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세미나는 쉽니다

작성자
Yeongdae Park
작성일
2018-05-16 20:56
조회
850
<말과 사물> 1부가 끝났습니다.
큰 틀에서 17세기 고전주의의 "재현"적 에피스테메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일반문법과 자연사, 부의 분석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은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네요.
이 책을 읽기 전에,
17세기 문법이론이나, 자연사(린네와 같은 당시의 자연학, 식물학) 혹은 중농주의나 중상주의 등을 정리한 책을 읽고 있으면 좋겠네요.
구체적 내용을 좀 더 읽으면 푸코의 말을 좀 더 잘 이해할 것 같네요.
아니면 자연학이나 화폐이론의 역사를 공부할 때 <말과 사물>을 함께 읽어도 좋겠구요.

어쨌든 나름대로 재현적 에피스테메를 정리할 수 있겠죠.
말과 세계가 함께 상응하고 있던 16세기, 당시에는 말과 세계가 본성상 닮아있었습니다.
하지만 17세기가 들어서면서, 말과 세계는 닮음을 잃어버리고 둘 사이에는 간격이 생겼습니다.
이 간격으로 인해 이제 우리의 사유는 세계와 분리되고, 세계를 말로 '재현'하게 됩니다.
각각의 단어가 세계를 가리킬 수는 있지만,
단어와 단어의 연결, 또는 언어 전체를 가로지르는 질서는 세계 자체로부터 얻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언어는 세계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세계를 통해 지니고 있던 힘은 사라졌습니다.
무기력해졌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대신 재현된 언어 안에서 나름의 질서와 연결을 조직하고, 언어가 갖는 힘을 새롭게 부여하고 사고하기 위한 시도들이 생겨납니다.
언어에서는 일반문법으로 드러납니다.
동시에 재현이 만들어낸 간격은, 언어 외에도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 부나 경제활동을 인식하는 방식도 바꿔놓습니다.
이 분야 모두 언어의 일반문법과 동형적인 구조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자연사와 경제이론에서 흔히 알고 있는 17세기의 대립은, 물론 대립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동일한 재현적 에피스테메 위에 함께 놓여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요컨대 세계와 멀어진 언어는 무능력해지고, 이 무능력에 힘을 부여하기 위한 일련의 사고의 질서들, 이 정도로 1부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푸코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17세기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17세기 전체를 관통했던, 어쩌면 당대의 사람들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밝혀내니까,
매우 흥미진진하더군요.
물론 세세한 학문과 학자들의 내용까지도 이해했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어쩄든 이렇게 1부를 마무리하고, 다음 시간부터는 2부로 넘어갑니다.
이러한 재현적 에피스테메가 어떻게 변할지 기대됩니다.

다음 주 세미나 (5/22)는 쉽니다.
제가 참석이 어렵기도 하고, 휴일이기도 해서 순연하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 주 화요일(5/29)에 뵙겠습니다.
7장을 읽어오시고, 발제는 보미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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