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 53-75

작성자
philo
작성일
2018-05-25 18:47
조회
776
다지원 기획세미나, 삶과 예술. ∥2018년 5월 25일∥파일로
바타유,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마네], 워크룸, 2017.

죽음에 대한 인식과 금기

1 세대를 거듭하면서 사물들을 만들고 창조하고 지속적으로 도구들을 만들어 사용하던 이 존재들은, 자신들이 죽는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53

1.1 하지만 첫째, 호모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는 게통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

1.2 둘째, 시체 매장 풍습이 생기기 이전 시대에 존재했던 죽음에 대한 좀 더 보편적이고 더 오래된 대응방식은 대부분 시체의 머리 부분만 매장하는 것이었다. 53

1.2.1 이때의 존재는 특별한 사물-가깝게 지내던 사람의 머리-앞에 멈춰 서곤 했다. 한편으로는 어제까지도 알았던 그 사람 자체였던 이 사물은, 이제 그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사람은 죽었다는 사실을 고하고 있었다. 54

1.2.2 죽음이란 우리에게 효율적 행위가 아닌 다른 ㄱ능성들을 끝없이 열어주는 거대한 균열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오리냐크기 이전]의 인류는 아마 죽음이 일으키는 감정을 금기로 인식하는 데 머물렀을 것이다. 55

1.3 선사학자들의 누락된 질문 :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이행에 대한 질문이라든가 본능적 삶에서 의식으로의 이행이라든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56

1.4 사회학자들은 보편적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지능적 신체적 특성들에 근거할 뿐 아니라, 인간들에게는 자기들이 지켜야 한다고 믿는 금기들이 존재한다는 점에도 근거한다는 사실 말이다. ...즉 동물에게는 아무것도 금지된 것이 없다.

1.5 사회학자와 종교 역사학자는 매번 개개의 터부들만을 다루는 탓에, 일반적으로, 무엇보다 일단 금기 없이는 인간다운 삶도 없다는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57

1.6 그 기원에서부터 명백히 나타나듯, 죽음을 대하는 행동들에는 공포와 존경의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 공포든 존경이든 아무튼 인간의 유해를 다른 사물들과는 다르게 여기게 하는 어떤 강한 감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57

1.7 시체에는 최소한 시체의 얼굴에는 산 자들을 홀리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산 자들은 시체에의 접근을 금지하려 애썼고, 어떤 대상이든 간에 시체 주변에 허가되는 일상적인 왕복을 제한시켰다. 금기를 구성하는 것은 바로 이렇듯 홀리는 힘에 이끌린 제한행위, 존재와 사물들의 움직임에 인간이 부과한 제한행위다. 58

1.8 물건들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근본적 분류가 시작되었다. : 물건들은 이제 한쪽은 신성하고 금지된 것으로, 다른 한쪽은 세속적이고 제한 없이 접근해서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나뉘었다. 이러한 분류가 지금까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구축해온 움직임들을 지배한다. 58
금기들의 전체적 결속

2 라스코의 세계는 무엇보다도 금기에 대한 감정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59

2.1 인간의 근본적 금기들 : 첫 번째는 죽음에 연관된 것이고, 두 번째는 생식, 즉 출생에 연관된 것이다. 첫 번째 그룹의 금기들 중, 선사시대에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는 금기는 오직 죽은 자의 유해를 건드리지 말라는 금기 뿐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살인의 금기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것이 없다. 59 ...두 번째 그룹의 금기들은 더 잡다해서, 근친상간 여성의 생리 기간과 관련된 규율들, 일반적 관점에서 정숙함과 관련된 금기들, 임신과 잠자리에 관련된 금기들까지 포함한다. 60

2.2 두 계열의 금기..이 금기들이 모두 최소한 그 근본에 있어서는, 시체와 관련한 금기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옛날, 즉 순록 시대 이전부터도 존재했었다고 주장해보고자 한다. 60

2.3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인간의 반응이다. 이는 성 금기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성 금기는 죽음과는 정반대로 출생과 관련이 있지만 죽음 금기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61

2.4 우리는, 그저 이런 행동 방식이, 죽음이 유발한 행동 방식과 마찬가지로 노동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었는지 자문해볼 따름이다. ...노동의 세계에서, 성생활이 죽음처럼 결국에는 노동과는 전혀 별개로 여겨졌던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문제다. 61

2.5 역사적, 민족학적 정보들이 우리에게 밝혀주고 있는 내용은,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인류에게 있어 노동의 세계는 성과 죽음의 세계와 대립되며, 인류는 언제나 바로 이 지점에서 지금의 우리와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62

