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무기들』 | 조정환 지음 | 2020.11.24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20-11-23 20:55
조회
1066


보도자료

개념무기들

들뢰즈 실천철학의 행동학

The Conceptual Arms : The Ethology of Deleuze’s Practical Philosophy

『아우또노미아』, 『인지자본주의』, 『예술인간의 탄생』, 『절대민주주의』의 저자 조정환이
실천철학, 윤리정치학, 객체행동학의 관점에서 25년간의 들뢰즈 연구를
일관되게 정리하고 결산한다.
들뢰즈 사후 25주년을 맞아 우리 시대의 삶에서
들뢰즈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되새기고 성찰하도록 하는 책!


지은이 조정환 | 정가 23,000원 | 쪽수 432쪽 | 출판일 2020년 11월 24일
판형 사륙판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아우또노미아총서 72
ISBN 978-89-6195-252-1 93100 | CIP제어번호 CIP2020046328
도서분류 1. 정치철학 2. 철학 3. 현대철학 4. 정치학 5. 인문학 6. 사회과학 7. 사회사상
보도자료 개념무기들-보도자료-ver.3.hwp 개념무기들-보도자료-ver.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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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학(ethology)은 각 사물을 특징짓는 빠름과 느림의 관계들과,
정동하고 정동되는 능력들에 대한 탐구이다.”
― 질 들뢰즈

과학은 함수를 창조한다. 예술은 감각의 기념비를 창조한다. 이들과 달리 철학은 개념을 창조하는 실천이다.
개념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철학이 권력의 지휘를 받는 사유의 공무원이기를 멈출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철학이 전쟁기계가 될 때 사유는 어떤 선을 그리는가?


『개념무기들』 간략한 소개

들뢰즈 사후 4반세기가 지났다. 그의 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기는커녕 더 생생하게 빛나고 더 많은 구독자를 얻고 있으며 새로운 철학을 파생하고 있다. 『차이와 반복』,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 『시네마』 1, 2를 비롯한 그의 주요 저작들은 이제 누구도 건너뛸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들뢰즈의 저작들은 현실 사회주의 사회들의 해체와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읽히기 시작했다. 이후 철학은 물론이고 문학, 영화, 미술, 건축, 정치 등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들뢰즈의 사유는 깊은 영향을 미쳤다. 저자 조정환은 그 25년여 동안 꾸준히 들뢰즈를 공부해 왔다. 들뢰즈의 철학적 친구인 과타리와 네그리의 공저인 『자유의 새로운 공간』(1995) 번역을 시작으로, 『현대 프랑스 철학의 성격 논쟁』(1995)을 편역하고, 『들뢰즈 맑스주의』(2005)를 번역했으며 들뢰즈의 저서들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들뢰즈 철학의 지층들과 고원들>(2007)을 강의했고 이후 수년간 <들뢰즈 집중 세미나>를 운영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들뢰즈가 스피노자의 윤리학(ethic)을 행동학(ethology)으로 읽었듯이 들뢰즈의 철학을 행동학으로 독해한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실체가 슬픔으로 정동되는 수동상태를 넘어서 기쁨으로 정동하는 능동상태로 이행함으로써 구원과 지복에 이르는 존재론적이고 인식론적인 진화과정을 서술한다. 이 책에서 들뢰즈는 이 행동학적 이행과정을 운동과 역량이라는 두 차원의 교차 속에서 규명하는 철학적 인물로 그려진다. 이 책의 각 장은, 크로노스의 시간 밑에서 아이온의 시간을 규명하고, 정념의 운동인 정서들 밑에서 정동의 떨림을 확인하고, 권력에 예속된 주체들 밑에서 전(前)인격적이고 전개체적이며 전기호적인 애벌레주체들의 우글거림을 감지하며, 이동의 속도 밑에서 이행의 속력을 식별하는 들뢰즈를 보여준다. 들뢰즈의 소수정치학은 중앙집권적 권력의 포획력에서 빠져나오는 탈영토화적 힘들의 도주역량과 그것들의 공통되기의 지도를 그리는 정치학으로 서술된다.

이 책에서 들뢰즈의 존재론적 행동학은 자본의 스펙터클 공간 속에서 그것에 대항하면서 다중이 구축해 낼 공통장의 얼개를 그려내는 지침으로 사용된다. 들뢰즈 이전에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이었던 대안운동의 이념은 사회주의였다. 그것은 전위와 대중,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이라는 두 성분의 결합을 추구하되 전자의 관점과 입장을 중심으로 그 결합을 추구했다. 그 결과 그것은 점점 위로부터의 사회주의 정당에 의한 대중의 장악과 동일시되어 갔다. 이 책은 들뢰즈의 실천철학 속에서 이 전통적 관점을 역전시킬 경로, 즉 위에서의 좌파정치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소수정치적 섭정이라는 실천방략을 모색한다. 아래로부터의 섭정이란 다중의 소수정치가 좌파정치를 전략적으로 규정하고 좌파정치가 소수정치의 전술단위로서 기능하는 관계 구도에 대한 정치적 상상이다. 이 책은 동역학과 운동학의 결합을 사유하되 동역학을 중심으로 운동학을 사유하는 들뢰즈의 실천철학이 우리에게 이러한 정치적 상상을 밀고 나갈 다양하고 유효한 개념무기들을 제공함을 명료한 언어로 밝혀 보여준다.


