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세미나(7/10) 공지입니다

작성자
Yeongdae Park
작성일
2018-07-04 22:34
조회
795
이번 주까지 해서 드디어 <말과 사물>이 끝났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끝난 것은 끝난거 대로 기쁘네요.
읽어낼 수 있는 만큼의, 딱 그만큼의 소득이 있는 거에 만족해야겠네요.

처음 읽을 때는 푸코가 그저 단순히 이전의 사상사, 혹은 에피스테메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지적 호기심 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계속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뒷부분에서 근대 에피스테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푸코의 태도가 보였습니다.
푸코 자신이 근대 에피스테메나 근대적 앎의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혹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방식이 실은 '인간'이라는 근거 위에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르네상스와 고전주의 때 사상가들이 자기 나름에는 열심히 생각하고 새로운 사유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이 결국 당대 에피스테메의 필연적 결과라면,
그래서 우리의 사유는 그 자체로 자유롭거나 새롭지 않고 사유에는 언제나 그것을 가능케하는 조건과 방식이 정해져있다면,
우리 역시 그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우리도 우리 시대의 특정한 조건과 방식, 모델 속에서'만' 생각할 수 있고,
(혹은 생각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분 자체도 이미 결정되어 있다든지, '생각할 수 없는 것'을 대하는 태도가 미리 고정되어 있다든지)
근본적으로 새로운 생각이란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사유의 조건과 방식 자체에 대한 물음이며 기존의 조건을 벗어나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진정 새로운 생각이란 우리 시대의 에피스테메를 혁명하는 것이리라 봅니다.

푸코는 우리의 에피스테메로, 우리 사유의 가장 밑에 놓인 근거로 '인간'을 찾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사유(와 사유불가능한 것)를 가능케하는 '인간'에서 벗어나 새롭게 사유하고자 열망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말과 사물>은 사상사를 관조나 조망, 집대성하는 책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사유의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책, 사유의 혁명을 위해 자기 사유의 근거를 파헤치는 책입니다.
저는 이렇게 읽었습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제가 철학을 이렇게 보는 것을 좋아하고
푸코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할 때 더 많이 배우고 제 공부를 더욱 촉진시켜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말과 사물>을 읽으면서, 다음에 이 책을 다시 볼때 함께 봐야할 책들을 정리했습니다.
분하지만 이번엔 이 정리하는 것으로 의의를 둬야겠네요.^^
저도 워낙 다른 분야에 아는 것이 적어서 기본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더군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책들을 덧붙여 보면서, 다시 한 번 이 책에 도전해봅시다!

- <경제사상사>, E. K. 헌트, 시대의창
- <생명의 논리, 유전의 역사>, 프랑수아 자콥, 민음사 (절판)
- <포르 로얄> (이건 <말과 사물> 안에서 계속 다뤄지는 책이죠. 한글 번역본은 없습니다)
- <16세기 문화혁명>, 야마모토 요시타카, 동아시아

다음 주엔, 각자 읽고싶은 부분을 읽고 오기로 했죠.
포트락 세미나처럼, 각자 읽으신 부분 정리해서 서로 나누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 다음 주엔 <악덕의 번영>을 읽습니다.

다음 주에 다양한 얘기들을 나눠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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