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호] 『피와 불의 문자들』출간 기념 조지 카펜치스 화상강연회 질의응답

강연
작성자
ludante
작성일
2018-10-06 14:20
조회
1292

『피와 불의 문자들』 출간 기념 조지 카펜치스 화상강연회 질의응답 내용


 정리 : 김정연




  • 아래 내용은 지난 9월 30일 일요일 저녁 7시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열린 조지 카펜치스 화상강연회 질의응답 시간에 논의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기억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질문
오늘날 맑스주의가 유용합니까? 역사적으로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실패했습니다. 미국에 계시는 저자께서 공산주의로 나아가자는 주장을 하시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를 개선하자는 것이겠지요? 물론 사상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 때문이겠지만 공산주의 국가, 사회주의 국가들은 모두 실패했고, 구소련이나 중국도 경제에서는 이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맑스주의가 여전히 필요할까요?

답변
자본주의는 지난 500년간 어떠한 종류의 정의나 인권의 보장에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15세기에 자본주의의 출현이 불균등하게 일어난 것처럼, 오늘날에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로의 이행도 그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문자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다른 사유가 여전히 오늘날의 현실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오늘날 맑스주의의 르네상스라 부를 만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맑스주의도 자기 혁신과 자기 변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 책 『피와 불의 문자들』에는 1980년대부터 제가 제 동료들과 맑스주의를 변형하려 했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여성주의, 생태주의, 동성애자 운동 등이 제기한 도전들을 받아들이면서 말입니다. 오늘 제출한 논문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질문
착취를 말씀하셨는데 오늘날 일터에서 착취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아 실현이나 피터 드러커의 말과 같은 사회적 기여도 일어납니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변
자본주의는 지난 500년간 계속해서 폭력에 의존해 왔습니다. 지구의 일부 지역에서 노동자의 창의력을 착취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해야 할 때조차 필요하면 자본은 폭력을 사용합니다.

질문
마지막 문단에 맑스의 『공산당 선언』을 인용하셨는데 그다음 문장을 보시면 struggle을 violence에 대응하는 것으로 쓰고 계십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촛불집회라는 투쟁형태가 짧게는 1~2년, 길게 잡으면 10~20년 정도 기간 동안 일반화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1980년대 5.18 같은 경우 무장봉기를 했다면, 오늘날에는 화염병을 촛불이 대체했다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폭력이 없는 투쟁형태는 어떻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폭력에 대해서 말할 때는 항상 국가폭력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제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자본주의에서는 언제나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노동계급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양상들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질문
오늘날 자본주의는 우리의 주의력을 착취한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철, 버스 등 광고가 없는 곳이 없고 원치 않는 소통의 시도이고 착취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용한 공간, 예컨대 공항의 라운지 같은 곳들이 상품화되는데 그런 곳은 또 노동자들의 위치를 지정하는 힘을 가진 사람들, 부를 가진 사람들의 전용공간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변
자본주의는 과거에 상품이 아니었던 것을 상품화하는 체제입니다. 우주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려고 하고 상품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과거에 상품이 아니었던 것들을 돈을 주고 사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또 실제로 자본가 계급 사이에서 화성과 달에 대한 소유권 논의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상품화 능력은 우리가 환경을 우리에게 유익하게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을 우리로부터 박탈하면서 전개됩니다. 공통의 공간에 대한 질문자의 문제의식, 우리의 심리적 영역에 대한 질문자의 문제의식과 분석은 매우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며 계속 그 방향으로 탐구를 이어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의 심리적 영역에 대한 문제는 물리적 사안들에 대한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음악의 소비와 생산이 민주화된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변
음악산업의 문제에 대한 질문인지, 음악을 생산하는 노동을 하는 음악가들에 해당하는 질문인지에 따라서 문제설정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산업의 관점에서라면 이러한 민주화는 잉여가치 창출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고 자본가들이 새로운 도구를 찾으려 할 것입니다. 음악 생산 노동을 하는 음악가들은 오늘날 자기 재생산을 가능케 하는 방법들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음악가들 중에서는 관객과 개인적 관계들을 맺는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질문
강연문의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문구 "지배계급의 영원한 불안"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답변
자본주의에서는 항상 자본가계급의 등 뒤에서 많은 일이 벌어진다는 의미였습니다. 자본가들이 의식하지 못할 때조차, 자본주의의 통제 밖에서 항상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질문
우리는 오늘날 모두 노동을 하고 있지만 기계가 점점 더 발전하면 실제로 노동으로부터 멀어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답변
제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이 문제를 연구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기계가 노동을 대체할 것이다, 새로운 기계, 새로운 기술적 공정이 나타나면 노동자가 불필요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18세기부터 다양한 형태로 반복해서 출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년간 역사에서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경험적인 입증을 해줍니다. 그리고 맑스의 사유는 우리에게 이론적 근거를 주는데, 맑스에 따르면 잉여가치의 원천은 노동이고, 노동자가 없으면 착취도 없고, 그러면 자본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경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이러한 주장에는 근거가 없고, 결국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리라는 주장은 자본이 노동자를 협박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도구이자 무기입니다.
전체 0

전체 484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474
[80호] 『자기생성과 인지』를 읽고ㅣ신현진
자율평론 | 2024.01.05 | 추천 0 | 조회 232
자율평론 2024.01.05 0 232
473
[80호] 안또니오 네그리의 타계에 부쳐ㅣ조정환
자율평론 | 2024.01.03 | 추천 0 | 조회 275
자율평론 2024.01.03 0 275
472
[79호] 여성의 타자화 그리고 경계지대: 『동아시아 영화도시를 걷는 여성들』에 관하여ㅣ강만진
자율평론 | 2023.12.29 | 추천 0 | 조회 252
자율평론 2023.12.29 0 252
471
[79호] 가속주의자 매뉴얼을 읽는 요령ㅣ이승현
자율평론 | 2023.12.29 | 추천 0 | 조회 774
자율평론 2023.12.29 0 774
470
[79호] 『대담 : 1972~1990』 신지영 역자와의 인터뷰
자율평론 | 2023.12.29 | 추천 0 | 조회 262
자율평론 2023.12.29 0 262
469
[79호] 『카메라 소메티카』 박선 저자와의 인터뷰
자율평론 | 2023.12.29 | 추천 0 | 조회 204
자율평론 2023.12.29 0 204
468
[79호] 『광장과 젠더』 소영현 저자와의 인터뷰
자율평론 | 2023.12.29 | 추천 0 | 조회 190
자율평론 2023.12.29 0 190
467
[79호] 『근현대 프랑스철학의 뿌리들』 황수영 저자와의 인터뷰
자율평론 | 2023.12.29 | 추천 0 | 조회 194
자율평론 2023.12.29 0 194
466
[79호] 『불타는 유토피아』 안진국 저자와의 인터뷰
자율평론 | 2023.12.29 | 추천 0 | 조회 170
자율평론 2023.12.29 0 170
465
[79호] 『개념무기들』 조정환 저자와의 인터뷰
자율평론 | 2023.12.29 | 추천 0 | 조회 195
자율평론 2023.12.29 0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