『개념무기들』 상세한 소개

들뢰즈의 세기로 기억되기 시작한 것은
푸코의 예상과는 달리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5년 11월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함으로써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무리했다. 『차이와 반복』, 『천 개의 고원』, 『안티 오이디푸스』, 『푸코』, 『경험주의와 주체성』 등 그의 많은 저작들은 철학, 정치학, 사회학, 미학, 예술 등의 학문분과들에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운동들과 전 지구적 다중의 정치적 상상력에도 꾸준히 영감을 주고 있다.

이렇게 질 들뢰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뚜렷하게 21세기의 시대정신, 대안세계화의 정신적 지주로 부상하고 있는 철학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언젠가 이 세기(20세기)는 들뢰즈의 날들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책 『개념무기들』이 보여주듯이 들뢰즈의 세기로 기억되기 시작한 것은 푸코의 예상과는 달리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들뢰즈는, 역사 속에서 사회주의로 수렴된 맑스의 과학(정치과학)이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실추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러니한 역사적 순간에 철학(정치철학)의 고유성을 다시 주장한다. 들뢰즈는 당시 일부 논자들이 주장하였던 ‘형이상학의 죽음’이나 ‘철학의 초극’이라는 말들을 ‘부질없거나 듣기 거북한 허튼소리’로 평가하였다. 그러면서 감각의 기념비를 구축하는 예술이나, 변수들 사이의 함수관계를 발견하는 과학과는 달리, 개념을 창조하는 것에 철학의 본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과학은 함수를 창조한다. 예술은 감각의 기념비를 창조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과학과 예술과 달리 철학은 개념을 창조하는 실천이다.

개념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자유로운 활동의 ‘무기’다.

도구와 개념은 어떻게 구별되는 것일까? 이 책에 따르면 도구와 무기는 방향, 벡터, 모델, 음조, 표현 등에서 구분된다. 무기는 단순한 파괴 도구가 아니며 속도라는 고유한 벡터를 출현시키는 행동의 기계이다. 예를 들어서 유목민이 말(馬) 같은 동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유목민은 수렵한 동물을 먹어 치우기보다 그것을 키우고 조련하여 달리게 함으로써 그것의 속력을 보존한다. 이로써 인간은 빠르게 달리는 동물로 되고 여기에서 애초의 동물은 모터로 기능한다. 이런 방식으로 전쟁기계의 무기는 중력, 이동, 중량, 고도 등의 체계가 아니라 속력에 의거하는 영구 운동체적 배치 체계로 조직된다. 개념이 바로 유목민의 말과 같이 우리들의 무기로 배치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들뢰즈의 개념무기들

들뢰즈는 철학사를 섭렵하면서 차이, 다양체, 내재성, 카오스 등의 개념을 발명하고 이를 통해 칸트가 사유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했던 ‘물 자체’(Ding an sich)를 사유 가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감각 가능하도록 만들 개념들을 채굴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들뢰즈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라는 20세기 후반의 냉전 변증법과 그 냉전적 체제에 대항하고 또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개념무기들을 벼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21세기의 우리들에게 들뢰즈가 제공하는 개념무기들은 어떤 것인가? 이 책에 따르면 들뢰즈는 인지적 차원에서 잠재적으로 공통적인 관계를 사적 소유와 금융적 수탈의 제도하에 종속시킴으로써 양극화된 몸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의 인지자본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 잠재적 공통관계를 현실화할 새로운 공통몸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우리의 관념을 그 구성활동에 적합한 것으로 변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사유할 주요한 개념무기들을 제공한다. 이 책 『개념무기들』은 지배적인 사유의 이미지를 절단하여 새로운 개념들을 빚어내는 들뢰즈의 철학공장에서, 우리 시대의 삶에 적합하고 유용한 개념무기들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철학자는 국가의 공무원이나 군인이 아니라 민중의 도래를 촉진하는 전사이다.

윤리학(ethics)의 핵심은 행동학(ethology), 즉 생태정치학(ecological politics)이다.

