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작성자
rara
작성일
2018-03-02 10:45
조회
394
삶과 예술 세미나: 2018년 3월 2일 / 발제자: 김선미
미셸 푸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김현 옮김, 고려대학교 출판부, 47~57쪽

Ⅳ 말들의 은밀한 작업

마그리트는 그의 그림들에 제목을 붙임으로써(파이프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언표로 지칭한 익명의 손과 어느 정도 유사하게) 명명 행위를 존중한다. 그러나 깨져 표류하는 이 공간 속에서 이상한 관계가 맺어지고, 난입, 갑작스러운 파괴적 침범, 말들 한가운데로 이미지들의 떨어짐, 윤곽들을 헤집으면서 그것들을 폭파시키는 말들의 번쩍임이 발생한다.

클레-연쇄적인 기호들과 형상의 맥락을 교차시키며 이름도 없고 기하학적 구조도 없는 공간을 끈기 있게 구축한다.
마그리크- 전통적인 배치 안에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공간을 은밀히 파 들어간다. 그러나 말들로 구멍을 뚫고 원근법이라는 오래된 피라밋은 무너질 지경이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의 반대편에는 <대화의 기술>이 있다.
앞의 것은 사물의 형태 속에 담론이 새겨진 경우였다. 그것은 부정하고 분할하는 모호한 힘이었다. 반면 뒤의 것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ㅇ서 자신들 고유의 말을 이루어 내고,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화를 그들의 일상적 수다 속에 심어 넣는 사물들의 자체 중력이다.

때로는 어떤 대상의 이름이 이미지를 대신한다. 하나의 말이 현실 속의 대상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하나의 이미지가 어떤 명제 속의 말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모순도 포함하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이미지와 말들의 풀릴 길 없이 얽힌 그물망, 그리고, 그것들을 받쳐줄 수 있는 공통 영역의 부재에 근거하고 있다 : 그림에서 말들은 이미지와 마찬가지의 실체들이다. 그림에서의 이미지와 말들은 보통 때와는 다르게 나타난다.

마그리트의 작품에는 이런 대체, 실체적인 동화의 예들이 많다. <지평선을 걸어가는 사람><묵시의 알파벳>

모든 요소들이 각각 조형적 재현과 유사라는 유일원칙에만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 안으로, 배척당한 듯 이미지의 주위를 멀리서 배회하고, 그리고 제목의 자의성이 영원히 격리시켜 놓은 것처럼 보이는 언어 기호들이 은밀히 다가왔다.
그것들은 이미지의 단단함 안에, 그것의 세심한 유사 안에, 어떤 무질서를-오직 그들 자신에게만 속하는 질서를- 침입시켰다. 그것들이 대상을 달아나게 했던 것이고, 대상이 자신의 얇은 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클레는 자기의 조형 기호를 배치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짰다, 마그리트는 재현의 낡은 공간이 지배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지만 표면상으로만 그렇다.

마그리트가 <레카미에 부인>이나 <발코니>를 다시 그릴 때, 그는 전통 회화의 인물들을 관으로 바꿔놓는다.
말이 대상의 단단함을 취하고 있을 때면, 말과 대상은 함께 하나의 형상을 구성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정반대로 상이한 두 방향을 향하고 있다. 글씨를 관통하고 있는 집게손가락은 글씨 위로 솟아나면서, i를 흉내 내면서 동시에 감춘다. 말의 지시 기능을 형상화하면서 세이렌들이 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성탑 모양을 형태화하는 집게손가락은 흔해빠진 방울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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