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올립니다

작성자
Yeongdae Park
작성일
2019-05-14 17:36
조회
680
□ 다지원 <니체> 세미나 ∥ 2019년 5월 14일 ∥ 발제자: 박영대
텍스트: 니체, 『아침놀』, 19절 ~ 60절

1. 『아침놀』에서 나타나는 ‘초인’
60절 “극히 많은 경우에 헌신적인 정신으로 가득 찬 가장 깊은 확신 및 정직성과 함께 기독교는 인간 사회에 이제까지 없었던 가장 고상한 인물들을 조탁해냈다. …… 귀족 출신이고 원래부터 천성적으로 우아한 거동, 위엄 있는 안광, 아름다운 손발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인간의 얼굴은 저 철저한 정신화, 즉 고안된 생활 방식이 인간의 동물성을 제압하게 된 후에 두 종류의 행복(힘의 감정과 복종의 감정)의 지속적인 물결에 의해 생긴 정신화에 도달하게 된다. 이 경우 축복하고, 죄를 용서하고, 신성을 대표하는 행위는 영혼 속 뿐 아니라 육체 속에도 초인간적인 사명감이 깨어 있게 만든다. 이 경우 천성적인 군인들이 갖고 있는 것과 같은, 부서지기 쉬운 육체와 물질적인 안락에 대한 경멸이 인간을 지배한다.”
27절 “정열의 본질을 거슬러서 정열이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과 정열을 지속해야 한다는 책임을 인정하는 모든 제도들은 정열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했다. 즉 이런 정열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 자신과 자신의 동류들보다 격상되었다고 믿는다. 잠깐 동안 불타오르는 헌신에 대한 열정에서 영원한 충실함을, 열렬한 분노의 욕망에서 영원한 복수를, 절망에서 영원한 슬픔을, 돌발적이고 일회적인 약속에서 영원한 의무를 창출해낸 제도들과 풍습들을 생각해보라. 그때마다 그런 개조를 통해 극히 많은 위선과 거짓이 생겨났다. 또한 그때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새로운 초인적인, 즉 인간을 고양하는 개념이 생겨났다.”

→ 니체는 『아침놀』에서부터(?) ‘초인’의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맥락과는 전혀 다르다. 여기에서 다뤄지는 초인은 일종의 허구적 인간상이다. 특히 도덕적 명령이나 기독교의 이상화로 생겨난 인간의 모습이자, 리얼한 인간상보다 우위에 세워놓인 인간이다.
실제로 기독교는 이러한 허위적 초인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죄의식을 통해 구성되며, 현실의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실의 사람들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이상적 도덕, 불가능한 명령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스로를 이상과 견주어 ‘부족한’ 존재, 죄 있는 존재로 상상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이상에 도달한 인간도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부족함도 커질 테니까. 이 때문에 기독교와 도덕은 이상에 도달한 허구적 인간상, 성인-초인을 필요로 하며, 이를 발명한다. 니체는 여기에 ‘초인적’이라는 말을 붙인다. 덧붙여 ‘숭고함’, ‘고양되는 기분’ 등도 함께 쓰인다.
이에 맞서, 니체가 강조하려는 것은 리얼한, 현실적 인간이다. 이는 욕망이나 성향, 감정과 익성에 있어서 동물과 연속선상에 있다. 그 점에서 우리는 전혀 동물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리얼한 조건이다. 때문에 리얼에서 멀어져서 이상으로 올라가려한 기독교와 도덕적 명령체계를 비판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니체가 현실적 인간에 만족하거나 계속 머물러야 한다고 보는 건 아니다. 다만 어찌되었든 그 출발은 리얼한 조건에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놀라운 점은, 이후의 니체 고유의 ‘초인사상’과 대비하면, 여기에서는 전혀 상반된 의미로 초인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초인사상은 니체의 고유한 사상, 니체가 새롭게 발명한 용어가 아니라 처음에는 기독교 비판을 위해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 용어를 니체는 모든 인간적인 특성을 넘어서는 용어로 사용한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는 어떻게 일어났는가.
아마도 사자로서의 니체와 어린 아이로서의 니체의 차이가 아닐까. 이후 자신의 사상을 갖고, 자신만의 가치전도를 해낸 경우, 이제는 이전에 비판의 대상이었던 것도 충분히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비판으로 삼았던 용어 자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용어에 새로운 의미와 용법을 부여해서 다시금 사용하는 것, 그렇게 전도하는 것. 이것이 무언가를 배제하거나, 무엇과도 대립하지 않는 ‘창조’의 의미일지 모른다.

2. 기독교 비판, 혹은 비판이란?
60절. “고위 성직자들의 권위에서 오는 아름다움과 고상함은 항상 민중에게 교회의 진리를 증명해왔다. 성직자들이 (루터의 시대처럼) 이따금 야만적으로 되었을 때, 이는 항상 그 반대에 대한 믿음을 수반했다. 그리고 형태, 정신, 과제가 서로 조화되어 있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고상함이라는 이 성취 역시 종교들의 종언과 함께 파묻힌 것인가? 그리고 이것보다 더 높은 것은 도달될 수도, 고안될 수도 없을까?”
→ 예상 외의 결론이다. 이러한 초인적이고 비현실적인 인간상에 비판을 가하는 것으로, 그래서 ‘리얼한 인간을 깨닫자’ 등의 결론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근데 놀랍게도, 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형태(figure, 형상, 겉모습)와 정신, 과제가 함께 조화를 이룬 ‘이 성취’, 곧 기독교의 성취가 종교들이 끝나면서 함께 사라져버렸는지를 묻고 있다. 곧 이 조화로운 성취를 다시금 되살리고 싶은 면이 엿보인다. 나아가 이런 조화에 머물지 않고, 더 높은 과제, 더 높은 정신이나 형상에 이르고자 한다. 기독교적 조화를 파괴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간 조화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적 방식을 통해 기독교를 극복하려는 것이 아닐까.
60절의 제목은 ‘모든 정신은 결국 육체를 통해 가시화된다’이다. 기독교가 그렇다기보다, 기독교를 포함한 일반적인 명제를 쓰고 있는 듯하다. 즉 기독교보다 더 위대한 정신이 있고 이는 기독교의 성인상보다 더 위대한 육체의 형태로 가시화될 것이며, 가시화되어야한다는 의미다.
기독교를 비판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독교와 반대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그 반대방향조차 넓은 의미에서 기독교에 빚지고 있다. 그러니 해결책은 기독교를 통해 기독교를 뚫고 간다는 것, 이것이 ‘비판’의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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