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2 발제문 - 의심으로부터 지고의 가치로

작성자
Namhee Kim
작성일
2018-06-22 20:19
조회
766
0622 발제문 의심으로부터 지고의 가치로

비밀이 폭로된 지금, 꼭 알려야 할 사실이 있다. 이 비밀은 일부분의, 어쩌면 전체에서 빠져있을지 모를 일부분에 대한 설명이라는 사실이다.

마네가 찾아 헤맸던 것은 ... 그 격정이 아니었던가? 그는 다만 일치감에서 오는 꽉 찬 탁음에 대한 취향이 있었을 뿐이다. ... 화가는 주변을 무미건조하게 제어하는 방법을 통해서만 여기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힘을 극대화시켜 정점에 이르게 된 것은, 평범한 색조들을 참신한 방식으로 사용함으로써였다. ... 기술적 가능성들의 과감한 노출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러한 노출은 빠져나갈 구멍 없이 팽팽한 힘을 끌어들이는, 탁한 뻣뻣함을 지닌 것이었으리라.
이른바 일종의 격정, 그러나 세련된, 점점 더 얇아지는, 점점 더 평평하고 투명해지는, 이른바 웅변술의 목을 서서히 졸라매는 격정. 회화의 역사 차원에서 볼 때, 이는 과거의 연장이었다. ... 즉, 간명한 무로 환원된 과거다.

색채의 진동만 따로 놓고 보면, ... 마네는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지 ... 그는 캔버스가 그에게 준 재현의 가능성을 반박한다. 그는 그 가능성을 붓 아래 쥐고 있지만, ... 여기에 일종의 짜증이 더해진다.

마네의 뛰어난 기법은 ... 그보다 더 삐딱한 탐색을 싣고, 더욱 다채로운 전복의 양상을 보여준다.

이런 기법이들은 웅변이라는 오랜 침체 속에서 회화를 건져내는 데 공헌했다.

이 효과들은 그리하여 ... 일종의 “미완의 완성”..이 되었다.
말라르메- 한 작품이 완벽하게 완결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반면 작품의 요소들 사이에는 어떤 일치감이 있어야 한다. 그 일치감을 통해 작품이 지탱되는 것이기에, 작품은 이제 단 한 번 붓질을 더하기만 해도 깨지기 쉬운 모종의 매력을 띠게 된다.”

마네의 작품들에서 중요한 것은 빛의 진동이다. (주제가 아니라)
“즉각적인 의미가 소실되는 미끄럼을 의도한다”는 말은, 주제를 무시하겠단 말이 아니다. -희생제 예- 결국 마네의 작품들에서 주제는, 파괴된다기보다 추월된다.
주제는, 알몸을 내보인 회화를 위해 제거된다기보가는 바로 그 회화의 알몸 속에서 아름답게 변모된다.

마네는 주제지들의 특색 속에 팽팽한 탐색의 세계를 아로새겨 놓았다. ...
마네보다 주제에 대해 책임을 더 강하게 짊어졌던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나 작품이 다양한 변주된 경우, 한 작가의 작품들의 총체를 포탁하기란 그것이 다채로울 수록 어렵다. (앞의 일부분으로서의 비밀-총체) 총체에 대해서 아무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러나 작품들 사이에 공통적 소여가 남겨져있기에, ... 다양성은 소여를 제거하지는 않아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우리가 감탄하고 있는 작품은 사실, 일단 화가가 그 자신에 대해 느끼고 있은 불확실성과
우리가 그 화가에 대해 느끼는 확실성 사이에 유보돼있는 것임을,
마네의 경우,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원하는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자신의 도식을 무난하게 활용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찾아 헤매고 의심했으며, 다른 이들의 판단을 끊임없이 두려워했다.

이 다채로운 작품들을 그 탄생의 희미하고 불분명한 조명 아래로 되돌려놓지 않는다면, 그 작품들은 오해를 단단히 받게 될 터인데!

마네의 매력은 우유부단과 망설임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던가?

가벼운 떨림이야말로 그의 손의 본질적 움직임이다. 그 손은 주제에서 기인했을 관습적 감정에 절대로 복종하지 않는 대신 언제나 뭔가 비밀스러운 기질을 폭로하고 있다.

무심함의 원칙은, 담론적인 등가물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곤 그 무엇도 그림 속에 표현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네의 가장 깊은 곳의 감정, 가장 강렬하고 가장 변덕스러운 감정들은 화폭 위에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마네의 성격에는 일종의 균열과 숨 막히는 우울함이 명랑한 본성과 공존하고 있었다.

말라르메의 초상
이 구도...는 오히려, 그의 내면에서, 화가의 걸작들에서 우리가 받는-우리를 껍질 벗은 정직함으로 환원시키는-느낌과 충돌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야겠다.

이러한 지고의 가치가 회화의 목적이며,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이를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노출시키고 있다. 이 가치는 예술 자체, 어떤 의미로는 벌거벗은, 과거 시재가 세계의 권능으로 삼고자 했던 비장한 어둠의 뒤를 잇는 가치다.
발레리-“마네의 승리”


무심함의 원칙 /침묵의 원칙 /‘그가 본 대로’ 원칙
정물화-굴/ 초상화-베르토 모리조/풍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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