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생각 | 조문경 지음 | 2013.6.16

마이노리티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18-03-11 18:33
조회
1088


조문경 시집

엄마생각

지은이 조문경 | 정가 7,000원 | 쪽수 124쪽
출판일 2013년 6월 16일 | 판형 사륙배 변형판 (122×190) | 도서 상태 초판 / 무선철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마이노리티시선 37
ISBN 9788961950671 | 보도자료 엄마생각_보도자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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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번 시집은 우리 시문학사에서 거의 최초라고 말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사랑의 경전(經典)일지 모른다.
거침없다, 그녀는 이 세계에서 생의 근육과 정신을 도드라지게 한다.

모든 시선이 생을 관통하고, 거기로부터 생의 법으로 자기를 정초하는 삶을 끌어내며, 그 삶을 무한히 긍정하며 새로움의 길을 찾고, 긍정만으로도 부족하여 다시 한 번 더 생 전체를 긍정하는 이중긍정으로서의 아모르파티적 삶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한마디로 ‘살러 왔으면 너를 지독하게 그리고 가장 멋지게 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강렬한 삶에 대한 신앙인가. 그래서 이 시집의 키워드는 <삶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_ 오철수 (시인 · 문학평론가 · 『시로 읽는 니체』 저자)


『엄마생각』 출간의 의미

<마이노리티 시선> 서른일곱 번째 책으로 조문경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엄마생각』이 출간되었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2002년에 『삶글』을 통해 활동을 시작한 조문경 시인은 니체와 노자를 공부하며 삶을 생각하는 모임인 시 그룹 <아모르파티>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왔다. 그녀의 시정에는 삶에 대한 단호한 긍정의 힘이 출렁이며 흐른다.
그녀의 시들은 “생명적 역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탄력적인 서정의 근육을 드러낸다.”(오철수 시인) 서정 전체가 무척 동적이어서 마치 시인이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시인은 주변의 생명체들이 뿜어내는, 그러나 생명의 기운을 소진한 자들은 포착할 수 없는 생명의 활력을 여기저기에서 찾아낸다. 시인에게는 생의 크고 작은 순간들 모두가 더 많은 삶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최대의 풍경”이다. 아스팔트 틈에 핀 민들레는 악조건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더 거칠고 넓적한 잎으로 생의 중심”을 만들고, 자신의 삶의 조건을 “흔들리면서 깊어질 수 있는 아스팔트 무대로”(「민들레 보디빌더 만들기」) 만들어 버린다. 서로를 노려보며 싸움 중인 소들의 모습에서는 “상대를 온몸으로 흘려보내며 자기 전 생애가 조직되는”, “자기를 자기에게 오직 살아 있도록”(「소싸움을 보며」) 하는 생의 역동을 읽는다.
이 긍정의 힘은 주어진 상황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자기가 자기 몸을 건드려 새로운 춤을”(「사랑의 얼굴」)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기에 누구나 중간에 주저앉고 싶게 한다. 시인은 적당히 안주하는 것은 곧 부패하는 길임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면에 한계를 넘어서 가는 삶을 요청한다.” 산누에나방의 고치에 난 작은 구멍을 보고 쓴 시 「좁은 문」은 생명체로서, 인간으로서, 시인으로서 생을 대하는 그녀의 마음가짐을 엿보게 한다. “기꺼이 버리고서야 자유를 갖는 / 참으로 작은 구멍 / 좁은 문은 그에게로 가는 길이 아니라 / 내가 날개를 가진 나에게로 가는 길 // 자유로운 시인의 집은 / 늘 비어 있으리라.”
시집 『엄마생각』은 삶이란 그 자체로 ‘생명의 표현’이고, 존재는 ‘생의 지성’과 다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쾌하고 당당하게 노래한다. 이 삶의 노래는 현실의 질서가 강요하는 냉소와 허무가 들어설 자리를 주지 않는다. 시인은 독자에게 우리 모두 삶의 예술가가 되자는 제안을 건네고 있다.


