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6_발제] 12고원 (p.671-680)

작성자
objectapple
작성일
2019-04-05 14:09
조회
520
제 12고원, <1227년-유목론, 또는 전쟁기계>

공리 1 - 전쟁 기계는 국가 장치 외부에 존재한다.
명제 1 - 이러한 외부성은 먼저 신화, 서시시, 연극 그리고 각종 놀이에 의해 확인된다.

조르주 뒤메질
정치적 주권 또는 지배권은
<마법사-왕>과 <판관-사제>라는 두 개의 머리로 이루어져 있음.
: 전제군주와 입법자, 묶는 자와 조직하는 자, 밝음과 어두움, 격렬함과 평온함, 신속함과 장중함, 공포와 규율, “묶는 것”과 “계약”

그러나 이러한 대립은 상대적인 것일 뿐 양극은 마치 <하나>의 분할을 표현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지고한 통일체를 구성하기라도 하듯 하나의 쌍을 이루어, 서로 교대해 가면서 기능한다. “대립적인 동시에 상호 보완적이며, 한쪽이 다른 한쪽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로간에 적대성은 없으며, 따라서 갈등을 나타내는 신화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쪽의 특수화는 자동적으로 이에 대응하는 다른 한쪽의 특수화를 불러일으킨다. 이리하여 양자가 함께 주권이 미치는 범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두 극은 국가 장치의 주요 요소로서, <하나>-<둘>에 의해 작용하여 이항적 구분을 분배하고 내부성의 환경을 형성한다. 이러한 이중 분절이 국가 장치를 하나의 지층으로 만든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국가 장치 내부에는 전쟁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의 두 가지 경우)
1.먼저 국가가 전쟁을 통하지 않고 폭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경우. 이 경우 국가는 전사들 대신 경찰관과 교도관을 동원하며, 무기는 갖고 있지 않으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국가는 직접적이고 마법적으로 포획하는 방식을 택하며, 모든 전투를 방지하면서 “장악하고” “속박하면” 되기 때문이다.
2.이와 반대로 국가가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전쟁의 법률적 통합과 군사 기능의 조직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 둘 중 어느 경우에도 전쟁 기계 자체는 국가 장치로 환원 불가능하며 국가의 주권 외부에 존재하고 국법에 선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쟁 기계는 다른 곳으로부터 온다.

전쟁의 신인 인드라는 미트라뿐만 아니라 바루나와도 대립하는 것이다. 인드라는 후자의 두 신 어느 쪽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세번째의 다른 신을 형성하지도 않는다. 인드라는 오히려 척도를 갖고 있지 않은 순수한 다양체 또는 무리를 이뤄 홀연히 출몰하고는 이내 사라져 버리는 변신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인드라는 매듭을 푸는 동시에 계약을 배반하는 것이다. 그는 척도에는 광란을, 중후함에는 신속함을, 공적인 것에는 비밀을, 주권에는 역량을, 장치에는 기계를 대립시킨다.

이처럼 인드라는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잔혹함을 보이다가도 다른 땡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연민을 보여줌으로써, 전혀 다른 종류의 정의가 존재할 수 있음을 입증해준다(왜냐하면 그는 매듭을 풀기 때문이다.) 특히 인드라는 여성이나 동물과 전혀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인드라는 “상태들”간에 이항적 배분을 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생성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즉 실제로 전사의 <동물>-되기, <여성>-되기는 모든 관계들간의 조응뿐만 아니라 대립항들의 이원성까지도 함께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모든 점에서 전쟁 기계는 국가 장치와는 다른 종류, 다른 본성, 다른 기원을 갖고 있다.


673-, 장기와 바둑

놀이 이론의 입장에서 장기와 바둑

- 장기는 국가 또는 궁정의 놀이로 특히 중국 황제가 즐기던 것이다. 장기의 말들은 모두 코드화되어 있다. 즉 각각의 내재적 성질을 부여받고 있다. 말 하나 하나는 소위 상대적 권력을 부여받은 언표의 주체와 비슷하며, 이러한 권력들은 언표 행위의 주체, 즉 장기를 두는 사람 또는 놀이의 내부성 형식 속에서 조합된다.
- 바둑은 작은 낱알 아니면 알약이라고 할까, 아무튼 단순한 산술 단위에 지나지 않으며, 익명 또는 집합적인 또는 3인칭적인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 “그것”은 오로지 이리저리 움직일 뿐이며, 그것이 한 명의 남자나 여자 또는 한 마리의 벼룩이나 코끼리라도 상관이 없다. 바둑알들은 주체화되어 있지 않은 기계적 배치물의 요소들로서 내적 특성 같은 것은 전혀 지니고 있지 않으며 오직 상황적 특성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각각의 말들간의 관계>
장기의 말들은 내부성의 환경 속에서 자기 진영의 말들끼리 또는 상대방 진영의 말들과 일대일 대응 관계를 맺는다. 구조적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바둑알은 오직 외부성의 환경만을, 즉 일종의 성운이나 성좌를 가진 외부적인 관계만을 구성하며, 이들 관계들에 따라 집을 짓거나 포위하고 깨어 버리는 등 투입 또는 배치의 기능을 수행한다. 바둑은 단 한 알로도 공시적으로 하나의 성좌 전체를 무효로 만들 수 있는 반면 장기의 말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또는 통시적으로만 그렇게 할 수 있다.)

장기는 전쟁이기는 하나 제도화되고 규칙화되어 있는 전쟁으로서 전선과 후방 그리고 다양한 전투를 포함해 코드화되어 있다. 이에 비해 전선 없는 전쟁, 충돌도 후방도 없으며 심지어 극단적인 경우 전투마저 없는 전쟁, 바로 이것이 바둑의 본질이다. 이처럼 장기가 기호론이라면 바둑은 순수한 전략이다.

