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미나로 <비극의 탄생>을 마쳤습니다.
이 책에서 니체는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이 탄생한 사건과 그 의미를 밝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비극의 ‘탄생’만을 기술하는 책이 아닙니다.
동시에 니체가 살았던 당대, 나아가 지금 우리 시대에 비극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그 점에서 니체는 오래된 과거를 연구하는 문헌학자이면서, 동시에 현대를 새롭게 쇄신하려는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니체에게 비극은 단순한 극의 형태가 아닙니다.
대신에 그리스적 삶의 양식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게 만드는 디오니소스적 힘, 경계를 넘기에 큰 고통과 허무를 안겨줄 수 있는 힘. 세계를 추동해 가는 이 어두운 힘을 그리스인들은 깨닫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이 때문에 삶을 포기하거나 무기력을 원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빛나는 형상을 세움으로써, 고통스런 삶을 헤쳐 나갑니다.
형상과 개체화를 만들어내는 아폴론적 힘, 이 빛나는 조형능력 때문에 디오니소스적 힘을 껴안고서 계속 살아갑니다.
이렇듯 삶의 고통 속에서 가상의 현상을 통해 삶을 지속하려는 것이 그리스적 삶의 태도입니다.

하지만 니체가 보기에, 오늘날의 상황은 절망적입니다.
이제는 누구도 그리스적 삶의 태도를 알지 못합니다.
대신에 형식적이고 사교적인 교양, 삶과 무관해진 앎이 그 자치를 대신합니다.
교양은 삶을 쇄신시키지 못으며, 삶의 진실을 보여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처럼 무능력한 교양에 맞서, 그리스적 삶의 양식을 지금 새롭게 창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니체는 비극의 ‘재탄생’을 갈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대 교양에 대한 비판과 절망은 우리가 이어서 읽을 <반시대적 고찰>로 이어집니다.
다음 책이 기대가 되네요.

10/16일 세미나부터는 <반시대적 고찰>을 시작합니다.
<반시대적 고찰> 1부 1절~6절까지, 책세상 본으로 225쪽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그럼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