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대적 고찰> 발제문 올립니다

작성자
Yeongdae Park
작성일
2018-11-13 18:34
조회
575
□ 다지원 <니체> 세미나 ∥ 2018년 11월 13일 ∥ 발제자: 박영대
텍스트: 니체, 『반시대적 고찰』, 3절~6절

1. 315쪽 : “이것은 언제나 위험한, 즉 삶에게도 위험한 과정이다. 과거를 재판하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삶에 봉사하는 사람들이나 시대들은 항상 위험한 그리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과 시대들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과거 종족[세대]의 결과인 탓에 또한 그들의 과실, 열정과 오류, 심지어 범죄의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연쇄 고리로부터 풀려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그 과실에 유죄를 선고하고 거기서 벗어났다고 생각해도, 우리가 그것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우리는 물려받은 유전적 천성과 우리의 인식이 서로 충돌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예전부터 교육받은 것이나 타고난 것을 좀 더 엄격하게 훈련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새로운 습관, 새로운 본능, 제2의 천성을 심어서 이 첫 천성이 시들어 죽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나중에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과거와 반대로 그로부터 자신이 유래하고 싶은 과거를 후천적으로 만들어내려는 시도이다 – 과거의 부정에 한계를 설정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또 두 번째 천성은 첫 번째 천성보다 항상 허약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것은 언제나 위함한 시도다.”
→ 역사가 삶을 위해 봉사하는 세 번째 방식인, 비판적 역사는 과거를 파괴하고 해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두 방식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나름의 위험이나 한계가 있다. 그것은 과거의 문제를 해체시키면서 자신의 뿌리마저 완전히 파괴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비판의 대상이지만, 우리 역시 과거와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웠던 점은, 제2의 천성을 만드는 이유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과거와 반대로 자신이 유래하고 싶은 과거를 후천적으로 만드는’ 시도. 우리는 과거를 새롭게 창조할 수도 있다. 과거를 파괴하고 해체하는 것은, 과거에서 이어지는 모든 인과관계를 부정하기 위함이 아니다. 말끔한 새출발은 불가능하다. 대신에 새로운 과거를 만들 수 있고, 그로부터 새로운 인과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ex. 트라우마, 정신분석적 치료) 이를 위한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므로 비판적 역사의 진정한 의미는 새롭게 창조하는 역사다.

2. 327쪽 : “그는 자신의 본능을 파괴했고 잃었으며, 그의 오성이 흔들리고 그의 길이 황무지를 지날 때에, 이제 그는 ‘신적인 동물’을 신뢰하며 고삐를 늦출 수 없다. 그렇게 개인은 소심해지고 불안해지며, 더 이상 스스로를 믿을 수 없다. 그는 자신 속으로,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여기에서 이 말은 외부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식의 쓰레기 더미 속으로, 삶이 되지 않는 교훈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외면만을 본다면, 우리는 즉시 역사가 본능을 추방함으로써 인간은 온통 추상과 그림자로 변했다는 것을 간파한다.”
→ 자기 부정, 자기 불신의 문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힘과 가능성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니체에 따르면, 이는 ‘내면성’의 등장 때문이다. 과도한 역사적 교양, 자신의 조형력을 넘어서서 밀고 들어오는 배움들을, 사람들은 소화시킬 수 없다. 그래서 (보아뱀처럼) 지식을 과도하게 섭취한 후, 움직이지 못하고 아무런 외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저 가만히 누워서 과도한 지식이 소화되기만을 기다릴 뿐. 하지만 실제론 몸을 움직여야 소화가 된다! (이것이 생명의 본성이 아닐지) 즉 외부적 효과, 삶에 새로운 결과를 생산해내어야 그 지식도 자신의 것으로 이해가 될 텐데, 사람들은 우선 알아야 하고 이해가 되고 나서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전혀 없는 ‘내면적 지식’, 내면성만 길러진다. 즉 내면성은 외부적 결과를 잃어버린 지식의 축적이다. 몸 안에서 소화되지 않은 지식은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본성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원래의 본성(자기 나름의 가치평가, 부당한 가치평가)를 상실한다. 그렇게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당연히 스스로를 믿지 않을 수밖에. 자기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면, 반드시 믿을 만한 무언가에 의존하게 된다. 동물이라도 ‘신성하게’ 여겨진다. 그런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현실과 관계를 잃어버린 추상성, 색채감을 잃어버린 그림자뿐이다.

3. 340쪽 “나는 역사가 일종의 열매와 과실이라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상[일반적인 명제]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의 가치는 잘 알려진, 그래서 아마 평범한 주제, 즉 일상의 선율을 재치 있게 편곡하고 고양시키고 포괄적인 상징으로 만들어서 원-주제 속에서 심오한 의미, 권력과 아름다움을 지닌 전체 세계를 예감하게 하는 데 있다. …… (342) 진정한 역사가는 사람들이 심오함 위에 있는 단순성을, 그리고 단순성 위에 있는 심오함을 간과할 수 있도록 가장 알려진 것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으로 바꾸고 보편적인 것을 너무나 단순하고 심오하게 선언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단순성이 그 심오함에서 사라지고 심오함이 그 단순성에서 사라지도록, 보편적인 것을 단순하면서도 심오하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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