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학』 | 김형식 지음 | 2020.10.22

카이로스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20-10-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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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


보도자료

좀비학

인간 이후의 존재론과 신자유주의 너머의 정치학


좀비가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살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삶이다.

파국으로 치닫는 세계, 좀비 아포칼립스는 도래할 것인가? 환경재앙과 팬데믹, 신자유주의의 심화, 무엇이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가? 부두교좀비부터 포스트좀비까지, 왜 좀비는 인간과 사랑에 빠지게 됐는가? 99%의 좀비-되기, 월가시위와 촛불집회는 어떻게 좀비혁명으로 구성되는가?


지은이 김형식 | 정가 26,000원 | 쪽수 504쪽 | 출판일 2020년 10월 22일
판형 신국판변형 (145*210)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카이로스총서 68
ISBN 978-89-6195-246-0 03300 | CIP제어번호 CIP2020034401
도서분류 1. 문화연구 2. 문화이론 3. 사회학 4. 정치학 5. 철학 6. 사회과학
보도자료 좀비학-보도자료-ver.2.hwp 좀비학-보도자료-ver.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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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제처럼 굳어버린 무기력하고 위선적인 인간이기보다, 차라리 역동적이고 솔직한 좀비이기를 원한다. 좀비는 욕망에 충실하며 그것을 가로막는 것에 분노하고,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멈추는 법이 없다. 좀비는 어떠한 종류의 권위나 규율 앞에서도 순응하거나 훈육되지 않는 야성적 역능이다. 거리로 나와 장소를 점유한 그들은 사멸 가능하며 살 가치가 없는 생명, 처분 가능한 위태로운 삶이라는 박탈의 자리에 저항하고, 그럼에도 나는 이렇듯 여기에 서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대로 죽게 내버려진 채 처분당하지만은 않겠다고,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원한다고 소리 높여 선언한다. 충만한 비정상으로서의 좀비는 몰락한 불모의 세계를 풍요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향해 활짝 열어젖힌다. (본문 중에서)


『좀비학』 간략한 소개

이 책은 ‘좀비’를 주제로 역사·과학·철학·정치·문학·문화·사회현상 등을 종횡하며 비평하고, 어떻게 우리 시대에 좀비가 주체로서 거듭나게 되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한다. 이 책은 종말과 파국의 시대에 맞서 여전히 희망을 추구하며, 좀비를 혁명적으로 재사유하려는 분투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좀비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냉소나 포기, 체념 따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파국의 세계에 대항하려는 긍정의 역능으로서, 불굴의 의지이자 자기 확신의 표명이다. 우리는 왜 좀비였고, 여전히 좀비이며, 앞으로도 좀비여야만 하는가? 삶/생명을 파괴하는 체제에 대항하는 좀비혁명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인간의 신체는 좀비를 잉태하고 있는 배아이며, 부드러운 살은 좀비에게 탐스러운 과육과도 같은 식량이자 동력이다. 제 몸으로 좀비를 낳고, 제 살을 먹여 좀비를 길러 번성시키는 인간은 좀비의 유일한 원천이자 부모다. 부모와 닮은 자식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죽음을 꿈꾸며, 항상 우리의 곁에 상존한다. 그러므로 좀비학의 탐구는 인간학에 근접하되, 보완하거나 지지하기 위한 순접으로서가 아니라, 인간학의 치명적인 안티테제로서 역접한다. 좀비는 자기 근거적, 자기 규정적, 자기 입법적인 주체, 이 주제넘은 주체를 무참히 전도하고 배반하며, 내부에서 폭발시키고 해체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시대 가장 첨예한 안티-휴먼적 표상이다. 그리고 그 잔재 위에서 도래할 새롭고 활력적인 존재론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미래적 현재, 도래할 인간에 대한 도발적인 상상이며, 실재적인 포스트휴먼 주체다.


