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 | 강우성, 김성호, 박인찬, 유선무, 이동신, 정희원, 황정아 지음 | 2021.5.27

카이로스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21-05-27 19:57
조회
1256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
Issues in Posthumanism


왜 인공지능은 체스를 두는가?
영화 <엑스 마키나>와 <언더 더 스킨>은 인간중심주의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2020년 12월 등장했다 빠른 속도로 사라진 챗봇 ‘이루다’의 명멸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는 무엇인가?


지은이 강우성, 김성호, 박인찬, 유선무, 이동신, 정희원, 황정아
정가 18,000원 | 쪽수 304쪽 | 출판일 2021년 5월 27일 | 판형 사륙판 (130*188)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74
ISBN 9788961952613 93300 | 도서분류 1. 인문학 2. 사회학 3. 철학 4. 현대철학 5. 문학 6. 문화이론 7.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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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이 1985년에 출간된 것을 감안하면 비인간 주체로서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의식이 제기된 역사는 짧지 않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세속화와 계몽주의로 대표되는 인간중심적 가치가 만개한 시대를 근대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에 대한 비판으로서 포스트모던 과 포스트휴먼의 접점을 가정해 볼 수 있다. ... 포스트휴머니즘을 비롯해 비인간주의, 반인간주의 등 휴머니즘의 패권을 비판하고 나선 다양한 갈래의 이론들이 그것이 자처하는 만큼 인간(중심)주의의 오래된 역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무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야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한다. ― 책머리에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 간략한 소개

포스트휴머니즘을 비롯해 트랜스휴머니즘, 슈퍼휴머니즘 등 다양한 언명 아래 전개되고 있는 휴머니즘 ‘이후’에 대한 고민과 상상의 기원과 갈래는 다양하다. 포스트휴머니즘과 비인간주의, 반인간주의 등 휴머니즘의 패권을 비판하고 나선 다양한 갈래의 이론들이 그것이 자처하는 만큼 인간(중심)주의의 오래된 역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무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이 책은 소위 ‘포스트’ 시대의 새로운 해방적인 가치로서 포스트휴머니즘에 열광하거나 포스트휴머니즘이 근대적 휴머니즘과 단절될 수 없는 연장선상에 있음을 환기하는 대신, 인간중심주의 이후에 제기된 다양한 쟁점들을 고루 조망한다. 이 책은 신유물론, 객체지향 존재론, 사변적 실재론 등 최근 대두된 이론적 지형에 대한 충실한 길잡이인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영화와 문학 작품에 대한 문학 연구자들의 깊이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 상세한 소개

왜 지금 포스트휴먼인가?

유전공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 등 매 순간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 존재는 양방향의 갈림길 위에 서 있다. 기술 발전의 주체로서 인간은 타자로서의 세계를 계속해서 호령할 것인가, 아니면 그 세계와 스스로의 존재가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연-문화 연속체”(브라이도티)인 세계의 일부로서 스스로를 재정의해 나갈 것인가?

기술 발전과 기후위기 시대의 인간존재론으로서 포스트휴먼은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를 꿈꾸고, 지구를 오랫동안 점거해온 생명체로서 인간이 비인간주체들과 공존하는 시대의 윤리를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한다. 포스트휴먼이란 근본적인 의미에서 “근대 휴머니즘의 근간이 되는 인간, 유럽, 백인, 남성 중심주의적인 인간 개념을 해체하고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인간 개념을 모색하려는 시도”(박인찬)이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먼을 둘러싼 쟁점 1 : 어떤 포스트휴머니즘이 필요한가?

이 책에 따르면 포스트(post)라는 접두사는 ‘이후의’와 ‘다음의’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후의’로 해석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은 휴머니즘의 종언을 가정할 테고, ‘다음의’로 해석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은 휴머니즘의 계승을 함축한다.(박인찬, 21~22쪽) 포스트휴먼과 동의어처럼 쓰이는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용어도 있다. 그러나 트랜스휴머니즘 역시 “합리적 휴머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보스트롬)는 인정이 나온다.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비판 속에서 “근대 휴머니즘의 극복이면서 동시에 휴머니즘의 재창조”(24쪽)를 지향하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을 지지하는 사상가들도 있다.

