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세미나(1/29) 공지입니다

작성자
Yeongdae Park
작성일
2019-02-15 16:09
조회
821
세미나가 끝나고 난 후, (세미나 시간에 얘기했던) '니힐리즘'과 '창조적 긍정'의 관계를 계속 생각하게 되더군요.

가치전환, 새로운 가치의 창조를 위해서는 (=곧 어린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비판할 힘이 필요합니다. (= 사자가 될 필요가 있고, 계보학적 접근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응당, 기존의 가치를 모두 부정하게 되면, 자연스레 허무함,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겠지요.
니체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모두 사람이니, 어쨌든 자신이 알고 믿어왔던 가치들이 붕괴되는 일이니까요.
고독함을 느끼기도 하고, 허탈함도 있을테고, 어쩌면 기존의 가치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생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허무한 기분이야말로 '니힐리즘(허무주의)'의 위대한 능력인가 봅니다.
무언가를 추구해야할 의미와 목적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
그런데 새로운 창조는 바로 이 순간을 필요로 합니다.

제가 읽은 브라시에의 글에서는, 바로 이 니힐리즘을 그 자체로 긍정할 때가 '영원회귀'이자 '가치전환'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삶에 아무 의미나 목적이 없지만(그래서 허무함이 밀려오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해지거나 준비된 의미나 목적도 없이 살아가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 개인적으로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공부가 다 실패로 끝나버렸고 더 이상 아무도 없이 혼자 남았다고 막막했었는데,
그 때 책을 읽을 때 정말 저 자신답게, 저를 만들어가면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다른 누구의 강요나 목적도 없었고, 다른 말로 하면 다른 누구의 조언이나 추천도 없었던 거지요)
그 당시부터 지금껏 이 극적인 변화를 표현할 말이 없었는데,
이 니힐리즘과 창조의 관계를 생각해보니 이게 그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 진정 창조, 혹은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우리에게 더 극한의 허무주의가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그걸 쉽게 자발적으로 감내하긴 어렵고,
세상에는 허무함과 고독을 잠시 밀어내 줄, 수많은 도구들이 있습니다.
(쇼핑이나 동창회, 일시적 연애관계, 힐링, 여행 등. 실은 끝나고 나면 더욱 허무함이 밀려오잖아요.)
이런 도피처가 없는, 이렇게도 해소될 수 없는 더 철저한 허무주의로 빠져야, 그렇게 스스로 몰락해야,
우리에겐 창조의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기댈 데가 전혀 없는 바로 그 때가 인생에는 필요합니다.
게다가 우리의 삶은 자기를 극복하고자, 창조가 없는 삶을 계속해서 '몰락'으로 몰아붙이게 됩니다.
우리의 의식은 아니지만, 삶은 계속 '굽은' 길로 가려고 합니다.
그 굽은 길을, 그 몰락과 허무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자, 초인이겠지요.
혹은 반갑게 맞이하는 순간, 누구나 초인이 이미 된 것이겠지요.

그러니 우리, 서둘러 몰락합시다!!
이것만이 다시 태어나는 길일테니까요.
"우리의 진리를 견뎌내지 못하고 부서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남김없이 부숴지기를! 지어야 할 집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니!"

니체를 읽을수록,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느낌입니다.
힘든데 자꾸 읽게 되네요~

다음 주 읽을 범위는, <크나큰 사건에 대하여>부터 <뜻에 거슬리는 행복에 대하여>까지 입니다.
재밌게 읽으시고 같이 이야기 나눠요.
전체 2

  • 2019-02-18 14:17
    안녕하세요! 니체 세미나에 참여하던 이민아입니다. 직장에 일이 생겨 당분간 세미나에 참여하기 힘들 것 같아 댓글 남깁니다. 재밌는 세미나하시길 바랍니다ㅠ~

    • 2019-02-19 14:09
      민아님 아쉽네요...ㅜㅜ
      바쁜일 끝나면 곧바로 나오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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