원되지 않는다. 스토아 학파에게 은둔은 광기인 동시에 어리석음이고 칸트가 말하는 내적 가상은 이성에 내재하는 가상으로서 오류의 외재적 매커니즘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천박함과 아둔함도 의지-지성의 관계에 대한 전복을 함축한다. 하지만 이들에게서도 독단적 이미지는 계속 고수되고 있었고, 따라서 오류에 대해 훨씬 풍부해진 이러한 규정들도 그 자체로 발전되지는 못했다.
비겁함, 잔혹함, 비천함, 어리석음 등은 단순히 어떤 육체적 역량들이나 개인적, 사회적, 성격상의 사실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본연의 사유 자체 속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구조들이다. (오류가 아닌 어리석음.) 어리석음이 가능한 것은 사유와 개체화를 묶어주는 연계성 덕분인데 이 연계성은 이미 사유하는 주체의 감성을 구성하고 있는 어떤 강도장 속에서 생긴다.
개체화는 본성상 모든 종별화와 다를 뿐 아니라 또 모든 종별화를 가능케 하고 모든 종별화에 선행한다. 개체화는 유동하는 강도적 요인들의 장들 속에서 성립하고 이 장들은 자아의 형성에 아예 빚지지 않는다. 모든 형상들 밑에서 이루어지는 본연의 개체화는 어떤 순수한 바탕과 분리될 수 없고 이 바탕은 개체화를 통해 위로 솟게 되며 개체화에 이끌려 간다. 이 바탕은 개체와 더불어 표면으로 올라오면서도 형상이나 형태를 취하지 않고 눈이 없지만,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개체는 바탕에서 벗어나 어떤 구별되는 형태를 취하려 하지만 바탕은 개체화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바탕은 규정되지 않은 것이지만, 규정을 계속 끌어안는 한에서 미규정적이다. 상승하는 바탕은 나와 자아에게 형태를 왜곡하고 일그러뜨리는 거울을 들이밀고 이런 바탕에서는 지금 사유되고 있는 모든 형상들이 용해되어 버린다.
어리석음은 바탕도 개체도 아니지만, 그 둘을 묶는 어떤 관계이다. 바로 이 관계 속에서 바탕은 개체화를 통해 상승하게 되지만 개체화는 바탕의 형상을 부여하지 못한다. 바탕은 사유 가능성이 가장 깊은 곳으로 침투하고, 모든 재인에도 불구하고 재인되지 않는 것을 구성하며 그런 가운데 나와 자아를 가로질러 상승한다. 소화력으로 꿈틀대는 이 수동적인 바탕 위에서는 모든 것이 폭력이 된다. 여기서는 어리석음과 짓궂음이 마녀들의 축제같이 야단법석을 일으킨다. 아마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간적인 형태들을 짓누르는 우울의 근원일 것이다.
사유 안에서 바탕은 한 인식 능력에서 다른 인식 능력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이때 바탕은 언제나 사유되지 않는 것이자 사유하지 않는 것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사유되지 않는 바로 이것은 어떤 필연적인 경험적 형식이 되어 버렸고 균열된 나 안에서 사유는 마침내 이 형식을 통해 사유되어야 할 것, 다시 말해 오로지 사유밖에 될 수 없는 초월적 요소(“우리가 아직 사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 혹은 “어리석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를 사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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