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엔 3장 <악에 관한 편지들>을 읽었습니다.

스피노자의 '악'론에 핵심은 "악은 아무것도 아니다"입니다.
들뢰즈의 표현처럼,
존재는 선악을 넘어서 있기 때문에, (혹은 존재의 결합/구성은 선악을 넘어서 있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가 생겨나고 작용하고 살아가는 모든 행위에는
그 자체로 실정적인 악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곧 우리 자신에게 '나쁜 것'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신이나 존재의 관점에서는 악이 없을지라도,
우리 자신의 관점에선, 우리의 존재를 지속하기 위해서 선/악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관점의 선악을 본질적인 선악으로 환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동시에 본질적인 악이 없으니 우리가 구분해야할 선악도 없다고 이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적 태도는 여기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이고 실정적인 선악이 없는 세계 속에서
자신의 선악을 분별하며, 내 존재를 더욱 확고하게 지속할 수 있는 선을 이성적으로 추구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물들을 도덕적 심판이나 선악의 잣대로 덮어씌우지 않고,
그 사물들의 내재적 가치를 이해하며 이를 통해 자신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자기 존재를 확보해나간다는 것.

이것이 스피노자의 윤리학적 방향이 아닐까 싶네요.
이 의미를 좀 더 고민해봐야겠네요.
이러한 세계상과 선악의 관점이,
우리에게 어떤 자유와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요.

다음 주에는 5장과 6장을 읽습니다.
내용은 쉽지 않지만 찬찬히 읽으면 의미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