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7/31 플라톤 대화편 『크라튈로스』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7-31 18:57
조회
386
삶과예술 세미나 ∥ 2020년 7월 31일 금요일 ∥
텍스트: 플라톤 『크라튈로스』, 천병희 옮김, 숨, 2019

1.이름의 올바름을 고찰하는 두 가지 목적

ⓐ 이름들을 고찰하는 첫 번째 목적 : 헤르모게네스(이름의 올바름은 자연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규칙과 관습에 따르는 것이라는 주장)를 설득.
도입부에 소크라테스는 크라튈로스(자연주의)주장을 지지하며 헤르모게네스에게 "사물에는 본래의 이름이 있으며, 누구나 다 이름의 제작자가 아니라 각 사물의 본래 이름에 주목해 그것의 형상을 문자와 음절에다 구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름의 제작자"라고 말한다. 헤르모게네스는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말을 반박하지도, 그렇다고 선뜻 수긍하지도 못한다. 그는 이전의 생각을 갑자기 바꾸기란 쉽지 않은 것이니 "이름의 본래적인 올바름"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좀 더 알려달라고 청한다. 소크라테스는 헤르모게네스의 청을 받아들이는데 다만 그것은 함께 할 때 가장 좋은 것이라 말하며 특유의 문답법으로 이름들의 올바름을 고찰하기 시작한다.

ⓑ 이름들을 고찰하는 두 번째 목적: 이름의 올바름을 감독.
이름을 짓는 것은 각 사물의 본성에 주목해 그것의 형상을 문자와 음절에다 구현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그런데, 이때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지어진 이름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또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름의 감독관은 이름제작자(입법자)가 아니라 그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여기서도 사용하는 사람 누구나 다 감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문답법에 능한 사람들만이 그 이름의 올바름을 판별하며 입법자를 감독할 수 있다. 따라서 소크라테스가 헤르모게네스와 함께 문답을 나누며 여러 이름을 고찰하는 과정은 사실상 그 올바름을 검증하며 입법자를 감독하는 것이기도 하다.
- 호메로스의 작품 속 인명, 신명 고찰
- 우주론의 어휘들을 통한 이름들 고찰
- 윤리적 의미를 담은 이름들 고찰
- 최초의 이름들에 대한 고찰
이름을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존재하는 모든 이름이 올바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내포한다. 사물의 본성에 따라 이름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만들어진 이름이 모두 올바른 것은 아니라는 이 주장은 소크라테스가 대화편 후반부에 크라튈로스(자연주의-소피스트)를 비판할 때 다시 중요하게 등장한다.


2. 괴물의 이름

"훌륭한 사람은 훌륭한 사람의 아들일 것이며, 잘생긴 사람은 잘생긴 사람의 아들일 테고, 그 밖의 다른 경우도 모두 마찬가지일 걸세. 따라서 괴물이 태어나지 않는 한 모든 종에게는 같은 종이 태어날 것이며, 그렇다면 그것들은 같은 이름으로 불러야 할 걸세. (366) "
"본성에 맞게 태어난 자들에게는 당연히 낳아준자들과 같은 이름을 붙여야 할 걸세. (367)"
"본성을 거슬러 괴물로 태어난 자들은 어떤가? (...) 예컨대 훌륭하고 경건한 사람에게 불경한 자식이 태어난다면, 그는 아버지의 이름이 아니라 자기가 속하는 종의 이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368)"

시몽동은 생명 현상 중에 유성생식을 아주 중요한 주제로 다룬다. 유성생식의 출현은 곳 죽음의 출현이기도 하다. 유성생식을 하지 않는 군체(대표적 예: 산호)에게 죽음은 없다. 이런 면에서 엄밀히 말해 군체는 개체와 다르다.
유성생식은 생명에 연속과 단속을 동시에 부여한다. 토끼는 토끼를 낳는다. (연속) 토끼 엄마와 토끼 자식은 다른 개체다. (단절, 불연속) 조건에 따라 연속성이 강화될 수도 있고, 불연속이 강화될 수도 있다. 돌연변이의 출현은 극단적인 단절의 예이고 그 자체로 새로운 종의 출현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는 종의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종의 단절이 있을 수 있음을 동시에 말한다. 아버지와 전혀 다른 자식이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괴물, 즉 돌연변이의 출현은 그야말로 창발의 순간이고 더불어 새로운 이름이 탄생하는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것을 새로움의 출현으로 보기보다는 "진짜 애아빠가 누구지?" 물으며 다른 기원(본성)을 찾는다.


3. 최초의 이름들

최초의 이름들은 모든 이름들의 기본요소들이다. (428)
이름의 올바름을 분석하며 의도한 것은 존재하는 것들이 저마다 어떤 본성을 지니고 있는지 밝히는 것이었다. (429)
이름은 모방의 대상을 목소리로 모방아는 것이고, 어떤 것을 목소리로 모방하는 사람은 자신이 모방하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431)
이름은 어떤 종류의 모방인가? (431)
사물에는 어떤 자질(빛깔, 무게 등)들이 있듯이, 어떤 본질도 있다. 이러한 본질을 자모와 문자로 모방할 수 있는 사람이 입법자(이름 짓는 사람)이다. (432)
자모와 문자를 이용해 사문의 본질을 모방하는 방법 (433~434)


4. 우월한 이름, 열등한 이름

소크라테스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있어서는 분명 자연주의의 입장이다. 즉, 사물의 이름은 인간들 사이의 합의나 규칙 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 실체인 사물의 본성에 기인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다만 그가 크라튈로스와 대립하는 지점은 '이름' 중에 올바른 이름과 거짓이름이 있느냐 아니냐 하는 지점이다. 소크라테스는 참인 이름과 거짓인 이름이 있다고 주장하고 크리튈로스는 사물의 본성에 기인해 이름이 만들어지는 한 만들어진 이름은 모두 올바른 것이라 주장한다. 거짓이름은 그냥 이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거짓은 거짓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혹은 거짓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이 질문은 <소피스트>의 중심주제로 이어진다.


5. 크라튈로스와의 대화의 결론

이름은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름을 통해 사물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이름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물 자체를 통해서도 사물에 관해 배울 수 있고 사실상 가능하다면 후자 쪽 배움이 더 훌륭하고 더 명료한 것이다. (465)
지성 있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자신과 자신의 혼을 돌보는 일을 이름들에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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