이 책은 포스트휴머니즘을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양한 시선에서 검토하면서, 우리에게 지금 ‘어떤’ 포스트휴머니즘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은 과연 ‘포스트’ 시대의 새로운 해방적 가치인가? 아니면 근대적 휴머니즘과 단절될 수 없는 연장선상에 놓이는가? 포스트휴머니즘을 이 세계에 유익한 새로움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정향하기 위해서는 어떤 비판적인 사유 실험들이 필요한 것일까?

포스트휴먼을 둘러싼 쟁점 2 :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포스트휴먼 논의와 함께 동물권, 동물연구, 동물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동물로의 선회’(Animal Turn)라 부를 만한 현상이 전 사회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황정아의 글 「동물과 인간의 ‘(부)적절한’ 경계 : 아감벤과 데리다의 동물담론을 중심으로」가 이 문제를 고찰한다.

황정아는 이러한 유행의 한가운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의 동물 담론은 인간 역시 동물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 인간 중심성에서 자유로운가? 아니면 인간의 동물화에 내포되어 있는 인간 중심성을 극복하고자 하는가? 황정아의 글은 아감벤, 데리다,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들의 생각 속에서 동물에 대한 사유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를 검토한다.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복잡한 경계가 제기하는 여러 논점들을 숙고하면서 ‘동물로의 선회’가 인간에게 던져주는 도전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포스트휴먼을 둘러싼 쟁점 3 :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

인공지능 역시 포스트휴먼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딥 블루, 알파고, 이루다는 물론이고,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와 문학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존재가 인간에 대해서 제기하는 질문들을 우리는 충분히 숙고하고 있을까?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검토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발명된 존재라는 지위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자율성을 갖게 될까? 왜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정보처리나 지적 사유 능력을 넘어 감정 능력을 부여하고자 하는가? 인간이 기계에서 공감을 얻고자 하는 것은 기계와의 연속성을 꿈꾸는 것인가, 아니면 자기중심적인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인공지능 시대는 이처럼 인간과 세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강우성의 글 「인공지능시대의 인간중심주의와 타자화」는 인공지능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질문들이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되는 것은 아닌지를 성찰한다(215~216쪽). <엑스 마키나>, <언더 더 스킨> 같은 영화에 대한 비평을 경유하여 필자는 인공지능 문화콘텐츠와 담론에서도 여전히 드러나는 소수자에 대한 괴물화와 타자화의 논리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2021년 한국 사회가 이루다 사건에서 배울 것

딥블루와 알파고의 대국이 인류 정보기술 역사에서 중요한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한편,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속의 ‘빅스비’는 여성의 목소리로 안내하고 응대한다. 이 책에 따르면 기술이 첨단을 향해 달려갈 때 그 생산물이자 사회적 구성으로서 인공 생명을 둘러싼 젠더 체계는 여전히 사회의 젠더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항상 더 보수적인 방식으로 기존의 젠더 편견을 강화한다.

이 책의 마지막 글 「인공 행위자의 감정 능력과 젠더 이슈」에서 필자 정희원은 ‘여성’ 챗봇 ‘이루다’가 출현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2020년 한국에서 챗봇은 왜 20대 미혼 여성, 또는 ‘여대생’일 수밖에 없는지 물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왜 인간은 인공 행위자에게 감정 능력을 부여하여 이를 소비하거나 착취하고자 하는가? 남성-인간이 여성-기계를 자신의 판타지를 충족하기 위한 대상으로 손쉽게 대상화할 때 맞닥뜨리는 위험을 경고하는 <엑스 마키나>에서처럼, ‘이루다’에게 일차적으로 부여된 역할은 유사 공감이나 유사 연애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정희원은 지적한다. 인간은 자신을 위무하기 위한 기계를 만들고 그것에 감정능력을 부여할 권리가 있는가? 이 글에 따르면 ‘이루다’는 이 질문을 남기고 사라졌다.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 ‘포스트휴머니즘과 비인간주의’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이 아우르는 다양한 언표들을 소개한 뒤 아감벤과 데리다의 동물 담론과 포스트휴먼 이슈가 연계되는 지점을 살핀다. 또한 비인간주의와 정서·정동 이론을 중심으로 한 스피노자 읽기를 다룬다. 1부의 이론적 논의는 박인찬의 「200살을 맞은 인간」(아이작 아시모프)과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필립 딕) 읽기, 황정아와 김성호의 로런스론으로 확장된다.

