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9/12 『천개의 고원』 pp.907~921

작성자
bomi
작성일
2021-09-12 02:47
조회
394
들뢰즈와의 마주침 세미나 ∥ 2021년 9월 12일 일요일 ∥ 손보미
텍스트: 「천개의 고원」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지음, 김재인 옮김, 새물결 pp.907~921



1) 두 공간을 확인할 때 주의점
- 두 공간을 단순히 대립시켜 바라보기보다는 두 공간의 복잡한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두 공간의 구분은 권리상의 구분, 추상적 구분이다. 두 공간은 각각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늘 혼합된 채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권리상의 구분이 실재하는 공간의 혼합 형식과 방향(의미)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2) 혼합의 두 방향
- 매끈한 공간이 홈 패인 공간에게 포획되어 감싸인다.
- 홈 패인 공간이 매끈한 공간 속으로 융해되어 매끈한 공간을 펼치도록 해준다.

3) 이 두 공간의 다양한 양상과 관계를 보여 줄 수 있는 모델들
1. 기술 모델
2. 음악 모델
3. 바다 모델
4. 수학 모델
5. 물리학 모델
6. 미학 모델
7. 놀이 모델
8. 사유학적 모델


1. 기술 모델

1) 직물 vs 펠트
- <직물>은 원칙적으로 홈 패인 공간으로 규정될 수 있는 몇 가지 성격을 갖는다. 직물은 두 종류의 평행한 요소로 구성된다. 수직/수평. 한쪽은 고정되고, 유동적인 다른 한쪽은 고정된 쪽의 위아래를 통과한다. 이렇게 해서 홈 패인 공간은 필연적으로 제한되며, 적어도 한쪽에서 닫힌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은 필연적으로 앞면과 뒷면을 갖고 있다.
- <펠트>는 마치 “반-직물 anti-tissu”처럼 보인다. 개별적인 실이나 교차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압축으로 얻어지는 섬유의 얽힘만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뒤엉켜놓은 집합체는 등질적이지 않다. 펠트는 매끈하며, 한 점 한 점 모두 직물 공간과 대립하고 있다.
- <직물과 펠트>처럼 직조에 관한 완전히 서로 구별되는 두 가지 생각, 나아가 실천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직물의 직조>는 신체나 바깥을 닫힌 공간 속에 통합시킨다. 반면에 유목민의 <펠트식 직조>는 의복이나 집조차도 바깥 공간에, 즉 신체가 움직이고 있는 열린 매끈한 공간에 맞춘다.

2) 직물(식 직조)과 펠트(식 직조) 사이의 교착, 혼합 형태들
- <뜨개질>에서 바늘은 홈 패인 공간을 떠나가며 한쪽 바늘은 날실 역할을, 다른 한쪽 바늘은 씨실 역할을 담당하는데 바늘 간의 이러한 역할은 상호 교차된다.
- <코바늘 뜨개질>은 짜나가는 공간이 중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방향으로 열린 공간을 그린다.
- <자수>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고정된 것과 유동적인 것을 갖고 복잡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패치워크>는 중심이 없으며 기본 모티프(블록)는 단일한 요소로 구성된다. 패치워크의 매끈한 공간은 이 “매끈하다는 것”이 등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무형의, 무정형의 공간으로서 옵 아트를 예시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해 준다.
- <퀼트의 역사>는 매우 흥미롭다. 17세기 미국 최초의 이주민들은 보통 퀼트, 즉 화려한 <자수>의 홈이 패인 공간을 갖고 왔으나 17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우선 섬유가 부족하고, 다음으로는 인디언들의 면제품들이 유행하면서 점차 <패치워크> 기술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홈이 패인 공간에서 매끈한 공간이 출현하게 된 것 같았다.

