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스타일 블로그 / 2016.3.27.] 골목에 솟아난 한덩어리의 건물

독립공간 뿔
작성자
다중지성의정원
작성일
2018-02-19 21:16
조회
1198

골목에 솟아난 한덩어리의 건물


* 이 글은 2016년 3월 27일 하우스스타일 블로그에 게재되었습니다. 아래는 본문의 일부입니다.


전문을 보시려면
http://blog.naver.com/hausstyle/220666441901




[갈무리출판사 독립공간 '뿔']이라는 정식명칭을 갖게 된 이 자그마한 건물은 한 덩어리로 빚어진 건물이다. 워낙 작은 땅에 꽉 채워진 프로그램이 요구되는지라, 무리하게 지하공간까지 계획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주변 건물들이 왜 다 지하가 없나 했더니, 땅 파 보고서 알았다. 이 지역은 지하에 물이 모이는 곳이었던지, 지하에서 솟아나는 물을 막기 위한 별도의 토목공사가 선행되어야 했다. 당연히 비용도 증가한다. 건축주, 멘붕이 오기 시작.
빠듯한 예산에서 시작했지만, 그런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는 것이 좋은 건축이라며, 건축주의 입장으로 감정이입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건축가도 같이 멘붕. 벌어진 일에 대해서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래도 책임의 끝에 자신이 서 있음을 잘 아는 건축주와 건축가는 저 뿔의 두 다리처럼, 프로젝트를 받치는 튼튼한 기둥이었다. 좋은 건물의 뒤에는 좋은 건축가는 물론 대개, 좋은 건축주가 있다.



나는 이 장면이 이 건물의 핵심이라고 보여진다. 이 땅에서 허용된 면적 모두를 채운 다음, 쓰지 못할 짜투리면적이 남았는데 건축가는 이것을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뿔'로 살려내었다. 단순히 공간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없었다면 이 건물이 존재하였을까 싶은 것으로 말이다.
3층은 이 건물의 주인이자 '다중지성의 정원'을 통해 인문학 강독을 이어가는 갈무리의 정신, 조정환 선생님의 집필실이다. 책을 가득 담은 뿔은 인문학의 정신과도 같이, 단지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