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발제문_『우리의 의지에 반하여』_465~477쪽

작성자
Insun
작성일
2018-06-05 20:15
조회
1032
■ 다지원 페미니즘 세미나 ∥2018년 6월 5일∥
텍스트: 수전 브라운밀러, 박소영 역,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오월의봄, 2018(1975), 465~477쪽.

9장. 대중문화의 강간 미화

남성이 자기 부인과 딸, 여자 친구, 여자 형제, 어머니가 당한 성폭력을 남성 자신의 트라우마적 상처로 전유하는 일은 꽤 흔하다. 이때 남성은 강간당한 여성의 겪는 정서적 고통을 깎아내리려 들기 마련인데, 이것이야 말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465)

- 해럴드 로빈스의 <모험가들>(1969) (465-466)
* 12,000만권의 판매량
* 주인공 댁스는 여섯 살 때 어머니와 여자 형제, 여자 하인들이 군인 무리에게 강간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 일로 입은 상처 때문에 댁스는 아홉 살에 벌써 제 손으로 강간과 살인을 시작할 마음을 품게 된다.
* “나도 살인하고 강간할 수 있을 만큼 나이가 찼어.” “진정해, 꼬마 수탉.” 나이든 산적이 타일렀다. “때가 되면 다 하게 될 거야. 금방 남자가 될 게다.”

* 성적 정복과 무법 행위는 <모험가들>을 관통하는 두 개의 주제로서, 이 소설이 남성성을 표현하는 결정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1962) (466-467)
* 주제: “세계와 여성에게 맞서는 도적”
* 젊은 알렉스와 그 친구들이 갖가지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고 다니다가 한 작가가 보는 앞에서 그 부인을 강간
* 이런 강간은 기득권에게서 토지를 몰수하는 행위이자 남자가 남자에게 맞서 벌이는 충격적인 행위로 의미화
* 스탠리 큐브릭은 이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사디스트인 알렉스를 가히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미화했고, <뉴스위크> 의 논평가들도 이 영화에 열광해 그 영화에서 여성들이 폭행의 피해자 말고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사 실도 잊었다.
* 폴 D. 짐머먼: <시계태엽 오렌지>(1971)는 가장 심오한 수준에서 인간 본성의 오디세이이며, 인간이란 진정 무엇인가에 대한 진술이다. / 그는 분노를 표출하고 즉각적인 성적 만족을 얻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을, 복수를 원하는 억압된 본능을, 모험과 흥분을 원하는 우리릐 욕구를 행동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 스탠리 큐브릭: 알렉스는 자연 상태의 인간을, 사회가 ‘문명화’ 공정을 부과하지 않은 상태의 인간을 상징한다. / 알렉스가 살인과 강간을 저지르며 만끽하는 죄의식 없는 자유의 감각에, 우리 본연의 야만적인 자아를 누리는 감각에 잠재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며, 이 이야기가 갖는 힘은 그런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잠시 들여다보게 해준다는 데 있다.

-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와 비슷한 시기의 강간 미화 영화 (468-469)
* 히치콕 <프렌지 Frenzy> (1972)
페킨파 <스르로우 독스 Straw Dogs> (1971)
로버트 미첨 <고잉 홈 Going Home> (1971)
루이스 부뉴엘 <비리디아나 Vridiana> (1961)
* <뉴욕 타임즈>의 <프렌지> 비평 글: 사이코패스 강간범은 기본적으로 좋은 남성이지만 어머니 때문에 망가진 자 들이다. / 히치콕의 생생하고 잔인한 강간 시퀀스 연출은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던 짜릿한 흥분의 방아쇠를 당긴 다. / 관객들로 하여금 범죄 천재의 행위에 공모하도록 만든다.
* <고잉 홈>의 감독은 강간신 몇몇 부분이 삭제되자 이렇게 절규했다고 한다. “그들이 제멋대로 일방적으로 내 영 화를 강간했다.”
*<블룸 인 러브Blume in Love> (1973) <스토로우 독스> 여성 피해자도 그것을 즐기는 듯이 포장함


플롯 전개상 강간이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행하는 복수가 될 때, 이런 강간 범죄는 좀 더 세심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 <서바이벌 게임> (1972) (469-470)
* 가장 못생긴 강간범들이 저지르는 가장 추한 강간을 보여주며 동성 간 강간 장면은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것과 는 거리가 멀고 관객들을 소름 끼치게 만들려는 의도로 이용하고 있다.
* 이 영화에서 영웅시되는 쪽은 강간 행위가 아니라 피해자의 친구가 강간범들에게 행하는 정당방위 살인으로, 여 성 피해자의 여성 친구들에게는 한 번도 허용된 적이 없는 종류의 복수이다.
* 관객이 주요 피해자와 동일시 해 지나친 공포를 느끼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 역시 뚱뚱하고 쉽게 발끈하며 ‘여자 같은’인물로 부정적으로 그린다.
* 비평가들은 환경이 사람을 강간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결국 남자를 강간한 것은 자연, 즉 길들일 수 없는 힘을 지닌 자연이었다.”
* 폴 D. 짐머맨은 <뉴스위크>에 강간범과 피해자 어느 쪽에도 동일시 하지 않았고 이 영화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 다.

