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베니스트 참고 발제

작성자
영대
작성일
2020-05-12 19:23
조회
385
<증여론>

벵베니스트, 『일반 언어학의 여러 문제1』, <인도유럽어 어휘의 선물과 교환> 중에서.

○ “그[모스]는, 선물의 자유는 선물을 받는 자가 반대급부의 선물을 베풀게 하고, 이로써 제공한 선물과 보상으로 받는 선물이 계속 왕래되어 선물이 자유롭고 강제적인 상호 급부 체계의 요소라는 것을 입증했다. 여기에 교환의 원리가 있으며, 이 원리로 개인들 뿐만 아니라 각 집단과 계층들 사이에서도 일반화되어 사회 전체를 통해서 부가 유통된다. 이 상호 작용은 몇 가지 규칙으로 결정되고, 이 규칙은 모든 종류의 제도에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의식, 축제, 경쟁의 광범한 조직망은 이 거래의 제반 양상을 형성한다.”

○ “대부분의 인도유럽어에서 donner(주다)는 많은 명사 파생어를 만들어 내는 어근 ‘do-’가 포함된 동사로 표현된다. ... 그러면 어떻게 ‘주다’가 ‘취하다’로부터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일까? 사실상 ‘주다’로부터 ‘취하다’를 끌어내거나 ‘취하다’로부터 ‘주다’를 끌어내려고 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 같다. ‘do-’는 정확히 ‘취하다’나 ‘주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구문에 따라서 전자나 후자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상반되는 두 의미를 지니는 영어 take처럼 사용되었음에 틀림없다. 즉 to take something from someone(=취하다)와 to take something to someone(=주다)를 참조하라. ... ‘do-’는 오직 잡는 것만을 지칭했다. 오직 발화문의 통사구문에 따라 ‘가지기 위해 잡다(취하다)’와 ‘주기 위해 잡다(주다)’로 의미가 분화되었다. ... 인도이란어에는 고정되었는데, 동사 da-(주다)는 주체를 향한 동작을 표시하는 전동사 a-와 함께 사용되어 ‘받다’를 의미한다.”
→ 역사학자 혹은 진화론자의 눈!

○ “고대 그리스어에는 증여(선물, don)를 나타내는 구별되는 평행 단어가 다섯 개 있는데, 이들을 우리 사전과 번역서에는 똑같이 don(증여), cadeau(선물)로 번역하고 있다. 이 다섯 단어는 ①δώς, ②δόσις, ③δῶρον, ④δωρεά, ⑤δωτίνη이다. ... 마지막으로 의미가 가장 풍부한 단어인 δωτίνη가 남는데, 이는 선물이지만 전혀 종류가 다른 선물이다.
호메로스 작품에서 δωτίνη는 자기가 존경하는 우두머리에게 바치는 감사의 선물이거나, 주인에게 반드시 바쳐야 되는 선물이다.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의 집에서 영접을 받고서, 환대의 의미가 속하는 δωτίνη가 응당 있어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알키누스는 오디세우스를 자기 집에 영접하면서,그에게 주는 모든 δωτίνη를 꾸리기 전에는 그가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헤로도토스의 작품(<역사>)에서 나타나는 이 단어의 용례들은 이 전문적 의미를 확인시켜 준다. 어떤 남자가 자신이 사모하는 여자의 남편과 서로 관계[거래?]를 맺기를 바라면, 이 남편에게 그가 원하는 모든 재산을 δωτίνη로 제공하되, 단 아내와의 상호교환을 조건으로 이를 제시한다. 반대 증여를 강요하는 선물, 즉 δωτίνη가 지닌 기능적 가치를 여기서보다 더 명백하게 강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말하자면 δωτίνη는 반대급부로서 선물을 요청하는 것이 목표이며, 앞서 받은 선물을 도로 갚는 데 사용되는 까닭에, 그것은 항상 상호 교환의 개념을 포함한다.”

○ “증여의 개념은 환대(hospitalite)의 개념과 관계가 명백하다. ... hospes(손님, 방문객), hostire(같게 하다, 평평하게 하다, 보상하다) ... 이 의미는, 노동과 급료를 똑같게 만드는 보상, 급부를 가리킨다.”
“hostis의 일차적 의미작용은 물론 페스투스가 말하는 의미다. 즉 그것은 ‘이국인, 이방인’을 누구나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로마 시민과 더불어 권리를 공평하게 공유하는’ 이방인이다. 이 사실 때문에 hostis는 ‘이국인’의 의미와 ‘손님’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로마 시민에 대해 이 이방인이 누리는 법적 평등은 ‘손님’으로서 그가 가진 자격과 연관된다. hostis는 정확히 말해서 보상하면서 보상을 즐기는 자이고, 자기 나라에서 누리는 모든 혜택에 대한 보상을 로마로부터 받고, 자신도 상호 호혜로 인해 혜택을 갚아야 하는 사람에게 동일한 대가를 빚진 사람이다. civis(국민, 시민)의 지위가 더욱 엄격히 정의되고 로마 공동체에 civitas(도시 국가)의 법적 귀속이 더욱 엄격하게 유일 규범이 되면서 이 옛날의 관계가 점차 희박해졌고, 나중에 가서는 결국 상실되었다. 개인적 합의나 가족적 합의에 지배되던 관계가 국가가 부과한 규율과 의무로 인해 상실된 것이다. 그래서 hostis는 로마 제국의 정치적, 법적 역사와 관련해서 일어난 의미변화로 ‘이국인’의 의미가 되었고, 그 후 ‘공적(公敵)’을 뜻하게 되었다.

○ “포틀래치. ... 풍부한 음식물의 잔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순수한 허영에서 나오는 소비, 신바람 나는 향연 등의 모든 것이 증여의 수혜자들이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도로 갚는다는 것을 약속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더욱이 포틀래치라는 단어가 근본적으로는 음식 제공과 관련되며, 문자 그대로 ‘음식을 먹이다, 소비하다’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우연일까? 다양한 형태의 포틀래치 가운데 음식 대접이 그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이고, 족장의 권위나 위세는 한편으로는 음식을 베풀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번갈아서 혜택의 대가로 받는 너그러운 선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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