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유혹하는 사회학 | 김동일 지음 | 2010.12.31

카이로스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18-03-11 09:36
조회
800


『예술을 유혹하는 사회학 : 부르디외 사회이론으로 문화읽기』

art in SOCIETY

지은이 김동일 | 정가 20,000원 | 쪽수 428쪽 | 출판일 2010년 12월 31일
판형 변형신국판 양장(152*222) | 도서 상태 초판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Cupiditas, 카이로스 총서 20 |
ISBN 9788961950329 | 보도자료 예술을 유혹하는 사회학_보도자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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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유혹하는 사회학』 출간의 의의

예술이 사회를 유혹한다? 사회가 예술을 유혹한다!

예술과 예술가를 유혹하는 것은 사회이다. 사회는 예술가들이 창조해 낸 예술보다 더 아름답고, 더 정교하고 더 마술적이다. 물론, 이때 사회가 수행하는 이 아름다움과 정교함, 그리고 마술은 예술적 창조물이 갖는 속성과는 다르다. 여기서 예술과 사회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월한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많은 예술가들이 당대의 사회적 주제와 문제들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역시 그러한 방식의 예술적 실천을 가능케 하는 특정한 사회적 조건들을 전제한다는 사실이다.

예술이 사회를 유혹하는 것만큼이나, 사회 역시 예술을 유혹한다. 사회가 풍기는 냄새는 때로 참혹하고 비릿한 피 내음을 동반하지만, 예술가들은 그 참혹한 피 내음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적 실천으로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예술가들의 사회적 투쟁은 예술적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며 여러 성취들을 보이고 있다.

『예술을 유혹하는 사회학』은 이런 현실 속에서 전통적인 예술과 사회의 이분법을 지양하고, 예술과 사회 상호간의 유혹을 파악하고 분석하며 우리의 통념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예술은 아름다움에 대한 실천과 탐구를 의미한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인간의 능력과 그 능력의 객관화된 업적을 지칭하고, 예술학은 그 업적의 논리와 역사를 분석하고 기록한다. 그렇다면, 사회, 혹은 사회학이란 무엇일까? 사회란, 예술적 천재들이 창조해 낸 아름다움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환경이나 역사적 맥락일 뿐일까? 사회는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창작을 방해하는 부당한 외적 영향에 불과할 뿐일까? 『예술을 유혹하는 사회학』은 더 이상 이런 식의 관습적인 예술/사회 이분법이 동시대의 예술적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단호히 말한다. 사회는 예술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속에 침투하고, 예술과 하나가 된다. 예술이라는 단어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회일 뿐 아니라, 동시대의 ‘사회화된 예술’은 당대 사회의 모순과 쟁점들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술/사회 이분법은 사라질까?

부르디외―비트겐슈타인―라투르―백남준? 종횡무진 미술비평, 예술사회학!