『좀비학』 상세한 소개

좀비와 코로나19 팬데믹

21세기는 ‘좀비의 세기’로 기록될 것이다. 가히 ‘좀비 현상’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분야와 장르를 막론하고, 사회와 문화 전반에서 좀비가 출몰하고 있다. <부산행>은 1,1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드라마 <킹덤>은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좀비는 영화, 드라마, 소설, 그래픽 노블, 게임, 웹툰 전반을 장악했으며, 이제는 학계에서도 좀비를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좀비에 관한 연구가 언제 갑자기 일어날지 모르는 치명적 감염병에 대한 시뮬레이션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있듯이 전례 없는 팬데믹 시대를 맞아 좀비에 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과 이로 인해 손쓸 수 없이 파괴되고 망가져 가는 세계의 모습은 마치 좀비영화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듯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외에도 대규모의 자연재해, 기후변화, 초미세먼지, 방사능 유출, 금융위기, 양극화, 테러리즘, 전쟁 등 현대사회가 처한 위기의 목록을 끝없이 열거할 수 있다. 좀비영화는 인류문명이 멸망하는 순간을 압도적 스펙터클로 재현한다. 금방이라도 스크린에서 뛰어나올 것만 같은 생생한 위협으로 나타나는 좀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임박한 파국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좀비영화를 보며 내가 사는 세계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며, 언제라도 멸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계의 종말이라는 묵시록적 공포와 불안감은 좀비의 유행을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관객 수 감소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K-좀비영화 <#살아있다>와 <반도>가 개봉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공중파에서는 드라마 <좀비탐정>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렇듯 세계가 처한 위기의 정도에 비례하여 좀비의 출몰은 잦아지며, 좀비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의 정동을 양분 삼아 번성한다. 이 책에 따르면 좀비는 매 시대의 상황과 정동을 반영하며 가장 다채롭고 다양한 형태로 변용되어 온 괴물이다. 좀비는 사람들이 지닌 막연한 불안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알레고리다. 저자는 좀비를 통해 한국사회의 오늘을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비할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좀비학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좀비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정초하고자 시도한다. 그에 따르면 좀비는 인류의 타자에 대한 유구한 억압과 배제의 역사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좀비학은 무엇보다 주체와 타자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고 재설정해야 한다. 좀비학은 인간학의 안티테제로서 인간학과 긴밀하게 연관되며, 특히 주체성 변화의 도정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며 전개된다.

좀비학은 오늘날 인간을 둘러싼 여러 담론들과 인간에게 부여된 지위가 전혀 자명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인간학이 형성된 역사와 배경을 추적하고 인간학을 해체하고자 한다. 좀비학은 인간이 만든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구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시대에 가장 근원적이며 ‘혐오스러운’ 타자(좀비)를 사유의 중심에 두고, 인간학을 그 토대부터 전복하려는 사유 양식이자 태도다.

좀비학은 ‘존재론적 전회’를 통해 좀비가 인간뿐 아니라 다른 존재자들과 존재론적으로 동등하다고 주장한다. 좀비학은 인간을 정체성이나 유사성에 기반한 위계로부터 구해내며, 가장 먼 타자 모두와 함께 공존하는 존재로서 구성하고자 한다. 좀비학은 파국으로 치닫는 현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좀비학은 인간이 해체된 자리에서 출발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사유와 발견들을 자원으로 활용한다. 좀비학은 현재의 지배적인 담론, 억압적인 권력, 파국적인 세계에 대항하는 긍정의 존재론, 정치적인 주체, 제도적 배치들을 창안하며, 궁극적으로 지금과는 다른 삶과 세계를 발명하려는 집요하고 줄기찬 노력이며 결말이 열린 운동이다.

부두교좀비의 탄생은 데카르트의 근대철학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최초의 좀비 탄생이 근대철학과 제국주의의 결합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중세 신본주의 세계관의 급격한 붕괴 속에서 데카르트는 새 시대를 위한 철학을 마련하려 했다. 데카르트의 철학에서 인간은 유일하고 우월한 이성적 존재, 생각하는 명석 판명한 주체로 여겨진다. 이제 유럽인은 선험적이며 확고부동한 주체, 보편적이고 균질한 주체로서 세계의 중심에 자리 잡는다. 반면에 여기에서 벗어나는 이질적인 존재들은 인간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하는 비인간이 된다.

이런 주체 중심적 관념은 역사철학과 결합하여 제국주의 지배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다른 인종을 착취하고 죽이는 데 정당성을 제공한다. 데카르트는 인간만이 영혼을 지닌 존재이며, 동물은 영혼이 없는 ‘자동인형’이라고 보았다. 마찬가지로 피식민지의 주민 역시 자동인형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을 채찍질하고 죽인다 해도 인간은 아무런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이들이 내는 신음은 그저 기계의 삐걱거림처럼 기능상의 이상을 알려주는 신호일 뿐이다.