2. 음악 모델

1) 불레즈의 음악 이론
- 불레즈는 매끈한 공간과 홈 패인 공간 간의 단순한 대립과 복잡한 차이들, 더욱이 비대칭적인 상관관계를 전개해 나갔다.
- <첫 번째 차원: 공간을 차지하는 방법> 매끈한 시간-공간은 헤아리지 않고 차지할 수 있다: 비계량적 다양체, 방향적 공간 → 창조의 공간 / 홈이 패인 시간-공간을 차지하려면 헤아려야 한다: 계량적 다양체, 차원적 공간 → 재창조의 공간
- <두 번째 차원: 공간을 절단하는 방법>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공간 절단 / 임의대로 절단할 수 있는 불규칙하고 비규정적인 공간.
- 또 다른 차원에서 보자면 주파수가 음정interval들(절단break들 사이)에 분배되는 경우와 / 주파수가 절단 없이 통계적으로 분배되는 경우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 <주파수가 절단들 사이에 분배되는 경우> 절단들의 배분율은 “모듈”로 불리는데, 이것이 일정하고 변하지 않을 때(직선적이 홈이 패인 공간)와 / 규칙적 또는 불규칙적으로 변할 때(곡선적인 홈이 패인 공간)가 있다.
- <주파수가 절단 없이 통계적으로 분배되는 경우> 이러한 배분에도 최소한 배분이 균등한 경우(방향을 갖지 않은 매끈한 공간)와 / 얼마간 밀도가 있거나 아니면 희박해지는 경우(방향을 가진 매끈한 공간)의 두 종류가 있다.

2) 불레즈의 관심
- 홈 패인 것은 항상 하나의 로고스(예컨대 옥타브)를 갖는 데 반해 매끈한 것은 하나의 노모스이다. 불레즈는 이 두 가지 공간 간의 교통, 교체와 중첩에 관심이 있었다.
- 왜 “분명한 방향을 가진 매끈한 공간은 홈이 패인 공간과 융합되는 경향이 있는가?”
- 왜 “홈이 패인 공간은 사용된 음높이의 통계적 배분이 사실상 균등해지면 매끈한 공간과 융합되는 경향을 보이는가?”
- 왜 옥타브(그러니까 로고스)는 나선 원리에 따라 재생산되는 “비-옥타브 형식의 음계”로 교체될 수 있는가?
- 어떻게 [음의] “짜임”에 영향을 미쳐 음 예술의 변형을 지지하면서 시간 한가운데서의 변동과 음정에서의 이동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3) 홈 패인 것 vs 매끈한 것
- <홈 패인 것> 고정된 것과 가변적인 것을 교차시켜 서로 구별되는 형식들에 질서를 부여하고 연속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수평적 선율의 선들과 수직적 화음의 판들을 조직하는 것.
- <매끈한 것> 연속적 변주, 형식의 연속적 전개, 리듬에 본래적인 독자적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화음과 선율의 융합, 수진석과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사선의 순수한 줄.

3. 바다 모델

1) 매끈한 공간 vs 홈 패인 공간
- 홈 패인 공간에서는 선이나 궤적이 점에 종속된다. / 매끈한 공간에서는 점이 궤적에 종속된다. 즉 궤적이 정지를 유도한다. 여기서는 간격이 실체이고 이것에서 리듬적 가치가 생겨난다.
- 홈 패인 공간에서 선은 차원성이나 계량성을 갖는다. / 매끈한 공간에서 선은 벡터, 방향이다. 방향의 변화를 수반하는 국지적 조작을 통해 구성된 공간이 바로 매끈한 공간이다.
- 홈 패인 공간에서 곡면은 닫혀 있으며 지정된 절단과 규정된 간격에 따라 “배분”이 일어난다. (로고스) / 매끈한 공간에서는 모든 것이 열린 공간 위에서 빈도와 경로의 장단에 따라 “분배”가 일어난다. (노모스)
- 홈 패인 공간은 형식화되고 지각된 소유의 공간이다. / 매끈한 공간은 사건이나 <이것임>에 의해 점유되는 변용태적 공간이다.
- 홈 패인 공간은 광학적 지각이다. / 매끈한 공간은 촉지적 지각이다.
- 홈 패인 공간에서는 형식들이 하나의 질료를 조직한다. / 매끈한 공간에서는 재료들이 힘들을 지시하거나 아니면 힘들의 징후 노릇을 한다.
- 홈 패인 공간은 외연적 공간, 측량의 공간이며 유기체나 조직이다. / 매끈한 공간은 강렬한 내포적 공간, 거리의 공간이며 기관없는 몸체이다.
- 홈 패인 공간에서의 지각은 측정이나 소유에 의해 행해진다. / 매끈한 공간의 지각은 징후나 평가에 의해 행해진다.


