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 종합적 사회과학자로서의 니체-니체와 존재론(上)-힘과 권력의지

기고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18-02-23 18:03
조회
806
니체의 존재론1-힘과 권력의지

김상범


1.

니체의 존재론은 힘의 존재론이다. 사물보다 힘 관계가 존재론적으로 선행하며, 힘에 의해 소유되거나 점유되지 못한 것은 대상이나 현상으로 출현할 수 없으며, '현실'이라는 것은 사실상 힘의 양에 불과하다. 들뢰즈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대상 자체는 힘이고, 한 힘의 표현이다. 이미 (어떤 힘에 의해) 소유되지 않는 것은 대상(현상)이 아닌데, 그 이유는 대상이란 그 자체로 외관이 아니라, 어떤 힘의 출현이라는 점에 있다.” (<니체와 철학>p.25)

니체의 철학은 주체와 대상을 미리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복적이다. 니체의 존재론에 있어서 힘 관계가 주체와 대상에 선행한다. 들뢰즈에 의하면 니체는 위 인용문과 같이 대상을 힘의 출현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신체조차도 힘 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신체를 정의하는 것은 지배하는 힘들과 지배받는 힘들 간의 관계이다. 힘의 모든 관계가 하나의 (화학적, 생물학적, 사회적, 정치적) 신체를 구성한다.”(<니체와 철학>p.87)

그런데, 이렇게 지배하는 힘과 지배받는 힘, 우월한 힘과 열등한 힘을 구별 짓는 것은 힘들간의 양적 차이이다. 그리고 이런 양적 차이를 생산해내는 것은 권력의지이며 권력의지는 힘의 미분적 요소라 불린다. 이러한 미분적 요소로서의 권력의지들에 의해 지배하는 힘과 지배받는 힘의 분화가 일어나고 이 힘들 사이에는 지배관계가 성립되게 된다. 따라서 권력의지는 힘 관계를 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힘 관계를 생산해내는 의지도 사실 다른 의지와의 관계 속에서만 작동하는 것이다.

“<의지>는 <물질>(예를 들어 <신경>)에는 작용할 수 없고 오로지 <의지>에만 작용할 수 있다.”(<선악을 넘어서>§36)

앞서 힘들의 관계가 신체를 구성한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신체 속에서 지배하는 힘을 적극적인 힘이라 부르고 지배받는 열등한 힘을 반응적인 힘이라고 부른다. 적극적인 힘은 ‘작용’을 통해서 작동하고 반응적인 힘은 ‘반응’을 통해서 작동한다. 거꾸로 '작용'하는 힘은 적극적인 힘이고 반응하는 힘은 반응적인 힘이다. 이것은 적극적인 힘과 '작용'이, 그리고 반응적인 힘과 '반응'이 분리되지 않음을 뜻한다.

‘반응’은 사실상 차이를 생산하지 못하고 신체를 자기-동일성에 머무르게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반응’을 통해서 자기-동일적인 메커니즘이나 목적을 설정함으로써 유기체를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이런 메커니즘과 목적은 “보존, 적응, 실리”를 통해 생명체가 스스로의 정체성(동일성)을 유지하게 한다.

반면 ‘작용’은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고 사물에 이 형태를 강요하는 적극적인 힘을 통해서 가동되는 것이고, 또한 이런 적극적인 힘의 가동은 “변화의 권력, 디오니소스적 권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소유하고, 좌지우지하며, 지배하는 것은 적극적인 힘의 특징들이다. 소유하는 것은 형태를 강요하는 것, 결과들을 활용해서 형태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그는 라마르크에게 찬사를 보낸다. 왜냐하면 그는 적응과 관련해서는 최초로, 참으로 적극적인 조형적 힘 force plastique의-즉 변신의 힘-현존을 예감했기 때문이다....변화의 권력, 디오니소스적인 권력은 활동성의 최초의 정의이다.”(<니체와 철학> p.91)