이 책 『개념무기들』의 부제는 “들뢰즈 실천철학의 행동학”이다. 들뢰즈는 행동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재성의 평면 위에서 분자들의 빠름과 느림의 결합인 속도관계(경도)와 정동하고 정동되는 내포역량(위도)에 대한 연구, 다시 말해 상이한 사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들과 역량들의 결합에 대한 연구가 바로 행동학이라고 말한다. 행동학의 관점에서는 정동들이 사물을 위협하는가 가속하는가, 독이 되는가 영양분이 되는가, 보다 연장된 새로운 관계, 보다 강력한 역량을 구성할 수 있는가 없는가, 더 폭넓고 강력한 세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빠름과 느림의 역량을 어떤 질서로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등이 문제이다. 그러므로 행동학에서 문제는 이용이나 포획이 아니라 관계와 공동체이다.

이 책 『개념무기들』은 들뢰즈가 존재의 동역학과 운동학을 식별한 후 양자를 스피노자적 윤리학(ethics)과 불가분리한 행동학(ethology)으로 어떻게 종합하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작업을 통해 이 책은 21세기에 들뢰즈 철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윤리정치적 의미를 규명하고 자본의 스펙터클 공간 속에서 그것에 대항하면서 다중이 구축해 내고 있는 공통장의 얼개를 더듬어 보고자 시도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들뢰즈의 행동학은 ‘생태정치학’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사변적 실재론의 선구자 질 들뢰즈

20세기에 질 들뢰즈 현상은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이 책 『개념무기들』에 따르면 적어도 우리는 20세기에 세 번에 걸친 들뢰즈 현상의 출현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번은 1968년, 또 한 번은 1989년, 그리고 다시 1999년이다.

1968년에 들뢰즈는 차이의 사상가로 나타난다. 1968년 전후 들뢰즈의 정치철학은 재현 비판을 거쳐 욕망의 표현으로, 욕망의 표현에서 탈물질적 의미놀이로, 다시 의미의 사건에서 계열화로 발전되어 왔다.

1968년과는 달리 1989년의 들뢰즈는 도주선의 철학자로 나타났다. 두 가지 흐름이 이것을 보여 준다. 하나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알려진 새로운 철학적·문화적 조류에 의한 위로부터의 들뢰즈 전유에서이다. 또 하나는 아래로부터의 들뢰즈 전유에서이다. 이 흐름은 자본 이동보다 이민자들, 이주민들, 청년들 등 새로운 사회적 주체성들의 등장을 강조하면서 기존 질서로부터의 이탈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들뢰즈로부터 읽어내려 한다.

1999년의 들뢰즈는 시애틀의 들뢰즈, 즉 리좀과 네트워크의 정치철학자로 나타난다. 하트와 네그리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권력의 네트워크화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다중의 네트워크 투쟁을 그려냄에 있어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을(맑스의 『자본』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참고문헌으로 삼았다. 만국 자본가의 다수적·수목적 연합과 만국 다중의 소수적·리좀적 연합의 이중화라는 대립적 형상을 제시한 바 있는 들뢰즈는 이제 맑스주의의 전지구적 혁신을 주도하는 21세기적 인물로 나타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서 일어난 들뢰즈 붐은 1980년대의 레닌주의 붐에 비견될 정도였다. 들뢰즈의 득세가 전통적 좌파운동의 약화를 가져왔는지, 아니면 전통적 좌파운동의 약화가 새로운 대안 모색으로서 들뢰즈의 득세를 가져왔는지를 판별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정치뿐만 아니라 문학예술(‘소수문학론’), 역사(‘대중독재론’), 신학(‘해방신학론’), 철학(존재론과 형이상학), 영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들뢰즈의 사유는 확산되고 전염되었다.

그리고 최근 사변적 실재론, 신유물론을 통해 들뢰즈가 다시 객체와 실재론, 그리고 유물론의 철학자로 다르게 반복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1968년 전후의 첫 번째 반복과 유사하게 차이의 존재론과 형이상학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면서도, 2008년의 전 지구적 경제위기의 충격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차이를 물질, 객체, 기계 등으로 재해석한다. 『개념무기들』에 따르면 객체지향존재론은 들뢰즈 없이는 불가능했다. 들뢰즈는 이미 현실적인 것(the actual)과 잠재적인 것(the virtual)은 모두 실재적인 것(the real)임을 자신의 작업을 통해 규명했다. 이 책 『개념무기들』에 따르면 객체는 존재론적 차이이고 욕망하는 전쟁기계다.


책의 구성

1장 「서론」은 이 책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안내 글이다. 「서론」은 들뢰즈 철학의 진화 과정을 그의 주요 저작들을 중심으로 한 연대기적 역사 속에서 개괄적으로 서술한다.