- 단편극 <목화로 가득 찬 27개의 마차 Twenty-seven Wagons Full of Cotton>(1945) (470-471)
* 후일 <베이비 돌> (1956)로 영화화 됨
* 주인공 제이크는 동네 목화를 처리하는 계약을 차지하기 위해 이웃의 목화 조면기에 불을 질러 일을 따내자, 분 노한 이웃 남자가 제이크의 집에 침입해 제이크의 아내를 강간. 희곡은 27개 마차 분량 목화의 대가로 제이크의 머리가 모자란 아내의 몸을 차지해서 복수하려 했다고 암시하며 끝남 (남자 대 남자의 복수와 강간의 예)

-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Rashomon> (471-472)
* 한 정력 넘치는 도적이 귀족계층의 일원을 방자하게 모욕하고자 젊은 귀족의 눈앞에서 그 부인을 강간
* 도적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강도와 강간’이라는 이중의 수단을 통해 계급 간 전쟁에 참가한 것
* 도적은 귀족 부인이 실은 그가 보낸 눈길을 즐겼다고 자랑스럽게 뽐내며 이를 남자다움을 부각시키는 증거로 삼 음.
* 귀족부인은 강간을 즐기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 그녀의 남편은 부인 시점의 이야기를 지지하지 않는다. 자신을 배반하고 유혹하듯 행동한 아내에게도 일부분 책 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도적에게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할복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한 다.
* 이 이야기의 최종 판본엔 모든 것을 목격했다는 나무꾼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강간으로 인해 가치가 떨어진 손 상된 재산이 된 여자를 두 남자가 모두 거부하자, 여자가 그들 간의 싸움을 부추겼으며, 그렇게 한심한 칼싸움을 벌이던 중 도적이 얼떨결에 귀족을 죽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라쇼몽>이나 데 시카의 <두 여인>(3장에서 언급한) 같은 영하는 예외적인 영화임.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는 약간의 도발적인 생기를 더하기 위해 강간을 끼워넣는다. 앨진 하메츠는 강간신이 어떻게 영화계의 추한 트렌드가 되었는지를 연구하던 중 다음과 같이 단호히 말하는 제작자를 한 명 발견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제공한다.”

영화 제작자들이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제공할 뿐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남성인 영화 제작자들은 세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관해 남성으로서 그들 고유의 생각을 대중에게 전한다. 그 사고방식을 형성하고 영속화한다. 나는 대중문화계인물들이 정말로 심각하게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 특히나 우리 사회에서 강간범의 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인 청소년기 남성의 사고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473) (…) 강간 영웅화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강간 신화의 말로: 농담처럼 무마하기

애국주의가 악당의 마지막 도피처라면, 어릿광대짓은 강간 영웅의 마지막 도피처이다. (…) 미래의 남성은 여성에 대한 공격성이나 여성을 보호하는 힘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정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현재 그들은 자신이 취해야 할 적절한 입장이 무엇인지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에드 불린스의 소설 <마지못한 강간범 The Reluctant Rapist>(1973) (…) (474) 주인공은 “나는 사실 연인이다.” “내가 나에게 쾌락을 제공해주는 원천인 여자들을 혐오할 리가 있나. (…) 여자가 원치 않는데도 여자의 몸을 고의로 취한 적은 별로 없다고.” 이 마지 못한 강간범은 그가 정복한 상대 중 몇몇이 “그들의 의지에 반해 이용당하고 나서 평정을 되찾기”만 하면 그의 약탈 행위를 “있는 그대로 찬사로” 받아들였다고 독자에게 알려준다. (…) 여자들이 공모할 것을 걱정하면서 왜 자신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지 희미한 우려를 품는다. 하지만 이 사라지지 않는 (475) 의심을 일축하며 피해자를 “내 남자다움의 태양을 바라보는 달”이라고 부르고, (…) 강간이 그가 여성에게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찬사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모든 것은 상대적인데....”


(…) 삶이 예술을 모방하는지, 예술이 삶을 모방하는지는 강간 영웅과 관련해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실에서 허구로, 허구에서 사실로 무섭도록 편리하게 옮겨 다닐 수 있는데, 남자들이 신화를 창조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현하는 일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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