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고원

작성자
floor
작성일
2019-05-15 16:24
조회
77
농업 공동체들을 덧코드화하던 고대의 제국적 국가들은, 최소한 이 공동체들이 일정한 생산력을 발달시키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그 공동체를 덧코드화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국가가 비축물을 축적하고, 전문 장인(야금술)을 유지하고, 서서히 공적 기능을 발생시킬 수 있을 정도의 잠재적 잉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고대국가를 “생산 양식”과 연결시켰던 이유도 이것이다. 그 공동체를 덧코드화하기 위해선 잠재적 잉여가 필요했던 셈이다.

거의 신석기 시대 이전, 구석기 시대에도 이런 제국이 존재했었다고 보고 있다. 단지 질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제국은 서로 다른 영토에서 얻어지는 야생의 종자나 비교적 순한 동물의 비축자로서, 이종 교배나 자연 도태가 가능했다. 바로 이로부터 농업과 함께 소규모지만 목축이 발생한다. 이 문제와 관련된 조건이 현저히 바뀌었는데, 즉 <비축stock, 저장>에 의해 잠재적 잉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잉여를 위해 비축(스톡)을 하는지도 모른다. 농업은 저장을 전제할 뿐이다. 국가는 <발전한 농업 공동체나 발전한 생산력>이 있을 때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직 농업 또는 야금술을 갖고 있지 않은 수렵-채집민의 환경에서 직접 등장한다.

농업, 목축, 야금술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서 창조되었다. 처음에는 국가의 고유한 지반 위에서 이러한 일을 수행한 후 주변 세계에 이를 강제해 나간다. 즉 국가가 생산 방식을 양식화시킨다. 모든 것은 자루 속의 씨앗처럼 정말 우연히 서로 뒤섞이면서 시작되었다.

진화론의 틀은 다음의 두 가지 명제를 통해 깨진다. ① 소위 원시 사회들은 국가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국가를 갖고 있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국가 형태를 저지하고 국가 형태의 결정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조직하는 등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였다는 점과. ②국가는 생산력의 점진적 발달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고, 국가가 출현할 때 그것은 도저히 환원 불가능한 전면적 절단의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진화론과 완전히 결별할 순 없다.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의 선재성과 자족성>에 대한 클라스트의 생각만 보더라도, 이 사회의 메커니즘은 이 사회가 저지하고 있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뭔가에 의해 작동하는 듯 하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원시 사회와 제국간의 공존> 문제는 역사 없는 사회나 역사에 대항하는 사회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낳게 되고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환원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모든 것이 국가일 수는 없다. 다름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국가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 없는 원시 공동체들의 자급자족, 자율성, 독립성, 선재성 등은 단지 민속학자의 꿈일 뿐이다. 국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복잡한 연결망 속에서 국가와 공존하고 있었을 뿐이다. 원시 사회들은 가까운 이웃들만이 아니라 먼 곳과도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러한 관계들은 국가를 경유했을 것이다. 단지 이런 국가에 의한 포획은 단지 부분적이고 국지적이었다.

문자뿐만 아니라, 언어 활동도 먼저 서로를 이해 할 수 없는 집단들과 관계를 규정한다. 언어체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언어는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닌, 번역을 위한 것이다. 원시 국가 안에는 국가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벡터뿐만 아니라, 국가를 추구하는 경향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끊임없이 공존하고 있었다.

스톡은 <소비나 단순한 교환에 사용되지 않고 비축되는 재화>를 지칭한다. 토지가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직접적인 소비에 사용되지 않고 비축되는 재화를 뜻한다. 씨앗으로 비축해둔 곡물이 그러하다. 이 스톡은 포획의 기초가 된다. 그런데 이런 스톡은 잉여가 있기에 존재 가능하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생산력 발전이 수확의 증가로 이어지고, 그 수확에서 당장 소비하지 않아도 될 잉여생산물이 존재하게 될 때, 그것이 스톡이 되고 재산이 되며 사적 소유를 낳는다고 말을 한다.

그렇다면 스톡이 먼저일까 잉여가 먼저일까 하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아마도 처음에는 우연히 이루어졌을 이종교배. 선별을 가능케 했던 것은 씨들의 스톡이었고, 상이한 영토들로부터 유래하는 상대적으로 길들여진 동물들의 스톡이다.” 이러한 이종교배와 선별이 <농경과 소규모 목축을>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잉여를 생산 할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만약 시간이 남고 힘이 남아도 혹은 생산력이 남아도 자신이 소비할 것만 생산하고 생산하는 것을 그쳤다면 잉여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사실 <잉여>라는 것은 사용하지 않을(효용이 없을) 물건의 비축이 <또 다른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배치>속에서만 생산될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스톡이 잠재적 잉여를 전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스톡이 전제되어야만 잉여가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잉여 생산물과 국가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농경이 가능 하려면 적절한 경작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동 생산 조직이 있어야 가능하다. 더구나 농업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협업에 의한 생산력의 비약이 있으려면 적절하게 편제될 수 있는 다수의 경작지가 전제되어야 하고, 공동경작을 위한 여러 가지 작업에 필요하다. 이는 <직접적 소비만이 목적인 배치>와는 완전 <다른 배치>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농경은 직접적인 효용을 추구하는 배치에서 벗어나 스톡이 존재하는 그런 배치를 이미 전제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돌아와 질문을 하자면, 농업과 같은 생산 양식이 먼저일까 국가가 먼저일까? 잉여보다 스톡이 먼저이고, 농업보다 도시가 먼저이고, 잉여나 생산 방식보다 국가가 먼저 라고 말 할 수 있다. 국가를 전제하는 것은 글뿐만 아니라 <말하기와 언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이야기는 다시 뒤에 하자. 국가는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그래서 니체가 말했던 <국가의 가설>을 지지해야 할 듯 하다.