2장 「기계 : 사회기계와 전쟁기계」는 들뢰즈의 기계론을 다룬다. 오늘날 사변적 실재론의 한 조류인 기계지향존재론(레비 브라이언트)에 큰 영향을 준 그의 기계론은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으로 대표되는 들뢰즈(와 과타리)의 후기 철학에서 비교적 명확해진 관점이다.

3장 「시간 : 시간의 세 차원과 두 가지 시간성」은 후기 철학에서 명료해진 기계론을 『차이와 반복』과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로 대표되는 중기 철학의 문맥 속으로 되가져가, 존재론으로서의 시간론(“존재는 시간이다.”)의 관점에서 재고찰한다.

4장 「정동 : 정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전쟁에 대한 공포, 실업과 가난에 대한 두려움, 인종 간·성별 간·계층 간 혐오, 불공정에 대한 분노 등 정서적 반응들이 이데올로기적 호소나 이성의 힘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21세기 정보 사회적 현실에서 정서로부터 정동을 구분해 내고 그것이 무엇을 할 수 있는 힘인지를 질문한다. 이 장은 현대 사회를 정보사회로 부를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정보’ 개념을 ‘정서’ 개념과의 연속성 속에서 고찰한 후, 이성과 직관이 정보와 정서의 한계를 넘어설 역량을 정동에서 구할 수 있다고 서술한다.

5장 「주체 : 탈주체적 주체되기의 형상들」은, 알튀세르의 ‘주체 없는 과정’ 철학의 다른 형태로 이해되거나 심지어 반주체의 철학으로 이해되어온 들뢰즈의 철학 속에서 주체성의 개념이 어떻게 생생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주체의 이중성이라는 관점에서 탐구한다.

들뢰즈에게는 정치학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6장 「정치·1 : 역설의 존재론과 들뢰즈 정치학의 자장」과 7장 「정치·2 : 소수정치와 삶정치」는 이러한 주장들에 맞서 그의 철학에 장착되어 있는 정치학을 규명한다. 그것이 소수정치학이다. 권력의 운동을 정치로, 그것의 공학적 논리를 정치학으로 보는 전통적 통념을 가지고 들뢰즈 철학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색다른 정치학을 지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들뢰즈는 그 고유의 정치학을 전개할 뿐만 아니라 그 고유의 정치를 실행한다. 전통적 사유의 이미지가 자유로운 차이들, 유목적 분배들, 원형과 모상에 항거하는 짖궂음들 등을 개념 안의 동일성, 술어 안의 대립, 판단 안의 유비, 지각 안의 유사성에 종속시킨다고 비판할 때 그는 이미 철학에서의 정치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8장 「속도 : 감속과 가속 너머」는 속도 문제에 대한 들뢰즈의 개념작업을 다룬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가 절박한 문제로 두드러지고 그것이 2008년 이후 전 지구적 자본축적의 위기와 맞물리면서 감속인가 가속인가 라는 속도의 문제가 여러 부문의 쟁점으로 등장했다.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운동들도 이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생태주의의 감속노선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에 맞서는 「가속주의 정치 선언」이 발표된 것은 주목을 요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 글의 필자들을 비롯한 일련의 논자들이 “경과를 가속하라”는 들뢰즈의 명제를 지침 삼아 좌파적 가속의 노선을 제기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이 장은 운동의 속도와 이행의 속력을 구분하는 들뢰즈의 속도/속력의 이론이 이 쟁점에 대해 실제로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살핀다.


지은이 소개

조정환 (Joe Jeong Hwan, 1956~)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한국근대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와 그 후신인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했다. 1986년부터 호서대, 중앙대, 성공회대, 연세대 등에서 한국근대문예비평사와 탈근대사회이론을 강의했다. 『실천문학』 편집위원, 월간 『노동해방문학』 주간을 거쳐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http://daziwon.com]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연구사, 1989), 『노동해방문학의 논리』(노동문학사, 1990), 『지구 제국』(갈무리, 2002), 『21세기 스파르타쿠스』(갈무리, 2002), 『제국의 석양, 촛불의 시간』(갈무리, 2003), 『아우또노미아』(갈무리, 2003), 『탈영자들의 기념비』(공저, 생각의나무, 2003), 『제국기계 비판』(갈무리, 2005), 『비물질노동과 다중』(공저, 갈무리, 2005), 『카이로스의 문학』(갈무리, 2006),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공저, 갈무리, 2007), 『들뢰즈와 그 적들』(공저, 우물이있는집, 2007), 『현대철학의 모험』(공저, 길, 2007), 『레닌과 미래의 혁명』(공저, 그린비, 2008), 『미네르바의 촛불』(갈무리, 2009), 『공통도시』(갈무리, 2010), 『플럭서스 예술혁명』(공저,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갈무리, 2011), 『인지와 자본』(공저, 갈무리, 2011),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공저, 갈무리, 2012), 『옥상의 정치』(공저, 갈무리, 2014), 『예술인간의 탄생』(갈무리, 2015) , 『절대민주주의』(갈무리, 2017), 『증언혐오』(갈무리, 2020), 『까판의 문법』(갈무리, 2020), 『개념무기들』(갈무리, 2020)