自序

예니곱살 배고프던 시절
사람들 깨기 전 새벽같이 일어나 뒷산 남의 감나무 밑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덜 깨진 홍시 보면
마른 풀 속
온통 붉었으니
쌓인 서리 손으로 닦아내고
언 손으로 소중히 받쳐들어
입술 닿을 때

살과 맛과 혼 다 그려졌으니
늘 그렇게 오시라
시여


시인 소개

경북 상주 출생. 2002년 『삶글』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항상 난 머뭇거렸다』(2003), 『노란 장미를 임신하다』(2008). 한국작가회의 회원. cdk0316@hanmail.net


추천사

시인이 시를 부른다. 시의 살과 시의 맛을, 그리고 시의 혼마저(「自序」). 시인의 부름에 시는 노래한다. 그 노래의 다양한 변주 속에 움틀거리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생명이다. 생명의 힘, 생명이 주는 기쁨, 생명이니까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 생명이기에 갖추고 있는 존재 의미, 그리고 생명의 한 부분인 죽음이 말이다. 아스팔트 사이로 기어코 얼굴을 내밀어 버리는 작은 민들레의 힘으로, 존재함 그 하나만으로 이미 자신의 존재 의미를 보여주는 환삼덩굴의 형태로, 경이의 눈길로 모든 것을 놀이상대로 삼아 버리는 세 살 어린아이의 눈동자로, 그리고 삶의 오류에 왜냐고 묻는 친구의 목소리로 그 생명은 표출된다.
그 모든 것을 품고 있어도 시는 담담하다. 아마도 얽매이지 않아 늘 비울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 시는 엄마를 닮았다. 우리네의 엄마이기도 하고 자연 엄마(Mother Nature)이기도 한 생명의 모태인 엄마를. 가득 차 있지만 늘 비우는 엄마를….
_ 백승영 (철학 박사)


[해설요약] 생으로의 초대, 삶에 대한 사랑

그녀의 시집 원고를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웠다. 이유는, 오직 生이 전부인 시집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시선이 생을 관통하고, 거기로부터 생의 법으로 자기를 정초하는 삶을 끌어내며, 그 삶을 무한히 긍정하며 새로움의 길을 찾고, 긍정만으로도 부족하여 다시 한 번 더 생 전체를 긍정하는 이중긍정으로서의 아모르파티적 삶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한마디로 ‘살러 왔으면 너를 지독하게 그리고 가장 멋지게 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키워드는 <삶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환하게 웃는 것에는 / 미움이 없다 없어서 빛난다 / 철로 밑으로 낮은 고개를 든 붓꽃이 / 저처럼 흔들리며 부신 것은 / 사랑해버렸기 때문이다 / 살아야만 하는 영토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 전동차 굉음을, / 쏟아지는 햇살을, / 오늘 하루를, / 춤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철로 위의 붓꽃을 노래함」 부분

어디에 핀 붓꽃인가? ―전철 철로 밑에 핀 붓꽃이다. 그 붓꽃이 너무나 생생하다. 생생하게 눈부시고, 흔들리고, 춤추고, 노래한다. 푸념하지 않는다.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웃는다. 철로라는 ‘지금-여기’를 살기 위해 제 몸을 창조한 삶이고 웃음이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첫 번째로, 붓꽃은 제 삶에 대한 사랑을 선택한 것이다. 붓꽃은 살려고 이 세상에 왔기 때문에 조건을 탓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순응만 하는 것도 아니다. 붓꽃은 그냥 삶의 조건을 제 삶으로 사랑해 버린 것이다. 두 번째로는 붓꽃은 다른 비교급의 삶을 갖지 않는다. 오직 생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향유만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최선을 다하는 실천, 그 조건의 하루하루를 구부려 제 몸으로 만든다. 스스로를 성형하고 다시 스스로 성형하는 힘(成形力, plastic force)을 발휘한다. 붓꽃은 자기의 조건을 자기에게 맞게 자기를 만들어간 것이다. 넷째로 붓꽃은 삶을 긍정하고 사랑할 줄 아는 자가 된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처럼 우연을 긍정하고 제 삶을 만들어 가기에 우연의 필연이 되어 버리는 삶, 놀이를 하는 삶이 되는 것이다.

1. 이 세계는 생의 바다다.
그녀의 눈에 보인 세계는 ‘생의 바다’다. 생으로 넘실댄다. 별의별 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생들이 관계의 그물을 형성하고 ‘생을 생답게 하는’ 출렁거림을 한다. 밀려나는 것은 다시 정신을 차려 되돌아오고, 되돌아온 것은 그 기쁨을 누리다가 다시 밀려나고, 반복 순환을 하면서 관계의 그물은 출렁거린다. 출렁거림의 이미지는 하나같이 관계적 삶의 움직임이고, 길의 생성과 확장과 넘침이고, 생의 터져 나옴이다. 출렁거림은 또 그것을 조화라고 부르든 지배라고 부르든 어떤 생명적 힘들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약동이다. 힘들은 지배를 구가한다. ‘힘’이라는 말이 거부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성의 기본은 생명적 힘 관계이다. 이 관계는 각기 생명들이 최고의 지혜를 발휘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가치의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는 점에서 계속 변화하고, 그 변화가 출렁거림이고 살아 있음이 되는 것이다.

