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고원 804-812

작성자
수수
작성일
2021-08-01 09:07
조회
310
천개의 고원 804-812 210801 이승수

[[ 따라서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 즉 국가는 어떻게 전쟁기계를 전유할 수 있었을까? 다시 말해 어떻게 국가 자신의 척도와 지배와 목적에 부합하게 전쟁기계를 구성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떠한 위협을 무릅쓰는가?[801]
이러한 전유 문제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변화무쌍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몇 가지 문제 영역을 분명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 문제는 [이러한 전유라는] 조작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전쟁기계는 자기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주저하고, 역으로 국가 장치가 전쟁에 끼어들어 전쟁기계가 다시 유목적 전쟁기계의 보충적이고 종합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802)]]

두번째 유형의 문제는 전쟁기계의 전유가 이루어지는 구체적 형태에 관한 것이다. 즉 용병인가 토착 병사인가? 아니면 직업 군인인가 징집군대인가? 또는 전문 집단인가 아니면 전국적으로 모병된 국민군인가? … 즉 단지 전쟁 기계의 “카스트화(encastement)”일 뿐인가 아니면 본래적 의미에서의 “전유”인가. (804)
마지막으로 세번째 유형의 문제는 이러한 전유의 수단과 관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 장치의 기본적 측면, 즉 영토성, 노동이나 공공사업 세제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804)

무엇보다 먼저 ‘이념’로서 절대 전쟁과 현실 전쟁 간의 이러한 구분은 상당히 중요해 보이지만 클라우제비츠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할 때만 그러하다. 즉 순수 ‘이념’은 적의 추상적 섬멸이라는 이념이 아니라 반대로 전쟁을 목표로 삼지 않으며 전쟁과는 잠재적이고 보충적이며 종합적인 관계만을 갖는 전쟁기계의 이념이다. …그것은 ‘이념’에 완전하게 적합한 내용으로, ‘이념’과 이 이념에 고유한 목표와 공간, 즉 노모스 공간과 구성의 발명이다. (806)
둘째로 유목적인 전쟁기계는 그 순수한 개념에조차 필연적으로 보완물로서의 전쟁과 맺는 종합적 관계를 현실화하고, 이 관계를 파괴해야 할 국가 형식에 대항하는 것으로서 발견하고 전개하기 때문이다. (806)

따라서 문제는 전쟁을 어떻게 수행하는가라는 것이라기보다는 국가 장치가 어떻게 전쟁기계를 전유하는가 하는 것이다. 국가 장치가 전쟁기계를 전유하고, 이것을 “정치적” 목적에 종속시키고 이 기계에 전쟁을 직접적인 목표로 부여하는 일은 모두 동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전쟁기계를 카스트화하는 다양한 형태로부터 본래적 의미에서 전유 형태들로 이행하고, 제한전으로부터 소위 총력전으로 이행하고, 그리고 목적과 목표의 관계를 변형시키는 등 3중의 관점에서 국가가 진화해가는 것 또한 동일한 역사적 경향을 보여준다. 그런데 국가의 전쟁을 총력전으로 만드는 요인들은 자본주의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807)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로부터 소위 “재출현”하는 이 전 세계적 전쟁 기계는 두 가지 형태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먼저 파시즘. 이것은 전쟁을 전쟁자체 외에는 다른 목적을 갖지 않은 무제한적 운동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파시즘은 둘째 형태를 위한 어렴풋한 윤곽에 불과했다. 둘째로는 파시즘 이후 형태. 이것은 ‘공포’의 평화 또는 ‘생존’의 평화로서 평화를 직접적인 목표로 삼는 전쟁 기계이다. 이 전쟁기계는 지금 지구 전체를 통제하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매끈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총력전 자체를 초월해 훨씬 더 무시무시한 형태의 평화가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808)

의문의 여지없이 현재의 상황은 아주 절망적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우리는 지금 세계적 규모의 전쟁 기계가 마치 공상과학소설에서처럼 점점 강력하게 구성되어 파시즘적 죽음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평화를 자신의 목표로 삼고, 극히 처참한 국지전들을 자신의 일부로 유지하거나 유발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809)
하지만 그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가적 또는 “전세계”적 전쟁 기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들, 즉 고정 자본(자원과 물자)과 인적인 가변 자본이야말로 변이적, 소수자적, 민중적, 혁명적 기계들의 특징을 이루는 예상 밖의 반격이나 예기치 못한 주도권을 징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끊임없이 재창조하고 있다.(809)
이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쟁 기계는 정말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이지만 그것은 전쟁기계가 전쟁 자체와 극히 다양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전쟁기계는 한 가지 형태로 정의될 수 없으며, 증가하는 힘의 양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포함하고 있다. (810)
앞에서 우리는 전쟁 기계의 양극을 정의해 보았다. 한 극에서 그것은 전쟁을 목적으로 하며, 우주의 끝까지 연장될 수 있는 파괴선을 형성하고 있다.(810)
다른 한극은 전쟁기계의 본질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의 전쟁기계는 첫째 극에 비하면 무한히 작은 “양”을 지니며, 전쟁이 아니라 창조적인 도주선을 그리는 것, 매끈한 공간을 그리고 이 공간 속에서 인간의 운동을 위한 매끈한 공간을 편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810)

우리는 유목민이야말로 이러한 전쟁기계의 발명자라고 생각해왔다.(810)
하지만 이 기계의 본질에 비추어 보자면 비밀을 쥐고 있는 것은 유목민들이 아니다. 예술적, 과학적, “이데올로기적” 운동도 잠재적인 전쟁기계가 될 수 있는데, 다름 아니라 문과 연동되면서 고른판, 창조적 도주선 또는 이동을 위한 매끈한 공간을 그리는 정도에 따라 그러한 기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유목민이 이러한 특성의 전체적인 배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이러한 배치가 유목민들을 그리고 동시에 전쟁기계의 본질을 규정한다. (811)
게릴라전이나 소수자 전쟁, 인민전쟁이나 혁명전쟁이 전쟁기계의 이러한 본질에 합치하는 것은 이들 전쟁이 “보충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필연적인 목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설령 새로운 비조직(=비유기적)인 사회적 관계라고 하더라도 동시에 다른 무엇인가를 창조할 때만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양극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는데, 심지어 또는 죽음의 관점에서 볼 때도 그러하다. 창조하는 도주선이냐 아니면 파괴선으로 전화하는 도주선이냐. 설령 한 조각 한 조각씩이더라도 스스로 구성되어 가는 고른판이냐 아니면 조직과 지배의 판으로 전화해버리는 고른판이냐. 이 두 가지 선 또는 판은 서로 교류하며, 서로 보완하면서 차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인식해 온 사실이다. 최악의 세계적인 전쟁기계조차 지구를 둘러싼 환경을 관리하기 위한 매끈한 공간을 재구성한다. (811)
그러나 지구는 새로운 지구를 향한 길을 개척하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독자적인 탈영토화 역량과 도주선과 매끈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중요한 것은 양들의 문제가 아니라, 양극에 따라 두 종류의 전쟁기계에서 서로 대결하는 통약 불가능한 질의 성격이다. 전쟁기계는 이 기계를 전유함으로써 전쟁을 주요사업과 목표로 만드는 국가 장치에 대항하여 구성되어 가며, 포획 장치와 지배 장치들의 대규모 결합접속에 맞서 다양한 연결접속들을 만들어낸다.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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