편역서 『오늘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C. 하먼, 갈무리, 1994), 『현대 프랑스 철학의 성격 논쟁』(A. 캘리니코스 외, 갈무리, 1995), 『소련의 해체와 그 이후의 동유럽』(C. 하먼 외, 갈무리, 1995), 『이딸리아 자율주의 정치철학 1』(S. 볼로냐 외, 갈무리, 1997), 『자유의 새로운 공간』(A. 네그리 외, 갈무리, 2000)

번역서 『변혁기 러시아의 리얼리즘 문학』(G. 루카치, 동녘, 1986), 『오늘날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A. 캘리니코스 외, 갈무리, 1994), 『오늘날의 노동자계급』(A. 캘리니코스, 갈무리, 1994), 『디오니소스의 노동 1』(A. 네그리 외, 갈무리, 1996), 『디오니소스의 노동 2』(A. 네그리 외, 갈무리, 1997), 『사빠띠스따』(H. 클리버, 공역, 갈무리, 1998), 『신자유주의와 화폐의 정치』(W. 본펠드 외, 갈무리, 1999),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J. 홀러웨이, 갈무리, 2002), 『무엇을 할 것인가』(W. 본펠드, 갈무리, 2004), 『들뢰즈 맑스주의』(N. 쏘번, 갈무리, 2005), 『다중』(A. 네그리 외, 공역, 세종서적, 2008), 『선언』(A. 네그리 외, 갈무리, 2012), 『크랙 캐피털리즘』(J. 홀러웨이, 갈무리, 2013),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H. 클리버, 갈무리, 2018)


저자 인터뷰

Q. 이 책의 가제가 ‘들뢰즈 철학의 위도와 경도’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 소개와 본문에서도 ‘위도’와 ‘경도’라는 단어가 발견되는데요, 이 책에서 ‘위도’와 ‘경도’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들뢰즈의 행동학은 운동학과 동역학이 씨줄(위도)과 날줄(경도)로 얽히는 것입니다. 객체의 내포역량(잠재력)을 살피는 것이 동역학이며 그 내포역량의 이동과 운동을 살피는 것이 운동학입니다. 이 책에서 시간, 정동, 주체, 정치, 속도 등은 모두 이 두 차원으로 나누어지는데 크로노스/아이온, 정서/정동, 권력정치/소수정치, 속도/속력 등이 그것입니다. /의 앞이 경도를, /의 뒤가 위도를 표현하는 개념들입니다. 운동학적 개념들은 동역학적 개념들과의 관계 속에 들어올 때 비로소 도구이기를 멈추고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Q. 출판 전에 이 책의 제목을 들은 몇몇 독자님들이 철학을 도구가 아니라 무기로 위치 지은 것에 대해서 새롭고 통쾌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무기’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강조하신 것은 철학이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주류 철학은 자본과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도록 조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들뢰즈는 서구의 주류 철학자가 권력에 봉사하는 ‘사유의 공무원’으로 기능해 왔다고 비판하며 이렇게 권력의 도구가 되는 철학을 왕립철학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무기는 무엇엔가에 예속되어 쓰이는 도구와는 달리 자유로운 활동을 표현하기 위해 들뢰즈가 사용하는 말입니다.

Q.독자들이 책을 직접 읽음으로써 더 많은 답을 구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와 기후위기가 지금 지구인들에게 시급한 과제로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들뢰즈 철학의 어떤 개념무기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나 기후위기는 이윤을 찾아서라면 지구 어느 구석이든 달려가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어 온 지난 수백 년간의 세계자본주의 발전이 낳는 재앙적 결과입니다. 자본주의의 지리적 장악, 사회적 지배, 인지적 통제가 계속되는 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재생에너지 사용이 확대된다고 해도 이 재앙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을 해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들뢰즈는 이러한 기술주의적 방안과는 달리 탈영토화, 도주선, 소수정치 등의 개념을 통해서 세계자본주의 권력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강조하고 리좀, 블록화, 친구 등의 개념을 통해서 도주하는 힘들의 공통되기를 강조합니다. 애벌레주체성의 속력을 가속하는 정동적 움직임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기술주의적 조치 외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기술, 자연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재편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Q. 이 책은 선생님의 25년간의 들뢰즈 연구의 결실입니다. 이 책의 몇몇 각주들에서 사변적 실재론, 신유물론, 객체지향철학에 대한 연구를 이후의 과제로 남겨둔다는 서술을 읽었습니다. 이후 선생님의 연구 방향과 차기작 작업에 대해 귀띔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변적 실재론의 한 가닥인 객체지향철학은 흐름에서 객체로, 동사에서 명사로의 전환을 주장합니다. 얼핏 보면 들뢰즈 철학의 전복과 역전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새로운 철학들은 들뢰즈의 철학과 많은 것을 계승하고 공유합니다.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이 책 『개념무기들』에서 네그리의 삶정치학과 들뢰즈의 소수정치학의 차이와 접점을 연구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존재론을 중심으로 발전되고 있는 사변적 실재론, 신유물론, 객체지향존재론 등의 새로운 형이상학들이 들뢰즈의 존재론 및 정치학과 어떤 방향에서 연결될 수 있을지를 탐구하면서 객체지향-자율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해 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 들뢰즈 실천철학의 행동학

