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고원 발제

작성자
floor
작성일
2019-04-06 17:09
조회
389
명제 3- 전쟁기계의 외부성은 또한 “소수자 (소수적) 과학” 또는 “유목(유목적) 과학”의 존재와 영속성을 암시해주는 인식론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삐딱한 과학, 즉 통상적 의미의 기술은 아니면서, 역사적으로 확립된 합법적인 의미에서 과학도 아닌 그런 과학이 존재한다. 그런 과학(유목 과학)의 특징 네 가지를 살펴보면, 1) 유체와 흐름의 이론: 유목 과학은 고체가 아니라 유체를 다룬다. 흐름을 다룬다. 원자 물리학과 아르키메데스의 기하학도 왕립 과학의 입장이 아닌 수력학을 모델로 삼았다. 실제로 고대 원자론은 흐름과 분리될 수 없었으며, 흐름은 현실 그 자체 또는 고름 자체이다.
흐름을 다루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구별해야 하는데, 하나는 흐름 그 자체를 다루는 흐름의 이론이고 (ex. 불가의 공 아나 도가의 도), 다른 하나는 그런 흐름을 다루기 위해 수로를 만들고 홈을 파서 흐름을 이용하는 이론이다. 흐름이나 액체조차 수로나 고체 안에 포섭하는 이론이다. 고체적 형식 안에 갇힌 흐름이다. (ex. 주자가례의 도)

2) 생성과 이질성의 모델: 유목적 과학은 생성과 다질성을 모델을 추구한다. . 원자론에서는 <원자의 편위>가 그러한 다질성의 모델 또는 다질적인 것으로의 이행 또는 생성의 모델을 제공해준다. 원자의 움직임을 표시하는 클리나멘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과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에피쿠로스는 원자가 충돌에 의한 변화와 생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관성>이라는 직선적 운동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고, 그때 하나의 원자가 직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최소각이 클리나멘이다. 곧 벗어나는 선을 그리는 성분을 뜻한다. 원자들의 탈주선? 이 최소각은 오직 곡선과 직선, 곡선과 접선 사이에서만 의미를 가지며 원자 운동의 최초의 곡률曲律을 가진다. 이는 극한으로의 이행, 고갈, 역설적인 고갈을 의미한다.

3) 소용돌이 모델 : 곡선의 편위로부터 경사면 위에서의 나선과 소용돌이의 구성으로 나아간다. 곧 최소각으로 최대 경사를 만들어 낸다. 유목적 과학은 투르바 에서 투르보로 향하는데, 원자들의 밴드나 무리에서 고대한 소용돌이 조직으로 향한다. 이 소용돌이 모델은, 열린 공간 속에서 움직이며 이를 통해 흐름으로서의 사물들이 배분된다. 바로 이것이 매끈한 공간과 홈이 패인 공간의 차이이다. 전자는 공간은 전혀 헤아리지 않고 점유되고, 후자는 공간이 점유되기 위해 헤아려진다. 유목 과학에서 포착되는 법칙이나 질서 같은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런 식으로 형성되고 움직이는 질서이고, 그 자체로 가변적인 법칙이며, 생성과 이질성이 요구하는 가변성을 극대치로 포함하는 그런 법칙이다. 투르바란 대중, 대규모 주민, 소동을 가리킨다. 투루보는 회전하는 원추나 소용돌이 나선이다. 사물의 기원과 질서의 시작은 바로 투르바에서 투르보로의 미묘한 이행 속에 있다. 카오스 이론은 이를 현대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4) 문제 설정적이다. 이것은 특정한 문제에서 출발해 이 문제로부터 <그것을 조건 짓고 해결하는 다양한 사건들>로 나아간다. 여기서 말하는 사건에는 <온갖 종류의 변형, 변환, 극한으로의 이행>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조작 속에서 도형은 하나의 사건을 나타낸다. 정리가 이성의 질서를 따르는데 반해, <문제>는 변용태의 차원에 속하는 것으로서, 과학 자체의 다양한 변신이나 발생, 창조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문제問題는 <장애물>이 아니라 장애물의 극복이다. 앞으로의 던짐, 곧 전쟁기계이다. 이르키메데스적인 과학은 문제의 정리를 요소로 한다. 아르키메데스 기하학은 “포물선이나 타원과 같은 원과 다른 성질의 곡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즉 그것의 길이나 면적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 것인가” 히는 문제를 통해 직접적으로 어떤 난관을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P603