2002년 한국예총 미술평론 신인상과 2009년 한국사회학회 논문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 김동일은 프랑스 사회학의 거장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의 사회이론을 통해 예술과 사회를 분석한다. 부르디외의 핵심 개념인 아비튀스(habitus)와 장(field), 사회공간(social space), 그리고 상징투쟁(symbolic struggles) 등을 통해 예술적 실천에 내포된 사회적 속성들과, 전체 사회공간 속에서 예술가들의 대응과 의미들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또한 미술비평가이자 철학자인 아서 단토, 루카치와 만하임과 함께 20세기 헝가리의 대표적인 예술사회학자인 아르놀트 하우저, ‘미니멀’이란 명칭을 보편화시킨 미술비평가 리처드 월하임 등의 쟁쟁한 미술이론가뿐만 아니라 행위자연결망이론(ANT)을 입안하였고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 20세기 ‘천재’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민속방법론의 창시자인 해롤드 가핑클 등 당대 통찰력 있는 사상가들의 사유 사이를 종회무진 오고 가며 그 만의 독특한 미술비평, 예술사회학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의 주요 개념인 ‘일상적 실천’ 개념을 통해 예술이 일상을 대상화함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그 자체가 무수히 많은 차이들로 나눠진 다양함 그 자체이고 일상적 행위가 곧 예술 행위라고 주장한다. “일상적 실천은 나름의 방식으로 상황의 우연성에 대처해 나가는 과정이다. 일상의 리얼리티는 해체와 무질서와 우연을 필연으로 반전시켜 내는 행위자의 경이로운 개입의 산물로 존재한다.”(42쪽) 이를 그는 일상적 놀이로서의 미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술은 워홀이 자신의 작품 <샘>을 통해 비판하려고 한 미술 제도와 미술관을 문제시함으로서만 가능하다. 애초에 한 몸이었던 일상과 미술에 작위적으로 그은 이 구분선을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 독특한 미술비평의 관점에서 예술적 실천의 과제를 당대 한국 사회의 맥락 속에서 구체화한 작가들을 살펴본다. <플럭서스>의 주요 인물로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의 거장인 백남준, 도발적인 성적 표현이 담긴 예술 작품으로 예술 영역뿐만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된 작가 최경태, 매향리와 평택 대추리 등 사회적 투쟁 현장들을 찍어 온 사진작가 노순택, 남북 분단 상황에서 탈북하여 자신의 독특한 미술 세계를 구축한 탈북작가 선무 등을 분석하며 우리 시대와 호흡하고 때로는 반목하는 그들의 예술 작품, 예술 실천을 생생한 필체로 묘사한다.


부르디외는 누구인가?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 1930. 8. 1. ~ 2002. 1. 23.)

1930년 프랑스 남부 딩겐 출생.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 철학교수 자격을 취득하여 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중 1958년 알제리 전쟁에 징집되었다. 전후에는 알지에 대학에서 조교로 근무하였다. 그 후 파리 대학에서 레이몽 아롱의 조교 생활, 릴 대학에서의 강사를 거쳐, 1964년 30대 전반에 파리 사회과학연구원(EHESS)을 거쳐 1982년부터 레이몽 아롱에 이어 '콜레주 드 프랑스'의 사회학 교수로 재직해온 부르디외는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당대를 대표하는 사회학자로, 사르트르를 이어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꼽힌다.

부르디외는 자본주의 사회구조와 정치ㆍ경제·문화ㆍ예술을 장악하고 인간을 억압하는 권력 문제를 비판했으며, 아비튀스(habitus)와 장(field) 등 그가 창안한 개념은 현대 인문 사회과학의 기본 명제가 되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알제리의 사회학』, 『텔레비젼에 대하여』, 『구별 짓기』 등이 있다.


『예술을 유혹하는 사회학』의 자세한 소개

이 책은 크게 1부 ‘논고’(article), 2부 ‘에세이’(essay), 3부 ‘작가론’(artist)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1부 ‘논고’에서는 부르디외를 중심으로 한 사회학 이론과 ‘스타일’, ‘미술관’, ‘예술계’ 등 예술적 개념들 사이의 상호적인 관계를 검토한다. 1장 「빗자루에 대한 두 개의 시선 : 현대미술에서 일상이 다루어지는 방식들」은 이 책 전체의 이론적 접근 과정을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에서 제기된 ‘일상적 실천’ 개념의 함의를 동시대 예술의 지평에서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비트겐슈타인과 가핑클, 테일러와 부르디외로 이어지는 실천 개념의 사회학적 변용을 추적한다.

2장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스타일」은 스타일의 현상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이미지를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하고 분류하는 논리이자, 과정이며, 그 결과물이 스타일이다. 부르디외의 아비튀스와 장 개념을 통해 뵐플린, 하우저, 월하임, 그리고 예술제도론이 가진 스타일론의 차별적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매개하여 스타일 개념의 종합적인 형태를 제공한다.

3장 「단토 대 부르디외 : 예술계 개념을 보는 두 개의 시선」은 동시대 미학과 비평 속에서 가장 빛나는 성과들 가운데 하나인 ‘예술계’ 개념의 사회학적 변용을 탐구한다. ‘단토 대 부르디외’라는 대립적인 설정은 부르디외를 통해 단토보다 더 단토적인 예술계 개념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수사(修辭)이다.

