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발제문 올립니다

작성자
영대
작성일
2020-10-06 18:34
조회
473
□ 다지원 – 인류학 세미나 ∥ 2019년 10월 6일 ∥ 발제자: 박영대
텍스트: 클라스트르,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10장

10장. 원시사회에서의 고문

○ 통과의례에선 입문자에게 강한 고통을 안겨준다. 왜 그럴까?
“단 이러한 견해에 머무는 것은 고통의 [사회적] 기능을 무시하고 그것이 지닌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하는 것이며, 고통을 통해 부족이 개개인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 될 것이다.” (226쪽)
→ 통과의례에서 신체의 고통을 주는 것은, 물론 입문자에게 고통을 견디는 용기와 인내력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클라스트르는 여기에서 용기와 인내 이상의 기능을 보고자 한다. 그가 보기에는, 고통 혹은 신체의 각인을 통해 부족이 개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 클라스트르는 고통만큼이나 고통에 결부된 상처=흔적에 주목한다.
“입문의례가 끝난 후 이미 모든 고통이 잊혀졌을 때에도 되돌릴 수 없는 나머지로서, 칼이나 돌로 몸에 새겨진 흔적들, 그리고 상처 자국들이 남는다. 입문 의례를 받은 자는 자국이 남아 있는 자이다. 고문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의례가 노리는 것은 신체에 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입문 의례를 통해 사회는 젊은이들의 신체에 사회의 각인을 새겨 넣는다. …… 신체가 기억이 된다.” (227~228)
→ 개개인의 용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부족(=사회)이 개인에게 무언가를 새겨넣는다는 점이다. 순간의 고통 뿐만 아니라, 그 고통 후에 남아있는 자국이 무언가를 기억하게 한다. 그럼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 우선 당연히 해당 부족의 일원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부족의 증표를 신체에 새긴다. 하지만 단순히 부족의 증거만은 아니다.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무리에 속한다.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와 같고 너희들은 서로 같다. 너희들은 똑같은 이름을 지니고 그 이름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 각각이 우리들 사이에서 똑같은 공간과 장소를 차지한다. 너희들은 그것을 지킬 것이다. 너희들 중 그 누구도 우리보다 못하지 않고 낫지도 않다. <그리고 너희들은 그것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너희들의 몸 위에 남긴 동일한 각인이 그것을 너희들에게 계속 기억시킬 것이다.”(230)
→ 클라스트르가 여기서 보고있는 것은 평등과 동등함이다. 즉 부족의 동등한 일원으로써 함께 한다는 것을, 모두가 입문의례를 통과하면서 겪고 새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 평등함이야말로 원시 부족사회를 유지시키는 핵심이며, 클라스트르가 누차 <사회>라고 부른 것이다.

○ “몸에 새겨진 법은 사회분화의 위험과 사회 자체로부터 분리된 힘, 즉 사회의 통제를 벗어난 힘[=권력]의 위험에 대한 원시사회의 거부를 나타낸다.”(231)
→ 사회분화는 계급/계층의 분화다. 앞서 강조한 평등과 대립해서 불평등, 계급적 위계질서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는 클라스트르에게 긍정적인 ‘권력과 통치의 발생’이 아니라(국사 시간에 명시적으로 사회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역설하든, 은근히 찬양하든), 통일성을 상실한 ‘분화’가 된다. 동시에 같은 의미에서, 사회의 통제와 조절에서 벗어난 권력이기도 하다. 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신체에 ‘평등한 소속감’을 새겨넣는 것이다. 원시부족에서의 법은 바로 이 평등한 소속감, 반-권력적인 평등인 셈이다.

○ 이 논의에 대한 최종 결론.
“진정으로 이러한 [“쓰기가 먼저 분리되어 멀리 떨어져 나간 전제적인 법”] 법, 즉 불평등을 뿌리내리고 보장하는 법을 거부하기 위해서, 국가의 법에 대항하기 위해서 원시의 법이 스스로를 제시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고대적 사회, 각인의 사회는 국가 없는 사회,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다. 모든 신체에 똑같이 새겨진 각인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즉 너희들은 권력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고, 복종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다라고. …… <이미>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끔찍한 참혹함을 대가로 그보다 더 끔찍한 참혹함이 출현하는 것을 막고자 한 야만인들의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심오함’, 그것은 바로 <신체에 새겨진 법은 망각할 수 없는 기억>이라는 것이다.” (232)
→ 원시부족들은 국가의 출현을 막기 위해 평등한 법을 세웠고, 이를 신체에 새겨넣었다. 고통으로 평등을 새겨넣는 그 통과의례를 통해서만 국가는 예방될 수 있다. 클라스트르는 이 논의를 펴면서, 글의 앞에서부터 우리 근대사회의 법, 즉 국가의 법과 대비시킨다. 죄수임을, 범죄자임을 기억시키고자 신체에 새겨넣는 법이다. 무상 의무교육은 원시부족의 통과의례-교육과 달리, 이 권력적 법을 새겨넣는 효과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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