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12/03 『슬픈열대』_7부_28,29장

작성자
bomi
작성일
2019-12-03 14:09
조회
640
인류학 세미나: 2019년 12월 03일 / 발제자: bomi
레비스트로스, 『슬픈열대』, 박옥줄 옮김, 한길사, 28,29장

슬픈열대 7부_남비콰라족

[28 문자의 교훈]

모험을 강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레비스트로스 일행은 그들을 데려간 부족의 우두머리에게 당장 서로의 물건을 교환할 것을 제안한다. 이때 레비스트로스는 남비콰라족이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잊고 그들에게 연필과 종이를 나누어 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남비콰라족은 (글을 쓸 줄 모름에도 불구하고) 연필과 종이를 거부하지 않고, 대신 자신들도 그것들을 레비스트로스가 사용하는 대로 쓰고자 애쓴다.

"어느 날, 그들 모두가 그 종이에다 물결치는 듯한 가로선을 그리느라 열중해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하고자 했던가? ... 그들은 글을 쓰고 있었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들이 갖게 된 연필을 나와 같은 용도에 쓰고자 애썼던 것이다. (541)"

부족 대부분의 사람은 글을 쓰려는 노력을 어느 정도 하다 멈추었지만, 부족의 우두머리만은 끝까지 글을 쓰려 노력했는데, 심지어 그는 레비스트로스에게 자신은 이미 글을 쓸 줄 알며, 자신만의 문자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듯 연기하기까지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그(우두머리)가 문자의 기능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라 말한다. 여기서 레비스트로스가 말하는 문자의 기능이란 다름 아닌 "하나의 영속적인 지배체계의 확립(547)" 이다.

<글자, 문자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사유>

1. 글자란 기묘한 것이다.
일단 사람들이 글쓰는 방법을 알게 되면, 그들은 하나의 커다란 지식체계를 굉장히 축적할 수 있다. 말하자면 문자란 일종의 인위적인 기억 형태로서 간주될 수 있다. (545)

2. 문자는 어떤 위대한 개혁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하지만, 문자가 출현한 이래) 서구 세계의 모든 지식은 꾸준히 증가해왔다기보다는 증감을 겼어왔다. (546)

3. 문자의 출현과 ... 항상 수반되는 한 가지 현상은 도시와 제국의 형성이다. (546)
이 현상은 인간을 계몽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약탈을 조장하는 듯하다. 이 약탈은 노동자를 수천 명씩이나 모아서 그들의 체력이 닿는 데까지 강제로 일을 시킬 수 있었다. ... 만약 나의 가설이 정확하다면, 커뮤니케이션의 한 수단으로서 문자의 원초적 기능은 다른 인간들을 쉽게 예속화시킨다. (547)

4. 문자는 인간의 지식을 공고하게 만들지는 않았고, 하나의 영속적인 지배체계의 확립에 불가결한 존재가 되어왔던 것 같다. (547)
19세기의 유럽에서 의무교육의 확대를 위한 노력은 군복무의 연장 및 프롤레타리아의 조직화와 함께 발생되었다. 가끔 중앙의 권위에 의해서 개별적인 시민들에게 강제적으로 실행되었던 증가된 권력과 이 문맹에 대한 투쟁을 구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법에 대한 무지가 불법을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주의는 오직 모든 사람이 정부가 법령으로써 공포하는 것을 읽을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548)


[29 남자, 여자, 족장]

레비스트로스는 고원지대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개간지에서 새로운 두 무리의 남비콰라족을 만난다. 그는 타룬데와 사바네라고 불리는 두 무리와 생활하며 원주민 사회의 '족장'에 관해 연구한다.

1. 족장의 탄생
초기의 단계에서는 각 무리들의 핵을 이루는 소집단의 인정된 우두머리가 몇 명 존재한다. 그가 이끄는 무리의 중요성과 이 유동의 기간 중에 그 무리의 특성이 어느 정도 지속되는가 하는 점은 족장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위치를 강화시키고, 그 지역에서 그의 추종자들을 존속시키게 하는 그의 능력에 달려 있다. 족장의 정치력이 공동체의 필요에서 생겨난 것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이 소규모의 공동체는 그것의 특징들 - 형태, 규모, 기원 - 을 그 집단이 생성되기 전에 이미 잠재적 족장들로부터 이끌어낸다. (561)