4장 「확장된 미술관」은 부르디외와 라투르의 이론을 원용하여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한다. 예술이 일종의 ‘실천’이라고 할 때 미술관도 하나의 행위자이다. 미술관은 스타일장과 사회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사회공간의 영향을 ‘굴절’된 형태로 스타일장 내부에 투영하고, 동시에 장 내 스타일 투쟁을 사회공간의 효과로 환류하는 효과적인 매개점이다.

5장 「전후 한국화단의 양식투쟁에 관한 사회학적 고찰」은 인정투쟁의 가장 극단적인 한국적 사례인 1950년대 이후 한국의 스타일장을 다룬다. 이 시기를 ‘추상 대 구상’의 대립과 투쟁으로 요약하고, 추상미술이 한국 ‘현대미술’이란 표제어를 전유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2부는 평론, 비엔날레, 대안공간, 미술잡지, 판화 등의 현장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6장에서는 오늘날 평론의 현실을 문제 삼는다. 예술장의 한 하부장으로서, 평론의 생산자들인 평론가들이 평론의 리얼리티를 상호비판을 통해 검증받는 공간으로 정의될 수 있는 평론장을 비판하고 자율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7장은 1부 4장 「확장된 미술관」의 연장선 위에서 광주와 부산 비엔날레에 대한 꼼꼼한 답사내용을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의 비엔날레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8장은 한국의 미술잡지를 예술장의 자율성의 부재라는 현실 속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9장은 한국의 예술장과 사회공간 속에서 대안공간의 위치를 검토하며, 대안공간들이 그들의 대안성을 성공적으로 제도화하는 데 성공하기 위해서 좀 더 명확하게 예술장과 사회공간 사이를 매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장은 디지털 시대의 더욱 커지고 있는 복제가능성과 판화적 표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판’을 통한 ‘찍음’이라는 판화의 미학에 충실한 ‘판화적 판화’를 모색한다.

3부는 예술적 실천의 과제를 당대 한국사회의 맥락 속에서 구체화한 작가들의 작가론을 다루고 있으며, 이 작가들에는 백남준, 최경태, 노순택, 선무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회공간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그것을 철저하게 예술장 내 미학적 실천으로 굴절하고 변환하는 데 성공한 작가들이다. 나아가 이들은 예술장 내 참여자로서 자신들의 투쟁을 사회공간의 효과로 환류하려는 자들이기도 하다.


차례

책머리에 5

1부 논고 article
1장 빗자루에 대한 두 개의 시선 :
현대미술에서의 일상이 다루어지는 방식들 17
2장 스타일의 사회학 65
3장 단토 대 부르디외 : “예술계” 개념에 대한 두 개의 시선 104
4장 확장된 미술관 147
5장 전후(戰後) 한국화단의 양식전쟁 178

2부 에세이 essay
6장 평론의 위기와 미술시장의 활성화 217
7장 조금 낯선 비엔날레 기행 : 2006년의 광주와 부산 235
8장 내가 미술잡지를 읽지 않는 이유 265
9장 대안공간의 대안성에 관한 대안적 생각들 271
10장 복제와 아우라의 경계에서 잠시 판화를 생각한다 279

3부 작가론 artist
11장 백남준의 사회학 : 음악장의 전복자에서 미술장의 지배자로 291
12장 최경태를 싸고 도는 기이한 역설, 혹은 그 역설에서 벗어나기 336
13장 노순택론, 허구의 불경건한 해체 369
14장 선무, 상극의 경계 위에 선 탈북작가 386