따라서 ‘적극적인 힘’은 ‘차이’를 생산해내는 힘인 반면에 ‘반응적인 힘’은 메커니즘이나 목적의 동일성에 의해 차이를 부정하는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권력의지도 긍정적인 의지와 부정적인 의지로 나뉠 수 있다. 들뢰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적극적임과 반응적임은 힘의 원초적 성질들을 가리키지만, 긍정적임과 부정적임은 권력의지의 원초적인 성질을 가리킨다. 행동하기, 반응하기가 힘을 표현하듯이, 긍정하기, 부인하기, 극찬하기, 비하하기는 권력의지를 표현한다....그래서 작용과 긍정 사이에, 반작용과 부정 사이에 심오한 유사성, 결탁은 존재하지만 아무런 혼돈도 없다.... 한편 모든 작용 속에 긍정이, 모든 반작용 속에 부정이 존재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 한편, 작용과 반작용은 오히려 수단들, 긍정하고 부인하는 권력의지의 수단들이나 도구들과 같다.”(<니체와 철학>p.109)

따라서 적극적인 힘과 긍정적인 의지, 반응적인 힘과 부정적인 의지는 같이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긍정으로서의 권력의지’와 ‘부정으로서의 권력의지’의 대립은 <도덕의 계보학> 속에서 선명하게 나타난다. 니체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모든 고상한 도덕이 자기 자신을 의기양양하게 긍정하는 데서 생겨나는 반면, 노예도덕은 애당초부터 ‘외부적인 것’, ‘다른 것’, ‘자기자신이 아닌 것’을 부정한다.”(<도덕의 계보학> 제 1논문 §10)

또한 이렇게 자기 자신을 의기양양하게 긍정하는 인간은 적극적인 힘, 즉 “조형하고 형성하며 치유하는 힘과 망각하게 하는 힘”(<도덕의 계보학> 제 1논문 §10)을 가진 인간이기도 하다.1) 반대로 타인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을 긍정하는 원한의 인간은 이러한 적극적인 힘을 가지지 못하여 이러한 원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2.

대표적인 적극적인 힘의 소유자는 <도덕의 계보> 제 2 논문에 나오는 국가설립자들이다. 이들은 형태를 창조하며 민중이라는 질료에 이러한 형태를 강요하는 힘을 가진 ‘무의식적 예술가’들이다. 니체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명령할 능력이 있는 자, 천성적으로 ‘지배자’의 성격을 지닌 자, 하는 일이나 거동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자-이러한 자에게 계약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한 존재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아무런 이유나 이성도, 아무런 고려나 구실도 없이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번개처럼 어느새 와 있는 것이며, 또한 단순히 미움을 받기에는 너무 무섭고 너무 급작스러우며, 너무 확신에 차 있고 너무 ‘다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형식을 창조하며 형식을 새겨 넣는 일을 한다.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비의도적이고, 가장 무의식적인 예술가이다.”(<도덕의 계보학> 제 2논문 §17)

이들의 힘은 기존의 사회와 차이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힘이며, 이러한 사회 속에서 각각의 부분들에 전체와 관련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다.

“그들이 나타나는 곳에는 머지않아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살아있는 지배 구조 내에서 여러 부분과 기능은 엄격히 구분되면서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어느 것도 전체와 관련해서야 비로소 하나의 ‘의미’를 갖게 된다.” (<도덕의 계보학> 제 2논문 §17)

반면에 민중들은 이렇게 설립된 국가라는 방벽에 갇혀 자신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힘을 발산하지 못함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양심의 가책’을 발명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에서 분리된 적극적인 힘은 반응적이게 된다.

“자유라는 오래된 본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국가조직이 구축해 놓은 저 끔찍한 방벽...은 야생 생활을 하고 아무 거리낌 없으며 이리저리 유랑하던 인간의 저 모든 본능을 반대방향으로 돌려 인간 자신을 향하게 한다. 적의, 잔인함, 그리고 박해, 기습, 변혁 및 파괴의 욕수-이 모든 것이 그러한 본능을 소유한 자를 향해 방향을 돌리는 것, 이것이 바로 ‘양심의 가책’의 기원인 것이다.”(<도덕의 계보학> 제 2논문 §16)