저자는 다양한 문헌과 영화들을 분석하여, ‘부두교좀비’가 백인이 자신을 보편적인 주체로 정립하면서 배제한 바깥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세기 초까지 서구 문화는 피식민지 노예를 끔찍하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은 무기력한 비인간, 부두교좀비라는 인간 이하의 타자로 상상했다. 이들은 자신의 처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가련한 비생명들로, 원래 있어야 할 곳(집, 무덤)에서 이탈되어 부당하고 과도한 노동에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노예다. 이들은 주술사에게 조종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며, 백인의 지배나 인도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비주체로만 존재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식인좀비는 안티-휴머니즘의 반근대적 괴물이다

근대철학의 가장 강력한 적대자인 니체는 ‘신’의 절대성에 근거한 인간 개념의 해체를 위해 ‘신의 죽음’을 선언했으며, 뒤를 이어 푸코는 ‘인간의 죽음’을 선언했다. 푸코에 따르면 ‘인간’ 개념은 발명된 지 수백 년에 지나지 않은 담론적 구성물이며, 모래사장에 그려진 그림과도 같아 이내 사라질 위태로운 형상에 불과하다. 저자는 구성된 담론이자 관습적 의미에서의 근대적 인간 주체는 이제 종말을 맞이했으며, ‘식인좀비’야 말로 반근대적 괴물이라고 주장한다.

로메로 감독은 인간의 죽음과 휴머니즘의 종말을 온몸으로 표상하는 괴물 식인좀비를 탄생시켰다. 로메로의 영화에서 식인좀비는 부모와 가족을 살해하며 닳아빠진 근대적 가치체계에 징벌을 내린다. 근대적 주체는 영혼과 육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영혼에 특권을 부여한다. 반면 좀비는 영혼 없는 육체로서 등장하여, 육체가 내리는 정언명령인 배고픔에 굴복하여 타인을 살해하고, 그 육체를 먹는다는 점에서 철저히 반근대적이며 반휴머니즘적이다. 좀비는 근대적 인간 주체가 지녔다고 가정되며, 다른 존재와 변별되는 특성으로 여겨지는 가치들(인간으로서의 존엄, 이성, 윤리 의식)을 철저히 배반하고 짓밟는다.

이 책은 근대적 인간 개념과 휴머니즘의 폭력을 비판하지만, 동시에 허무주의적 안티-휴머니즘으로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체를 최후까지 제거해 버리면, 어떠한 변화를 위한 행위 주체 역시 상정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재의 퇴행적 반복, 몰락의 항구적 지속만을 남길 뿐이다. 저자는 인간과 휴머니즘의 죽음 선언이 인간의 본질이나 존재 근거, 혹은 도덕과 윤리를 사라지게 하려는 허무주의나 반-사회적 기획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상실이나 부정적 함의로 축소되지 않으며 오히려 긍정과 생성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현대철학의 출발점이다.

뛰는좀비는 우리 시대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는 기표다

뛰는좀비영화에서 출몰하는 좀비는 가공할 파괴력으로 순식간에 세계 전체를 유린한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며 서로 죽고 죽이다가 결국 절멸에 이른다. 인간들이 아무리 높은 장벽을 세우고 안전지대를 마련하더라도 좀비는 끝내 그것을 돌파하고 인류를 파멸로 이끈다. 세계화와 운송 수단의 발달은 좀비의 신속한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응집된 현대 대도시 공간은 좀비가 활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좀비의 습격이 시작되면 문명의 이기는 일순간 정지되고 안락한 도시는 가장 위험천만한 공간이 된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은 철저히 망가지고, 추악한 속살을 드러낸 도시에서 비참하고 끔찍한 생활을 이어간다.

저자는 우리 시대에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심화라는 두 가지의 압력이 초래한 파열이 존재론의 부재와 주체의 공백이라는 지점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공백의 지점에서 뛰는좀비라는 괴물이 출현한다. 저자는 뛰는좀비라는 기표를 통해 좀비자본주의, 감정자본주의, 난민, 테러리즘, 사회 안전망 파괴, 정체화, 소수자와 타자 혐오 등 우리 시대의 수많은 위기와 모순, 은폐된 병리적 현상들을 폭로하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 근본적 원인을 추적한다.

이 책은 다윈, 린네, 커즈와일, 모라벡, 다마지오 등의 과학기술 담론, 피케티와 랏자라또 등의 경제 담론, 에피쿠로스, 니체, 푸코, 들뢰즈, 바디우, 브라이도티, 네그리, 르페브르 등의 철학 담론 등을 광범위하게 검토하며 좀비의 존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현대 자본주의를 진단하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이론들을 검토하고 종합하여 존재론적 전회를 시도하고, 좀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유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좀비주체가 다른 세계를 마련할 역능을 지닌 새로운 존재라는 혁명적 정치학을 제시한다.