2.6 노동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 사태들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 고정적이고 따로따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물건들의 세계에 동질적이지 않은 것, 탈주하거나 돌발하는 삶 같은 것들은 즉시 격리되었어야 했으며, 경우에 따라 불길한 것, 성가신 것,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굳이 말하자면, 성적인 것과 신성한 것 사이에 명확한 구분은 없다. 62

2.7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신성이라는 이 문제적 영역은, 노동에 종속되지 않은 삶이라는 이유로 동물적 삶으로 환원되어 버렸다. 62

금기의 초월 : 놀이, 예술, 종교

3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예술의 탄생. [라스코는] 바로 이 맹아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데 첫 번째 의미가 있다. 비록 우리는 그 뒤 놀이의 의미 반대편에 주술적 의도의 몫을 남겨둬야 하겠지만 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놀이만이 오직 예술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주술적 의도에는 이득의 계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63

3.1 다른 무엇보다도 오직 놀이만이, 이러한 초보적인 그림들을 그리도록 할 수 있었다. 평온한 상태, 효율적인 생활을 바라는 의도는, 놀이라는 선물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66-67

3.2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호모파베르(노동의 인간)는 놀이가 그를 데려와주었을 이 길에 아직 들어서지 못했다. 그 뒤를 잇는 호모사피엔스(인식의 인간)만이 이 길에 들어섰다. 67

3.2.1 순록 시대 인간, 그중 특히 라스코인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우리는 인식이 아니라 미학적 활동-그 본질에 있어 놀이의 한 형태인 활동-에 방점을 찍을 것이고, 이로써 더 합당한 방식으로 이 인류를 그 전의 인류와 구분해낼 수 있다. 호모루덴스가 더 적절한 이름이 될 것. 67

3.2.2 하위징아가 보여준 것은, 호모루덴스가 단지 인류의 진리에 예술의 위력과 광휘를 가져다준 작품들을 창조해낸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가장 적확하게 지시하는 말이라는 사실이다. 아울러 이 이름은, 종속적인 활동을 가리키는 파베르라는 이름에다가 그 자신 이외에는 다른 어떤 목적의 지배도 받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닌 놀이라는 요소를 대립시키고 있는 유일한 이름이 아닌가? 68

금기와 위반

4 금기를 초월한 결과로서의 놀이의 중요성과 그 현실

4.1 파문과 경악이라는 감정이 계속 남아 있기는 했지만, 놀이가 노동을 초월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삶은 이런 감정들을 초월해버렸다. 70

4.2 금기 앞에서 물러서거나 멈춰 서는 태도에 대한 필연적 반대급부로서 일종의 위반이라는 움직임이 존재했다. 70

4.3 내가 위반이라고 말할 때는, 금기가 무력해져서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불안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움직임에 붙여주어야 적절하다. 불안은 진정한 위반 내부에 깊숙이 자리한다. 그런데 축제에서의 흥분은 불안을 걷어내고 초월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위반은, 종교적 위반, 황홀경의 원천이자 종교의 핵심으로서의 법열의 감각과 관련되는 위반이다. 이 위반은 축제와 결합되는데, 축제에서 절정의 순간은 바로 희생제의다. 사제의 범죄, 합당하게 살인 금기를 어기는 행위. 71

4.4 우리는 축제를 발생시키는 움직임과 무관한 예술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다. 어찌 보면 놀이는 노동의 법칙에 대한 위반이다. ...위반은 예술이 스스로를 발현시킨 순간에서부터만 존재하는 것이며, 예술의 탄생은 순록 시대에 있어서는 놀이와 축제의 소란과 맞닿는다는 사실을. 73

4.5 금기와 위반이라는 조건은 우리네 삶에도 남아 있다. 이 조건들에 의해 인간의 삶은 정의되며, 이 조건들이 없는 우리의 삶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런 조건은 태초부터 존재해왔다. 그런데 금기는 필연적으로 위반에 선행한다.

4.6 이 원칙은 각각의 개별적 작품에서 비롯되는 구체적 해석들과 대립될 수 없다. 말하자면, 하나의 예술작품, 하나의 희생제의는 축제의 정신에 참여하고, 축제의 정신은 노동 세계, 혹은 노동 세계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금기들의 형식과 토대에서 해방되어 넘쳐흐른다. ...우리는 우선, 이러한 욕망이 감지되지 않는 예술 작품, 이런 욕망이 약하거나 거의 작동하지 않는 작품은 보잘 것 없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희생제의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금기가 삶의 가능성을 보장해주는 세속적 시간을 초월하는 신성한 순간의 탐색에 응답해왔다. 75

저는 오늘 몸이 아파서 쉽니다. 즐거운 공부시간 되시기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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