... 우리는, 들뢰즈(와 과타리)에 의해 세공된 개념무기들을 제국 시대에 등장한 다중의 집합적 뇌의 창조적 부품으로 전환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급격하게 방향을 상실하면서 주도력을 잃고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낡은 제국질서에 맞서 특이한 차이들의 생산적 역량을 불러내면서도, 그것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빠져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질서를 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 1장 서론, 31~32쪽

영화 산업이 보여 주듯이 비물질노동은 기억, 회상, 꿈 등을 노동의 객체로 삼는다. 시간이 척도로서 부과된다는 의미에서 물질노동에 시간이 외재적이라면 비물질노동에 시간은 내재한다. 비물질노동을 통해 삶은 직접적으로 변형된다.

― 3장 시간 : 시간의 세 차원과 두 가지 시간성, 94쪽

맑스는 개념의 창조자 즉 개념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사상이 사회주의로 수렴되고 호명되면서 대중의 착용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미 만들어진 기성복처럼 간주될 때 그것은 이데올로기로 된다. 그래서 들뢰즈는 “개념들은 천상의 실체처럼, 이미 다 만들어진 채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개념들에게 천상이란 없다. 그것들은 고안되고 만들어지거나 혹은 창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4장 정동 : 정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107~108쪽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국가의 주체이며, 대중은 미디어의 주체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는 생산의 집중점인 공장의 주체이고, 시민은 시장에 의해 매개되는 도시의 주체이다. 국가, 미디어, 공장, 시장과 같은 자본의 장치들은 이처럼 각각 자신의 주체들을 통해서 영위되고 또 재생산된다.

― 5장 주체 : 탈주체적 주체되기의 형상들, 142쪽

맑스나 들뢰즈, 그리고 네그리의 사유에서 역설을 식별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역능(puissance)은 이중흐름이며 역설적인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 민중은 없다. 만약 그것이 현실적이라면 그것은 동일자로 된 민중이며 주권의 몸체로서, 자본의 마디로서 기능하는 민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스는 프롤레타리아트의 발명에 대해, 그리고 들뢰즈는 민중의 발명에 대해 끊임없이 말한다.

― 6장 정치·1 : 역설의 존재론과 들뢰즈 정치학의 자장, 253쪽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및 정통 맑스주의의 퇴조 속에서 혁명적 사유의 재구축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들뢰즈는 맑스주의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들뢰즈 자신은 ‘정통적 맑스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자신을 ‘맑스주의자’로 자처하는 양면적 태도를 취했다.

― 7장 정치·2 : 소수정치와 삶정치, 285쪽

음악은 횡단선이 소멸의 선으로 바뀔 위험을 무릅쓰면서,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다시 태어나기를 향해 도주하는 운동인데, 본질적으로 영토적인 성격의 리토르넬로가 그러한 생성적 음악에 고유한 내용의 블록을 제공함으로써 탈영토적 리토르넬로가, 그리고 리듬이 탄생한다.

― 8장 속도 : 감속과 가속 너머, 363쪽

들뢰즈의 실천철학은 이러한 덧코드화의 추상기계들을 절단하면서 탈영토화의 양자들, 연결접속들, 가속들을 방출하여 단절선과 도주선을 그리는 실제적 추상기계로 나타난다. 그는 예수, 레닌, 예언자 등을 추상기계로 보면서 예수-추상기계, 예언자-추상기계, 레닌-추상기계라고 말했는데 이제 우리는 들뢰즈의 실천철학을 또 하나의 탈영토적 추상기계로, 들뢰즈-추상기계로 부르지 않을 수 없다.

