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10/11『프루스트와 기호들』1장_ 기호의 유형

작성자
bomi
작성일
2019-10-10 04:52
조회
396
다지원 기획세미나, 삶과 문학. ∥2019년 10월 11일∥bomi
『프루스트와 기호들』 질 들뢰즈, 서동운, 이충민 옮김, 민음사, 1997. p.5~38

목차

제1부 기호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나타나는 기호들의 방출과 해석에 관해 다룬다.
1장_ 기호의 유형
2장_ 기호와 진실
3장_ 배움
4장_ 예술의 기호들과 본질
5장_ 기억의 이차적 역학
6장_ 계열과 그룹
7장_ 기호들의 체계에서 복수성
결론_ 사유의 이미지

제2부 문학 기계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기호들 자체의 생산과 증식을 다룬다.
1장_ 앙띠 로고스
2장_ 통과 관
3장_ 찾기의 층위들
4장_ 세 가지 기계
5장_ 문체
결론_ 광기의 현존과 기능, 거미

제1부 기호들
1장_ 기호의 유형

1. 이 책은 어떤 배움apprentissage*(습득, 수련)의 과정의 이야기이다. 메제글리즈쪽과 게르망트 쪽은 배움의 원료들이자 배움의 선線들이다. (22)
주인공은 어떤 잘못된 생각, 헛된 기대 속에 있다. 그러나 마침내 거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실망과 깨달음의 운동이 생겨나며 이는 『찾기』 전체에 리듬을 불어넣어 준다.
배운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기호들>과 관계한다. 기호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배워 나가는 대상이지 추상적인 지식의 대상이 아니다. 배운다는 것은 우선 어떤 물질, 어떤 대상, 어떤 존재를 마치 그것들이 해독하고 해석해야 할 기호들을 방출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모든 것은 기호를 방출하며, 모든 배우는 행위는 기호나 상형문자의 해석이다. 푸르스트의 작품은 기호들을 배워 나가는 과정 위에 건축되어 있다.
작품은 이 기호 학습의 과정으로부터 자신의 통일성과 놀라운 다원성을 끄집어 낸다. (23)

2. 『찾기』는 여러 가지 기호들의 세계에 대한 탐색으로 나타나는데, 이 기호들의 세계는 여러 개의 원들 cercles로 짜여지고 몇몇 지점들에서 서로 교차한다. 왜냐하면 이 기호들은 각각이 특유한 것이고 이런저런 분야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인공이 직접 참여하는 세계들을 주시하면서, 기호들이 『찾기』의 통일성과 다원성을 동시에 형성한다는 가정을 입증해야 한다. (24)

3. 첫번째 원: 사교계
『찾기』의 첫번째 세계는 사교계이다. 그만큼 축소된 공간에서, 그만큼 빠른 속도로, 그만큼 많은 기호들을 방출하고 집결시키는 영역은 없다. (24)
사교계의 기호들은 행위와 생각의 구실을 한다. 그러므로 하나의 기호는 다른 어떤 것, 즉 외재적 의미나 관념적 내용을 가리키지 않는다. (25)
사교계에서 사람들은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를 만들어 낸다. 사교계의 기호는 어떤 것을 지시하지 않고 그것을 대체하며, 자기가 가진 의미들이 효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이 기호의 상투적인 면모와 공허함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배움의 과정이 이 기호들을 거치지 않는다면 배움은 불완전할 것이고 심지어 불가능하기조차 할 것이다. 이 기호들은 텅 비어 있지만 이 공허함은 이 기호들이 의례적인 완벽성을 갖추도록 해준다. 이 의례적 완벽성이란 일종의 형식주의 같은 것이다. (26)