포스트좀비영화의 교훈은 파국이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체제의 권력자들은 언제나 세계의 위기를 조장하며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부를 축적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들은 언제나 현 상태가 ‘최악의 위기’를 목전에 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사정이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라며 긴축을 강요하고 최소 임금, 최소 복지를 추구한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강탈해간 세금은 사회나 빈자들을 위해 쓰이는 대신, 파산의 위기를 초래한 초고소득자와 은행, 대기업에게 쏟아 부어지면서 마땅히 사라졌어야 할 ‘좀비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되살아난다. 그들이 생산한 경제 위기의 반복 속에서 정작 ‘진정한 위기’는 끊임없이 은폐된다. 저자는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진정한 위기가 마침내 터져 나오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담론과 가짜 정보들의 범람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코로나가 지구가 행하는 자정작용이며 생태계에서 인간은 그저 바이러스와 동일한 존재라는 자기혐오적 태도, 신이 타락한 인간을 단죄하고 있다는 식의 온갖 억측과 가정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부정적 정동과 공포증적 태도로 몰아간다. 권력은 이런 정동을 이용해 통제를 강화하고 초법적 조치들을 도입해 자신의 이득을 도모하려 시도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더는 여기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팬데믹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전부는 인간이 지구의 생기적 망 위에서 다른 존재자들과 서로 상호매개되며, 그 존재의 기층에서부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의 활동이 지구 생태계 전체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결국 그 영향은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사실뿐이다.

좀비는 우리에게 바이러스에 초월성을 결부시키려는 모든 시도와 다양한 허무주의적 태도에 맞서, 팬데믹의 원인이 지극히 내재적이고 인간의 행위에 뒤따르는 논리적인 귀결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팬데믹은 무엇보다도 글로벌 자본주의의 탐욕이 불러온 사태이며, 인간 스스로 초래한 재앙이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충분히 예견 가능하고 실제로 예측되었던 사태의 발발일 뿐이며, 우리가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지금과는 다르게 전개되었을 수도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 책에 따르면 이 점이 ‘포스트좀비’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포스트좀비영화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한 바이러스로 파국에 이른 세계를 묘사하지만, 그것이 필연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좀비는 다른 세계를 건설할 주체다

이 책은 좀비를 단순히 타자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는 괴물이나, 정체성에 기반한 내부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좀비를 삶과 세계를 향한 적극적인 투쟁의 주체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다. 이 책에 따르면 좀비의 탄생과 출몰, 그리고 대유행은 무엇보다 우리 시대에 적절한 존재론과 주체의 부재로부터 비롯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새로운 존재론과 이에 기반한 인간 개념의 재정립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새로운 철학적 사유들과 과학적 발견들을 자원으로 삼아 대안의 존재론과 주체를 마련하고자 한다. 좀비를 부단히 의기소침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속박하는 세계,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정동의 주체로 잠식시키는 억압적 권력으로부터 탈주시켜 긍정적 역능으로 넘실대는 정치적 주체로서 조명하고자 한다. 그것은 데카르트의 근대적 존재론에 맞서, 니체와 푸코의 비판을 경유하고 포스트휴먼 담론과 생기적 유물론, 다중 주체와 육체 정치를 통해 좀비를 근본적으로 전유하는 과정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존재론에서 인간은 단일하거나 균질하다고 가정되는 근대적 주체가 아니라,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중첩된 ‘혼종성의 주체’다. 위계적으로 구성되고 배타적인 특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들과 함께 상호매개되며 상호의존적 관계로 공존하는 ‘일원론적 포스트휴먼’이다. 현 상태에 머물며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창안하고 발명하며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유목적인 포스트휴먼’이다. 삶을 파괴하고 변화를 가로막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억압에 맞서, 다른 세계를 발명할 역능이 잠재된 ‘다중’이다. 저자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 양상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비인간이자 괴물의 형상으로 좀비를 제시한다. 또한 새로운 존재론에 기반하여 좀비를 새로운 세계의 주체로서 정초하고, 지배 질서로부터 탈주하는 다른 삶의 양식과 윤리적 형식들을 정향하고자 시도한다.