<공간과 말 간의 관계>
마지막으로 공간의 존재도 전혀 다르다.
장기의 경우에는 닫힌 공간을 분배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동해 최소한의 말로 최대한의 장소를 차지해야 한다.

이와 달리 바둑의 경우에는 열린 공간에 바둑알이 분배되어 공간을 확보하고 어떠한 지점에서도 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바둑알은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목적도 목적지도 없이, 출발점도 도착점도 없는 끝없는 되기(=생성)이다.

바둑의 “매끈한” 공간 대 장기의 “홈이 패인” 공간. 바둑의 노모스 대 장기의 국가, 노모스 대 폴리스.

즉 장기가 공간을 코드화하고 탈고드화하는 데 반해 바둑은 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바둑은 공간을 영토화하고 탈영토화하는 것이다.(외부를 공간 내의 하나의 영토로 만드는 것. 이 영토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인접한 제 2의 영토를 건설하는 것. 적을 탈영토화하기 위해 적의 영토를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것. 자기 영토를 포기하고 다른 장소를 향해 스스로를 탈영토화하는 것.) 이처럼 바둑과 장기는 전혀 다른 정의와 운동, 전혀 다른 시공간을 갖고 있다.

675-, 반투족의 신화 -뤽 드 외슈의 분석
“그들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다. 원인이나 이유 또는 어떠한 구실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떻게 그들이 수도에까지 침입해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들은 여기에 있다. 아침마다 그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듯 하다.”

느콩골로와 므비디, 전제적-마법적 국가와 군사 제도를 가진 법적 국가 “사이”에 전쟁 기계가 마치 번개처럼 외부로부터 출현하는 것이다.

676-, 전쟁의 인간, 전사

뒤메질은 인도-유럽어족의 전통에서 나타나는 전사의 세 가지 “죄”를 분석한다. 왕, 사제 그리고 국법을 위반하는 죄가 그것이다. 전사란 언제라도 군사적 기능을 포함해 모든 것을 배반할 수 있는 사람,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전쟁 기계가 국가 장치 외부에 있다는 사실은 도처에서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사유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전쟁 기계가 국가 장치 외부에 존재한다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쟁 기계를 순수한 외부성의 형식으로 고찰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가 장치는 내부성의 형식을 구성하는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 형식을 모델로 채택하거나 또는 이러한 형식에 따라 사유하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전쟁 기계의 외부적 역량은 어떤 상황하에서는 국가 장치의 두 극 중 어느 한 쪽과 혼합되기 때문에 문제는 한 층 복잡해진다. 즉 전쟁 기계는 어떤 때는 국가의 마법적 폭력과 또 다른 때는 국가의 군사 제도와 혼합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속도와 비밀을 발명한 것은 전쟁 기계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대적이거나 이차적이긴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국가에 고유한 일정한 종류의 속도와 비밀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치적 주권의 두극간의 구조적 관계를 전쟁 역량과 결합한 이 두 극간의 역동적 관계와 동일시할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요컨대 전쟁 역량의 출현을 국가의 지배권이 계보와 혼동하게 되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쟁 기계는 오직 부정적인 범주들을 통해서밖에는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국가 외부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본래의 외부성이 환경으로 되돌아가면 전쟁 기계는 국가 장치와는 다른 종류에 속하며 다른 본성을 가질 뿐더러 다른 기원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전쟁 기계는 국가의 두 개의 머리 사이에 또는 국가의 두 분절 사이에 위치하며,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이동하려면 필연적으로 그래야만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이”가 설령 전광석화와 같은 순간, 덧없는 일순간에 지나지 않더라도 전쟁 기계는 스스로의 환원 불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국가 자체는 전쟁 기계를 갖고 있지 않다.

클라우제비츠는 절대 전쟁의 흐름을 하나의 <이념>으로, 즉 국가들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이를 전유하고, 따라서 물론 정도차는 있지만 이러한 흐름을 끌고 나가는 “지도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데, 혹시 그는 이러한 일반적 상황을 예감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전쟁의 인간(=전사)은 정치적 주권의 양극 사이에서 발목이 잡혀 시대에 뒤떨어지고 미래도 없는 인간, 막다른 길에 몰려 스스로의 광란을 자기 자신에게 퍼부을 수 밖에 없는 저주받은 인간으로 간주된다.

○ 고대 국가의 국가의 인간(=정치인) : 아가멤논
○ 최초의 근대 국가적 인간 : 오디세우스
○ 전쟁인간 :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

아킬레우스의 무기를 계승하는 것은 오디세우스였지 여신에게 도전한 죄로 단죄당한 아이아스가 아니었다. 게다가 오디세우스는 물려받은 무기의 사용법을 변경해 국가의 법의 관리하에 두엇다. 그런데 단죄당한 전쟁 인간의 기묘한 처지를 클라이스트처럼 훌륭하게 그려낸 사람은 없었다. 펜테실레이아에서 아킬레우스는 이미 자기 역량에서 분리되어 있다. 한편 전쟁 기계는 국가를 갖고 있지 않은 여성 민족인 아마존 족으로 이동하는데, 이들의 정의나 종교, 사랑은 모두 아주 독특하게 전사적인 형태로 조직되어 있다. 스키타이 족의 후예인 아마존 족은 그리스와 트로이라는 두 국가 “사이에서” 번개처럼 출현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갔다. 아킬레우스는 펜테실레이아라는 자기 분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애증이 교차하는 투쟁 속에서 전쟁 기계와 결혼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펜테실레이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아가멤논과 오디세우스를 동시에 배반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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