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 잔혹한 인문학 ― 서늘한 충격을 일으키는 사유의 도끼 (화 7:30, 강사 이인)

3분학기
작성자
다중지성의정원
작성일
2018-02-23 21:40
조회
773


[인문교양] 잔혹한 인문학 ― 서늘한 충격을 일으키는 사유의 도끼

강사 이인
개강 2017년 7월 4일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7:30 (8강, 140,000원)

강좌취지

"여기서 잔혹성이란 사물들이 우리를 향해 끼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하며 필연적인 것이다.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우리의 머리 위에는 아직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
― 앙토넹 아르토 『잔혹연극론』

유행에 따라 소비되고 장식품처럼 쓰이지만, 내 삶을 조금도 건드리지 못하는 지식들이 너무나 많다. 인간과 세상을 보는 시야도 바뀌지 않는 사상은 죽은 언어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카프카가 이야기했듯 나를 자살하도록 만드는 전율의 언어이다.
그렇다. 우리에겐 아직 달콤한 위로보다는 강렬한 충격이 필요하다. 그래서 잔혹한 인문학을 펼친다. 우리가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지를 돌아보는 동시에 우리에게 아직 놀라운 변화의 가능성을 깨닫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강제되는 사유의 고통은 필요악이다.
가장 강렬한 사유들이 도끼가 되어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내 생각들을 깨뜨릴 것이다. 당황스러운 만큼 아찔한 슬기와 짜릿한 배움을 얻게 된다. 어김없이 닳아가고 어이없이 굳어가고 형편없이 낡아가고 속절없이 늙어가던 의식이 낯선 사상가들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후련하게 뚫릴 것이다. 사유의 도끼로 갈라낸 틈새로 지혜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낯선 사상을 공부하는 만큼 나는 좀 더 넓고 깊게 생각할 줄 아는 자유인이 된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경계가 바로 나의 존재를 결정한다. 그래서 공부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경계를 넓히는 작업이다. 새로운 경계로 나아가는 잔혹한 충격이 시작된다.

1강 알베르 카뮈 ―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살 만한 가치도 없는 삶을 사는 당신은 왜 자살하지 않느냐면서 도발합니다. 우리는 삶이 힘들다면서 이따금 죽고 싶다는 하소연만 늘어놓지 정작 삶과 죽음 자체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지요. 월화수목금토일, 그날이 그날 같던 내가 카뮈를 만나면 삶의 무게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됩니다.

2강 빌헬름 라이히 ― 오스트리아 출신의 성과학자 빌헬름 라이히는 왜 인간이 지배당하기를 욕망하는지를 탐구합니다. 권위에 짓눌린 채 무기력하게 살면서 주변에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지요. 빌헬름 라이히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운 성욕이 짓눌리면 나중에 사회의 부당한 억압에도 익숙하게 복종하게 된다고 목청을 돋웁니다.

3강 사라 블래퍼 허디 ― 모성은 숭고하고 아름답다고 여겨집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니까요. 그러나 많은 어머니들이 아기를 대하면서 사랑과 함께 음울한 감정을 느낍니다. 미국의 인류학자 사라 블래퍼 허디는 인류의 조상들이 어떤 고민을 했을지 깊고 넓게 파고들지요.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어머니와 아기의 관계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4강 페터 슬로터다이크 ― 오늘날 ‘휴머니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간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일들이 전해질 때마다 소스라치면서 개탄만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때야말로 인간이란 존재를 직면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냐고 독일의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말을 건넵니다. 우리가 인간농장에서 길들여진 채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5강 존 그레이 ― 인간은 대단한 존재가 아닌데 우리 인간들은 마치 자유의지를 지니고 도덕을 지키며 살아가는 척한다며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그레이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생각의 틀을 박살냅니다. 세상이 진보한다는 착한 믿음을 깨뜨리면서 인간중심주의를 철저하게 비판한 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존 그레이는 나지막이 들려주네요.

6강 지그문트 바우만 ― 인류 역사상 가장 안락하고 안전한 세상이 되었는데, 날마다 불안해하면서 평생 공포와 싸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진단합니다. 암만 애국하고 충성하더라도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다는 무력감에 시달리면서 우리는 개인의 생존에 몰두하게 되지요. 진보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현대를 톺습니다.

7강 레나타 살레츨 ― 현대는 뭐든 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돈도 많이 벌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들 앞에서 우리는 머뭇거리고 갈등하게 됩니다. 정신분석가 레나타 살레츨은 자기 삶을 자신이 선택한다는 의미를 파고들면서 과연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하며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지요.

8강 스티브 테일러 ― 영국의 자아초월심리학자 스티브 테일러는 인간이 자아의 광기를 앓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다들 심리의 부조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수많은 문제들이 파생된다는 얘기지요. 세상과 고립되어 있다는 감각과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수다스런 생각에서 벗어나 나 자신으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참고문헌
1.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김화영 옮김, 책세상, 1997
2. 엘리아스 카네티, 『군중과 권력』, 강두식, 박병덕, 옮김, 바다출판사, 2010
3. 사라 블래퍼 허디, 『어머니의 탄생』, 황희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0
4. 페터 슬로터다이크, 『인간농장을 위한 규칙』, 이진우 옮김, 한길사, 2004
5. 존 그레이,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김승진 옮김, 이후, 2010
6. 지그문트 바우만, 『유동하는 공포』, 함규진 옮김, 산책자, 2009
7. 레나타 살레츨,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박광호 옮김, 후마니타스, 2014
8. 스티브 테일러, 『조화로움』, 윤서인 옮김, 불광출판사, 2013

강사소개
현대철학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으며, 인문학이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떤 쓸모가 있을지 궁리를 한다. 전문화되고 어려운 인문학이 아닌 깊이 있되 누구에게나 와 닿는 인문학을 하려 한다. 인문학의 민주화를 모색하면서 꾸준히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우리, 대한미국』, 『나는 날마다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을 냈다. blog.ohmynews.com/specia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