‘월가 점령 시위’와 ‘촛불집회’의 좀비-다중

오늘날 우리는 사람들이 다양한 시위와 봉기에서 좀비-되기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이 포스트좀비들은 더는 죽음의 자리로 처분되지 않겠다고, 위태로운 삶/생명으로 남아있지 않겠다고 선포한다. 포스트좀비는 노예나 괴물, 질병, 바이러스, 테러리스트, 맹목적 충동과 같은 억압과 부정의 대상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주체로서 세계를 파괴로부터 구해내고 새로운 배치와 리듬의 대안 세계를 발명하고자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발발하는 시위들에서, 특히 ‘월가 점령 시위’와 ‘촛불 집회’에서 좀비-다중은 스스로의 잠재된 위력을 드러내며 공통의 열망으로 한데 모였다. 기성 권력은 촛불 시민을 ‘촛불 좀비’라고 부르며 조롱하고, 국정원은 국민의 ‘좀비화’를 염려하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상을 관리하고 국민을 영원히 속박된 노예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좀비-다중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역사를 초과하는 섬광같은 사건의 순간을 마련했다. 좀비-다중은 이전의 시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형태로, 즉 중심이 없는 수평적이며 네트워크적인 시위, 새로운 원격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모여들어 공간을 점유하되 점령하지 않는 시위, 자발적이며 특이성들이 난립하는 다원적이고 왁자지껄한 집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스스로 좀비라고 선언하며 육체의 현전으로서 거리를 점유하고, 이대로의 세계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경고하며 권력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저자는 포스트좀비는 자신의 욕망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모든 가능성을 무참히 앗아가는 현 세계에 맞서 지금과는 다른 배치와 관계, 보다 나은 삶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세계의 다른 가능성을 고지하는 사건은 이미 발생했다’고 선언하며, 사건에 잠재된 세계를 현실화하기 위한 행동으로 돌입한다.


책의 구성

1부 「좀비란 무엇인가?」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좀비에 대한 여러 질문과 논점을 제기하는 장으로,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1장 「예외상태의 괴물과 회복되지 않는 일상」은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영화 <부산행>과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 좀비가 유행하는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인간과 비인간 경계가 유동적이며 점차 모호해지고 있음을 분석하며, ‘위기의 통치술’이 어떻게 우리를 비인간으로 만드는지 살펴본다.

2장 「비인간의 존재론」은 안드로이드, 뱀파이어, 늑대인간, 유령 등 다양한 형태의 괴물 혹은 비인간과 좀비를 비교하고 분석한다. 인간에게만 배타적 특권을 부여하는 ‘인간학’을 근본적으로 문제 삼으며, 인간학의 안티테제로서의 ‘좀비학’을 제시한다.

2부 「좀비는 어떻게 탄생하고 살해당했는가?」는 좀비의 역사 속으로 뛰어들어 본격적인 분석이 시작되는 부분으로, 크게 ‘인간’ 개념과 신자유주의 비판으로 전개된다.

3장 「인간의 탄생과 제국주의의 타자」는 근대철학이 어떻게 인간을 유일한 주체로 만들었으며, 제국주의와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마련했는지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피식민 노예는 ‘인간’의 다른 극단에 자리한 부두교좀비로 탄생하여(살해당하여) 타자화되었다.

4장 「인간의 죽음과 안티-휴머니즘의 괴물」은 20세기 중반 ‘인간의 죽음’ 선언 이후 ‘반근대적 주체’의 표상으로 등장한 식인좀비가 어떻게 주체를 해체하고 전복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이 시기의 좀비영화가 매스미디어와 소비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근대적 가치체계의 종말을 시사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5장 「파국의 세계와 심화되는 공백」은 2000년대 이후 파국에 근접하는 현대사회를 다각도로 비판하는 부분으로, 이 책에서 가장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다. 감염병의 유행, 환경문제, 신자유주의의 심화 등이 초래한 뛰는좀비의 등장과 묵시록적 파국 서사의 유행을 다루며, 우리 시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 위기를 좀비라는 기표를 통해 분석한다.

3부 「좀비는 어떻게 저항하고 탈주하는가?」는 앞서 제기한 여러 문제를 종합하고 존재론적 전회를 시도한다. 기존의 인간 개념과 좀비 담론에서 벗어나, 좀비를 새로운 주체로서 제시한다.

6장 「괴물에서 벗어나는 좀비들」은 ‘일원론적 포스트휴먼’과 ‘유목적 포스트휴먼’ 담론을 경유하여 새로운 형태의 포스트좀비서사를 검토하고 좀비를 존재론적으로 일신하고자 한다. 좀비를 감염자나 소수자의 관점에서 다루는 영화는 좀비를 존재론적 평면 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7장 「폐허를 딛고 새로운 주체를 발명하기」는 최근의 시위와 봉기의 양상과 더불어 첨예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다루며 포스트좀비주체를 정치적으로 재조명한다. 종말과 파국의 상념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욕망하는 좀비, 세계를 발명할 역능이 잠재된 ‘다중 주체’로서 좀비를 제시한다.