― 9장 결론, 412쪽


목차

책머리에 10

1장 서론
들뢰즈의 특이함과 전환 22
소수철학과 차이의 3차원 체계 2 3
분열분석의 정치철학 25
카오스와 뇌 28

2장 기계 : 사회기계와 전쟁기계
사회기계와 그 계보학 36
전쟁기계와 그 양의성 50

3장 시간 : 시간의 세 차원과 두 가지 시간성
가치와 시간 60
단번에 실재적 삶에서 시작하기 67
시간의 세 차원 73
두 가지 시간성 83
비물질노동과 시간, 그리고 정치 92

4장 정동 : 정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정동이론의 등장 100
정동과 정보 108
정동과 정서 116
정동과 이성 119
정동과 자기정서 혹은 직관 123
들뢰즈 정동이론의 함의 130
정동에 대한 관념들 비판 135

5장 주체 : 탈주체적 주체되기의 형상들
들뢰즈는 주체성 개념에 반대했는가? 142
들뢰즈의 주체이론의 진화 145
애매한 전구체 ― 보이지 않게 앞서 움직이라 160
분열자 ― 절단하고 연결하라 162
소수자 ― 집단적, 정치적, 탈영토적이어라 168
유목민과 장인 ― 이동하고 구멍을 파라 175
들뢰즈 주체이론의 의미 188

6장 정치·1 : 역설의 존재론과 들뢰즈 정치학의 자장
들뢰즈 현상의 세 국면 194
들뢰즈 정치학의 기초로서의 역설의 존재론 202
들뢰즈 정치학의 자장 230
들뢰즈와 삶정치학, 그리고 맑스주의의 혁신 264

7장 정치·2 : 소수정치와 삶정치
들뢰즈와 정치 280
정통에 대한 거부와 가능성의 존재론으로서의 맑스주의 282
들뢰즈의 `잠재성의 존재론' 285
네그리의 `가능성의 존재론' 299
소수정치 대 삶정치 306
자율의 정치 322

8장 속도 : 감속과 가속 너머
감속할 것인가 가속할 것인가? 326
「가속주의 정치 선언」과 가속의 이념 331
들뢰즈와 속력의 존재론 335
들뢰즈와 가속 : 문명화된 자본주의 기계와 속력 문제 344
탈영토적 가속에서 절편화 대 블록화 : 특이성들의 공통되기 353
기술적 요소와 배치의 문제 : 무기와 도구 364
가속과 주체성 : 프롤레타리아의 집합적 배치 371
무엇을 가속할 것인가? 383

9장 결론
취지와 요점 392
들뢰즈-추상기계 410
블록화, 공통화, 좌파,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섭정의 문제 412

참고문헌 415
인명 찾아보기 419
용어 찾아보기 421


조정환의 책들

『증언혐오』(조정환 지음, 갈무리, 2020)
『까판의 문법』(조정환 지음, 갈무리, 2020)

이 책 『증언혐오』(그리고 이와 동시에 출간하는 『까판의 문법』)은 2019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5년이 되는 날에 시작된 증언선 윤지오호의 침몰이라는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기울인 1년여에 걸친 집중적인 연구의 결실이다. 이 두 책은 하나의 사건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증언혐오』는 사람들을 위한 증언자의 증언증여와 증언자를 위한 후원자의 화폐증여에 의해 형성된 진실 공통장을 중심에 놓고 이에 대한 혐오의 경향이 변호사, 기자, 작가 등의 전문가 집단과 SNS 등에서 발생하는 모습을 그렸다. 『까판의 문법』은 공통장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된 이 반공통장, 즉 까판의 논리가 사회 전체의 주류 담론으로 발전하면서 공통장을 해체하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방식의 테크놀로지를 분석한다.

『절대민주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7)

군주제적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의 정치가들이 전유하고 향유해온 정치지대는 다중의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재전유되고 사회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절대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민주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민주화하며, 집회민주주의와 일상민주주의를 민주화하는 힘으로 기능할 것이다. 모든 사람의 절대적 구성역량과 헌법의지에 의한 모든 민주주의의 민주화, 이것이 촛불다중혁명이 가리키는 이정표다.

『예술인간의 탄생』(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5)

예술성이 협의의 예술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사회와 소비사회 모두를 횡단하면서, 예술의 일반화, ‘누구나’의 예술가화, 모든 것의 예술 작품화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센세이셔널한 예술종말론들이 유행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종말로 파악할 만큼 급격한 예술의 위치와 양태변화는 항상 새로운 주체성의 대두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단토, 가라타니 고진, 벤야민 등의 예술종말론들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나타난 예술적 변화를 예술종말로 파악한 과거의 관점들(헤겔, 맑스)을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다.