도시는 소읍을(농촌) 경과하지 않고 농업을 창조한다, 그리고 유목민은 정주민보다 먼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목만의 삶>은 하나의 운동이며, 정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되기>였다.. 이때 정주 생활은 <유목적 삶>을 고정시키는 하나의 정지 상태가 된다. 가장 오래된 유목적 삶의 민족을 살펴보아도, 그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정주 생활을 포기하고 최초의 이동 경로를 통해 유목적 삶을 시작하였다.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유목민은 유목 공간을 점유하거나 채우는 전쟁 기계, 즉 이 <유목 공간을 없애버리려는 경향을 가진 도시나 국가들> 에 맞설 수 있는 전쟁기계를 발명했던 것이다.

원시인들이 가지는 국가 저지 메커니즘은, 그들이 자율적이 되고서나 즉 유목적 기계형태로 나타나서야 국가에 맞서 반격을 가할 수 있었다. 이런 변화는 시간상의 연속적 진화는 아니다. 여기에는 원시 사회, 저기에는 국가, 또 다른 곳에는 전쟁기계를 국지화하는 지그재그 운동이 위상학적인 장소를 거친다. p829

유목민들은 물론 원시인들도 오직 <되기> 속에서만, 즉 상호 작용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역사는 그저 다양한 종류의 <되기의 공시적 공존>을 연속적으로 번역할 뿐이다. 어떠한 준비 단계가 있고 그 다음에 국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국가는 언제나 이미, 거기 아님 다른 곳에 또는 바로 곁에 존재한다. 이를테면 최소한 <채집민-수렵민들>이 진정한 원시인이며 이들이 국가형성을 위한 기반 또는 최소한의 전제 조건을 이룬다고 말할 순 없다는 이야기다.

전도된 인과율은 합목적성을 가지지 않으며 그것은 미래가 현재에, 또 현재가 과거에 작용하는 선취된 잠재능력이다. 이것은 오늘날 인간 과학에는 없으며, 물리학이나 생물학에서나 볼 수 있다. 그래서 현재의 맥락에서도, 신석기 시대 구석기 시대에서도 일단 <한번 출현한 국가>는 출현하기 전부터 이미 원시 사회들이 그 존속을 저지하는 현실적 한계로서 또는 이 사회들이 수렴되어가지만 자기-소멸 없이는 도달할 수 없는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이 사회들 속에는 국가를 향하는 벡터들과 국가를 저지하는 메커니즘이 동시에 존재하고, 접근할수록 멀리 물러나고 밖으로 비켜가는 수렴점이 존재하고 있다. 저지한다는 것은 선취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가가 실제로 출현하는 데에는 환원할 수 없는 우연성이 개입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에는 그것이 이미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까지가 포함된다. 일단 국가가 출현하게 되면, 국가는 <수렵인- 채취인>에게 반작용을 미치며, 그들에게 농업 목축업 확대된 분업 등을 부과한다. 국가는 원심파 또는 방사파 형태로 작용한다. 그러나 출현하기 이전에 이미 국가는 <수렵 채취인>의 수렴적 내지 구심적 파동이라는 형태로 작용하고, 이 파동은 기호들의 전도 내지 국가의 출현을 초래하는 그 수렴점에서 스스로를 소멸시킨다. 최후의 것에 대한 평가를 <예견을 구성하는 극한>으로 만드는 것이고 그 최후의 것이 문턱 내지 최종적인 것(새로운 배치)이 되지 못하게 격퇴하는 것이다.

<국가 이전의 원시인들>과 <원시인들 이후의 국가>라는 역방향의 두 가지 운동이 동시에 공존 함을 생각해봐야 한다. 마치 서로 배제하거나 시간적으로 연속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파도가 <미시 정치학, 미시 논리학>이라는 분자적 장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것처럼 말이다.

P830 중앙 권력의 형성을 저지하는 집단적 메카니즘이 있는데, 중앙 권력은 <문턱 또는 정도>에 따라 성립되는 양상이 달라진다. 이것을 넘어서면 예견되는 것이 실제로 성립되고 (그것은 고름의 문턱이다), 넘어서지 못하거나 저지되면 더 이상 그런 상태를 벗어나 마침내 현실에 도래하게 된다. 문턱을 넘는 것은 진화적 결과로 넘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턱은 문턱을 넘지 못한 것들과 공존한다. 도시와 국가는 아무리 보완적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도시혁명과 국가혁명은 동일한 형상을 띠지 않는다. 여기서 국가는 영토적 국가이고, 도시란 이런 국가 내부에 있는 것이기에 두 개를 대비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영토적 국가는 지배적이지 않았고 차라리 도시들이 독립적 국가의 이루거나 도시 동맹체 형태의 국가를 이루며 광범위하게 존재했다.