2부 ‘신유물론과 문학 읽기’에서는 최근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신유물론’을 개괄하면서 이것이 문학 읽기와 갖는 접점을 모색한다. 2부는 유선무, 이동신 두 필자가 각각 ‘신유물론’과 ‘신사물론’으로 옮긴 이론적 흐름에 대한 훌륭한 길잡이인 동시에 이것이 문학 연구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를 세심히 묻고 고찰한다. 일례로 이동신은 그레이엄 하먼의 “도구존재”(tool-being) 이론을 통해 “사물스러움”의 의미를 밝히면서 몰스의 좀비소설 『리메이닝』을 읽는다.

3부 ‘인간중심주의, 안드로이드, 젠더’는 인공지능시대의 인간중심주의를 주제로 인간을 대표하는 남성 주체가 그 타자로서 안드로이드나 여성-기계에게 욕망을 투사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남성중심적 환상에 주목한다. 강우성의 글은 최근 인공지능 담론의 근본적 질문이 인간중심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놓여 있음에 주목하면서 영화 <엑스 마키나>와 <언더 더 스킨>을 분석한다. 정희원의 글은 ‘왜 인공지능은 체스를 두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소설 『미래의 이브』와 영화 <엑스 마키나>, 그리고 챗봇 ‘이루다’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글쓴이 소개

강우성
서울대 영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버팔로) 영문과에서 19세기 미국문학과 데리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성대학교에서 가르치다가 2008년부터 서울대학교 영문과와 비교문학과에서 미국문학, 영화, 비평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 프로이트 세미나』,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공저), Translated Poe(공저), 역서로 『미국, 변화인가 몰락인가』(공역), 『이론 이후 삶』(공역), 『어리석음』, 『팬데믹 패닉』, 『천하대혼돈』 등이 있다.

김성호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안과밖』 편집주간과 영미문학연구회 대표를 역임했고 동인지 『크리티카』의 발간에 참여했다. 영문학과 한국문학 외에 맑스주의와 들뢰즈 비평이론, 스피노자와 정서·정동론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 저서로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 : 세계의 소설론과 미학의 쟁점들』(공저), 『소설을 생각한다』(공저), 『부커상과 영소설의 자취 50년』(공저) 외, 역서로 슬라보예 지젝,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 세계금융위기와 자본주의』, 조너선 크레리, 『24/7 잠의 종말』, 데이비드 하비, 『자본주의와 경제적 이성의 광기』 등이 있다.

박인찬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부 교수. 미국문학과 SF를 주로 가르치며, 현대영미소설 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숙명인문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소설의 죽음 이후 : 최근미국소설론』, 역서로 토머스 핀천, 『블리딩엣지』, 『바인랜드』, 마거릿 버트하임 『공간의 역사』 등이 있다.

유선무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인디아나 대학에서 문학 박사, 문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영국 낭만주의 연구와 문화학, 비평 이론에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출판하였다. 현재 문학 비평의 정동적 전환에 관련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동신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현대미국소설과 포스트휴머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A Genealogy of Cyborgothic : Aesthetics and Ethics in the Age of Posthumanism, 『관계와 경계 : 코로나시대의 인간과 동물』(공저), 역서로 『갈라테아 2.2』 등이 있다.

정희원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 『안과밖』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영미문학연구회에서 발간하는 『영미문학연구』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영미문학에서 출발해서 도시문화와 도시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영미소설과 도시인문학』, 『18세기 도시』(공저), 『18세기의 방』(공저) 등이 있다.

황정아
서울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D. H. 로런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학평론가로서 현대 영국소설과 한국소설 및 비평이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HK교수로 재직하며 동아시아 개념사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 『개념비평의 인문학』,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편저), 『소설을 생각한다』(공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으로의 초대』(공저), 『부커상과 영소설의 자취 50년』(공저), 역서로 『단일한 근대성』, 『아메리카의 망명자』,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도둑맞은 세계화』, 『이런 사랑』, 『컬러 오브 워터』,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쿠바의 헤밍웨이』, 『패니와 애니』(공역), 『역사를 읽는 방법』(공역), 『종속국가 일본』(공역)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포스트휴먼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처럼 포스트휴먼은 인간의 독보적인 행위능력을 자부한 근대 휴머니즘이 배제했던 ‘휴먼’ 아닌 것들에 열려 있다. 어쩌면 그동안 인간 타자들에 가려져 타자로서 취급받지도 못했을 존재들, 동물, 기계, 물질, 혹은 인간 주체의 대상으로만 간주되었던 사물들에 주목함으로써, 포스트휴먼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 포스트휴먼으로 가는 길, 30쪽

