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끝나고 나서, 길과 목적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길을 가는 것과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
'목적 없는 활동'의 의미 등.
좀 더 생각을 하면, 니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고병권 선생님의 <묵묵>을 읽기 시작했는데,
제가 틀렸음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원래 고병권 선생님 글을 좋아해서 읽을 때마다 무언가 배우게 되더라구요)

사실 책 자체는 니체에 관한 것이 아니고 그냥 에세이집입니다.
(물론 글 곳곳에 이미 체화된 니체들이 들어있으니, 언제나 니체에 관한 글이기도 하지요)
이번에 왠지 글의 색채가 어둡다 느꼈는데,
전체적인 내용이 공부의 길에서 어떤 실패와 좌절 속에서 쓰신 내용이더군요.

제가 계속 니힐리즘 속에서 긍정이 있다는 걸 얘기했는데, 그 얘기를 하는 '정서'가 틀렸더라구요.
말 자체는 맞고 논리적으로도 그 방향이긴 할 텐데,
제가 그 정서를 진정으로 느껴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니체가 동굴 속에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정서가 무엇인지,
어둠과 침묵 안에 있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몰락에서 공부하고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아직 모르고 있었습니다.
책을 보면서 제가 그냥 '말'로서 말을 지어냈던 거라 부끄러워졌습니다.

책을 읽어 보시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읽으면서, 공부가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새로운 몰락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더군요.

다음 주에는 <낡은 서판들과 새로운 서판들에 대하여>부터 <일곱 개의 봉인>까지 읽습니다.
이렇게 벌써 3부까지 끝나네요.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