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숲은 생각한다 2장 (163-177)

작성자
vanillaice61
작성일
2020-06-22 21:50
조회
451
애니미즘

콘은 인류학이 인간적 세계 너머로 도약할 수 있으려면 인간이 세계를 보는 관점뿐만 아니라 비인간 생명들이 세계를 표상하는 방식을 질문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루나족이 재규어의 시선을 적극적으로 상상해야 하는 이유는 재규어에게 이들이 ‘고기’가 아닌 같은 ‘자기’로서 대우받는 것, 그리하여 먹히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루나족은 재규어가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 - 포식자와 먹잇감이라는 두 부류로 나뉘는 - 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재규어에게 푸마(포식자)가 된다.
이때 아빌라 사람들이 푸마가 되는 전환의 순간은 오직 재규어의 사고 체계로 들어갈 때만이 가능하다(“푸마는 관계적 범주이다”(164)). 재규어의 시선을 무시하는 순간 그들은 곧바로 고기로 전락하고 만다. ‘나’와 ‘너’ 같은 대명사를 통해 서로 상호주관적 위치에 자리하는 것처럼, 루나족은 재규어에게 포식자(푸마)가 됨으로써 ‘의미의 그물망’을 재규어와 공유한다. 이는 오직 인간들만이 언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고 여겼던 의미의 체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균열을 가져온다. 재규어는 비인간 자기, ‘생각하는 자기’다.
따라서 콘은 인류학이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재규어에 대해’ 원주민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넘어 ‘재규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숲에 대해 원주민은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아니라 숲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어야 한다.”(166)). 그는 세상을 ‘사유하는 인간’과 ‘기계적 비인간’으로 나누면서 수많은 비인간 존재들을 ‘퉁치는’ 인간중심적 관점을 넘어서지만, 그 방식이 일반론을 부정하면서는 아니다. 그는 인간만이 담지하고 있다고 여겨져왔던 보편적 ‘주체’ 대신 ‘자기’라는 개념을 가져오고, 이 ‘자기’에 대한 일반론을 펼친다.
“살아있는 존재들이 자기성의 처소”(166)이다. 즉 생명은 곧 자기를 ‘나’로 여긴다는 말이다. 그들 각자를 ‘나’로 여기는 생명들간의 관계에 주목하고, 그 관계에서 일어나는 세계를 표상하는 방식들의 교차를 통해 ‘다른 세계들’이 드러난다. 세계는 우리가 분석해야 할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성장하는’(콘의 표현) 생명 과정이며, 우리 또한 그 안에 있다. (Q. ‘성장’하는 사고는 콘의 논의에서 많이 나오는 표현인데, 이 뜻이 정확히 무얼 말하는 걸까? ‘이중기술’과 함께 정교해지는 기호 작용의 과정?)

퍼스펙티브주의

아빌라에 사는 루나족은 숲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스트루가 ‘퍼스펙티브적’이라고 명명하는 방법을 사용해 숲 속의 ‘자기’들과 관계맺는다. 퍼스펙티브주의는 자기들 간의 근본적 유사성을 전제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부류로 특정되는 성질을 설명한다. 감각을 가진 모든 자기들은 모두 ‘자기’, 즉 ‘나’ 또는 ‘사람’으로서 세계를 본다. 하지만 각 부류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각기 다르다. 아빌라 사람들에게는 썩은 고기의 악취로 다가오는 것이 콘도르에게는 마니옥의 달콤한 향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그 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환경을 표상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고, 그 방식에 의해 그들은 정말로 다른 세계를 산다.
아빌라 사람들에게 특징적인 점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는가를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상상하여 그것을 역이용한다는 것이다. 개미를 잡기 위해 개미핥기를 모방하고, 잉꼬를 겁주기 위해 허수아비를 만들고, 메기가 그들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잡아채기 위해 손을 자주색으로 물들인다. 이러한 다른 유기체들의 관점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행위는 “모든 생명-형식들이 자기들이라는 사실에서 생겨난다”(170). 생명-형식들이 “누구이며 무엇인가”(170)를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초월적 주체가 아니라 세계 안에서 각 자기들이 그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 그리고 그 속의 타자들이 그들을 표상하는 방식의 관계맺음, 상호작용이다.(?)

생각의 느낌

아빌라 사람들에게 특징적이었던 다수의 관점을 아우르는 시야를 찾아내는 “퍼스펙티브적인 입장”(171)은 콘의 주장에 따르면 생존을 위한 실용적인 도구이기도 하지만, 다수의 관점을 동시에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 관점들을 “아우르는 더 큰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 공간에 머물도록”(172) 한다. 콘이 소개하는 신화는 영웅(인간)이 다른 존재(재규어)의 퍼스펙티브를 관망하고 총합하여 그것을 재치있게 이용하는 이야기(재규어를 초가지붕 아래 구조물 속에 가두는)를 담고 있다. 콘에 의하면 “이 신화는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과 같은 느낌인지를 포착한다”(172).
이 사고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콘은 ‘이중기술’의 개념을 소개한다. “뇌는 각각의 눈이 보는 것들 간에 어떤 유사성을 인식하고, 또 그 차이를 체계적으로 비교하는 “이중기술”을 행함으로써 그러한 개개의 입력을 더 높은 논리적 차원의 더욱 포괄적인 어떤 것의 일부로서 해석하게 된다. 이때 참신한 어떤 것, 즉 깊이의 지각이 창발한다”(173). 내 눈에 포착된 클립과 볼펜은 각각 다른 물건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뇌가 눈의 수정체에 맺힌 상의...복제”(173)다. 마찬가지로 게의 다리는 환경에 더욱 잘 적응된 형태로 진화하며 ‘선조 게’와 분화되지만 어쨌든 그들은 큰 범주 안에서 그 환경을 표상하는 다리를 산출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우리는 이렇게 “세계 속에서 작동되는 이중기술과 더불어 생각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부가적으로 경험하게 된다”(174). 앞의 신화를 듣는 사람은 마치 새로운 사고가 창발하듯이 그 느낌을 경험하게 되고, 그것은 샤먼이라는 형상으로 인격화된다. “아마존에서 모든 자기들은 자기들이라는 점에서 샤먼들로 간주되고 모든 자기들은 숲처럼 생각한다”(175).

살아있는 사고

자기들이 관계하는 방식은 반드시 언어적인 체계와 같은 상징적 구조 안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 1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기호는 상징적이기 이전에 인덱스적이며 인덱스적이기 이전에 아이콘적이다. 아이콘적 기호는 차이를 기반으로 한 유사함이 아닌 구별할 수 없는 혼동을 토대로 작동한다. 차이는 본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혼동에서 시작해서 자기들간의 관계를 통해 점차 만들어진다(“부류 및 계층과 같은 일반적인 것은 혼동에 기초한 관계맺음의 형식을 통해 세계로부터 창발하며 세계 속에서 번영한다”(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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