4. 두번째 원: 사랑의 그룹
『찾기』의 두번째 세계는 사랑의 그룹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이 지니고 있거나 방출하는 기호들을 통해서 개별화시키는 것이다. 즉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이 기호들에 민감해지는 것이며 이 기호들로부터 배움을 얻는 것이다. 사랑받는 존재는 하나의 기호, 하나의 <영혼>으로 나타나며 그 존재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가능 세계(혹은 타자)를 표현한다. (27)
사랑의 다원주의는 사랑받는 사람들의 다수성뿐 아니라 그 사람들 각각의 안에 있는 세계 혹은 영혼의 다수성과도 관계된다. 사랑,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감싸여진 채로 있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들을 <펼쳐 보이고 전개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다. (29)
사랑에는 하나의 모순이 있다. 우리는 애인 속에 있는 미지의 세계들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그가 내뿜는 기호들을 해석해 낼 수 없다. 그런데 이 미지의 세계들은 우리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겨난 세계이다. 애인은 우리에게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기호들을 보내 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호들은 우리가 참여할 수 없는 세계들을 표현하는 기호들이기도 하다. <스완의 질투> (30) 질투는 사랑보다 더 깊고 또 사랑의 진리를 포함하고 있다. 즉 질투는 기호를 파악하고 해석할 때 사랑보다도 더 멀리 나아간다. 사랑의 기호는 오로지 자기가 표현하는 것을 감추면서 우리에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거짓말의 기호들이다. 사랑의 기호들이 표현하는 이 감추어지는 것이란 미지의 세계들, 행위들, 사유들의 원천이다. (31) 사랑의 기호를 해석하는 자는 필연적으로 거짓말의 해석자이다. (32)

5. 세번째 원: 인상 혹은 감각적 성질의 세계
『찾기』의 세번째 세계는 인상 혹은 감각적 성질의 세계이다. 어떤 감각적 성질은 우리에게 야릇한 기쁨을 주는 동시에 일종의 <명령>을 전해 준다. 이런 식으로 체험된 성질은 더 이상 그 성질을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대상의 속성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에 우리가 해독하려고 시도해야만 하는 <완전히 다른> 대상의 기호로 나타난다. 이 기호 해독에서 우리는 늘 실패의 위험이 따르는 노력을 대가로 치룬다. 우리는 이 성질, 이 감각적 인상을 마치 물 속에 넣으면 열려져서 갇혀 있던 형태가 드러나는 일본 종이처럼 펼쳐 낸다. (34)
전개 과정은 이렇다. 우선 특별한 기쁨이 찾아오고, 그 결과 이 기호들은 그 직접적인 효과로 인해 이전의 상태[기쁨을 주기 이전의 사물들]와 구별된다. 다른 한편 이 기호의 의미를 찾기 위한 사유 작업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느껴진다. (명령) 그러고 나서 우리에게 숨겨진 대상을 건네주면서 기호의 의미가 나타난다. (마들렌이 콩브레를, 종탑들이 소녀들을, 포석들이 베니스를 건네 주는 식으로 말이다.)
감각적 성질 혹은 인상은 특별한 기쁨을 직접적으로 전달해 주는 정직한 기호, 충만하고 긍정적이며 즐거운 기호이다. 그것들은 물질적인 기호들이다. 이 기호들의 원천이 물질적일 뿐만 아니라 이 기호들의 펼쳐짐, 전개 또한 여전히 물질적이다. (36)

6. 네번째 원: 예술의 세계
예술의 세계는 기호들의 궁극적인 세계이다. 예술의 세계에서의 기호들은 <물질성을 벗은> 기호들이다. 이 기호들은 관념적 본질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 (기호의) 해석자는 『찾기』의 끝 부분에 와서 물질적 의미는 그것이 구현하는 관념적 본질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예술을 통해 드러난 세계는 거쳐 온 다른 모든 세계들에 거꾸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감각적 기호들에 대해서 그렇다. (37)
모든 기호들이 예술로 수렴된다. 또한 가장 다양한 길들을 통해, 모든 배움의 과정은 이미 예술 자체에 관한 무의식적인 배움의 과정이다. 가장 근본적인 층위에서 본질적인 것은 예술의 기호들 속에 있다. (38)

7. 결론
프루스트의 문제는 기호 일반에 관한 문제이며, 기호들은 서로 다른 세계들을 구성한다.
*기호들
1) 공허한 사교계의 기호들
2) 사랑에서의 거짓말의 기호들
3) 물질적인 감각적 기호들
4) 다른 모든 기호들을 변형시키는 본질적인 예술의 기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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