“적극적인 힘이 왜곡되고 자기의 실행 조건이 박탈되며, 그 것이 할 수 있는 것에서 분리되는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안으로 돌아서면서, 자기자신에게 등을 돌린다. 내면화하기, 자기에게서 등을 돌리기, 바로 그것이 적극적인 힘이 현실적으로 반응적으로 되는 방식이다.”(<니체와 철학>p.228)

이렇게 그리고 이런 국가의 폭력 속에서 민중들의 적극적인 힘이 반응적인 힘으로 변화하는 것은 그들이 유순해진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적극적이었던 힘은 이제 다른 힘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가장 오래된 ‘국가’는 끔찍한 폭정으로, 인정사정없이 으깨버리는 기계장치로 드러났고, 그러한 행위를 계속한 결과 민중과 반동물이라는 그러한 원료는 마침내 충분히 반죽되어 유순해졌을 뿐 아니라...”(<도덕의 계보학> 제 2논문 §17)

국가설립자를 통해서 표현되는 적극적인 힘과 민중들을 통해서 표현되는 반응적인 힘이 하나의 정치적 신체로서 ‘국가’를 구성한다.

3.

니체의 ‘강자’는 적극적인 힘과 긍정적인 의지를 대표하는 자로서, 반응적인 힘과 부정적인 의지를 대표하는 ‘약자’와 상반되는 존재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강자는 적극적인 힘들이 반응적인 힘들을 지배하여 하나의 신체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 자이고, 약자는 지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힘들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서 분리하여 반응적인 힘으로 만듦으로써 하나의 신체를 구성하는 데에 실패한 자이다. 이는 <니체와 정치학>에서 강자가 자기 스스로를 지배하는 자이며 다양성을 종합한 자인 반면에 약자는 자기 스스로를 지배할 수 없고 다양성 속에서 분열된 자라고 말한 것과 통하는 것이다.

강자는 월등히 큰 힘들의 양적 차이를 가진 반면 약자에게 있어서 힘들의 양적 차이는 매우 적어서 힘들의 양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이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강력한 문화는 이러한 힘들의 양적 차이에 의해 지배관계가 성립하면서 힘들이 ‘종합’되어 있는 반면에 나약한 문화에서는 힘들의 양적 차이가 크지 않아 힘들 사이에 서열이나 위계가 성립하지 않아서 힘들이 종합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힘들의 양적 차이를 생산해내는 것은 힘들의 미분적 요소, 즉 권력의지이기 때문에 힘들을 종합하는 것은 권력의지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권력의지는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그것은 힘들의 종합을 위한 원리이기 때문이다....의지가 아니라면, 누가 힘과 힘의 관계를 결정하면서, 힘들의 종합에 있어서 원리의 구실을 할 수 있겠는가?”(<니체와 철학>p.103)

여기서 두 종류의 싸움이나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하나는 강자나 강한 문화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우월한 힘들이 스스로의 양을 증대시키기 위한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약자나 약한 문화에서 일어나는 것으로서 열등한 힘들이 우월한 힘들의 양을 감소시키기 위한 싸움이다. 따라서 강자나 강한 문화에 있어서는 우월한 힘들과 열등한 힘들 사이의 양적차이가 증대되는 반면에, 약자나 약한 문화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힘(우월한 힘)이 반응적으로 되는 것이다.

강자나 강한 문화에서 발생하는 우월한 힘들 사이의 경쟁에서 한 힘의 양의 증가는 다른 힘의 양의 증대를 촉진하는 반면에 약자나 약한 문화에서 발생하는 열등한 힘들 사이의 경쟁에서는 정 반대로 서로가 서로의 힘의 양을 감소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우월한 힘의 양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양적차이의 증대 혹은 감소는 권력의지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긍정의 권력의지'는 우월한 힘들과 열등한 힘들의 양적 차이를 증가시키고, '부정의 권력의지'는 양적차이를 감소시킨다.

1) 니체는 망각하는 힘을 적극적인 힘으로 파악한다.

“망각이란 생각이 길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타성의 힘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극히 엄밀한 의미에서 적극적인 억제력이며,....(<도덕의 계보학> 제 2논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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