참고문헌 413
인명 찾아보기 420
작품명 찾아보기 423
용어 찾아보기 425


지은이 소개

지은이
김동일 (Kim, Dong-il 1969~ )
서강대 사회학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같은 대학 사회과학연구소에서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 지원사업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오윤론, 삶에의 의지로서의 미술」로 2002년 한국예총 미술평론 신인상, 「전후 한국화단의 양식투쟁에 관한 사회학적 고찰」로 2009년 한국사회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 예술현상을 사회학적으로 개념화하거나 사회학적 개념을 미학화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예술은 그저 고상한 교양이 아니라, 끊임없이 부정하고 또 부정되어야 하는 분류투쟁의 대상이며, 이 분류투쟁은 단순히 천재들의 비범한 영감의 소산이 아니라, 인정과 명예를 독점하고, 이를 사회적 이해로 변환하기 위한 사회적 투쟁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부르디외를 중심으로 월하임, 하우저, 단토, 라투르 등이 서로 교차하고 이탈하는 지점을 가늠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문화사회학, 예술사회학, 사회학이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예술을 유혹하는 사회학』의 독자를 유혹하는 문장들

미술 역시 비트겐슈타인적인 의미에서, 예술적 의미를 성취하기 위한 ‘놀이’이다. 이 놀이는 주로 미술관, 화랑, 작업실, 강의실과 같은 구체적 세팅 속에서 작동한다. 이 놀이의 참여자들은 주로, 작가, 큐레이터, 미대 교강사, 문화부 기자, 미술사가, 평론가, 미대재학생, 관객, 독자들이다. 이 참여자들의 목록은 디키(George Dickie)가 “예술계의 핵심참여자들”(Dickie, 1974: 35∼36)이라고 불렀던 것들과 대략 겹쳐진다. 예술적 의미의 성취가 요구되는 세팅에서 이 참여자들은 그 성취를 위해 세팅이 요구하는 전제들에 아주아주 충실하게 자신의 행위를 조직해 나간다. 주어진 상황에서 작가, 혹은 여타의 참여자들의 시선과 입술, 손끝은 서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이 조직적 실천을 통해, 상황의 비예술적 우연성은 극복되거나, 정리된다. 현대 미국 미학과 비평의 주역인 단토(Arthur C. Danto)가 ‘예술계’(art world)란 개념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 역시 그러한 실천적 전제들의 존재였다.
― 「1장 빗자루에 대한 두 개의 시선 : 현대미술에서의 일상이 다루어지는 방식들」

부르디외의 이론은 사회학적 스타일 개념에 관한 종합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스타일 이론으로서 부르디외 사회이론의 가장 큰 성과는 스타일의 맥락적이고 집단적인 성격을 부각한다는 점이다. 하우저가 단순히 ‘외부조건’으로 다소간 간명하게 해결한 그 혼란스럽고 다양한 사회공간을 밀도 있는 스타일 실천의 핵심적 맥락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 맥락적인 사회공간을 관통하면서 월하임이 복원하고자 했던 맥락적 스타일 행위자의 이미지 실천은 뵐플린의 추상적이고 객관적인 일반양식의 공간으로 진입한다. 부르디외가 보여주는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스타일은 스타일장의 맥락 위에서 유발되는 스타일 행위자들의 적극적 실천의 과정이자 결과라는 것이다.
― 「2장 스타일의 사회학」

미술관은 스타일장 내 행위자이자 동시에 사회제도 속에 위치한다. 따라서 미술관과 정치권력은 상호관계를 맺으며, 미술관을 통해 정치권력은 스타일장에 개입할 수 있다. 또한 권력과 미술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각각의 상이한 장들의 주체들은 각자의 차별적인 실천을 정치장과 스타일장의 효과로 상호 변환해 낸다. 즉, 미술관은 권력과 결합함으로써 스타일 실천의 합법성을 획득하기위해 스타일장 내외에서 네트워크의 범위를 확장하며, 정치권력은 또한 미술관의 스타일 실천을 통해 지배의 의도를 달성할 수 있다. 미술관은 권력과 사회가 만나는 경계에서 그것의 의미의 객관화와 합법화 기능을 통해 정치적 효과를 유발한다.
― 「4장 확장된 미술관」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미술평론 공동체를 설립하기 위해 가장 절실하고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의외로 간단하다. 강력한 리더쉽이다. 버릇처럼 얘기되는 무슨 재정적 지원이 아니다. 재정지원이야 물론 없는 거보다는 낫지만, 재정 지원이 없어 자율적 평론을 못한다는 건 핑계일 수 있다. 훨씬 절박한 것은 미술담론의 생산자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유능하고 믿을만한 중견들이 리더쉽을 발휘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에 안주해 과분한 자신만의 분파적 이해를 추구하는 노쇠한 명망가들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난망할 뿐이다. 새로운 담론 생산자들과의 논쟁을 유발하고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중견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 「6장 평론의 위기와 미술시장의 활성화」

