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세미나(1/29) 공지입니다

작성자
Yeongdae Park
작성일
2019-01-24 12:13
조회
1237
이번 세미나가 아주 활기차서 좋았네요.
다들 발제문도 올려주시고, 그 덕분에 다들 어떻게 읽으셨는지도 알 수 있고.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 같은' 해석이 아니라,
풍부하고 다채로운 해석들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매우 '니체'스러운 세미나여서 좋았습니다.

세미나가 끝나고 돌아오고 나니,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잉여, 불필요한 자 등등)"이라는 표현이 계속 기억에 남네요.

니체의 이런 구절들(쬐끔 불편하고, 인정사정 없는 듯한?)을 읽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처음에는 곧장 이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 편에 서있게 되더라구요.
니체가 좋고 니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해도,
유독 이런 문장만 만나면 어느 순간 스탠스를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비난받고 있는 사람들 편에 취하게 됩니다.
저는 스스로 그 점이 의아해졌습니다.

니체식으로 이해해 보려고 한다면, 가령,
"그래, 역시 존재할 가치가 없는 이들이 있지. 이런저런 사람들", 혹은,
"아 내가 그런 자들이군. 그럼 존재할 가치가 있으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혹은,
"딴 사람들은 그렇지. 하지만 나는 가치 있고 필요한 자야", 혹은,
"아니야. 나는 가치 있는 존재야"라고 생각이 나가야 할텐데,
그렇게는 잘 안되더군요.
오히려 "그런 말을 해선 안되지. 불쌍하잖아"라는 식으로 먼저 생각이 달려갑니다. 일종의 연민이나 동정이죠.

그런데 연민은 실은 언제나 '자기 연민'이지 않나요?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니체의 이런 구절이 불편할 때, 스스로를 연민하고 있거나 스스로를 무가치한 자로 설정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지점, <왜 우리들은 이미 스스로를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로 여기는가?>
<어째서 우리의 사고는 이렇게 노정되어 있는가?>
여기가 진정 질문해야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스스로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성취해 본 적이 없으며,(그래서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느끼며)
기껏 가치를 부여받아봐야, 자본화되기 쉬운 가치(스펙, 연봉), 국가(세미나 시간에 나왔던 애국자)나 도덕적 가치(최소한 나쁜일을 하진 않아)를 내면화하는 수준입니다. 외부의 가치를 따르는 것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보장받고 입증할 뿐이죠.
그러니 니체처럼 나보다 대단하고 유명한 누군가가 나, 또는 사람들의 가치를 부정하면 그거에 주눅들게 되거나, 혹시 반발하더라도 막연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테면 '나의 존재가치는 이것이야'라고 얘기할 만한 게 없죠.
그냥 그래선 안된다, 는 식으로 추상적으로 도덕으로 회기하는 것 외에는 별 도리가 없습니다.

결국 이 지점, 여기야말로 니체가 우리에게 찌르고 들어오는 지점이겠지요.
스스로 믿지 못하는 자기 불신, 자기만의 독특한 가치를 부정하는 자기 부정.
아마 여기를 넘어서 극복할 수 있다면, 그만큼 위버멘쉬가 되고 자기 자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극복이 자기에 대한 '근자감'일 수는 없구요. "하면 된다"고 아무리 바람을 불어넣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니까요.)

<차라투스트라>가 점점 재밌어지네요.^^

다음 주에는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부터 <잡것(천민)에 대하여>까지를 읽습니다.
이제 슬슬 <차라투스트라> 식 화법에 적응이 되는 듯도 하고, 여전히 안되기도 하네요.
다음 주에도 책과 '공통의 장소'를 많이 만들어서 오셨으면 좋겠네요. 기대됩니다.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주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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