2. 생으로만 한 걸음을 내딛어라, 생명의 법
모든 존재자는 생으로만 제 걸음을 내딛는다. 자연으로의 생명은 정말 창조적이다. 스스로를 밑천으로 외부를 구부려 자기로 만들어 가면서 즐거워한다. 이 얼마나 단순하고 활기차고 명랑한 삶의 율동인가. 그래서 시인은 온갖 것에서 이런 삶의 기운을 찾아내려고 한다. 어쩌면 이번 시집은 우리 시문학사에서 거의 최초라고 말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사랑의 경전(經典)일지 모른다. 거침없다, 그녀는 이 세계에서 생의 근육과 정신을 도드라지게 한다.

3. 생을 살찌게 하는 知性, 삶의 예술
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게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힘의 바다에서는 저마다 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삶의 다른 경향이란 없다. 생명이 생명인 한 더 많은 생을 향한다. 생명의 지성은 바로 생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그 지점에서 맺히고, 생을 살찌게 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예외 없다. 그렇다면 생을 노래하는 시인도 이 경향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거기에 미학의 근거를 두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진 인상을 남기는 것들도 이런 경향을 읽고 해석하고 형상화한 것에서다. 서정 전체가 생명적 역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탄력적인 서정의 근육을 드러낸다. 여성시인으로는 드문 생명적 율동과 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4. 자기를 넘어서 더 멋진 자기에게로 가는 삶
매 순간 나는 변한다. 더 멋진 나로 이 세상을 구부려 나를 조형한다. 이 능력이야말로 살아 있음의 최고 기쁨이다. 뭔가를 해 낸 아이를 보라! 그의 눈은 빛나고 어깨는 으쓱하며 얼굴엔 자신감이 넘친다. 이렇게 그녀는 걸어왔고 걸어간다. 니체와 노자를 공부하며 삶을 생각하는 모임이었던 시 그룹 <아모르파티> 활동이 이번 시집에 큰 주춧돌이 된 것 같다. 이 글에서는 다루지 못한 그 아름다운 시들에도 입 맞춘다.

*「해설」 전문은 시집에서 볼 수 있습니다.

_ 오철수 시인 · 문학평론가


목차

1부
013 참숯 불가마 속
014 부딪힘
015 봄꽃, 저 불꽃
016 알이 없었음에도
018 갇힌 시간의 뿌리
019 까마귀소리
020 살아남은 호랑이는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
021 터지는 무지개
022 정말 아름다운 밤
023 환삼덩굴
025 좁은 문―산누에나방 고치집을 빌어
026 싸움에 대해
028 청춘열차에서 보았다
029 용문사 은행나무 아래
030 냉이꽃, 경건한 까닭

2부
033 민들레 보디빌더 만들기
036 아파트가 쾅쾅 울리고 있다
037 밀림의 혀
038 이음매
039 눈 속에 꽃
040 보자기의 매듭 혹은 옹이
041 껌을 생각하다
042 선정(禪定)에 든 들국
043 아주 조금 남은 가을
044 환삼덩굴과 기름통
046 참 거대한 손
048 어리연
049 아침 풍경
050 주름
052 가장 큰 수박
053 젊은 엄마에게 가는 길

3부
057 봄꽃, 빙초산으로 쓴 편지처럼
058 전 생이 움직인다
059 물꽃에 대해
060 냉이꽃은 작다
061 은근함
062 잊혀지지 않는 뒷산
063 철로 위의 붓꽃을 노래함
064 생의 깊이
065 가장 짧은 식사
066 생의 문턱이란
067 기뻐하는 사람은
068 겨울나무를 보다
069 국화(菊花)의 춤
070 淨芳寺
071 일출
072 겨울 무곡(舞曲)

4부
075 고엽(枯葉)의 노래
076 어떤 동행
077 억새에 부쳐
078 어떤 무애(無碍)
079 그 어디쯤에서
080 키스
081 소싸움을 보며
082 진숙이의 요구
084 사랑의 얼굴
085 共和國에 대해
086 개구리 알을 보다가
088 중심으로 들어가기
089 목백일홍
090 엄마생각
091 은행 여자 옷 벗는 날
092 애인의 땅을 위해

093 해설 · 생으로의 초대, 삶에 대한 사랑 / 오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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