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평론 37호] 오늘날에 '마그나카르타 선언'이 갖고 있는 의미는ㅣ김영철(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이 책을 주목한다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18-02-21 12:26
조회
1197
오늘날에 '마그나카르타 선언'이 갖고 있는 의미는


김영철(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 이 글은 인터넷신문 『미디어스』 2012년 9월 14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741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 '마그나카르타', '마그나카르타'는 오늘날에도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역사가인 피터 라인보우가 지은 『마그나카르타 선언』을 읽으며 그것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마그나카르타의 역사는 13세기 초에 시작된다. 1215년 6월 중순, 영국의 템스 강 옆의 '러니미드'라 불리는 초원에서 존 왕과 국왕 봉신들 사이에서 마그나카르타가 조인된다. 그 때는 한 장의 양피지에 63개 조항으로 분류될 수 있는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라인보우는 잘 알려진 내용뿐만 아니라 마그나카르타에 실려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들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인다.

그가 자주 언급하는 내용들은 살펴보며 마그나카르타의 의미를 되짚어 보자. 39조는 인신보호영장, 고문금지, 배심재판, 법의 지배와 관련된 내용이다.

"지위가 동등한 사람들의 합법적인 판단이나 나라의 법에 의한 것 말고는, 그 어떤 자유민도 체포 또는 구금되거나 점유한 것을 박탈당하거나 법의 보호를 박탈당하거나 추방되거나 어떤 식으로든 해를 입어서는 안 되며......"

그는 이 내용이 후대에 만들어진 선언문이나 법률에서 수없이 많이 인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지위가 동등한 사람들의 합법적인 판단'(배심재판) 부분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7조와 8조 여성의 권리와 관련된 내용이다.

"남편이 죽으면 그 여성은 자신의 결혼지참금과 상속재산을 즉시, 그리고 아무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가질 수 있다."

"남편이 죽으면 그 어떤 여성도 남편 없이 있기를 원하는 한 결혼을 강요받지 않는다."

이 조항들과 관련하여 라인보우는 홀트(J. C. Holt)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정말로 '여성 해방 초기의 위대한 단계들 중 하나를 마그나카르타로 소급해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48조 삼림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림들과 야생 조수 사육 특허지들 및 그곳의 관리자들, 보안무관장들 및 그 부하들, 강둑들 및 그 관리자들과 관련된 모든 악습들은 즉시 모든 주에서 열두 명의 맹세한 기사들에 의해서 조사될 것이며, 조사한 지 40일 이내에 악습들은 완전히 그리고 되돌릴 수 없이 폐지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라인보우는 삶의 터전인 풍요로운 삼림을 공동의 재산(커먼, common)으로 여기며 이용하는 사람들(커머너, commoner)과, 삼림을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갈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공통의 재산 및 그 것을 이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커먼(common)', '커머너(commoner)'라는 용어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1215년과 1217년 사이에 내전과 프랑스의 침입을 겪으면서, 마그나카르타에는 새로운 내용들이 추가된다. 대헌장 역시 시대의 산물이여서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다. 1215년과 1217년 사이에 7조가 보완되어 "남편이 죽으면 그 여성은 공유지에서 합당한 양의 에스토버스를 취한다."라는 대목이 추가되었다. 여기서 '에스토버스'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삼림 같은 공유지를 다방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 조항이 보완된 이유는 생계를 위한 수단을 보장함으로써 여성의 권리가 실질적인 것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인보우의 말을 들으며 '공유지를 이용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생계수단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매우 달라질 것이고,' 공통의 생계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생계수단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 기초가 되는 것은 아닐까?

마그나카르타는 세월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반복하며 오랜 세월 동안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런 만큼 그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비롯하여 재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13세기 이래 영국의 역사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의 역사에서 나타난 마그나카르타와 관련된 이야기(인신보호영장, 배심제, 고문금지, 이웃공동체, 생계자급, 자유로운 여행, 반 종획, 배상 등)들이 담겨져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라인보우는 오늘날에도 마그나카르타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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