2. 족장의 승계
남비콰라족에서는 정치적 권력은 세습적인 것이 아니다. 족장이 연로해져서 병이 들거나 또는 더 이상 무거운 임무를 부담할 수 없다고 느낄 때는 그 자신이 후계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 독재권은 실질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피상적인 것이다. 이 문제에서의 최종 결정은 먼저 공중의 여론을 살펴본 다음에, 족장이 대중들에게서 가장 호감을 받고 있는 사람을 최종적으로 후계자로 지명하는 것이었다. (563)

3. 족장의 특권
"족장은 전쟁을 할 때 선두에 서서 싸우는 사람이다." (몽테뉴의 -수상록-) (564)
이 같은 생각은 남비콰라족의 언어에서 족장을 나타내는 말인 '우일리칸데'(통일하는 사람, 결속시키는 사람) 속에서도 나타난다. (564)
(>> 족장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오늘날 통치 권력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오늘날 현실 권력의 속성 중 하나는 분할 통치다.)
족장이란 어떤 기존의 집단이 느끼고 있던 하나의 특권적 권위에 대한 필요성의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집단으로써 집단 그 자체를 형성하려는 집단의 욕구로부터 발생되는 것이라고 원주민들이 의식하고 있었음을 암시해준다.
개인적인 위세와 신뢰감을 촉진시켜주는 자질이 남비콰라족 사회에서 권력의 기반을 이룬다. (565)

4. 족장의 의무(임무)
1) 유랑생활의 출발을 편성하고 그 여정을 선정하며, 어느 곳에서 얼마만큼 숙영할 것인지를 명령.
2) 유랑의 세부사항들 - 사냥, 고기잡이, 채집 - 을 결정.
3) 이웃의 집단들과의 관계를 처리.
4) 정주생활에 필요한 시기와 장소를 결정
5) 경작지를 살펴보고, 경작할 작물을 선택.
6) 무리들을 계절의 변동에 적응시키고, 또 그에 따른 활동을 지휘. (565)
7) 족장은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출 줄 알아야 한다. (567)

5. 족장(권력)의 속성
1) 동의 (권력의 심리학적 기초, 루소의 '사회 계약론' 573)
족장은 명확하게 규정된 권한이나 공적으로 인정된 권위에서 그의 기반을 구할 수는 없다. 동의가 권력의 근원을 이루며, 또한 동의가 족장의 지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2) 현명함
족장의 현명함이란 전권을 장악한 군주가 지닌 현명함이라기보다는 불확실한 다수의 동의를 유지하려고 하는 정치가의 수완이다. (565)
3) 관대함 (상호교환, 호혜성, 573)
족장은 물질적으로 어떤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빈곤이 닥칠 경우에 상당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식량, 도구, 무기, 장신구 따위의 여분의 양을 그의 통제 하에 두어야 한다. 하나의 무리가 어떤 것을 욕구하거나 필요로 할 때 그 호소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바로 족장이다. 그러므로 관대함이란 족장에게 기대되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라 하겠다. (566)
4) 쾌할함
족장은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출 줄 아는 쾌활성을 지녀야 한다. (567)
5) 기민성과 재치
족장은 그의 무리와 이웃의 무리들이 빈버낳게 다니는 지역에 관해서 상세한 지식을 지녀야만 한다. 그는 우호적이거나 또는 적대관계에 있는 이웃의 무리들이 어떻게 이동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568)

6. 족장의 실질적 특권
족장의 실질적인 특권은 그 무리들 가운데서 일부다처가라는 것이다. (568)
가장 예쁜 어린 소녀들을 (부족내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커다란 만족을 제공한다. (571) 그러나 이 만족감은 육체적인 만족이라기보다는 정서적 만족이라 하겠다. 그러나 결국 일부다처혼과 그것에 부수되는 특성은 족장이 그의 책무를 완수하도록 집단이 족장에게 부여한 수단이라고 하겠다. (572)

7. 공동체의 기원
국가의 원초적인 형태는 가족('아버지'를 가장으로 하는 가부장 가족)에서 출발하여 발전해온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이 이론과는 달리, 우리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권력 기저에서 생물학의 현상과 관련하여 전혀 새로운 다른 요소를 도입시키는 어떤 결정적인 국면들을 식별해내었다. 이 결정적인 국면은 동의를 부여받을 때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동의는 권력의 기원이 되는 동시에 그 권력을 제한하는 것이기도 하다. (572)
정치적 관계들은 한편으로는 족장의 능력과 권위에, 그리고 다른 편으로는 집단의 규모, 응집력, 자발적 합의 사이의 일종의 조정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 이 모든 요인들은 서로서로 영향을 끼친다.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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