<궁정- 사원 시스템>과 <시민-도시 시스템> 은 모두 도시가 있으나 전자에서의 도시는 궁정 또는 사원의 확대일 뿐이고 그것은 수도에 차라리 가까우며, 후자에서의 도시는 좀 더 구체화 된 것이며 이 도시는 대도시이다. 도시의 형성은 진화가 아니고 공존하고 있는 두 고름의 문턱이 중요하다.

A.도시는 도로의 상관물이다. 도시는 오직 순환과 회로의 기능으로서만 존재한다. 도시를 만드는 회로 또는 도시가 만드는 회로상의 특이점이 바로 도시이다. 도시는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들의 빈도를 요구한다. 도시는 모든 물질을 집중시키는 극화 작용을 촉발한다. 도시는 수평선 위를 따라 다양한 장소를 거쳐 나가는 흐름(문)을 유발한다. 도시는 다른 도시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횡단적 고름 현상 또는 그믈망이다. 탈영토화의 문턱이다. 어떤 재료건 이러한 연결망 속으로 들어가 극화 작용을 거쳐야 하고, 도시와 거리에 의한 재코드화의 회로를 둘러싸려면 충분히 탈코드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의 탈코드화는 아테네나 베니스와 같은 연안의 상업 도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도시의 상업적 성격은 강조되어 왔지만 수도원이나 사원-도시들의 연결망에서는 정신적인 것도 될 수 있다.
도시는 온갖 종류의 점-회로의 조합으로서 수평선 위에서 대위법을 이룬다. 도시는 도시에서 도시로 통합되어 나가는데 하나 하나의 도시가 중앙 권력을 형성하지만 그것은 극화 작용과 중간에서 이루는 중앙권력이자 불가피한 조정을 위한 권력이다. 도시 권력은 그 형태가 무엇이든지 모두가 평등하다. 도시 권력은 국가의 관료제와는 다른 관직 제도를 발명했다. 하지만 이것도 폭력일 뿐이고 단지 어느쪽이 더 큰 시민적 폭력인가 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B.국가는 이와 다른 방법으로 나아간다. 국가는 내적 고름 (내-일관성) 현상이다. 국가는 다양한 점의 집합을 공명시킨다. 국가는 <함께 공명하는 점>들을 만드는데, 이 점들은 필경 도시- 극들만이 아닌 대단히 다양한 배열의 점들로서, 지리적 민족적 언어적 도덕적 경제적 기술적 특수성들이 매우 다양한 점들이다. 국가는 다양한 점의 집합을 공명시킨다 그것은 도시가 촌(시골)과 공명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성층작용(지층화)에 의해 작동하는데. 수직적 위계적 집계를 형성하고 이 집계는 수평선들을 깊이의 차원으로 걸어놓는다. 국가는 이런저런 요소들을 취하지만 이는 그 요소들과 이제는 외부적이 된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들을 단절시킴으로써만, 그 관계들을 완만하게 하거나 통제함으로써만 그 특정 요소들을 계속 소유할 수 있다. 국가가 자기 자신의 공명(순환)을 가진다면 그것은 일차적으로 공명에 의존하는 내부 회로(내적 순환)이며, 네트워크의 나머지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회귀의 지대, 다른 연결망과의 관계에서는 독립된 반복의 지대일 뿐이다. 국가에서는 하여간 탈영토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 탈영토화는 영토 자체가 대상이 되어서 그리고 영토가 지층 형성과 공명의 재료가 되어서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국가는 하나의 언어에 다른 모든 지방언어들이 공명하게 만들고, 하나의 민족적 정체성에 다양한 지역적 지리적 습속들을 공명하게 만들고, 하나의 시장, 하나의 경제로 국지적인 시장과 경제를 통합한다. 국가에도 순환과 유통이 존재하지만 이는 영토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순환이다. 네트워크를 형성하지만 외부로부터 자신만의 영토를 분리하여 만들어지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국가의 중앙 권력은 계층적인데 하위의 것을 종속시키는 방법을 통해서만 분리시킨 것을 재통합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심은 한 가운데가 아니라 정상에 있다. 국가의 다양성은 도시의 다양성과 다르다. 도시가 <도시들이 만드는 수평적 선들의 연결망>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거에 반해 국가는 깊이의 차원에서 하나 하나가 다른 층과 구별되는 종단면의 층의 수만큼이나 많이 존재한다. 모든 국가는 국지적 통합이 아니며 전면적인 통합이다. 빈도가 아니라 공명의 잉여 작용이다. 중간에서의 극화 작용이 아니라 영토의 성층작용의 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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