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3/21 객체지향철학과 건축미학 세미나

작성자
kyu
작성일
2020-03-21 22:36
조회
249
B. 관계들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객체는 적어도 일곱가지 대립항(객체와 주체 / 객체와 관계 / 원시적 전체와 세계 안에 개별적인 자율적 존재자 / 객체와 우유적인 것 / 객체와 성질 / 객체와 후설적 형상 / 객체와 조각) 과 구별될 수 있으므로 이 대립자들을 더 명료한 방식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그다음에, 라투르가 어떤 의미에서 객체지향 철학자이고 어떤 의미에서 객체지향 철학자가 아닌지 알려면 이런 갈등들 각각에서 그가 어느 쪽을 편 드는지 정확히 짚어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왜 객체지향 접근법 또는 양극화 접근법이 각각의 상황에서 그것의 급진적 대안과 보수적 대안보다 우수한지도 설명해야 한다.(336.p)

첫 번째 단계는 언급된 차이들 가운데 세 가지(객체 대 우유적인 것, 객체 대 국면(후설적 형상), 객체 대 성질)는 객체 자체에서 나타나는 내적 분리를 가리키는 것이지, 객체가 어떤 다른 것과 맺고 있는 관계에서 나타나는 분리를 가리키지 않음을 알아채는 것이다.(337.p)

결국 존재자들의 절대적 구체성이라는 라투르의 원리에 따르면 단위체로서의 사물과 그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특질들 사이에서는 어떤 구별도 도출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라투르는, 사물이 자기 자신의 특질들과 긴장 관계에 있다는 후설의 모형보다 ‘성질들의 다발’이라는 경험주의적 이론에 더 가깝다.(337.p)

이것들과 다르게도, 남아 있는 네가지 차이(객체 대 덩어리-세계, 객체 대 인간 주체, 객체 대 관계, 객체 대 조각)는 단일한 객체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분화가 아니라 객체가 다른 무언가와 맺고 있는 관계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 놈점들에 대한 라투르의 견해는 엇갈린다.(337.p)

1. 라투르에게는 한낱 조각들에 불과한 개체들이 파생되어 나온 단일한 블록-세계라는 개념이 없음이 틀림없다. ~ 사실상 라투르의 특정한 행위자들은 서로 단절되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어떤 두 객체도 조금이라도 서로 접촉하려고 한다면 매개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이를테면 파르메니데스에게서는 결코 듣지 못할 주장이다.


2. 틀림없이 라투르는 객체와 그것의 조각들을 진심으로 구별할 작정이다. 그가 뽀빠이와 파손된 전철 차량에도 쿼크 및 전자와 마찬가지로 철학적 권리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라투르를 과학적 환원주의자로 오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3. 주체/객체 이원론에 대해서는 라투르의 입장이 약간 애매하다. 라투르에 대한 실재론적 비판자들은, 세균은 파스퇴르가 그것을 발견하고 나서야 존재했고 파스퇴르에 대해서만 파스퇴르보다 앞서 존재했다는 그의 주장을 라투르는 모든 실재를 인간 주체로 흡수한다고 추정할 근거로 여길 것이다. 더욱이 이런 비판자들은 라투르의 저작들에서는 검토 중인 네트워크가 무엇이든 간에 일반적으로 한 명 이상의 인간이 그것에 연루되어 있는 사실을 미심쩍어할 것이다. 라투르는(화이트헤드와 다르게도) 사람들이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 나타나는 무생물적 존재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거의 논의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일부 비판가들에게 라투르적 물리학은 구상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4. 그러나 다른 사물들과 맺는 관계의 문제에 대하여 라투르는 객체와 관계를 구별하고자 하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하는 지극히 급진적인 철학자다. 우리가 이해했다시피 라투르에게 사물은 그것이 다른 존재자들에게 일으킨 교란의 총합일 뿐이다. 사물에는 자신이 다른 사물들과 맺고 있는 관계들 배후에 숨어 있는 불가사의한 잔류물이 전혀 없다.

A. 라투르는 다양한 규모의 행위자들을 어떤 근원적 층위의 물리적 질료로 환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B. 동시에 라투르는 이 행위자들이 서로 단절되어 있다고 본다.







객체는 어떤 원시적 전체의 파생물이 아니다.