동물과 조우하는 매 순간 어떤 진실이 더 진실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미리 주어진 어떤 주장도 그 결정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동물에 관한 우리의 사유가 맞닥뜨리는 가장 큰 도전이 아닐까? ― 동물과 인간의 ‘(부)적절한’ 경계, 85~86쪽

21세기 문화·사상적 지형에서 스피노자가 지닌 매력은 무엇보다 그의 비인간주의에 있을 것이다. 물론 비인간주의가 스피노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개인이 자유의지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결정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 로런스와 스피노자, 94쪽

객체지향 문학 읽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하먼은 관계성보다는 작품의 “자율성”과 “온전성”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작품과 관계 맺기를 추구하기보다는 그 관계의 실패를 추구하라고 주장한다. ― 신유물론 시대의 문학 읽기, 158쪽

사물의 시간은 다른 사람 아니면 심지어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 요구를 근대사회 초기에 나왔던 요구들, 즉 우생학적으로 우월한 종족이나 초인에 대한 요구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 좀비라는 것들, 209쪽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인간적 환상의 문제성은 최근의 인공지능 담론에서 심심찮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영화를 비롯해 인공지능의 문제를 다룬 문화적 생산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기술이 가져올 장밋빛 전망보다 기계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초래할 가공할 역효과에 압도적으로 관심을 집중해 왔다. ― 인공지능시대의 인간중심주의와 타자화, 222쪽

테크놀로지의 발전 과정에서 인공 생명에 부과된 젠더 체계는 종종 ‘지적 능력’을 남성적인 것으로, ‘상냥함’으로 대변되는 공감과 감수성 등의 감정 능력을 여성적인 것으로 재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젠더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 인공 행위자의 감정 능력과 젠더 이슈, 274~275쪽


목차

책머리에 : 인간중심주의와 그 이후 (정희원) 5

1부 포스트휴머니즘과 비인간주의
포스트휴먼으로 가는 길 :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를 중심으로 (박인찬) 14
동물과 인간의 ‘(부)적절한’ 경계 : 아감벤과 데리다의 동물담론을 중심으로 (황정아) 53
로런스와 스피노자 : 비인간주의와 정서·정동이론을 중심으로 (김성호) 89

2부 ‘신유물론’과 문학 읽기
신유물론 시대의 문학 읽기 (유선무) 123
좀비라는 것들 : 신사물론과 좀비 (이동신) 178

3부 인간중심주의, 안드로이드, 젠더
인공지능시대의 인간중심주의와 타자화 (강우성) 214
인공 행위자의 감정 능력과 젠더 이슈 : 『미래의 이브』와 여성 안드로이드 (정희원) 262

수록글 출처 302
글쓴이 소개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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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적 실재론과 객체지향존재론의 주창자 그레이엄 하먼의 『브뤼노 라투르 : 정치적인 것을 다시 회집하기』는 사회과학계에서 슈퍼스타가 된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브뤼노 라투르의 진화하는 정치철학에 관한 선구적인 해설서이면서 객체지향 정치학을 발전시키려는 실험적 시도다. 이 책에 따르면 근대성의 정치철학은 정치가 전적으로 인간 행위자들의 영역에 속한다고 상정하고서 시민과 국민국가 사이의 권력관계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근대성의 정치는, 무지에 대립하는 진리의 이미지에 기초해야 한다는 진리 정치 관념과 어떤 초월적 진실의 심급도 없는 권력투쟁 그 자체가 진리라는 권력 정치 관념 사이에서 동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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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브뤼노 라투르 지음, 홍철기 옮김, 갈무리, 2009)

이 책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연구해온 인류학자인 저자 브뤼노 라투르가 근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방식에 던지는 독특하고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탈근대주의의 근대성 비판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라투르가 말하는 근대인의 본질은 이분법이 아닌 ‘하이브리드’의 증식이다. ‘하이브리드’의 이해를 통해서만 사회와 자연, 정치와 과학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현재의 정치·사회적 위기와 환경·기술적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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