8장 「일상 없는 삶의 지속과 반복」은 친숙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삶과 일상의 관계를 살펴보며 일상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상없는 삶’의 양상과 그 속에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관음과 냉소로 빠져드는 좀비를 분석하며, 영속적인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들어가는 글의 「좀비는 누구의 이름인가?」와 나가는 글의 「좀비 선언」은 책 전체를 열고 닫는다. 각 부분은 책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키워드들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어, 책 전체에서 전개될 내용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들은 형식상으로는 유사하지만 내용상으로는 반전되는데, 이는 좀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반전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반영한다.


지은이 소개

김형식 (Kim Hyoung Seek)
문화연구자. 동국대에서 신문방송학과 국문학을 공부했다. 중앙대 문화연구학과에서 문화이론과 영상이론을 공부했으며, ‘좀비서사와 주체성’에 관한 논문으로 문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슈퍼히어로 영화와 윤리학’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허무주의나 비관론에 함몰되지 않고,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철학과 대중문화를 넘나들고 있다. 2014년 계간지 『문화/과학』을 통해 문화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책 속에서 : 인간 이후의 존재론과 신자유주의 너머의 정치학

오늘날 좀비가 중요한 함의를 지니는 것은, 좀비야말로 현대인이 지닌 공포와 불안의 정동을 읽어내는 결정적인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 우리에게 좀비가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매력적인 괴물로 다가오는 것은, 좀비가 단순한 서사적 상상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현대인의 정동을 반영하는 실재적인 공포의 알레고리이며, 더 나아가 그것과의 직접적인 대면이기 때문이다.

― 들어가는 글 ― 좀비의 눈으로 보기, 26쪽

<서울역>과 <부산행>에서 좀비와 인간은 각자의 영역을 침투하여 서로 식별하지 못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구분 불가능한 영역에 진입한다. 연상호는 좀비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예외상태가 일상이 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타자화되고 비인간이나 괴물로 추락하는지 그려낸다.

― 1장 예외상태의 괴물과 회복되지 않는 일상, 57쪽

좀비학은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새로운 존재론을 구축해 나가는 이론적 과정이다. 또한 좀비학은 타자를 삶에서 배제하는 현시대의 권력에 대항하고, 다른 세계를 마련하려는 정치적 과정이다. 좀비학은 이론적 투쟁에 발을 딛고서 정치적 투쟁을 향해야 한다.

― 2장 비인간의 존재론, 125쪽

좀비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인간 주체뿐 아니라, 도덕과 윤리를 결부시켜 이상적이며 초월적 가치로 설정한 휴머니즘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회의를 초래한다. 휴머니즘을 살펴보기 위해 다시 푸코로 돌아가 보자. 푸코는 우리에게 하루빨리 인간학적 잠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한다.

― 4장 인간의 죽음과 안티-휴머니즘의 괴물, 186쪽

오늘날 좀비 아포칼립스에 대한 공포는 단순히 서사적 상상이나 엔터테인먼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은 그것을 실재하는 위협이자 공포로 받아들인다. 바이러스라는 형태로 전파되는 좀비는 테러의 공포와 동시에 전염병의 공포를 함께 자극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언론에서는 좀비가 나타났다는 뉴스를 종종 보도한다.

― 5장 파국의 세계와 심화되는 공백, 249쪽

‘존재론적 전회’는 휴머니즘과 안티-휴머니즘 간의 대립을 극복하고 양자의 유산을 모두 충분히 참조하되, 안티-휴머니즘이 초래할 수 있는 허무주의에 머무르지 않는다. 동시에 근대적 휴머니즘으로의 회귀라는 손쉬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하며, 주체의 공백이라는 자리에서 출발하여 다른 주체성 양식들을 실험하고 창안해나가고자 하는 철학적 사유양식이자 윤리적 태도다.

― 6장 괴물에서 벗어나는 좀비들, 284쪽

좀비는 더 이상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거나 혹은 손쓸 수 없는 전염성과 파괴력으로 세계를 멸망시키는 존재가 아니다. 대중의 정동과 가장 맞닿은 괴물인 좀비는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며 지배체제에 저항하는 주체로서 등장하고 있다.

― 7장 폐허를 딛고 새로운 주체를 발명하기, 347쪽

공권력 앞에 맨몸으로 거리로 나선 민중들은 좀비와 마찬가지로 가진 것이라곤 오직 몸뚱이가 전부인 자들이다. 거리로 나선 자들은 모두가 동일한 하나의 육체로서 현전한다. 거리에서 모든 육체는 권력의 고하나 직업의 종류, 나이, 성별, 인종과 관계없는 ‘하나의 육체’일 따름이다. 이들은 다양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열망으로 한데 뭉치고, 특이성을 유지한 채 총체성으로 구성되어 함께 권력에 대항한다.