2) 바다라는 특수한 문제 (915~917)
- 바다는 특히 빼어난 매끈한 공간이지만 점점 엄격해져만 가는 홈 패임의 요구에 가장 먼저 직면했다. 바다에 홈이 패인 것은 원양항해 때문이었다. 해양 공간은 천문학과 지리학이라는 두 가지 성과에 기초해 홈이 패였다. 격자모양의 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 홈 패임은 장기간에 걸쳐 성립되었다. 위도에 비해 경도에 의한 위치 파악은 아주 늦게 등장했는데 그전에는 경험에 기초한 유목적 항해술이 지배적이었다.
- 바다는 모든 매끈한 공간의 원형일 뿐만 아니라 최초로 홈 패임을 경험하는 공간처럼 보인다. 그리고 오직 국가만이 홈파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 완성시킬 수 있다. 차원적인 것이 조금씩 확립되어 가면서 방향적인 것을 종속시키고 중첩된다.
- 바다는 또한 홈 파기의 끝에서 일종의 매끈한 공간을 재부여한다. 홈파기의 극한에서 전쟁기계를 재구성하는 국가보다도 한층 더 불길한 전쟁 기계에 봉사하는 새로운 유목을 발명해낸다. 매끈한 것은 자체가 악마적 조직화의 역량들에 끌려가고 점유될 수도 있다.

3) 홈패인 것과 매끈한 것의 복합 (920, 921)
- 홈패인 것과 매끈한 것, 로고스와 노모스의 대립은 위치를 지정하기가 쉽지 않다. 유목 목축민의 매끈한 땅과 정주 경작민의 홈이 패인 토지를 직접 대립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다와 반대로 도시는 특히 홈이 패인 공간이다. 그러나 바다가 근본적으로 홈 파기에 열려 있는 매끈한 공간인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는 홈을 파는 힘으로서 도시의 안팎에서 매끈한 공간을 다시 부여하고 이를 실현시킨다. 움직이는 거대 빈민가, 임시 거주자, 유목민과 혈거민, 금속과 천 찌꺼기, 패치워크 등은 화폐, 노동 또는 주거의 홈파기와는 전혀 무관하다.
- “매끈한 것-홈패인 것”이라는 단순한 대립은 훨씬 더 어려운 온갖 복합, 교대, 중첩과 같은 것을 불러온다. 그러나 이러한 복합은 우선 양자간의 구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이러한 복합이 수많은 비대칭적 운동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4) 여행 (921)
- 괴테식/클라이스트 식 여행? 프랑스식/영국식 여행? 나무형/리좀형 여행? 이들 어떤 대립항도 완전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혼합되거나 서로 이동한다.
- 도시 한가운데서도 낯선 여행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자리에서의 여행도 있다. 제자리에서의 여행, 이것이 모든 강렬함들의 이름이다. 사유하는 것, 그것은 여행하는 것이다. 매끈한 것 속에서 여행할 것인가... 홈이 패인 것 속에서 여행할 것인가... 그러나 항상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이행하거나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변하거나 반전이 일어난다.
- 영화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두 인물이 있다. 모든 점에서 홈이 패인 괴테식의 교양적, 기억적, “교육적” 여행을 하는 인물이 있다. 이미 매끈한 공간을 정복한 채 오직 실험만 하고 독일 “사막”에서 기억 상실 증세를 보이는 인물이 있다. 기묘한 것은 전자가 공간을 열고 일종의 소급적인 매끈하게 하기를 실행하는 반면 후자는 홈이 패인 것이 재형성되어 다시 공간을 닫아버린다는 것이다.
- 매끈한 것 속에서 여행하는 것은 몹시 어렵고 불확실한 생성이다. 다양한 방향에서 매끈한 것과 홍패인 것의 충돌, 이행, 교대, 중첩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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