『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공통도시』(조정환 지음, 갈무리, 2009)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30년 역사를 신자유주의 30년 역사이자 그에 대한 대항운동 30년의 역사로 읽고자 한다. 또한 오늘날 80년 광주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미래사회를 상상하고 구축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는 전지구적 다중의 세계사적 과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광주의 민중들은 군부독재와 싸운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세계사적 투쟁을 수행했다. 그러나 1987년, 해방도시의 잠재력이 전국화되어 더 이상 지역적 봉쇄가 불가능하게 되자 자본은 전국적 해방운동들을 신자유주의적 혁신도시 건설, 다시 말해 메트로폴리스의 지역클러스터 구축의 동력으로 전용하였다.

『미네르바의 촛불』(조정환 지음, 갈무리, 2008)

2008년 촛불 현장에 참가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의 기록이자 그것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을 담은 책으로, 2008년 5월 2일부터 지난 1년 동안 수백만의 사람들이 참여한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촛불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규명한다. 이 책은 촛불봉기의 새로움이 무엇이었던가를 맑스의 노동이론, 푸코의 삶권력론, 들뢰즈의 잠재력론, 네그리의 다중론을 통해 조명한다. 또한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촛불의 관점에서 조명하면서 촛불을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주체성으로 정의한다.

『아우또노미아』(조정환 지음, 갈무리, 2005)

지난 10여 년간에 걸쳐 네그리에 대해 연구해 온 정치철학자 조정환이 펴낸 세계 최초의 네그리 사상에 관한 연구서이자 네그리 사상을 체계적이고 쉽게 소개하는 입문서이다.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표지를 클릭하세요)

『들뢰즈 사상의 진화』(질 들뢰즈 지음, 갈무리, 2004)

들뢰즈의 사상을 초기 저작부터 후기 저작까지 일관되게 분석하여, '제국' 이론과 '다중' 이론의 철학적 뼈대를 찾아간다. 저자는 들뢰즈의 철학사상과 사회사상의 발전을, 그의 철학적 핵심을 지배하는 비판적 문제의식들의 발전으로 시기별로 치밀하게 추적한다. 베르그송, 니체, 스피노자라는 현대 철학의 계보학에서 초기의 들뢰즈가 받은 영향들을 뿌리부터 살펴보며, 이를 후기 들뢰즈의 저작과 연결시키면서 살펴본다. 1부에서는 들뢰즈의 철학적 도제수업의 여정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들뢰즈와 가따리의 저작들을 들뢰즈 초기 사유의 궤적과 연결지으면서, 현대의 사회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서술한다.

『들뢰즈 맑스주의』(니콜래스 쏘번 지음, 갈무리, 2005)

들뢰즈의 소수정치(학)과 맑스의 자본주의 동학 비판 사이의 정치적, 개념적, 문화적 공명점들에 대한 비판적이고 도발적인 탐구인 이 책은 들뢰즈를 부재하는 책, <맑스의 위대함>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첫 번째 책이다.이 책은 첫째로 소수정치학, 소수적 관점에서 들뢰즈, 맑스, 네그리를 독해한다. 둘째로 들뢰즈가 맑스를 다루는 특유한 방식을 고찰한다. 셋째로 들뢰즈의 텍스트들 속의 잠재적 맑스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들뢰즈의 텍스트들 외부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고찰한다.

『비물질노동과 다중』(질 들뢰즈, 조정환 외 지음, 자율평론번역모임 외 옮김, 갈무리, 2005)

‘신자유주의, 정보사회, 탈산업사회, 주목경제, 신경제, 포스트 포드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응답을 한 권에 엮은 책. ‘물질노동이 헤게모니에서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로의 노동형태 변화를 주요 현상으로 지적하고, 비물질노동의 두 축인 정동노동과 지성노동을 분석한 후, ‘다중’이라는 새로운 주체성의 형성에 비물질노동이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1부에는 ‘정동’에 관한 질 들뢰즈의 연속 강의, 2부에는 마우리찌오 랏짜라또와 삐올로 비르노의 글을 실었다. 3부에서는 새로운 주체성, 미적 생산, 시간의 재구성의 문제를 실마리로 비물질노동 개념을 발전시켜 보려는 우리 나름의 이론적 개입을 담았다.

『현대 프랑스 철학의 성격 논쟁』(알랙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이원영 옮김, 갈무리, 1995)

알뛰세의 구조주의 철학과 포스트구조주의의 성격 문제를 둘러싸고 영국의 국제사회주의자들 내부에서 벌어졌던 논쟁을 묶은 책. 마르크스주의의 발전을 위해 알뛰세의 구조주의적 철학 개념의 일부를 수용해야 한다는 캘리니코스의 입장과 알뛰세의 구조주의 철학과 그것의 유산으로서의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은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을 위해 필요한 주체성 개념을 억압하는 반(反)마르크스주의 철학이라고 보는 존 리스, 피터 빈스 등의 입장이 논쟁의 두 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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