― 7장 폐허를 딛고 새로운 주체를 발명하기, 371쪽

<효리네 민박2> 10회에서 평소에 누려보지 못했던 충만한 일상을 만끽한 한 손님, 효리와 상순의 뇌 부스러기 조각을 한 입 베어 물고, 타인의 일상으로의 외출이라는 잠시간의 꿈같은 달콤한 행복(가상체험이자 관음이라는 향락)을 즐긴 한 청년좀비는 민박집을 떠나면서 이렇게 독백한다. “현실행 급행열차 출발합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 8장 일상 없는 삶의 지속과 반복, 466쪽


목차

들어가는 글 ― 좀비의 눈으로 보기
낯선 존재와의 만남 10
좀비의 어원 13
좀비열풍 : 세계를 정복한 좀비 14
서울 한복판에 좀비 출몰? 19
노예좀비부터 포스트좀비까지 21
지금, 여기의 좀비사회 26
책의 구성과 내용 29
좀비는 누구의 이름인가? 30

1부 좀비란 무엇인가?
1장 예외상태의 괴물과 회복되지 않는 일상 : <부산행>과 <서울역>의 배제당한 자들 34
위기에 처한 세계와 좀비의 유행 34
‘무기력한 좀비’에서 ‘노오력하는 좀비’로 38
괴물이 되는 인간, 인간이 되는 괴물 4 2
호모 사케르, 배제당한 비인간 47
예외상태에 놓인 자들 51
끝나지 않는 예외상태 54
신자유주의와 위기의 통치술 59
비판적 사유의 침묵 62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65

2장 비인간의 존재론 : 안드로이드, 괴물, 이방인, 그리고 좀비 71
좀비라는 물음표 71
두 가지의 생명 : 비오스와 조에 73
SF영화 속 안드로이드 75
로보캅과 아이언맨 : 인간과 기계의 혼합 85
기계의 신체와 좀비의 신체 90
그로테스크의 교훈 93
죽음, 친숙하고 낯선 좀비 98
윤리의 실종과 죽음 산업의 성공 99
뱀파이어, 늑대인간, 좀비 107
괴물은 언제나 우리와 닮았다 112
이방인과 유령 : 경계를 파괴하는 것들 116
인간/비인간 개념의 구분 불가능성 121
좀비학 : 인간학의 안티테제 126

2부 좀비는 어떻게 탄생하고 살해당했는가?
3장 인간의 탄생과 제국주의의 타자 : 식민지 노예와 부두교좀비 129
인간의 파산 129
인간이란 무엇인가? 131
중세의 종말과 셰익스피어 136
근대의 시작과 데카르트 139
근대적 주체의 이분법과 차별 143
제국주의와 좀비의 탄생 147
시브룩의 마법의 섬 152
화이트 좀비 : 하얀 인간, 검은 좀비 156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 서구적 이성과 초자연적 주술 161
니체의 울음 164

4장 인간의 죽음과 안티-휴머니즘의 괴물 : 반근대적 주체와 식인좀비 169
안티-휴머니즘과 식인좀비의 탄생 169
니체와 신의 죽음 174
푸코와 인간의 죽음 177
르네상스부터 근대까지 179
반근대적 주체로서의 좀비 182
휴머니즘과 폭력 186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규범적 가정의 몰락과 인종차별 비판 190
시체들의 새벽 : 자본주의 비판과 가능성 195
인간과 휴머니즘, 그 이후 199
좀비영화의 침체기와 좀비게임 206

5장 파국의 세계와 심화되는 공백 : 신자유주의와 밀레니엄좀비 209
21세기와 뛰는좀비의 등장 209
공백의 심화와 과학기술 212
금융자본주의에서 좀비자본주의로 216
문화산업과 도착적 감정의 유대 224
신체 없는 기관과 연료-좀비 231
파국의 공포와 죽음의 유대 234
신자유주의의 팽창과 정체화의 욕망 239
난민과 테러리즘, 그리고 자가-면역의 괴물 242
봉합되지 않는 묵시록 250
심화되는 가정의 붕괴 255
좀비지도와 속도의 지옥 257
시스템의 폭력과 공권력의 부재 261
신자유주의 서바이벌 가이드 264
한국과 좀비장르 271