백남준의 실천과 당대 사회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기 위해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이론적 자원은 부르디외의 ‘장’과 라투르의 ‘이해관계 번역’(translation of interest) 개념이다. 필자는 이 두 개념이 양립불가능한 서로 다른 개념들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형성되었으되, 상호 보완적인 방식으로 결합할 수 있는 교차점을 내포한다고 판단한다. 이 교차점은 문화의 자율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반영이나 결정을 중화하는 중간적 이론공간을 설립함으로써, 백남준의 사회화에서 유발된 사회적 결과들에 관해 모든 종류의 폭력적인 환원주의를 우회하는 통로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백남준의 실천과 그 실천의 결과는 자율적 예술장 내 효과인 동시에 장과 다른 장들 사이의 이해관계 번역의 산물이며, 그러한 번역을 통해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하부장을 만들어낸 사회학적 실천이라는 것이다.
― 「11장 백남준의 사회학 : 음악장의 전복자에서 미술장의 지배자로」

그러나 이곳은 낭만적인 폐허가 아니다. 총탄의 흔적으로 난도질당한 물건들이다. 이곳은 아마도 미군 전투기의 공대지 사격장이었을지도 모른다. ‘분단’, 노순택의 사진은 그것이 내뿜는 화약냄새와 악취를 ‘향기’로 전달한다. 일종의 기만이다. 노순택은 이런 식의 기만을 의도적이고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그것은 아무리 ‘향기’로 치장해도 여전히 악취는 숨겨지지 않는다. 향수에 섞여 코끝까지 파고든 암내와도 같다. 혐오를 향기로 위장하는 건, 처음부터 눈 돌리지 말라는 것이다.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 「13장 노순택론, 허구의 불경건한 해체」


김동일 저자의 [다중지성의 정원] 2011년 1분학기 강의를 소개합니다!

예술을 유혹하는 사회-학

강사 김동일
개강 2011년 1월 6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8강, 104,000원)

강좌취지
흔히 예술은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고 사회는 그 아름다움을 향유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는 예술보다 더 아름답다. 물론, 이 아름다움은 그저 아름다움만은 아니다. 이 사회는 너무나 철저하게 모순적이고, 비틀어져 있다. 희한한 것은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사회라는 것이다. 이점을 증명하기 위해 한물 간 반영론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사회학은, 지금까지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 사회적 마술을 관측하기 위한 다양한 개념과 이론을 고안해 왔고, 부르디외의 장, 아비튀스 개념은 그러한 사회학적 고안물 가운데서도 가장 믿을만한 이론이라 생각된다. 이 강좌는 부르디외의 사회학의 예술적 적용을 탐색한다. 이러한 작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부르디외의 이론이 적용될 때, 예술의 예술다움이 오히려 더 이해가능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뵐플린의 일반양식론과 하우저의 반영론 사이의 대립, 월하임의 개인양식론, 단토의 예술계 이론은 부르디외적으로 재해석될 때, 더 그들이 주장했던 바에 가까워진다.

1강 과목소개 및 실천으로서의 예술
2강 부르디외 사회학의 기본개념: 장, 아비튀스, 일루지오
3강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스타일
4강 단토, 디키, 베커의 예술계 이론
-- [ 설 연휴 ] --
5강 단토 대 부르디외: 예술계 개념을 보는 두 개의 시선
6강 미술관의 사회학: 비엔날레, 대안공간
7강 백남준의 사회학
8강 종합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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