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10/19 일방통행로 122~162

작성자
bomi
작성일
2018-10-19 19:33
조회
850
삶과예술 세미나 ∥ 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 발제자: 손보미
텍스트: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 김영옥, 윤미애, 최성만 옮김, 도서출판 길, 2007

1. <골동품>
기도바퀴 - 의지에 생생한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표상된 이미지뿐이다. 그에 반해 단순한 말에서는 의지가 너무 지나치게 불붙어 이내 훨훨 타버릴 수 있다. 정확하게 이미지로 표상하는 일이 없이 건전한 의지란 있을 수 없다. 신경감응이 없이 표상이란 없다. 그런데 그 신경감응을 가장 섬세하게 조정해주는 것이 호흡이다. 주문呪文의 소리는 이러한 호흡의 규범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스러운 음절들을 소리 내며 호흡하면서 명상하는 요가가 행해져 온 것이다. 요가의 전능함이 바로 여기서 유래한다. (115)
토르소 - 자신의 과거를 강압과 고난의 소산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만이 그 과거를 현재의 순간에 최고로 가치 있게 만들 줄 알 것이다. 우리가 살았던 과거는 기껏해야 운반 중에 모든 사지가 잘려 나간 아름다운 형상에 비유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 형상은 이제 우리가 우리의 미래의 상을 조각해내야 할 소중한 덩어리 이외의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117)

2. <이탈이아어 합니다>
나는 격렬한 통증을 느끼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내 앞의 두 번째 벤치에 두 명의 소녀가 자리를 잡았다. 서로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었던지 그들은 작은 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 외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큰소리로 이야기해도 나는 그들이 말하는 이탈리아어를 이해하지 못했을 이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그들이 작게 웅얼거리는 이 이유 없는 속삭임을 앞에 두고 나는 통증이 있는 자리에 서늘한 붕대가 놓인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147)

3. <세무상담>
백만을 한 다스 모은 것의 단위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을 정도로 돈의 가치가 떨어진 곳에서 인생은 양으로 존경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해 단위가 아닌 초 단위로 헤아려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인생은 한 다발의 지폐처럼 하찮은 것이 될 것이다. (150)

4. <자산 없는 사람들을 위한 법률구조>
저자 : 나는 당신(출판업자)의 문서보관실에 27번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내 책을 다섯 번 출간하셨지요. 그것은 다섯 번 27이라는 숫자에 판돈을 거셨다는 뜻이지요.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처럼 명예로운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테지요. 그러나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매일 매일을 편하게 사는 것을 선택하셨지요 - 청춘은 늘 그렇지요. 계속해서 당신의 습관대로 사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정직한 상인으로 자신을 내세우는 일은 그만두세요. 도박으로 다 날려버렸다면 그렇게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지 마시란 말입니다. 날마다 8시간 일을 했다느니, 밤에도 쉴 틈이 없었다느니 그런 얘기는 하지 마세요. (152)

5. <두 번째 안뜰 왼편, 아담 아리안느>
예언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인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물어보는 사람은 다가올 것에 대해 자신의 내면이 들려주는 소시를 의식하지 못한 채 포기하는 셈이다. 그 내면의 소리는 그 여인들에게서 그가 듣게 되는 것보다 천 배는 더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를 이끄는 것은 호기심이라기보다는 나태함이다. 그가 자신의 운명을 물어서 알아낼 때 보이는 순종적인 둔감함과 가장 닮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용기 있는 자가 미래를 붙잡아 세울 때의 위험하고 급작스러운 손동작일 것이다. 정신의 깨어 있는 상태(정신집약)야 말로 미래의 진액이기 때문이다.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저 멀리 놓여 있는 것을 미리 하는 것보다 더 결정적이다. (153)
징표, 예감, 그리고 신호는 낮이고 밤이고 물결처럼 우리의 신체기관을 통과하고 있다. 그것들을 해석할 것이냐 아니면 이용할 것이냐, 이것이 문제다. 이 둘은 그러나 합일될 수 없는 것이다. 소심함과 나태함이 첫 번째 것에 해당된다면 냉정함과 자유는 두 번째 것에 해당된다.(154)

6. <가장용 의상 대여>
죽음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의 감정은 모든 오성悟性에 반해 그를 사자들의 왕국에서 온 사신으로 만든다. 죽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고 있는 사회는 너무나 거대해서 죽음을 전하고 있을 뿐인 사람조차도 그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로마 사람들에게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가는 것을 의미했다.
주)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벤야민은 이 공식을 "보들레르의 몇 가지 모티프에 대하여"에서 美를 역사적 차원에서 정의할 때 사용한다. "미는 그 역사적 현존에 따라 볼 때 이전에 그것에 감탄했던 사람들에게 가담하라는 일종의 호소이다. 미에 감동된다는 것은, 로마인들이 죽음을 그렇게 일컬었듯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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