누군가가 그런 이론을 지지한다고 가정하면, 그에게는 미분화된 덩어리-세계와 우리가 명백히 마주치는 특정한 존재자들 사이에는 어떤 종류의 관계가 있거나 아니면 아무 관계도 없다. 라지만 덩어리의 모든 부분이 균일하다고 상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자의 경우에는 균일한 덩어리가 나중에 어떻게 별개의 조각들로 분할될 수 있는지를 알기 어렵다. 그리고 전체 덩어리와 특정한 존재자들 사이에 도대체 아무 관계도 없는 후자의 경우에는, 통일된 덩어리-세계가 실제로 우리에게 아무 역할도 수행하지 않는 무의미한 잔류물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관념론과 구별할 수 없는 입장에서 경험의 세세한 내용을 대면하게 된다. (343.p)

최근에 들뢰즈의 저작들과 그것들의 주변애서 증식하기 시작한 다양한 가상계의 철학에서 이 입장에 대한 더 약하긴 하지만 더 정교한 형태가 제시되었다. 이런 형태의 입장은 완전히 통일되지는 않은 경험 아래에 어떤 통일된 영역을 규정함으로써 두 세계(전체덩어리와 특정한 존재자들)를 가장 잘 이용하려고 한다. 그런 통일된 영역은 덩어리-세계 전체이기는커녕 세계가 순전히 균일해지지 못하게 하는 다른 ‘전개체적’ 구역들로 미리 활성화된 것이다. (344.p)

이런 입장이 확실히 라투르 자신의 입장이 아닌 이유는 그의 행위자들이 처음부터 전적으로 개별적이기 때문인데, 요컨대 그의 철학에는 ‘전개체’ 같은 개념이 들어 있지 않다. 라투르의 행위자들은 ‘연속적이지만 불균일한’ 전체에서 섞이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서로 단절되어 있다. 라투르의 관계주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연속체가 존재하지 않아서 그의 관계주의는 가상계의 철학들보다 덜 급진적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럽게도 수반된다. (345.p)

라투르의 형이상학에서 요람은 자신이 다른 것들과 맺고 있는 관계들의 집합에 불과하더라도 여전히 살구나무가 산출되도록 모이는 관계들과는 다른 관계들의 특정한 개별적 집합체다. 라투르에게는 전개체적 살구나무나 가상적 살구나무가 존재하지 않는데, 오로지 다른 행위소들과 맺고 있는 관계들로 온전히 정의되는 현실적 살구나무가 존재할 뿐이다 (346.p)


객체는 자신의 구성요소들로 환원될 수 없다.

쿼크든 전자든 미지의 더 작은 세계 저각이든 간에 긍극적인 입자들만이 자체적으로 존재하며 자신의 실재성을 획득하려고 다른 사물들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없다. (3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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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투르는 거시적 크기의 행위자들이 모두 매우 작은 물질적 원자들로 환원될 수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모든 가능한 크기의 객체를 고려하는데, 요컨대 세계의 다른 규모들에서 새로운 존재자들이 창발한다. (347.p)

창발적 존재자의 한가지 명백한 특징은 그것이 ‘창발적 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파리메트로는 그것의 차량이나 선로, 회전식 개찰구, 고객을 따로 고려했을 때에는 그 어느 것에서도 식별할 수 없는 특질을 나타낸다. (347.p)

또 하나의 특질은 ‘잉여적 인과율’인데, 메트로 열차의 바퀴는 같은 것으로 교체될 수 있거나 심지어 메트로 전체를 반드시 변화시키지는 않으면서 완전히 다른 유형의 바퀴로 교체될 수 있다. (347.p)

또 다른 한 특질은 창발적 전체가 자신의 부분들에 소급하여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메트로의 바퀴는 다른 가능한 맥락에서보다 더 균일한 마찰열을 낼 것이고 파리 메트로가 바퀴와 베어링, 선로의 가장 큰 고객이 된다면 그것들의 세계 시장은 더 표준화될 것이다. (348.p)

데란다가 언급한 마지막 특질은 창발적 전체의 많은 부분이 전체보다 앞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전체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인데, 이제 메트로 음악가나 꽃장수, 낙서 예술가 같은 특별한 직업이 있을 수 있으며 누군가가 파리 메트로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거나 무언가가 메트로의 터널에서 평생을 지내는 메트로 쥐가 될 수 있다. 이것들 가운데 어느 것도 메트로가 그런 것이 되는 데 필요한 원래 부분들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다 메트로의 풍성한 창발적 삶에서 분리될 수 없다. (348.p)



요컨대 존재자가 이른바 “본질적” 특질들만이 아니라 자신의 특질들을 전부 갖추고 있다면 다른 바퀴는 완전히 새로운 메트로를 뜻하지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사물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들로 정의된다고 말할 때 라투르는 그 사물이 다른 사물들에 미치는 외향적이고 관계적인 영향에 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지 그 사물의 실재적이고 내부적인 구성에 관하여 말하고 있지는 않다. (348.p)

행위자를 구성하는 부분들의 내부적 재배치들은 대부분 메트로가 영향을 미치거나 변형시키거나 교란하거나 창조하는 외부 행위자에게서 차단되어 있다. 그러므로 블랙박스는 그것을 아직 열지 않은 인간을 가로막는 일시적인 차단벽일 뿐 아니라 여타 객체의 접근 가능성에서 비롯되는 사소한 변화도 가로막는 진정한 차단막이다. (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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