3부 좀비는 어떻게 저항하고 탈주하는가?
6장 괴물에서 벗어나는 좀비들 : 포스트휴먼과 포스트좀비주체 277
파국에서 벗어나기 277
존재론적 전회 281
인간, 그 이후를 사유하기 285
휴머니즘 이후, 포스트휴머니즘 288
포스트휴머니즘의 다양한 갈래 292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 296
일원론적 포스트휴먼 299
괴물에서 벗어나기 : 뛰는좀비에서 포스트좀비로 308
질병과 포스트좀비 313
소수자와 포스트좀비 322
유목적 포스트휴먼 334

7장 폐허를 딛고 새로운 주체를 발명하기 : 좀비시위와 포스트좀비의 정치학 337
다중 주체 337
포스트좀비의 전사 : 좀비의 정치성 343
파국의 역설적 가능성 347
인싸 혹은 아싸, 좀비라는 마이너리티-되기 350
좀비시위의 발발 : 월가 점령 시위의 다중 356
촛불집회와 육체 정치 362
뇌과학과 좀비의 회복 374
공항을 방황하는 좀비 378
감히 욕망하라! 384
가능성으로 흘러넘치는 세계 390
정체성의 폐지 : 증오에서 사랑으로 396

8장 일상 없는 삶의 지속과 반복 : 지리멸렬한 파국과 냉소하는 좀비 404
냉소하는 좀비의 탄생 404
예능 프로그램의 일상화와 일상의 불가능성 408
관음하는 좀비와 타인의 일상 413
효리네 민박과 한끼줍쇼 : 전면화되는 비상 418
욜로 혹은 짠내 : 탕진잼의 향락과 스튜핏의 고행 사이 4 25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짠내나지만 확실한 욜로 435
냉소하는 주체 : 모든 행동의 경멸 440
신자유주의와 파국의 지속 448
반복으로서의 일상의 리듬 452
일상의 회복을 위하여 458

나오는 글 ― 좀비가 욕망하는 세계
좀비와 인간 468
망가진 세계와 잔존하는 희망 472
포스트좀비의 역능 477
좀비 선언 481

감사의 글 484
참고문헌 487
인명 찾아보기 496
용어 찾아보기 498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정치 실험』(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지음, 주형일 옮김, 갈무리, 2018)

오늘날 어떤 ‘정치 실험’을 상상하고 감행하는 것이 필요할까?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 기간제, 비정규직, 파트타임, 불안정노동 등 노동의 형태가 셀 수 없이 많은 유형으로 다양화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용 기간과 고용 부재 기간이 뒤얽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예컨대 예술가들이 그러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고용이 부재한 기간에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교육, 실습, 무보수 협동작업, 지식 유통 같은 노동 활동을 해야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 시대에 프랑스 엥떼르미땅들의 사회적 투쟁은 새로운 정치를 고안하고자 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과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호와 기계』(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지음, 신병현‧심성보 옮김, 갈무리, 2017)

들뢰즈와 가따리의 기호론으로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빠올로 비르노, 주디스 버틀러,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안또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등에까지 걸쳐 있는 언어중심적 정치이론을 비판하면서 물질적 흐름과 기계들의 흐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기호들을 분석한다. “자본은 기호로 움직인다.”는 가따리의 주장에 근거하여 “오늘날 비판이론은 언어와 재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고 있는가?”, “오늘날 기호들이 정치, 경제, 주체성의 생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묻고 이로부터 자본주의 비판을 위한 새로운 이론과 비재현적 주체 이론을 전개한다.

『사건의 정치』(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지음, 이성혁 옮김, 갈무리, 2017)

이 책에서 랏자라또는 현대 사상의 급진적 정치성을 되살리면서 현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권력에 저항하고 사회를 변혁하는 길을 모색한다. 그는 들뢰즈/가타리와 푸코 등의 급진적인 현대사상을 바탕으로 바흐친과 빠졸리니, 라이프니츠와 타르드와 같은 이들의 사상을 재평가하고 ‘구제’하며 현실화한다. 가능성의 발명으로부터 정치의 가능성을 사고하고 있는 『사건의 정치』는, 현대의 저항 정치가 가지고 있는 시적이고 예술적인 성격을 적실하게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선언』(안또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12)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시위 첫 날인 2011년 9월 17일의 1주년을 기념하며 출간되는 이 책은 2011년의 봉기들의 정치철학적 의미와 그 반란들의 세계사적 위치를 이해하는 데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또 이 책은 월스트리트 봉기가 사그라진 이후 등장한 여러 갈래의 냉소주의적 접근법들과 전혀 상반되는 접근법을 보여준다. 2008년 촛불 이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광장들에서 텐트가 사라지자 유럽과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그 많던 텐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자들에 의하면, 봉기는 지속될 수 없지만, 매번 다르게, 계속해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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