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반복> 들뢰즈의 영어판 서문 번역.

작성자
영수
작성일
2022-03-06 10:23
조회
445
<차이와 반복>을 소개하는 기회를 가지고자 영역판에 들뢰즈가 쓴 서문을 번역하였습니다.
직독직해로 빠른 시간 내에 번역한 것이오니, 공부 시간에 의미를 파악하는 용도로,
영어판과 참조해서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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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를 쓰는 것과 철학을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 중 전자의 경우는 위대한 사상가가 사용한 화살이나 도구, 전리품과 먹잇감, 그들이 발견했던 대륙을 연구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우리가 직접 화살을 다듬고, 우리가 보기에 가장 좋은 화살을 모아 비록 그리 길지 않은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라도 다른 방향으로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하나의 작업의 결과물을 가리키고 있는 고유명에 대해서 배우기 위해서만 우리의 이름으로 말하려고 노력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개념들을 표현할 수 있었고, 그 모든 언어의 가능성을 사용하는 삶을 개념 속에 불어넣을 수 있었다는 조건 하에서만 개념은 발견된다.


나는 흄, 스피노자, 니체, 프루스트를 공부했고, 그러한 독서는 내게 열정을 불러 일으켰으며, <차이와 반복>은 내가 '철학을 행하려고' 시도한 첫 번째 책이었다.
그 이후 내가 한 모든 일은, 가타리와 함께 쓴 글- 분명히 나는 내 입장에서 말한다- 을 포함해, 이 책과 연결돼 있다.
우리가 특정한 어떤 문제에 끌리게 되는 이유를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즉 나는 왜 차이와 반복이라는 문제에 사로 잡혀 있는가, 그리고 왜 그 두 개념은 따로가 아니라 함께 있는 것인가 라는 문제 말이다. 철학사, 특히 현대 철학이 끊임없이 그 개념들을 다루어 왔다는 점에서 이것들은 완전히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아마도 대다수의 철학자들은 차이를 정체성에, 동일성에, 유사성에, 대립성에, 또는 유비성에 종속시켰다.
즉 그들은 개념의 정체성에 차이를 도입했고, 개념 그 자체에 차이를 넣어서 개념적 차이에 도달했지만 차이의 개념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개념이나 주제의 관점에서: 예를 들어, 특수한 차이는 하나의 속(屬)의 형태 속에서 동일한 개념을 전제하는 것처럼) 차이를 사유하기 위해 차이를 동일성에 종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또한 차이를 (지각의 관점에서) 유사성resemblance에, (술어의 관점에서) 대조에, (판단의 관점에서는) 유비에 종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차이를 그 자체로 사유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를 가지고 와, 철학은 차이에 차이의 유기적organic 재현을 부여하였고, 라이프니츠와 헤겔을 가지고 와서는, 고취시키는orgiastic 재현을 부여했다. 즉 철학은 차이에 대해 그 자체로 도달하려고 하지 않았다.

상황은 반복과 관련해서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
즉 다른 방식으로, 반복 역시 동일성이라는, 유사성이라는, 동등성이라는, 대조성이라는 관점에서 사유되었다.
이 경우, 우리는 반복을 개념 없는 하나의 차이로 취급한다.
즉 두 가지 것들은 정확히 동일한 개념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다를 때 서로를 반복한다.
따라서, 다양해지기 위한 반복을 일으키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반복을 가리거나 동시에 감추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도 우리는 반복이라는 개념에 도달하지 못한다.
반대로, 우리는 변이/이형variation가 반복을 감추기 위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반복의 조건이나 반복을 구성하는 요소, 즉 반복의 내재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그러한 반복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치에 못지 않게 위장도 반복, 그리고 차이를 구성하는 것이다.
즉 공통적 이동 수단transport이자 불일치diaphora이다.
그 한계에 있어 차이 또는 반복의 단일한 힘이 아니라, 다층적인 것 속에서만 작동하고, 다중들을 결정하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모든 철학은 예술과 과학과 마치 동맹을 맺은 것처럼, 그것들에 대해 말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가져야 한다.
철학은 분명히 최소한의 우월성을 주장할 수 없고, 또한 과학적 기능과 예술적 구성에 대한 이해와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의 개념을 창조하고 상술하기 때문에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철학적 개념과 과학적 기능이나 예술적 구성은 결코 혼동될 수 없지만, 과학적 개념은 과학의 영역이나 예술의 스타일의 이러 저런 영역에서 그 두 분야와의 친연성을 발견한다.
철학이 가진 과학적이거나 예술적인 내용은 예술이나 과학을 발전시킬 의무가 없지만 아무리 초보적이더라도 주어진 기능이나 구성으로부터 고유한 철학적 개념들을 형성시킴으로서만 스스로를 진보시킬 수 있다.
철학은 과학이나 예술과 별개로 수행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그 두 상대적 대상들의 레벨에서 나타날 수 없는 이 두 개념들 사이에는 진술적 관계가 존재하는가 여부를 물음을 던지면서 미분에 대한 수학적 기능과 미분에 대한 생물학적 기능에서부터 나오는 철학적 개념을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예술, 과학, 철학은 각자 상대방에게 응답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유동적moblie 관계에, 각자 자신만의 수단에 의해, 사로 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전통적인 사유의 이미지를 문제 삼아야만 차이와 반복의 가진 힘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우리가 주어진 방법에 따라 생각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려고 할 때 우리의 목표를 결정하는 다소 암묵적이거나 무언의, 전제된 사유의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유가 좋은 본질을 가지고 있고, 사상가는 선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선을 ‘원한다’고) 전제하며; 인식의 과정을 하나의 원형model으로 취하고 있으며- 달리 말하자면, 동일하게 가정된 대상 위에 하나의 상식/공통의식a common sense이나 모든 능력을 발휘하는 것- 우리는 오류를 싸워야만 하는 적으로 지시하며, 진리는 해결책을 다루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다시 말해 과제proposition는 답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유에 대한 전통적인 이미지이며, 비평이 그 이미지의 핵심으로 옮겨가지 않는 한, 사유는 과제의 양식을 넘어서는 것을 가리키는 이러한 문제들을 아우르는 것으로;
또는 모든 인식을 벗어나는 마주침을 포함하는 것으로;
사유와는 조금 다른 것으로서 사유의 진정한 적들과 대면하는 것으로;
사유의 본질적 무감각과 악명 높은 나쁜 의지에서부터 사유를 찢어버리면서 [다시]사유하게 강제하는 것을 얻는 것으로 사유를 받아들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유의 새로운 이미지- 또는 사유를 가두는 이러한 이미지들로부터 사유가 해방되는 것, 바로 이것을 나는 프루스트에서부터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 <차이와 반복>에서는 이러한 탐구는 자율적이면서 이 두 개념들을 발견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그러므로 이 책은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구체적인 것으로 보이고,
내가 가타리와 함께 수행한 연구인를 포함한 이후의 책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세 번째 책이 될 것이다.
가타리와 함께 한 연구인 식물적 사유의 모델, 즉 나무에 대립되는 리좀, 수목적 사유 대신 리좀적-사유의 모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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