국가과학이나 국가철학도 역시 풀어야 할 문제를 갖고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계기>를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하여 <새로운 사유의 방법, 새로운 개념>들을 고안해내지 않고, 그 문제들은 일반성을 의문시하게 하는 문제들(질문들)로 여기면서 그 이론 안에서 일반성을 확보하고 유지하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그 예로, 무한소 개념은 무언가를 새로이 창안하고 만들어내기 위해 설정된 것이 아니라, 수학적 체제 내지 기초에 대해 제기되는 위협이라는 질병과도 같은 문제가 된다. 중요한 건 질문을 통해 의문을 극한까지 밀고 가는 것이며, 스스로 자신의 몸으로 근본적인 역설 사이의 심연을 넘어서는 것(유목과학)이다. 그것이 도가 아닐까? 도에 이르고 깨달음을 얻게 되지 않을까? 문제가 문제 자체 만으로 중요하고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적 과학은 본질적으로 전쟁기계와 결합되어 있다. 문제(투사된 것)는 <경사면, 극한으로 이행, 소용돌이, 투사>와 분리될 수 없다. 전쟁은 <추상적 지식>으로 투사된다. 유목과학은 삐딱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국가과학은 자신의 주권 형식을 유목 과학의 발명에 끊임없이 강요해왔다. 국가는 유목과학에서는 전유할 수 있는 것만을 채택하고 그 이외의 것은 제한하거나 금지시켜버렸다. <유목 과학자>들은 이들을 키우고 발상을 부여해주는 <전쟁기계>와 이성의 질서를 부여해 주는 <국가>사이에 끼여 있는 것 같다. 군사 엔지니어들이 그러하다. 두 과학 사이에는 서로의 상호 작용이 있는데, 유목과학이 국가과학에 압력을 가하고 또 이와 반대로 국가과학이 유목과학의 성과를 전유하고 변형시킨다. 전쟁기계의 이러한 차원을 전유할 때마다 국가는 반드시 그것을 시민적인 계량적 규칙에 종속시켜 유목과학을 제한, 관리, 국지화 시키려했다.

유목과학은 이처럼 국가과학에 의해 제약되고 훈육되고 나서야 비로소, 또 사회적-정치적 개념을 억압당한 뒤에야 비로소 이용되었다.
1)오랫동안 미적분학도 비과학적 지위만 인정만 받고 “고딕적(기이한) 가설”로 낙인 찍혀 왔다. 그때 <되기, 다질성, 무한소, 극한으로의 이행, 연설적 변주> 등 역동적이고 유목적인 개념은 미분학에서 모두 배제되었고 어디까지나 시민적이고 정적이며 서수적인 규칙만을 강요하였다.
2)이와 같은 일은 수력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가가 수력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유는 하지만 국가는 유목과학에서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수력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① 국가는 수력을 수로나 도관, 제방 등에 종속시켜 소용돌이의 발생을 막고 물의 움직임을 어느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유도해 공간 자체에 홈을 파고 계량하며 또한 액체가 고체에 종속되고 흐름이 평행한 층류를 이루며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과학에서는 특정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국지적 운동 속에서 <공간>에 의해 운동이 장악된다. ② 유목과학과 전쟁기계의 수력학에서는, 물은 소용돌이가 되어 매끈한 공간을 가로질러 퍼져 나가면서 공간을 채우며 모든 지점에 동시에 작용하는 운동을 창출한다. 이와 반대로 국가 과학에서는 특정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국지적 운동 속에서 공간에 의해 운동이 장악되기 때문이다.

메끈한 공간인 바다는 소용돌이 운동을 하면서 열린 공간을 차지한다. 바다와 관련해 리듬은 단지 율동적인 형식일 뿐, 운동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보다는 원자가 만들어내는 형태들은 무엇보다도 대기, 바다, 그리고 심지어 대지처럼 비계량적인 거대한 것들, 즉 매끈한 공간을 구성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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