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론>이 처음 기대보다는 밋밋했는데,
생각해보니 원했던 강력한 해석이나 의미부여가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모스는 아마 '철학적'인 의미에서 자기 해석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편이 아닌 것 같네요.
증여를 윤리로 삼는 부족들의 모습을 해석하는 것은 독자 몫이겠지요.

<증여론>을 읽을수록, 한 편에선 지금 우리의 모습과 유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상당히 유사한 현상을 매매(buying-selling) 구조로 그리느냐, 증여-답례 구조로 그리느냐의 차이로 느껴졌습니다.
뭐랄까 원주민 부족들을 우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고 싶지 않기도 하구요.

다만 그럼에도 결정적인 차이는, 선물(=증여)이 주는 외부성(=의외성, 강제성)에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아직 가설 수준으로요.)
구매행위에선 (소비하는) 개인이나 (무역상의) 국가가 본인이 필요한 것을 선택한다면, 그래서 내부적 반복이 되기 쉽다면,
선물에선 개인/부족이 고를 수 없는 것을 '강제적으로' 받아야만 하는, 그래서 의외의 외부성이 무조건 들어오는
시스템이 아닐까 싶네요.

여기에 더해서
선물을 주는 쪽도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 선물을 고르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배려나 예상이 없다는 점, (긍정적인 의미로) 자기 중심적이라는 점,
이런 요소들이 외부성이나 의외성을 보장한다는 기분이 드네요.
각 부족들이 너무 끈끈하지 않은 느슨한 체계이기도 하고, (친근성+원근성)
제가 요즘은 좀 더 각각의 자율적인 체계들의 '부분적' 연결을 그리고 있기도 하고(패치워크나 누더기 옷감 등).

좀 더 읽어가면서 이 가설을 검증해야겠네요.

다음 주에는 제2장 3절 <북서부 아메리카> 끝까지 읽습니다.
'북서부 아메리카' 이야기부터 본격적으로 재밌어지던데,
다음 주도 기대되네요.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