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4/6 <감각의 논리> 8장

작성자
rara
작성일
2018-04-05 15:04
조회
777
삶과 예술 세미나: 2018년 4월 6일 / 발제자: 김선미
질 들뢰즈, 『감각의 논리』, 하태환 옮김, 민음사, 8장 69~77쪽

8 힘을 그리다

예술에서도 형을 발명하거나 재생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힘을 포착하는 것이 문제이다. 회화의 임무는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도록 하는 시도로 정의 될 수 있다.(클레의 공식)
힘은 감각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감각이 있기 위해서는 힘이 신체, 즉 파동의 장소 위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음악은 소리 나지 않는 힘을 소리 나도록 해야 하고, 회화는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도록 해야 한다.
때로는 어떤 예술의 감각되지 않은 힘이 다른 예술의 ‘전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리나 외침을 어떻게 그릴까?(그리고 반대로 어떻게 색을 들리게 할까?)
세잔의 회화는 산이 굴곡된 힘, 사과가 싹트는 힘, 풍경의 열적인 힘 등을 보이도록 했다. 고흐는 해바라기 씨앗의 놀랄 만한 힘을 발명하였다.
수많은 화가들에게서 힘의 포착 문제는, 비록 문제가 아무리 의식적이라 해도 마찬가지로 중요하지만 덜 순수한 다른 문제와 뒤섞였다. 이 다른 문제란 바로 결과들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문제였다.(르네상스 회화는 깊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인상주의는 색체를 분해하고 재조립하고, 큐비즘에서는 움직임을 분해하고 재조립한다)

베이컨의 형상들은 가장 훌륭한 대답 가운데 하나이다. 보이는 힘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 머리 시리즈와 자화상 시리즈가 이에 해당한다. 이 시리즈가 재구성하고 있는 움직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머리 위에 행사되는 압력, 팽창력, 수축력, 평탄하게 누르는 힘, 늘어뜨리는 힘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지워지고 쓸린 얼굴 부분들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이 부분들은 힘이 두드리고 있는 지역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 형태를 다른 형태로 전환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 형태를 기형적으로 변형하는 문제이다.

세잔은 진실을 신체 위로 국한함으로써 형의 변경을 하지 않고서 기형적 변형을 이루어 낸 최초의 화가일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베이컨은 여전히 세잔적이다. 기형적 변형은 움직이지 않는 휴지 중의 형태 위에서 만들어진다. 형상의 형태가 움직이지 않는 만큼 더 움직이기 시작한다. (벽들은 수축되고 미끄러진다. 의자들은 기울거나 다시 일어난다) 따라서 모든 것은 힘과의 관계 속에 있으며 모든 것이 힘이다.

외침을 그린다. 이것은 단지 소리에 색들을 칠하는 문제가 아니다. 시각적 외침과 소리치는 입을 힘들과의 관계 속에 놓는 것이다. 소리친다는 것은 바로 우리가 언제나 모든 광경을 흐릿하게 하고 또 고통이나 감각조차도 넘쳐나는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베이컨이 ‘공포보다는 외침을 그린다’ 에서 말하는 것이다. 외침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포착하거나 탐지하는 것과 같다.(예: 인노첸시오 10세)

그의 외침은 ~앞에서나 ~에 대해서 가 아니라 ~에게 소리친다. 외침의 감각할 수 있는 힘과 외치도록 한 것의 감각할 수 없는 힘의 결합을 환기하기 위하여, 에를 들면 죽음에게 소리친다. 이러한 사실은 이상하지만 놀랄 만큼 생명력이 있다. 그는 생에 대한 일종의 신앙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은 죽음에게 소리친다. 죽음은 더 이상 우리를 나약하게 만드는, 너무나도 명확히 보이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생명이 감지해내고 찾아내어 소리를 지르며 보이게 만드는, 이 보이지 않는 힘이다.

베이컨이 감지고 포착한 힘들의 경험적인 목록
첫 번째 힘은 격리의 힘- 아플라 속 에 들어 있으며 윤곽 주위에서 둥글게 감싸질 때, 그리고 아플라를 형상 주위에 감돌게 할 때
두 번째 힘은 변형의 힘- 형상의 신체와 머리에 침범하여 머리가 얼굴을 뒤흔들거나 신체가 그 유기적 조직을 뒤흔들 때
세 번째 힘은 흩뜨리는 힘- 형상이 지워져 아플라에 합쳐질 때 나타난다
그 외에도 놀랄 만한 에너지로 두 신체를 결합하는 힘, 삼면화에 포착되는 신비러운 힘, 빛에 고유한 전체를 결합하는 힘이면서 동시에 형상과 판들을 분리하는 힘, 격리의 힘과 전혀 다른 빛 적인 분리의 힘- 이것이 바로 보이게 되고 느껴지게 된 생명이고 시간인가.

시간을 그 자체로서 느껴지도록 하는 것은 화가, 음악가 그리고 작가에게 공통된 임무이다. 이것은 모든 박자나 가락 밖의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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